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화양 통나무집(Log Home) 16 - 계단 난간작업 후 내부구경
지난 8월11일 현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남은 일은 계단 난간과 작은 식탁 그리고 욕실 앞에 원목 상판을 설치하는 일이었죠.
바로 이사하는 상황이 아니라 일단 더위를 피하면서 9월 초로 예상했던 다른 현장이
시작될 때 스태프들을 소집해 한편에선 작업장을 정비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계단
난간을 만들어 설치할 계획이었어요.
9월 초순 결정이 예상되었던 작업은 연기되었고 더 미룰 수 없는 일이라 지난 수요일
부랴부랴 작업장에 도착했습니다.
서천통나무집의 계단 난간을 어떻게 만들까.....오래 동안 고민을 거듭하며 구상해
보았습니다만 막상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고 표면을 다듬으면서 최종 결정을 내렸지요.
“그래, 한 번 해 보자!”
아직 자신이 없던 ‘경사진 난간 만들기’에 바로 도전. 이런 결과를 얻었답니다.
남은 일은 현장에 설치할 때 미리 준비한 기둥과 이 난간이 오차 없이 연결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어요.
금요일 낮에 현장에 도착해 기둥을 세울 위치를 점검하고 준비한 각 부재의 최종손질.
차례차례 성공적으로 설치한 다음 현장에서 밤을 맞았습니다.
제가 지은 통나무집에서 자보기는 경산 구례에 이어 세 번째.
사실 집주인분들은 언제든지 내 집처럼 맘 편하게 생각하고 오라시지만 막상 열쇠를
건네고 나면 그때부턴 남의 집.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서천 집주인께서는 기꺼이
집을 내 주셨죠. 약속이 있어 가시면서, 귀한 오디오 켜고 끄는 순서까지 알려주시며
편하게 하루 밤 지내라 하셨답니다.
철이와 저는 거실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습니다.
한 계단 발판높이 20센티, 폭 25센티 경사도 약 37도. 난간 샛기둥의 각도를 맞추느라
끙끙거리고 있는데 지켜보던 집주인께서 한마디 하십니다. “뭔가 계획이 있었을 텐데
억지로 맞추려는 것은 아닐는지요.”그제야 저는 아차 싶었지요. 위아래가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렇게 당황스러울 데가... 다시 위아래를 돌려 맞추니 쉽게
고정되더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계단을 만들게 되다니.”
핸드레일이 더해지니 한결 보기 좋아 자뻑 해 봅니다.
일단 선은 한쪽에 빼 두라 해 놓고 과연 어떻게 스위치를 고정할까 오래 난감했는데...
기둥에 달린 계단참 스위치는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이 집은 따로 내부구경하는 기회가 없을지 모릅니다. 집주인께서 프라이버시를 특히
강조하셔서 집안 구석구석 보여드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요. 이번 기회에 알아서들
집구경하세요. 하여튼 새로 만든 핸드레일을 잡으며 2층으로 올라갑니다.
2층 내부발코니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모습.
우측으로 돌면 2층 전실과 미닫이문 안으로 커다란 다락방. 난방설비나 천창을 달진
않았지만 트러스 고정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워낙 뛰어나서 분위기가 그만이에요.
방에서 거실로
다시 계단을 내려와
주방에서 거실을 보는 곡선 프레임.
욕실 샤워부스 안에서 본 그림인데요...뭔가 다들 눈치 채셨죠? 남성전용소변기...
상담초기부터 주문하셨고 결과에 매우 만족하신답니다. 유럽(?)에서 시작된 남자도
좌변기에 앉아 소변보기가 아직 일부이지만 국내에서도 요구되는 분위기가 있는데
어쩌면 공간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적극 권장할 만한 설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주인께서 따로 주문하신 게 있는데 하나는 통나무 벽과 연결된 식탁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것 그리고 욕실 앞 탈의실에 원목 상판설치 두 가지였지요. 그중 원목상판은
양쪽에 기둥을 만들고 중간을 질러 낮을 선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홈을 파고 끼워
정성스럽게 만들었는데, 이는 난간을 원하는 시기에 설치해드리지 못해 섭섭해 하신
안주인께 미안한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은 현관 열쇠를 드리는 날.
장비를 정리하고 현장을 떠나기 전 거실로 들어와 잠시 밖을 바라봅니다.
얼마 후면 생가 옆에 새로 들어 선 이 집에서 오디오 볼륨을 높이고 느긋한 기분으로
저처럼 창 밖 경치를 바라볼 집주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두 분의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