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9일, 화요일, Santiago, La Casa Roja (오늘의 경비 US $53: 숙박료 10,000, 점심 7,000, 식료품 13,000, 지하철 600, 인터넷 1,000, 기타 300, 환율 US $1 = 600 peso) 이곳 숙소에서 중남미를 4개월 동안 여행한다는 한국에서 온 김기열 씨 부부를 만났다. 30대 부부인데 한국에서 IT 일을 하는데 직장을 바꾸는 틈새를 이용해서 여행을 하고 있단다. 한국에는 지금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고 Daum 카페에 들어가면 배낭여행 동호회 회원들이 쓰는 여행기를 읽을 수 있단다. 그러나 남미 쪽으로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모양이다. 남미 여행을 하는 동안 한국에서 온 여행객을 만난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대부분 유럽으로 가는 것 같다. 오늘은 어제 다 못한 시내 walking tour를 계속했다. 중앙광장과 시내 상점가를 둘러보고 시내에 있는 조그만 산에 올라가니 시내 경치가 환히 내려다보인다. 서울보다 녹지대가 더 많은 것 같고 공원도 더 많아 보인다. 동쪽으로는 흰 눈이 약간 덮인 Andes 산맥이 보인다. 지금 남미는 여름이다. 겨울에는 눈 덮인 Andes 산맥 경치가 훨씬 더 멋있게 보인단다. 어제는 시내까지 버스를 타고 가고 돌아 올 때는 걸어서 왔는데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왔다. 한번 타는데 300 peso이었다 (600원 정도). 한 정거장을 가건 열 정거장을 가건 가격이 똑 같다. 버스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노선은 단 셋뿐이다. 노선 거리도 서울에 비하면 매우 짧다. 인구 500만의 도시인데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중앙광장에는 칠레의 정복자 Valdivia의 동상이 있다. 칠레를 정복하고 Santiago시를 세운 Valdivia는 남미에서 제일 오랫동안 스페인에게 저항했던 Mapuche 인디언들에게 잡혀서 참혹하게 죽었다. 일설에는 인디언들 그의 팔을 잘라서 그가 보는 앞에서 구어서 먹었다고 한다. 칠레 남부에 사는 Mapuche 인디언들은 거의 300년 동안이나 스페인의 정복을 저항했다. 점심은 한국 상점들이 많이 있는 한국타운 비슷한 곳에 가서 한식을 먹었다. 한국음식은 남미음식에 비해서 비싸다. 주로 한국사람 상대라 한국식으로 가격을 부친다고 한다. 된장찌개 5,000원, 불고기 정식 10,000원 그런 식이다. 둘이서 맥주 한 병에 된장찌개를 먹고 15,000원 (한화로 환산해서) 냈다. 종업원들이 칠레 사람이라 한국음식점 분위기가 별로 나지 않았다. 주인으로 보이는 한국 사람이 우리를 흘깃흘깃 처다 보고 지나갈 뿐 인사도 없다. 나올 때는 속이 좀 씁쓸했다. 중국음식, 일본음식도 역시 비싸다. 남미에 오면 남미음식 먹는 것이 제일 싸다. 맛도 parilla 정도면 빠지지 않는다. 저녁은 한국 타운의 한국 수퍼마켓에서 사온 라면으로 했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이 좋았다. 호텔 뒷마당에는 이 호텔에서 한동안 일하다가 떠나는 여행객 두 명을 위한 파티가 한창이다. 우리는 너무 세대 차가 나는 것 같아서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 여행자 김기열 씨 부부가 내일 우리가 온 아르헨티나의 Mendoza로 간다고 해서 우리가 묵던 호텔에 관한 정보를 주고 작별인사를 했다. 여행지도 칠레의 정복자 Valdivia 동상 어느 대학 건물의 내부 2003년 12월 10일, 수요일, Santiago, La Casa Roja (오늘의 경비 US $55: 숙박료 10,000, 점심 14,000, 시내버스 1,200, 인터넷 1,000, 식료품 2,600, 관광 4,000, 기타 400, 환율 US $1 = 600 peso) Santiago는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과속으로 달리는 버스다. 아찔아찔할 때가 많다. 둘째는 낙서다. 멕시코, 중남미 대도시가 다 그런 것 같은데 Santiago도 예외가 아니어서 건물 벽, 담, 도로 표지판 등 낙서를 할 수 있는 곳은 어디나 낙서로 가득하다. 막지를 못 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Santiago의 부자동네라는 La Condes 라는 곳에 있는 쇼핑몰에 버스를 타고 갔다. 밖에는 거대한 주차장이 있고 안에 들어가니 내부 장식, 다니는 사람들, 진열된 상품, 푸드 코트, 배경 음악 등 미국 쇼핑몰을 빼 닮았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 그런지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푸드 코트의 빈 의자에 앉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웨이터가 주문을 하란다. 그냥 좀 쉬었다 가겠다고 했더니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면서 간다. 아마 의자에 앉으면 주문을 해야 하는 모양이다. 칠레는 아직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할 수 있는 모양이라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 대서 다른 테이블로 옮겼더니 다른 웨이터가 나타나서 주문을 하란다. 할 수 없이 또 일어나서 푸드 코트를 벗어나서 빈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아르헨티나에는 길가에 음식점 테이블이 많다. 좀 쉬었다 가려고 앉기만 하면 금방 웨이터가 나타나서 주문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부르기 전에는 안 나타나는데. 점심을 중앙공원 근처에 있는 일본 음식점에서 먹었는데 바가지만 썼다. 점심 값이 14,000 peso가 (28,000원) 나왔는데 맛도 없고 양도 적은 냄비우동이었다. 한식은 밑반찬이라도 있어서 좀 낳지만 일식은 맛이 없으면 정말 바가지다. 다시는 가지 말아야지 하고 나왔다. 오후에는 꽤 볼만하다는 박물관 구경을 갔는데 실망이었다. 우선 환기가 제대로 안 되어서 숨이 막힐 것 같아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내용도 멕시코, 과테말라, 페루에서 벌써 본 것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박물관은 가이드가 없으면 항상 실망이다. 책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더 낳다. 저녁은 호텔에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는데 맛있게 먹었다. 파스타는 제일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파스타와 간장, 식용유, 야채, 육류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배낭 여행객들이 제일 많이 만들어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저녁식사 후에는 호텔 근처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 가서 인터넷을 했는데 요금이 싸서 (한 시간에 350 peso, 한화로 700원) 항상 만원이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서 괴롭다. 내 옆에서 인터넷을 하는 친구는 심각한 표정으로 인터넷을 하면서 줄담배다. 더구나 앞에 앉은 여자 직원까지 줄담배다. 이 나라는 아직도 흡연이 허용되는 사회인 것 같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피우는 것 같다. Santiago를 떠날 날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Robinson Crusoe 섬을 가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가려면 항공편으로 가던지 Santiago 근처에 있는 항구도시 Valparaiso에서 배로 가던지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릴 때 누구나 읽는 Robinson Crusoe 모험 얘기의 배경인 섬인데 칠레에 있다. 문제는 항공권 가격이 비싼 것이다. 배를 타고 가면 좀 싸다고 하는데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배회사가 있는 Valparaiso에 가면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앙광장에는 그림 파는 화가들로 붐빈다 쇼핑몰 안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다 쇼핑몰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