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입니다.
동역자님에게 글귀의 첫인사를 아름답게 시작하고자 하였으나, 지금은 안부부터 여쭤볼 수밖에 없는 때인 것 같습니다.
건강히 잘 지내십니까? 코로나19로 힘들어하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중호우로 물난리로 인해 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2주간의 그치지 않는 비로 홍수 피해를 입은 동역자님들 부모님과 형제, 자매, 일가 친척은 없으신가요? 마음이 하염없이 아픕니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염려가 되어 잠을 뒤로 한 채 동역자님들 가정에 주의 평안과 긍휼이 함께 하시기를 쉬지 않고 축복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어려움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고 기도합니다.
힘을 내시고 용기를 잃지 않으시길 기도합니다.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을 선언한지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여름이면 끝날 것 같은 코로나19는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세계 각지 유명한 제약회사와 연구원들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문가에 의하면 안정성을 기대하기까지는 3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세계 재난은 코로나19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주간 폭우가 그치질 않아 홍수 피해로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고, 중국 동남부에 위치한 샨사(三峽)댐은 붕괴 위험까지 왔다고 합니다.
서유럽과 중동에서는 50도가 넘은 폭염으로 인한 전력난과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 인간의 삶이 풍요롭고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으로 알았지만, 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인 것 같습니다.
이 어려움에 무엇도 거들 수 없는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작은 존재임을 느낍니다. 인간의 힘이 아닌 목회자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님께 의지하여 말씀으로 위로하고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동역자님들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생명살리기 사역을 한지 21년이 되었습니다.
17명의 입양한 장애인 아이들이 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교회에 갈 수가 없어, 자녀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시작한 것이 목회자의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TV와 매스컴, 언론을 통해 생명살리기 사역인 장애인생활공동체가 알려졌고 불가피한 사정과 장애로 인해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이 교회 사택 앞에 아기를 놓고 가면서 베이비박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공중화장실과 야산, 쓰레기통에 아기들이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나 때문에 아기들이 생명을 잃었다"라는 죄책감이 컸습니다.
자꾸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릴 만큼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아기들의 대변자가 되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설치했습니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일부 교수와 변호사, 정책 입안자, 공무원 등이 찾아와 "아기 유기를 조장한다."라고 했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들을 수도,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아기들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땐 속으로는 “똑똑한 분들이시니 이왕 왔으면 아기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열어 주시거나, 손길이 부족하니 아기를 같이 돌봐주시지”라는 바람이었으나, 그건 저의 개인적인 욕심이었나 봅니다.
다행히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동역자님들과 많은 국민들께서 이러한 마음을 공감해 주셨기에 당시 정부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아기들의 생명과 미혼부모들의 생명을 함께 지킬 수 있었습니다.
십수년간 한방에서 15명의 아기들을 저와 아내가 번갈아가며 돌보다 보니 잠을 청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아침에 분유를 먹이면 저녁이 되고 저녁에 분유를 먹이면 아침이 되는 때였습니다.
아내와 저는 각자 아기를 품에 안아 분유를 먹이는 채로 잠깐 눈을 마주했습니다.
말은 안 했지만 이러한 눈빛 대화였습니다.
"(웃으며) 여보 이대로 우리가 지쳐 쓰러지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데려가시겠죠? 이것도 은혜네요"
이러다가도 아기가 방끗 웃으면 우리 부부는 다시 힘이 날 만큼 충분한 보상이 되었습니다.
베이비박스는 어느새 1700여 명의 아기들과 미혼부모의 안전한 도피처와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구제하며 위로하여 복음을 전하며 축복할 수도 있었습니다.
21년간 생명살리기 사역은 세계적 재난과 같은 긴장감과 불안 속에서도 아기들을 지키고자 동역자님들께서 함께 기도해 주시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기에 베이비박스에서 그 많은 아기들과 미혼부모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믿고 있습니다.
현재 나라의 재난 가운데에도 동역자님들께서는 우리뿐 아니라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도 까지 함께 하고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는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한 국가라 하더라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국가는 자연재해를 피할 수는 없어도 인명피해는 줄일 수 있습니다.
법과 행정, 인권, 이념, 가치 위에 있는 것이 생명입니다.
국가가 생명을 먼저 보호하고자 할 때 비로소 세계적 재난도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자를 찾아 돌봐주기를 간곡히 바라고 기도합니다.
주사랑공동체교회는 21년 전에도 지금도 지속적으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 주시는 동역자분들과 함께 소외된 이웃과 작은 자를 돌보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설 차례라고 믿습니다.
힘을 보태주십시오.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고 주사랑공동체 동역자 한분 한분 사랑하고 존경하며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전국 지역에 하느님이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지역봉사자모아보세요..미혼모의 행복을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