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방가] School of Rock ( 롤링스톤스2) 8월 29일 오후 두시
‘스쿨밴드가 보여준 저력’ 그 놀라운 발견에 관하여.
공연 시작 시간인 두시가 조금 안되어 찾은 롤링스톤스는 리허설과 관객들 입장으로 분주했다. 여느 공연보다 발랄한 관객의 모습에 스쿨밴드의 공연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 하였다. 롤링스톤스의 야심작 이라 할만 한 ‘스쿨오브락’은 열개 이상의 밴드가 사전 경연을 펼친 후 그중에서 선발된 네 팀이 무대에 오르게 되어 있었다. 리허설이 조금 늦어진 관계로 20여분 늦게 본 공연이 시작되었고 여성3인조 밴드 ‘헤라’가 첫무대를 장식해 주었다. 헤라의 자작곡인 ‘소녀에게’로 시작한 공연은 저 작고 가녀린 체구에서 어떻게 저렇게 강렬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감탄을 자아냈고 이어지는 ‘헤라’의 자작곡 음악은 '탁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으며 음악에 대한 그들의 진지함과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 공연이었다. 현재 인천예고 3학년, 부광여고 3학년인 이들은 이 멤버 그대로 계속 함께 음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찾아서 듣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당찬 대답을 했다. 인천에 사는 이들은 인천 ‘락캠프’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있으며 올해 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말을 남겼다. 예고에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있는 보람양과 제영양은 현재 하고 있는 밴드음악에 더욱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하여 ‘이 바닥에서’의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견케 하였다.
두 번째로 만난 밴드는 비바체(Vivace)였다. 소위 ‘범생’처럼 생긴 이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왔을때 기자는 사뭇 긴장했다. 이 ‘착하게 생긴’ 아이들이 대체 어떤 음악을 하려고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기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심장박동이 팔딱팔딱 뛰도록 강렬한 사우드가 몸을 음악에 맡기지 않을 수 없도록 하였다. 그들의 자작곡과 카피곡을 부르는 비바체 밴드의 모습에서 상당한 실력과 더불어 노련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가히 폭발적인 강창력을 보여준 보컬과 가슴을 뻥 뚫리게 했던 그들의 자작곡들은 이들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들의 무대를 온전히 그들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아는 야들야들한 ‘보이밴드’의 그것들과는 전혀 다른것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의 양정고,숭실고,충암고 각기 다른 학교의 친구들로 구성된 비바체는 지금 멤버 구성 그대로 졸업을 하고도 계속 음악을 하려고 한다는 뜻을 또박또박 밝혔다. ‘착하게 생긴’ 비바체의 공연을 보고 난 기자는 흥분된 마음으로 이 친구들을 만나보았는데 음악과 밴드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그들의 눈빛은 ‘살아있는 그것’이었음을 꼭 기록해두고 싶다.
'항하사'의 무대가 그 뒤를 이었다.본 공연 전에 직접 만나본 그들은 항하사를 ‘인도겐지스강에 있는 수많은 모래알들처럼 무한한 꿈을 가진 소년들’이라고 밴드를 소개하며 ‘불멸’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문득 이 건장한 소년들이 꿈꾸는 것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숭문고등학교 동아리인 밴드부 ‘항하사’는 2학년을 주축으로 꾸려졌고 8기 친구들이 이번 공연을 담당하였다. DMG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다가 프린지페스티벌 롤링스톤스 공연에 대해서 알게된 ‘항하사’는 특별한 장르에 대한 편식없이 모두가 잼있게 즐기고 밴드부원들이 하고 싶어하는 음악 모두를 아울러 연습하고 공연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계속 음악을 하고자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베이스를 맡고 있는 영욱군과 드럼의 인규군은 음악을 계속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밴드활동이나 음악적 영감을 받는데 있어서 학교정규수업이 본인에게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하는 기자의 난해하고도 짖궂은 질문에 영욱 군은 ‘전혀 도움되는 것이 없어요’라고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해주었다. 사실 그대로 기사가 나가도 괜찮냐는 질문에 ‘괜찮아요’라는 해맑은 답변이 다시 돌아와서 기자는 괜히 유쾌했다. 관객들과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던 ‘항하사’의 공연은 ‘마징가제트’라는 곡을 시작으로 파워넘치는 비트와 씩씩한 소년들의 시원한 사운드를 멋지게 선보였고 롤링스톤스를 뜨겁게 달구어 주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해준 밴드는 L.E.O였다.‘사자처럼 용맹하라’라고 하는 것이 엘리오의 의미이다. 레오가 아닌 ‘엘리오’로 불러달라고 주문한 경신고등학교 밴드부 LEO를 기자가 역시 공연 직전 만나 보았다. 모두 3학년으로 결성된 엘리오는 역시 졸업 이후에도 음악을 계속할 뜻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싶기 때문에 인디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멤버 모두가 크리스챤이라고 밝힌 ‘엘리오’는 신앙에 대한 믿음이 밴드를 유지하고 함께 음악을 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들은 관객을 집중시키는데 노련했다. 두명의 매력적인 보컬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노련미를 보여주었는데 그들은 진실로 열정적이었다. 밴드 모두가 혼연일체가 된 그들의 몸짓에 기자는 물론 관객들은 공연에 몰입하였고 순하게 생긴 저들의 뽀얀 여림뒤에 어떻게 저런 파워가 숨어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였다. 그들은 ‘눈치보지 말고 당당히 즐기자’라고 외쳤고 그들의 자작곡들은 충분히 자극적이었고 신선했다.
아직은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제한되어야 하고 자제되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 누구보다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꿈꾸고 희망할 권리마저 박탈당해서는 안된다. 아직은 무대위에서 시선처리에 수줍은 이들이지만 이들의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더욱 ‘만발’할 수 있도록 우리모두 응원해 줄 일이다. 이들이 훗날, 홍대를 접수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고교 스쿨밴드에게서 기자가 유난히 풋풋한 느낌을 느꼈던 것은 20대 중반으로 치닫는 기자의 괜한 상실감 때문일까. 삼삼오오 친구의, 또래의 공연을 보러 온 고등학생들의 행렬이 기자는 마냥 부러웠다.
* 공연한 밴드들의 사진을 하나씩 모두 담아 기사에 싣고 싶지만 흔들린 사진들을 제외하고 정해진 수의 사진을 올려야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 ‘아름다운’ 스쿨밴드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고 이들의 공연을 찾아가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카페 주소로 찾아가보자.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그들의 공연소식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훔쳐볼 수 있다.
벌거벗은아이(孩裸) ːHERAː
리더,보컬 임보람/베이스 유제영/드럼 최휘원
http://cafe.daum.net/hbjh
비바체Vivace
기타 김정환/보컬 정시우/드럼 이상근/베이스 장혁
http://cafe.daum.net/noisiness
항하사
기타 곽범열/기타 김재민/보컬 김덕훔/보컬 한상원/베이스 이영욱/기타 최문석/드럼 조인규/보컬 하태욱
http://cafe.daum.net/hanghasa
LEO
보컬 강연환/보컬 양태영/기타 최홍준/기타 구윤완/베이스 주인영/드럼 박지용
http://cafe.daum.net/hardcoreleo
그러나(ssuadupot@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