秋夕會吟于金閣寺 추석 금각사에 모여 읊다
(1951년 8월)
金閣寺邊屬仲秋 금각사 주변에는 가을이 한창인데
금각사변속중추
國憂鄕思散難收 나라근심 고향생각 떨쳐내기 어렵구나
국우향사산난수
踈林露下虫聲濕 멀리 무성한 숲은 이슬과 벌레소리에 젖어있고
소림노하충성습
遠水雲生雁路浮 멀리 물에는 구름일어 하늘 위에 떠 있고
원수운생안로부
萍身未赴靑雲路 부평초 같은 이 몸은 청운의 길 아직 못가
평신미부청운로
佳節空悲白雪頭 좋은 계절 공연히 백발머리 스럽구나
가절공비백설두
滿腔衷懷無消解 가슴속에 품은 진정한 맘 풀길 없어
만강충회무소해
不如樽酒樂仙區 두루미 술 마시며 신선놀이만 같지 못하네
불여준주락선구
三一革命三十周年記念
(1949년 3월1일)
良辰何日敢虛迎 좋은 날을 어느날인들 헛되이 맞으랴만
양진하일감허영
三一節尤不可輕 삼일절은 더욱이 가벼이 할 수 없네
삼일절우불가경
反民逆賊榮還辱 민족반역자의 영화는 욕으로 돌아오고
반민역적영환욕
殉國英雄死亦生 순국하신 영웅들은 죽음 또한 삶이로다
순국영웅사역생
靈魂雖抱千秋恨 영혼은 비록 천추의 한을 품었으되
영혼수포천추한
忠義猶存百世名 충의는 오히려 백세에 이름 남겼네
충의유존백세명
革命豈徒吾族事 혁명이 어찌 다만 우리민족 일이리요
혁명개도오족사
平和公約萬邦成 평화를 공약함은 만방이 이룸이다
평화공약만방성
除夕會吟 섣달 그믐날 모여 읊다
(1951년 12월31일)
倏忽今年迫一宵 빠르게도 금년한해 하룻밤으로 줄어지고
숙홀금년박일소
萬愁滌盡百壺要 만 가지 근심 다 씻기면 물 백 항아리 필요하리
만수척진백호요
世事無功只白髮 세상일에 공은 없고 머리털만 희게 되고
세사무공지백발
光陰添壽又明朝 세월은 또 나이 더해 내일 아침 맞으리
광음첨수우명조
詩興復期三月樂 시흥을 즐기기는 삼월로 기약하고
시흥복기삼월락
旅懷獨坐五更寥 나그네 회포 홀로 앉아 오경밤만 쓸쓸하네
여회독좌오경요
願言來歲昇平至 원컨대 내년에는 태평세월 이루어서
원언래세승평지
槿域三千萬邪消 우리나라 삼천리에 그릇된 일 씻어주소
근역삼천만사소
思鄕 고향생각
(1953년 6월25일)
垂起寒窓月滿坮 잠깨어보니 차가운 창 밖에는 달빛이 가득하고
수기한창월만대
霜楓萬里塞鴻回 서리바람 만리밖에 기러기 배회하네
상풍만리새홍회
鄕里多年通信絶 고향은 여러해 통신이 끊겼는데
향리다년통신절
關門何日渡航開 관문은 어느날에 건너갈 뱃길 열릴는지
관문하일도항개
愁深月夕孤調瑟 수심깊은 달뜨는 저녁에는 홀로 거문고 고르고
수심월석고조슬
恨切花朝獨酌盃 한많은 삶 생일아침 홀로 술잔 기울이네
한절화조독작배
親候安寧省已久 부모님 편하신지 살핀지가 오래이니
친후안녕성이구
相應朝暮待歸來 생각으로 응당 아침저녁 돌아오길 기다리시겠지
상응조모대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