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새벽을 알리는 닭을 대신할 동물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활동한 동물들은 오디션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어쩌면 가장 그리운 것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일지도 모른다. 주인이 주는 밥을 먹으면서 훈련에만 열심히 하면 되었는데 고향에 가서는 먹을 것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많은 시간을 통해 자연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겠지만 환경이 달라질 것이 두려운 것은 사람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많은 동물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기뻐하는 것도 사실이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마린과 코코로가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바흐의〈바이올린 소나타 4번 1악장〉곡을 연주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린과 코코로는 온 정열을 쏟아 부으며 연주했다. 이번 오디션이 끝나면 무대에 오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코코로도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가 없어지면 걱정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코코로. 나랑 같이 아프리카에 가서 연주하면 어때?”
마린은 유령 코코로와 헤어지기 싫었다. 그래서 아프리카 고향에 함께 가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생각해 볼게.”
코코로는 함께 가자는 마린이 좋았다.
연주가 끝나자 쟌이 무대에 올라왔다.
“여러분! 원숭이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 상의 동물도 결정되었습니다.”
“와!”
많은 어린이들은 투표에 참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번 투표도 많은 표차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동물이 되었어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장을 가득 채웠다.
“원숭이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 상의 동물로 쇠똥구리가 결정되었습니다.”
“와! 수달이 떨어지다니.”
“곤충이 12지신 상에 들어가다니 믿을 수 없다.”
어린이들은 이번 투표에서 수달과 쇠똥구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들판을 맘껏 뛰놀 수 있게 똥을 치워주는 쇠똥구리에게 맘이 끌렸다.
“여러분! 지금까지 새로운 12지신 상을 결정하는 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또 여러분이 결정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할까요?”
쟌은 투표에서 의외의 결정이 나오면 미래의 주인공들인 어린이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여러분! 지금부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선물하는 닭 대신 새로운 12지신 상 오디션이 시작됩니다. 동물들의 오디션을 보고 잘 선택하기 바랍니다.”
쟌이 무대를 내려가고 닭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 상 후보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가오리야!”
바다에 사는 가오리는 노란 조끼를 입고 꼬리에는 빨간 나비넥타이를 하고 들어왔다. 바다에서는 꼬리에 독침이 있어서 함부로 잡거나 건드리면 안 된다.
“바다에서 보는 것도 멋진 데 무대에서 조명을 비추니까 더 멋지다.”
가오리는 하늘에서 나는 독수리처럼 나는 몸짓을 하면서 자리로 이동했다.
다음에는 갈매기가 들어왔다. 갈매기는 노란 선글라스와 검정 조끼를 입고 발목에 파란 리본을 달고 들어왔다. 바닷가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갈매기도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는 멋지게 보였다.
“갈매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갈매기도 바다에서는 멋진 새야.”
어린이들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듯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았다.
“와! 타조다.”
“키가 정말 크다.”
아프리카에서 온 타조는 키가 컸다. 목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하고 빨간 조끼를 입고 나왔다. 검정구두와 하얀 양말을 신고 걷는 모습이 멋진 모델 같았다.
“멋지다!”
아침이 오는 새벽을 알리는 닭을 대신해서 어떤 동물이 새로운 12지신 상이 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동물들이 자리에 앉고 심사위원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그리고 자리에 모두 앉고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가오리는 왜 12지신 상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넓은 바다에서 가장 아름답게 수영하는 게 가오리입니다. 바다를 대표하는 동물도 한 마리는 12지신 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거북이가 새로운 12지신 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봉황이 말하자
“거북이는 육지에도 올라오고 바다에서도 사는 동물이라서 바다를 대표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가오리는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동물입니다.”
“그렇다면 바다에는 상어나 고래와 같은 동물도 있는데 그런 동물이 바다를 대표하지 않을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상어나 고래는 너무 많은 물고기를 잡아먹습니다. 또 상어는 사람들을 물어 죽게도 합니다. 고래는 멸종 위기에 있어서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12지신 상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가오리가 바다를 대표한다는 것은 누구의 생각인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저의 생각입니다. 바다를 헤엄치며 다니면 가오리보다 아름다운 물고기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다를 대표하는 가오리가 새로운 12지신 상이 되어야 합니다. 또 바다를 오염시키는 동물이나 사람들에게 독침을 사용해서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독침을 사용한다면 어린이들의 표를 얻기가 어려울 텐데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어린이들이 여름에 바다에 와서 놀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 독침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표가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오리는 자신감이 있었다. 독침을 사용한다고 하면 바다를 오염시키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
“갈매기는 가오리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봉황이 물었다.
“바다가 오염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갈매기도 오염물질을 먹고 많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대표한다는 말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조나단 리빙스턴 갈매기를 어린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더 높이 날고 더 멀리 보려고 노력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이야기는〈갈매기의 꿈〉이라는 소설로 출간되어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이 지금도 읽고 있습니다. 그런 것만 봐도 갈매기가 얼마나 대단한 동물인지 알겁니다.”
“갈매기의 꿈을 읽고 저도 감동받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갈매기들은 조나단 리빙스턴의 도전정신에 많은 질투와 미움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갈매기가 새로운 12지신 상이 되어야 할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이 하는 것에 비하면 갈매기들의 질투와 미움은 크지 않습니다. 평화롭게 지내도 먹고 사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갈매기들은 무모한 도전정신에 반대한 것 같습니다. 먹을 것이 걱정 없는 갈매기들의 삶에서도 위기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바다가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입니다. 조나단 리빙스턴 같은 갈매기가 많이 나와야 오염된 바다와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반드시 갈매기도 새로운 12지신 상으로 뽑혀야 합니다. 아직 리처드 바크가 쓴〈갈매기의 꿈〉을 읽거나 영화로 보지 않은 어린이들이 있다면 꼭 보기 바랍니다.”
갈매기는 자신감이 넘쳤다.
“타조는 왜 12지신 상이 되고 싶은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타조는 인간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물입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반드시 새로운 지신 상으로 뽑혀야 합니다.”
“인간에게 어떤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요?”
봉황이 물었다.
“타조의 전설을 들어보셨나요? 이곳에 있는 어린이들도 타조의 전설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겁니다. 타조는 신의 미움을 받아서 하늘을 날 수 없는 새가 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과학자들은 타조가 날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땅에서만 걷고 달리는 새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타조의 전설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타조의 전설이란 신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불을 얻게 되면서 많은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음식 문화가 발달하고 도시가 건설되고 불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일에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인간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물이구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것에 대해서 타조들도 언제부턴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인간으로부터 불을 빼앗아 신의 나라에 갖다 주고 싶은 타조도 있습니다. 그것은 불을 가진 인간들이 지나치게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으로부터 불을 다시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타조는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왔는데 인간이 가진 불을 빼앗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불만 빼앗으면 파괴된 생태계가 다시 복원될까요?”
봉황이 물었다.
“불만 없어도 파괴된 생태계는 서서히 복원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타조들이 인간으로부터 불을 빼앗는 다는 뉴스가 나오면 제일 먼저 타조들이 멸종 될 겁니다.”
“타조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간으로부터 불은 빼앗지 않을 거군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에게 무엇을 빼앗는 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불을 가치 있게 사용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닭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 상의 오디션도 끝났다.
무대에는 마린과 코코로가 올라와 연주가 시작했다. 불갑산 호랑이도 외줄타기를 준비했다.
“이번 결정도 쉽지 않겠습니다.”
봉황이 말하자
“맞습니다. 가오리가 쉽게 될 줄 알았는데 타조의 이야기를 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가오리나 갈매기보다 타조가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었다는 전설이 어린이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타조가 신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닭고기보다 거대한 타조 고기를 먹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봉황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타조가 정말 신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고 하늘을 날 수 없는 새가 되었다니 불쌍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을까요?”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닭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 상을 뽑는 오디션도 끝났다.
-열두 번째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