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자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이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하다
이 시를 처음 접한 때는 고등학교 시절이다. 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으면서 미지의 미래를 생각해 보았으리라. 삶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선택의 결과이고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만들어 간다.
시인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지난 날을 돌아보며 이 시를 썼다. 인생의 두 갈래 길 앞에서 한 길을 택했다.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 안타까워하며”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다. 시인은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시인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두 갈래 길을 만나면 반드시 힘든 쪽을 선택하라.” 하지만 선택이 일종의 모험이기에 힘든 쪽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선택을 이야기할 때, 그 유명한 “거창고등학교 직업선택 10계명”이 생각난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이 역설적 가르침은 많은 이들에게 도전을 주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급진적(?) 충고다.
어찌 보면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가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다. 한 발 앞서 가면 지도자가 되고 두 발 앞서 가면 개척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더 앞서 가면 어떻게 될까? 순교자가 된다.
비록 좁고 구부러진 길일지라도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면 계속해서 걸어가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해설/ 송광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