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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약초시장...함양 안의시장 조선 후기 2만 안의현 사람들의 장터 '약초의 고장' 명성 이어간다 옛사람들이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진리삼매경에 빠졌던 곳'이라 하여 '심진동'이라 부른추계곡을 품고 있는 함양군 안의면. 연암 박지원이 물레방아를 처음 생활에 접목한 곳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나는 산약초로 이름난 '약초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이어오는 '안의시장'(5·10일장)은 여름 힐링여행과 함께 시골장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글·사진 김현식 자유기고가 장날이면 노점상 등 50여개 전 펼쳐 남으로는 지리산, 북으로는 덕유산 사이에 자리한 함양군 안의면은 백두대간의 큰 두 산줄기가 만들어낸 금원산과 기백산, 황석산의 깊은 골이 흘러내리면서 빚어진 땅이다. 그래서 예부터 산천이 아름다운 고장이자 질 좋은 약초가 많이 난 고장이다. 이곳에 터 잡은 안의시장은 '약초시장'으로 이름 나 있었다. 지금의 안의시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옛 영화를 떠올리기 어렵지만, 장터 바로 옆에 들어선 현대식 '함양토종약초시장'과 함께 '약초의 고장'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여름 장날 이른 시간인 아침 6시쯤 찾은 안의시장. 하나 둘 매장이 열리고 장꾼들이 장터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남강천 쪽 시장 건물의 상점 차양시설 밑, 길가에 그늘막, 그리고 파라솔 아래로 판매대와 좌판이 50여 곳 들어서면서 9시쯤이면 장이 형성된다. 시장 건물 입점 상인들과 인근에서 온 70~80대 할머니들, 함양과 거창 등지에서 온 노점상들이 각자 영역별로 장터를 차지한다. 한산하지만 시골 오일장 명맥 유지 시장은 이렇게 열렸지만 왁자지껄한 장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농번기 탓인지 한산한 느낌마저 든다. 안의면과 서상면 등 인근 5개 면 지역주민들이 이용한다는 시장정보를 믿기 어려울 정도다. 안의시장을 취재한다는 말에 "여기를 요?"라고 되묻는 상인회 총무 김기종(50) 씨의 반응에서 시장의 현주소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동남아에서 온 듯한 외국인 며느리들이 시장터에서 만나 모국어로 주고받는 수다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풍속도다. 지금의 안의시장은 1948년 개설되어 67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조선 후기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지역민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중상주의 실학자 박지원이 현감이었던 곳이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박지원이 안의현감 재직 당시(1792~1797) 현의 인구가 2만 명에 달했으니 '안의장'의 번성을 짐작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토산물과 한약재 등이 거래되는 지역의 대표 오일장이었다. 김 총무는 "지금 시장규모는 그때보다 50분의 1 정도로 줄었다"고 말한다. 산양삼·천마·황기 등 100여종 취급 약초장의 명성은 안의시장 내에 '함양토종약초시장'의 개설로 이어졌다. 2006년 10월에 개설된 함양토종약초시장은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현대식 상설시장이다. 1층에 18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2층에는 약초전시관과 향토음식점이 방문객을 맞는다. 월요일에 쉬지만, 장날과 겹치면 영업한다. 전국 6번째 약초시장이자 철저한 약초 감별을 통해 토종만 취급하는 유일한 토종약초시장이다. 시장 건물에 들어서면 산삼과 산양삼을 비롯해 천마, 황기, 강활, 숙지황, 복령, 백출, 여주, 헛개나무 등 100여 가지 약초에서 풍기는 향긋한 내음이 가득하다. 국내에 유통되는 140여 종의 약초 중 70% 정도를 취급한다. 특히 지리산과 덕유산 주변 해발 1000m가 넘는 산자락에서 나는 산약재와 토종약초들이 대부분이다. 함양은 다른 지역보다 토양의 게르마늄 함유량이 3~6배에 달해 약초의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가게 주인 대부분은 수십 년간 약초를 다뤄왔거나 대를 이어온 약초 전문가들이다. 고산준봉을 다니며 직접 약초를 캐는 심마니 출신도 있다. 신뢰위해 원산지·규격·중량·가격 표시 함양토종약초시장에서 판매되는 약초는 원산지가 공개돼 있고, 규격에 따라 중량과 가격 등이 표시돼 있어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다. 개설 10년째를 맞으면서 초기보다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개설 초기 함양군의 관광투어 지원 등으로 매출이 일정 수준에 달했으나 지원이 중단되고 시장 여건이 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건강보조식품 복용의 일반화, 값싼 중국산 약초의 유통, 약초 업무의 보건복지부 이관 등으로 국산 약초시장이 위축되면서 함양토종약초시장도 힘겨운 모습이다. 41년 동안 약초를 판매해 왔다는 토종약초상인회 오충효(66) 회장은 "충분히 믿을 만한 과정을 거쳐 약초를 취급하고, 가격표시제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신뢰도가 높은 게 장점"이라며 "여러 도시의 행사장에 약초를 선보이고 있지만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가 만만찮다"고 말한다. 오 회장은 "가까운 장소에 약초가공공장과 판매점, 산삼공판장 등이 들어서야 시너지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인다. 약초시험장·과학관도 들를만한 곳 토종약초시장과 함께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약초시험사업장(안의면 월림리)과 함양약초과학관(안의면 하원리)은 약초의 고장 안의면을 대표하는 '약초 삼총사'다. 약초시장에서 1km 남짓 떨어진 약초시험사업장은 약초 품종 개발, 재배방법 개선 등의 사업을 벌인다. 감국과 산초, 삽주, 천마, 참죽나무, 둥굴레 등을 시험연구하고 있다. 1992년 개설 이래 특허등록이나 신품종개발, 기술이전 건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함양약초과학관은 약초시장에서 연암물레방아공원과 용추계곡 가는 길로 4km 정도 가면 닿는다. 2010년 개관한 약초과학관은 1층에 '신비의 함양산삼', 2층에는 '함양약초 이야기'와 '함양약초 체험하기'라는 주제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무료로 관람하며 함양 산삼과 약초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과학관 주변은 약초류 50여 종, 약용나무 20여 종이 심어져 있는 약초밭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도 실제 돌아가는 큰 물레방아를 설치해 물레방아의 고장을 알려주고 있다. 용추계곡·연암 발자취 따라 힐링 여행 약초와 산삼, 연암 박지원, 용추폭포와 계곡. 함양 안의면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이를 연결하면 체험과 휴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여행코스가 된다. 올해 12회째를 맞는 함양 산삼축제가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닷새간 천년의 숲으로 유명한 함양읍 상림공원에서 열린다. 약초과학관 바로 옆의 '함양예술마을'과 '무진참미술관'에서는 천연염색, 유리공예, 목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길을 따라 2km 정도 올라가면 기백산 군립공원 안에 있는 연암물레방아공원에서 연암의 자취를 느낀다. 꺽지소와 용소 등이 줄을 잇는 용추계곡은 시린 물살에 발을 담그고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공원에서 3km 정도 더 계곡을 따라가면 용추폭포와 용추사가 반긴다. 용추폭포는 전국의 용추라 이름을 가진 폭포 중 가장 깊고 물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용추자연휴양림 등 용추계곡로를 따라 이어지는 약초 관련 시설과 연암의 발자취, 그리고 뛰어난 자연 경관은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하는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독립기념관이 확인한 3·1운동 만세시위지 역사 속의 안의장터 각 지역 중심 장터가 그랬듯이 안의장도 함양장과 함께 이 지역의 3·1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곳이다. '1919년 3월 31일 함양군 안의면 안의장터. 오후 1시께 독립만세시위를 전개하려던 정순완 등 5명이 일제 경찰에 현장에서 체포되어 거사가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안의면 금천리의 최석룡이 태극기를 만들어 군중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오후 2시 만세시위가 시작되었다. 군중들은 오후 7시께까지 장터를 누비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서 연행자 석방을 요구했다. 이에 당황한 일제 군경이 거창수비대에 지원군을 요청하여 겨우 군중들을 해산시켰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그 역사의 현장이 바로 안의시장과 토종약초시장이 자리한 이전리와 금천리(약초시장길)다. 이곳은 독립기념관이 확인한 국내 독립운동 사적지의 하나인 3·1운동 만세시위지이지만 이를 기념하는 표지석 하나 없고, 주민들조차 별 관심이 없어 아쉬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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