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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현대 연극의 요람이라고 불리던 '세림상가'(마산중부경찰서 맞은편)는 철거로 그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그 터에 새 건물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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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극장 하나 없이 마산 예술은 4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왔다. 그간 연극인을 비롯한 많은 예술인이 자연스레 대극장 공연에 천착해갔고, 관객들도 공연을 다양한 형태로 경험할 수 없게 됐다.
연극뿐 아니라 모든 무대 예술의 기반은 소극장과 연습실 등 가장 기초적인 공간에서 출발해 만들어진다. 마산 예술의 디딤돌을 마련하고, 지역 문화의 구심점을 되찾는다는 의미에서 소극장과 같은 공간은 뼈대 있는 기반이자 좀 더 명확한 대안이라는 주장을 들어봤다.
1997년 옛 세림상가서 <물고기 축제> 마지막 작품 극단, 대극장 공연 연명…지역 관객과 유대감 잃어
◇다시 더듬는 소극장의 자취 = 마산 소극장 역사가 뒤안길로 사라진 건 마산중부경찰서 맞은편에 있던 옛 '세림상가'가 철거되면서다. 마산 현대 연극의 요람이라고 불리던 '세림상가'였기에 그 의미는 남달랐다.
세림상가에 있던 극단 마산 전용소극장은 1997년 12월 28일 <물고기 축제>(작 유미리·연출 문종근)를 마지막 작품으로 문을 닫았다. 이후 2000년 11월 창단한 극단 객석과 무대(대표 문종근)가 2004년 4월 세림상가에 남아 있던 3·4층 터에서 소극장 운동을 해나갔다.
문종근 대표는 강상길 연출가와 함께 소극장 운동을 펼치면서 기존 공간을 활용했다. 문 대표는 "<택시 드리벌> <행복한 가족> 등이 무대에 올랐는데, 당시 작품이 재밌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객들도 있을 만큼 호응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소극장을 살리려는 시도는 잇따랐다. 두 차례 시도 가운데 극단 객석과 무대 전용소극장에 앞서 '공작소(공동작업소의 줄임말)'가 있었다.
2003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맞은편 성주빌딩 지하에 당시 배우·연출가로 활동했던 김민기 씨를 주역으로 소극장 '공작소'가 생겨 소극장 활성화를 엿봤다. 김민기 씨는 "일종의 작업 공간 개념이었는데, 6개월간 공연을 지속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소극장 시대 부활의 움직임에도 두 극장은 재정 압박으로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는다. 결국, '공작소'와 극단 객석과 무대 전용소극장은 생긴 지 6~7개월여 만에 각각 문을 닫게 된다. 두 시도 모두 마산 예술의 부흥까지 노렸지만, 자본의 풍파로 쓴잔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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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소극장 '공작소'가 있었던 마산 산호동 신세계백화점 맞은편 성주빌딩. 당시 건물 지하에 있던 '공작소'는 개관 후 약 6개월간 공연을 지속했다. /이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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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이 남긴 숙제 = 현재 마산에는 2개 극단(극단 마산·극단 객석과 무대)이 있다. 극단 마산은 마산대우백화점 안에 사무실이 있고, 극단 객석과 무대는 산호동 옛 가야백화점 근처에 사무실과 연습실을 갖춘 상황이다. 두 극단은 소극장을 잃은 후 자연스레 대극장 공연 또는 국제연극제에 매달리게 됐다.
극단 객석과 무대 문종근 대표는 "한 해 대극장 공연 위주로 많아야 3편 정도만 무대에 올려 지역 관객과 유대감을 잃었다"고 밝혔다.
1980년대 말 불씨 소극장, 어릿광대 소극장, 극단 마산 전용소극장 등 한창일 때와 달리 관객과 소통하는 폭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소극장이 없다 보니 공연은 단발성으로 끝난다. 다른 예술 장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중요한 건 작은 공간에서라도 소통하고 발전하며, 예술이 살아있다는 가치를 최종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극장은 관객을 일상적으로 만나는 창구이자 지역 예술인이 스스로 알리고 역량을 키우는 장소가 된다는 주장이다. 문 대표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소극장 전성시대에는 연극뿐 아니라 무용·국악 등 다양한 장르가 소극장 무대에 올라 전반적인 문화 활성화를 이뤘다"며 "소극장은 새로운 마산 문화의 패러다임을 짜는 일이며, 해답은 다양성으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작소'를 이끌었던 김민기 씨는 "소극장은 연극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마산의 다양한 예술인들이 힘을 모으고 공감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공의 소극장'이 그 타당성을 증명하면서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민기 씨는 "자체적으로 제작비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지원금에 의존한 나머지 소극장 유지가 안 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자생 단체를 위한 소극장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관객을 위한 소극장이 돼야 한다. 기존 소극장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파악·개선하는 방향으로 소극장 만들기 사업이 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 역시 "소극장은 누구 개인의 것이 아닌 마산 문화 발전을 위한 공간"이라며 "지금은 작품과 교류하는 문화가 부족해 소극장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어려운 듯하다. 꼭 소극장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