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외1편
엄세원
어둠이 악장을 마저 넘기면
테이프에 묶인 집게발들이 켜켜이 포개진 채
악보처럼 유리벽 안에서 들썩인다
툭 툭 물 입자 건드리는 더듬이가
수족관 밖으로 음표 밀어낸다 한 방울 한 방울
떠오를 때마다 음(音)에 꼬리가 붙는다
물속에서 해금되지 못한 활과 현
물로 비벼지는 화음 하지만
음소거
줄 팽팽하게 밀고 당겨도 음률이 되지 못한다
자꾸 더듬어 봐도 마음뿐인 랍스터의 연주
묶인 오른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왼쪽 집게로 바닥의 활대 끝을 더듬는다
등이 휜 곡조가 떠다니는 밤
등 위로 수장된 푸른 광채가 서릴 때
등을 타고 선율이 건너가는
줄 누르고 잡아당기는 눈빛에서
한 음씩 기포를 타고 술렁거린다
검붉은 대열이 꿈틀댄다
들어 줘,
슬픔이 슬픔을 꺼내줄 때까지
점점 둥글게 말리는 울림통의 혼성음
은빛 속에서 에여오는 후렴들
마침표가 물방울에 찍힌다
엄세원
몇 십 년 후 당신은 어디에 맺혀 있을까
왜 한 방울이라고만 여겨질까
절벽에서 마침표로 떨어지는
그 순간
잎 하나에 걸쳐져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당신이라는 부호
무심이 절벽의 숨을 바라본다
세상에서 가장 가파른 숨
미래가 수많은 과거일 때
당신도 나도 한 방울 액체로 맺혀 있다
*엄세원: 202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 2014년 '강원문협 전국신인상 공모' 시부문 당선.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文淵) 학술.문학 통합 대상
(사) 한국소비자연합 문화예술부 시문회 사임당문학상. 홍성군 문화ㆍ관광 디카시 공모전 대상.
2021 춘천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 받음. 2022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 선정 *시집『숨, 들고나는 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