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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3일, 금요일, St. Katherine's Monastery, El Malga Bedouin Camp
(오늘의 경비 US $29: 숙박료 50, 점심 10, 저녁 28, 커피 5, 2, 지하철 1, 택시 10, 버스 40, 기차 팁 10, 짐 1, 환율 US $1 = 5.5 Egyptian pound)
아침 6시에 Cairo의 Giza 기차역에 도착하고 지하철을 타고 Midan Tahrir 광장에서 내리니 수중에 딱 2 pound 남았다. 돈이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떨어져보기는 처음이다. 수단 대사관이 열려면 아직 2시간 반이나 남았다. 어디서 시간을 보내나 하고 생각하다가 수단 대사관에서 두어 블록 떨어진 Nile 강변에 있는 5성 호텔 Intercontinental Hotel로 갔다. 호텔 로비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호텔 정문에 들어가는데 짐 검사를 꼭 공항에 들어가는 것처럼 하는데 시늉만 내는 식으로 한다. 하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어쩌면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전혀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커피 한잔 사 마실 돈도 없으니 우선 호텔에 있는 ATM애서 돈을 찾았다. ATM에서 돈을 찾을 때는 항상 돈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하고 가슴을 졸인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로비에 앉아서 컴퓨터로 여행일지와 사진 정리를 하면서 두 시간을 보냈는데 아무도 와서 음료수 주문을 안 받는다. 이 호텔에선 로비에 있는 자리는 그냥 앉기만 하는 자리인 모양이다. 다른 호텔에서는 음료수 주문하라고 직원이 오는데.
이제 일어날 시간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에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과 함께 주말이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이슬람교 나라에서는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이라는 것을 또 다시 깜빡한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하필 주말 첫날을 맞추어서 대사관에 오다니, 참 어이가 없었다.
맥이 확 빠지는 기분이다. 왜 이렇게 자꾸 실수를 저지르는가. 나이 때문인가? 어떻게 하나 생각하다가 이집트에 일주일 더 묵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집트에서 수단으로 가는 방법은 Cairo에서 수단의 수도 Khartoum으로 항공편을 이용해서 가는 것과 Aswan에서 떠나는 Nile 강을 다니는 배로 가는 것이 있는데 배는 매주 월요일에 딱 한번 있다. 나는 비행기보다 배로 가고 싶다. 그리고 배에서 내려서는 육로로 Khartoum까지 가고 싶다.
이집트에서 일주일 더 있기로 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일정에도 큰 영향은 없다. 십중팔구 비자 관계로 에리트레아에는 못 갈 것 같은데 거기서 일주일을 보충할 수 있다. 이집트에 일주일을 더 있을 경우에 대비해서 생각해놓은 대로 Sinai 사막으로 가기로 했다. 우선 모세가 십계명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다는 곳이라는 Mt. Sinai 산에 있는 St. Katherine's Monastery 수도원으로 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Tourgoman 버스 터미널로 가서 11시에 떠나는 버스를 타고 7시간 걸려서 St. Katherine's Monastery 수도원 근처에 있는 Al Milg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주위에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서 오후 6시밖에 안 되었는데도 벌써 어둑어둑하다. Lonely Planet에 소개된 El Malga Bedouin Camp에 숙소를 정했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다. 근래에 새로 세운 건물인지 모든 것이 깨끗하다. 특히 침구와 타월이 일류 호텔처럼 깨끗하다. 그동안 묵은 이집트 숙소에는 낡고 깨끗해 보이지 않는 침구와 타월만 있었는데 이곳은 다르다. 간이음식점도 있어서 저녁을 시켜 먹었는데 음식 역시 최고 맛이다. 하루만 자고 떠날 생각이었는데 하루 더 자고 가야겠다. 산 경치가 그만인 것 같고 모든 것이 깨끗하고 공기까지 상쾌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Cairo, Alexandria, 그리고 Luxor에서 주위가 너무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혼잡했었는데 이곳은 딴 세상 같다.
Cairo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러시아에서 온 젊은 배낭여행객과 말을 나누었다. 러시아 Omsk에서 왔다는데 생긴 것이 러시아인 같지 않아서 물어봤더니 Tatar (혹은 Tartar) 족이란다. 우리 역사책에는 아마 “달단”족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칭기스칸의 몽골군이 러시아를 정복한 후 일부가 남아서 약 2백 5십 년 동안 러시아를 지배하면서 살았는데 그들의 후예다. Tatar 족 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들과 혼혈이 되어서 금발에 벽안인 사람들이 많다는데 이 청년은 약간 백인 모습이 나는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겼다. 이집트 사람들도 자기를 보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냐고 묻는단다. Tatar 족도 러시아 쪽에 가까운 곳에 사는 西 Tatar 족과 (러시아 도시 Kazan이 수도인 Tatarstan 지역) 시베리아 쪽에 사는 東 Tatar 족이 있는데 西 Tatar 족은 금발에 벽안이 많고 東 Tatar 족은 흑발에 흑안이 많단다. 자기의 경우는 아버지는 西 Tatar 족이고 어머니는 東 Tatar 족인데 자기는 어머니 쪽을 닮았다 한다. 아주 핸섬하게 보이는 청년이었는데 이집트에서 3개월 동안 여행을 하고 요르단으로 가는 중이란다.
버스 자리가 지정석인데 버스표에 쓰여 있는 좌석 번호를 읽을 수가 없고 버스 안에 표시된 좌석 번호도 읽을 수가 없다. 아랍 숫자로 표시되었기 때문이다. 좀 배우면 되는 것인데 어쩐지 배울 생각이 안 난다. 버스에 올라서 꼭 누구에게 버스표를 보여주면서 물어서 내 자리를 찾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작전을 바꾸어서 무조건 제일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버린다. 나중에 자리 주인이 나타나면 버스표를 보여주면서 모르고 잘 못 앉은 것처럼 행동하면 그냥 앉아 있으라고 하고 원래 내 자리에 앉는다. 오늘로 두 번째 그런 식으로 내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어서 좋다. 내가 마음에 드는 자리라는 곳은 그늘진 창가 자리다. 모르고 햇빛이 비치는 창가 자리에 앉으면 더워서 혼난다.
Sinai 사막을 지나는 동안 “Ten commandants"와 ”Lawrence of Arabia" 영화 생각이 났다. 모세가 건넜고 영국인 장교 Lawrence가 건넜던 사막이다. 그들은 생명을 내놓고 힘들게 건넜는데 이제는 차도가 시원스럽게 동서남북으로 뚫려있고 도시도 심심치 않게 있어서 쉽게 다닐 수 있다.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전쟁을 두 번이나 치른 곳이라 그런지 군대 시설이 많이 보이고 검문이 많다. 버스에 나 말고 외국 여행자들이 4명 더 탔는데 여권을 조사한다. 여권에서 무엇을 체크하는지 모르겠다.
어제 밤에는 1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오늘은 7시간 버스를 타서 좀 피곤하다. 이곳에서 이틀 밤을 자면서 피곤을 풀어야겠다. Luxor에서 너무 먼지를 많이 씌워서 빨래할 것도 많다. 수단에 배편으로 입국한다면 Khartoum에 도착할 때까지 한동안 또 고생스러운 여행이 될 텐데 이집트에 일주일 더 있으면서 좀 쉬다가 가는 것이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다.
오늘 버스에 탄 외국인들 가운데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나 말고 둘이 더 있었는데 껄렁하게 생긴 영국 친구와 젊은 동양인 여자였다. 모르는 사이 같더니 중간에 말이 오고 가더니 St. Katherine에 도착해서부터는 단짝이 되어버린다. 여자는 차림새와 영어를 하는 스타일이 한국인 같았다. 둘 다 나는 무시해 버리는 눈치다. 함께 같은 숙소에 묵게 되었는데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둘이 딱 붙어 앉아서 둘이만 떠들고 나에게는 인사조차 없다. 내가 한 두 마디 먼저 말을 걸어봤으나 대꾸가 시큰둥해서 더 이상 말을 안 붙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방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주인이 등록을 해야 하니 여권을 좀 보자고 한다. 여권을 보여주고 다시 방으로 가는데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아는 주인이 한국어로 “good night”를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서 ”잘 자요.“ 라고 가르쳐주었다. 그때서야 젊은 여자가 우리 대화를 듣고 ”아 한국분이세요.“ 한다. ”Yes, I am Korean. Good night." 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국여자에게 별로 나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닌데 좀 마음에 안 드는 여자다. 껄렁한 외국 친구와 (꽁지머리에 얼굴 모습이 담배와 마리화나에 찌들어 보인다.) 너무 빨리 단짝처럼 되는 것과 전혀 품위가 없이 너무 웃어대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 영국 친구가 말만하면 큰 소리로 웃어댄다. 활달한 성격 같은데 품위는 지키면서 활달해야지 보기 안 좋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고물 버스다
모세가 힘들게 건넜던 Sinai 사막에는 이젠 도로가 멋있게 나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라서 찍어주었다
2009년 2월 14일, 토요일, St. Katherine's Monastery, El Malga Bedouin Camp
(오늘의 경비 US $14: 숙박료 50, 저녁 25, 식품 1, 환율 US $1 = 5.5 Egyptian pound)
어제 밤에는 아주 잘 잤다. 밤 9시경에 잠이 든 것 같은데 아침에 깨어나서 시계를 보니 5시 반이었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니 7시 반이었다.
오전 9시쯤 숙소를 나와서 4km 거리인 St. Katherine's Monastery까지 걸어갔다. 관광객들은 주로 Al Milga 마을에 있는 호텔에 묵는데 관광버스들은 여기 저기 보이는데 관광객들은 하나도 안 보인다. 마을이 너무 조용하다. 관광객들은 다 어디들 갔는지 모르겠다. 걸어가는 사람은 나 혼자지만 걷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다. 오랜만에 보는 새파란 하늘에 온도는 18도 정도다. 마을 앞에 우뚝 서 있는 Mt. Sinai는 웅장하다.
St. Katherine's Monastery에 도착해보니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들은 벌써 이곳에 와있는데 내가 늦게 온 것이다. St. Katherine's Monastery는 모세가 봤다는 “Burning Bush"가 있었다는 자리에 세운 교회란다. 그리고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는 곳이다. 이곳은 전 세계 기독교 교인들이 성지로 여겨서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유태교 사람들에게도 성지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이고 이 근처에서 유태인의 12부족이 모세의 지도아래 한 동안 살았던 곳이면 유태인들에게도 성지 중에 성지일 것 같은데 좀 이상하다.
6세기에 로마 황제 Justinian이 세웠다는 St. Katherine's Monastery 수도원은 요새처럼 세워졌다. 지난 1,500년 동안 이슬람교 세계 한 가운데 위치해 있었으면서도 다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은 이슬람교가 관대한 종교라는 증거다. 그런데 근래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Taliban들이 불상을 훼손한 것은 매우 실망스런 일이다.
St. Katherine's Monastery에는 기념품을 파는 Bedouin 소년들이 수없이 많았다. Al Milga 마을에 사는 애들이 모두 온 것 같다. Bedouin 사람들은 이집트 사람들과는 다른 종족이다. 따라서 생긴 것도 많이 다른 것 같다. 많은 Bedouin 애들은 피부만 하얗다면 서구 애들과 구별하기 힘들 것 같이 생겼다. 이집트 사람들은 얼굴 생김새가 대부분 좀 미욱하게 보이는데 Bedouin 사람들은 똘똘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에 밖에 나가서 시계에 있는 나침반 기능으로 방향을 체크해보니 모두 북쪽으로 나온다. 이상한 일이다. 나침반 기능이 고장이 났나, 아니면 이곳의 특수한 지형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가. 다른 곳에 가서 다시 체크해 봐야겠다.
어제 밤 자기 전에 온도계를 보니 섭씨 15도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12도였다. 이곳은 고도가 1,600m 정도 되는 곳이라 제법 쌀쌀한 날씨다.
오늘 장갑 한쪽을 잃어버렸고 (아마 Luxor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 선글라스의 안경테 하나가 부러졌다. 장갑은 주로 햇빛이 너무 강할 때 사용하는데 우선 한쪽으로 견디어 봐야겠다. 선글라스는 새로 사야할 것 같다. 전대역시 너무 낡아서 은행카드가 빠져나갈 것 같아서 닥트 테이프로 우선 수선을 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The Shadow of the Sun"이라는 책인데 1950-1970년대를 아프리카에서 기자로 보낸 폴란드 사람이 쓴 책인데 참 재미있다. 아프리카를 이해하는데 도움도 많이 된다. 그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얘기 하나를 소개한다. 유럽의 백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많이 가져간 것 중에 하나가 상아다. 상아를 얻기 위해서 코끼리 사냥을 했는데 백인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은 왜 자연사한 코끼리를 찾아서 상아를 얻지 않는지 궁금해 했단다. 무슨 이유에선지 아프리카 흑인들은 그 이유를 오랫동안 백인들에게 숨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상상이 안 되는 기이한 이유였다.
코끼리는 강이나 호수 가 그리고 늪지 같은 곳에 와서 물을 마시는데 물 근처에 와서는 긴 코를 사용해서 물에 길어서 입에 넣어서 물을 마신다. 코끼리가 노년기에 접어들면 무거운 코를 길게 늘어뜨려서 물에 넣는 동작이 힘들어지기 시작한단다. 그래서 점점 물 안쪽으로 들어가서 물을 마시게 되는데 몸무게 때문에 발이 물밑 흙속에 빠지게 되고 힘이 없어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물에 빠져서 죽어버린단다. 따라서 자연사로 죽는 코끼리들은 대부분 물밑 땅속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사한 코끼리는 쉽게 발견이 안 되는 것이고 상아도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렇게 파란 하늘은 이집트에 와서 처음 본다
Al Milga 마을 전경
Bedouin 사람들의 마을이다
제법 큰 호텔도 있다
내가 묵었던 숙소 Bedouin Camp
근래에 지은 돌집이다
작년 요르단의 Wadi Rum에서 보았던 진짜 Bedouin 텐트도 있다
야외 식당 겸 휴게실
Bedouin 식 식당 겸 휴게실
Al Milga 마을에서 보이는 Mt. Sinai 산은 웅장하고 신비스럽게 보인다
St. Katherine's Monastery 수도원까지 4km 길을 걸어서 갔다
수도원 쪽에서 보이는 Mt. Sinai 산은 앞에서 보는 것만 못하다
수도원은 모세가 봤다는 “Burning Bush" 자리에 세워졌다 한다
수도원 전경을 보려면 앞산에 올라가야 한다
수도원에 부속되어 있는 호텔
“Burning Bush"가 있었던 곳인가?
이전 사진과 왼쪽에 있는 나무가 “Burning Bush"이었던 것이 아닐까하고 추측해 본다
Mt. Sinai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낙타를 타고)
이 친구는 어제 밤에 Mt. Sinai에 올라가서 아침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것 같은데 아주 좋은 생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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