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와 염주
반인자
햇볕이 온종일 비추는 산골 양지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그런데 얼굴은 귀엽고 예뻤지만 키는 유난히 작았지요.
학년이 올라가고 나이를 먹어가도 왠지 어린 소녀처럼 작았습니다.
키는 물론 손과 발,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눈도, 코도 게다가 마음까지 작아 친구들과 다투기도 자주 했어요. 꼬맹이, 꼬맹이 라고 놀리니 화가 나지 않겠어요. 학교의 뒤 6백 살이나 된 초조나무 구석진 곳에 가서 훌쩍훌쩍 울기도 했지요.
왜, 요렇게 작게 낳았느냐고, 엄마한테 마구 심통도 부리고 투정도 했습니다. 짜증을 부리고 나면 엄마한테 왠지 미안하기도 했지요. 소녀의 마음도 한쪽 구석이 찌릿찌릿 아프기도 하면서…….
어릴 적부터 옷을 살 때입니다. 가게 주인이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밥 대신 죽만 먹었니? 남들 클 때 뭐했어?”
이 말을 들으면 가게 주인이 때려주고 싶도록 미웠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았어요. 몸이 작으니 힘도 세지는 못했습니다.
힘도 세고 키도 커지고 싶어, 밥도 많이 먹고 다른 간식도 먹으면 꼭 배탈이 나곤 했어요. 그러니 조금씩 꼭꼭 씹어 먹어야 했습니다.
소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노력하기에 따라 커질 수 있는 게 없을까? 밤에 자려고 자리에 들면 뒤척뒤척 고민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수녀가 되었습니다. 마음의 평수만은 조금씩 이나마 하루하루 커지길 간절히 바라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건너 마을에도 작은 소녀가 있었어요. 어릴 때 한 학년 이었지요. 교실에서도 키가 작으니 맨 앞에 짝이 되곤 했어요. 자연스레 사이좋게 단짝 친구가 되어갔습니다.
간혹 뒷동산에 올라가 동요도 실컷 불렀어요. 작은 마음을 나누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도 하면서 자랐지요. 곱고 예쁜 색동추억을 차곡차곡 가슴에 저장해 놓기도 했습니다.
그 소녀도 작았기에 고민 고민하다 스님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더러 만나곤 했지요. 서로 어릴 적 고향의 옛 동산을 그리며 마음을 속닥거렸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스님은 수녀님의 손을 잡고 불교 용품을 파는 가게에 들어갔어요. 수녀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선물했어요. 작은 발이 더 예뻐 보였지요. 스님과 수녀님도 만족한 듯 씽긋 웃었습니다.
“고마워.”
그랬더니 수녀님이 염주 알을 고릅니다. 염주 알이 108개입니다. 수녀님 묵주 알도 108개 여서 수녀님은 묵주를 선물 했어요. 그러자 스님은 수녀님에게 염주를 또 선물 했습니다.
스님은 묵주로, 수녀님은 염주를 손에 들었습니다.
둘이서는 서로 빙그레 웃음을 띠며 고개를 끄떡 끄떡입니다.
하느님과 부처님도 껄껄 웃으며 기뻐하십니다.
오늘도 마음이 커지기를 열심히 기도 마중을 나갑니다. 따라서 손 마중, 발 마중도 함께 따라 갑니다.
키가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마음의 크기나 무게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요.
수녀님과 스님은 어릴 때 보다, 더 친절한 사이가 되어갑니다.
간혹 만나 차도 마시며 껄끄러운 속내도 털어놓습니다. 서로 위로하며 다정한 사이로 과일의 단맛처럼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러자니 수녀님과 스님의 애정은 더 돈독해 집니다.
어릴 적 우정이 먼 훗날 어른이 되어서 까지 계속 이어갑니다. 고민도 행복도 서로 함께 다독다독 나누며…….
어릴 적 두 소녀는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마음이 커지길 바라는 귀한 보석으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 반짝임은 주위의 많은 사람들 가슴에도 꼭꼭 심어갑니다.
염주알과 묵주알로 날마다 새봄처럼 마음을 새록새록 키워갑니다.
반인자 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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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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