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았나. 오늘은 구산면 옥계 해변으로 문협 아름다운 길 걷기 가는 날. 다행히 하늘은 맑다. 그래. 김시탁 회장님을 비롯하여 집행부 일원 모두 큰 죄 지은 것은 없나 보다. 아니, 우리 문협 회원님들 모두 그러한가 보다. 맑은 봄 햇살 어여삐 비추시는 것도 모자라 며칠 꽃샘도 물리쳐주신 것으로 봐서 분명 하느님 보우 하사가 아닐 수 없다.
일찌감치 어시장으로 조개 사러 가신 회장님과 정희숙 차장님. 안녕마을에 도착하셔서 일일이 반겨주신다. 간단한 일정을 마친 회장님, 도착지점으로 짐들을 싣고 먼저 떠나시는 갸륵한 마음 따위 안중에 없다는 듯 만발한 진달래에 반하고 햇빛에 부서지는 은빛 바닷물결에 반하며 잘 닦여진 한적한 길을 따라 걷는데 이광수 선생님, 윤재필 선생님, 뒤에 따르는 아리따운 군사(?)들은 아예 잊으셨는지 저만치 앞서 멀어져 간다.
오붓하고 정겨운 길이다. 오랜만에 문협에 오셨다는 강윤수 고문님의 산들바람 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아직은 망울진 채 서 있는 길 가 벚나무 아래를 걷고 걸어 옥계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닿았다. 우리를 마중하신 회장님, 오호. 봄 처녀가 따로 없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를 한 뼘 정도 남겨두고 두견주 어쩌고 하면서 진달래 꽃잎을 따러 가자며 이희경 선생님과 함께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옷 색깔로 봐서는 영락없는 개나리꽃 같으신 이 림 선생님과 강현순 선생님을 비롯한 몇몇 선생님들이 물가로 나가는 아이 말리 듯 다급히 부르신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진달래꽃에 무차별 처형을 시작하고 말았으니 어쩔꼬. 이생에서의 죄목이 하나 는 건 아닌지.
그렇게 잠시 죄(?)지은 손을 털고 저만큼 일행들을 향해 다가가자 오늘의 이벤트인 조개구이 준비가 한창이다. 번개탄에 불을 붙이는 회장님, 이광수 선생님, 임재도 선생님, 송구스럽게도 손수 먹거리를 담아내시던 윤재필 부회장님, 모두가 경건하시다.
번개탄 위에서 뜨겁다고 아우성치는 가리비를 보며 입맛을 다시다가 결국 침을 질질 흘리다가. 감탄하다가. 젓가락이 춤을 추는가 싶다가. 맨몸으로 석쇠에 누워 있음이 부끄러워서인지 몸통 빨개진 새우를 껍질째 와구와구 해치우다가.
그것들 모두 마다하시며 꿋꿋이 자연에 심취해 계시던 강윤수 고문님, 결국 자리를 옮겨 그 북새통 속에 함께 하신다. 그래. 기막힌 그 현장에 안 오고는 못 배기셨으리라.
금강산이 코 앞에 있다 해도 그 순간엔 누구도 눈길 하나 돌리지 않았을 시간. 거기다가 회장님, 차 안에 두고온 묘약(?)을 가지러 갈 사람을 구했지만 아뿔싸.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결국 회장님 넋이 나가 있는 동안 가리비도 새우도 드디어 바닥이 났다.
성에 찰 리 없는 우리. 급기야 회장님 점심 식당을 예약하신다. 그제야 누군가의 안도의 숨소리가 들린다. 염려마시라. 그 소리는 이 사람 혼자만 들었으니.
깜짝 놀라게 하는 데엔 일가견 있는 윤재필 부회장님. 오늘도 뭔가 있는 듯하다. 그러면 그렇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꺼내 드시는 종이와 봉투. 모두의 눈길이 봉투에 확 쏠렸음을 인식한 부회장님, 넌센스 퀴즈를 시작한다는 말씀과 함께 정답을 맞춘 사람에게는 문화상품권(5천원 권)을 주시겠단다.
당연히 일행들은 귀가 쫑긋, 더러는 침도 꼴깍 했을 것이다. 이런. 젊은 기수 도희주, 이희경 선생님을 제치고 이 림, 이동이 선생님의 분발은 작정을 하고 오심에 분명하다.(오해 마시길) 여기저기에서 저요! 저요!를 연발하며 불꽃을 틔우던 일도 상품권 20장이 마저 수여되면서 끝이 났다. 자리를 정돈하고 오염된 자연에 대해 안타까워 하며 멋지게 인증샷도 남긴 일행은 식당에 도착했다. 차려진 밥상에 다시 입맛이 돈다.
짭짤한 용돈이시라는데 망설임 없이 찬조해주신 강윤수 고문님, 차량도 상품권도 기쁘게 마련해주신 윤재필 부회장님, 오늘을 위해 손수 답사까지 훌륭히 마치시고 가리비 잔치를 벌려주신 김시탁 회장님, 다른 일정을 제쳐두고 참여하시어 잠시 가졌던 야자 타임에서 기지를 발휘해주신 전 회장 이 림 선생님, 후덕한 어머니 같으신 강현순 선생님, 조용한 가운데 야무지게 할 일 하시며 기꺼이 차량 제공을 해주신 김명희 부회장님과 마산에서 창원시청까지 회원들을 태우러 와주신 고마운 이주언 선생님, 잡아온 고동 모조리 번개탄에 투하하도록 허락해주신 이둘점 선생님, 다음 자리가 벌써 기대된다는 천융희 선생님, 작은 사이즈의 캔맥주에 그렇게 좋아하시던 한후남 선생님, 청바지에 언제나 쿨하신 이광수 선생님, 아름다운 길 걷기에 맨먼저 손 번쩍 들어주신 이동이 선생님, 출발은 늦었지만 늦지 않게 도착하신 임재도 선생님, 간식 준비는 물론 토마토와 파프리카 장만에 애쓰신 도희주 차장님, 이른 시각 젖은 머리로 회장님께 잡혀가신(^^) 정희숙 차장님, 발랄 재치 가득한 이희경 선생님 모두 즐거우셨는지요?
첫댓글 책임감과 봉사 정신으로 똘똘똘 뭉친 집행부 선생님들, 그건 분명 사랑이지요^^. 덕분에 맘껏 기쁜 시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다음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시길 빌겠습니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보고싶고 - 그 자리에 있진 않았지만 함께한듯 합니다 곧 뵙지요 아니 하루 함안으로 오세요 모두ㅡ
반갑습니다. ^^ 이렇게 이름 석 자로 만나는 것 말고는 직접 뵙기가 참 어렵네요. ^^* 건강은 어떠신지.....
봄날, 그저 무탈하게 그리고 향기롭게 그리 지내시다가 시절 인연이 닿는 날 그때 뵈어요. ㅎ
맛나고 신선한 첫 경험의 조개구이와 새우구이를 능가하는 게 있었지요. 사무국장님의 배려심과 그윽한 눈빛이 햇살에 반짝이는 바닷물결보다 더 눈부셨답니다. 발그레한 얼굴 수줍은 듯 하지만 섬세하게 면면을 다 치뤄내는 능력자. 가히 문협의 인재를 발탁한 김회장님의 혜안이 돋보였습니다. 종았습니다. 즐거웠구요. 신났습니다. 행복했구요.
그래서 다음 아름다운 길걷기에도 분명 동참할 것입니다. 수고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맨먼저 손 번쩍 들어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 즐거우셨다니 다행이고 김시탁 회장님이 수고가 많으셨지요.
다음 행사 때에 또 뵙겠습니다.
동작 빠른 국장님의 마무리에 다시 한번 감사
ㅎㅎ 문협 흑기사이신 부회장님께 큰절 올리고 싶습니다.^^*
국장님의 부지런하심은 아무도 못말려. 신발 벗고 따라 갈래도 안 돼.산엔 언제 다녀오고 글은 언제 쓰셨는지. 그 새...행사 때마다 회원들 가려운곳 긁어주고, 챙겨주는 섬세한 마음 씀씀이와 부지런함. 정말 존경스러워요^^
^^* 선생님 무슨 그런 말씀을... 곧 또 시간 뺏을 것 같아 미안해요~~^^
마른 체구에 행동은 조용조용 빠르고, 항상 웃으머 넉넉한 모습이 아름답습니다~♥신사임당이랑 같은고장이라 그러나 ㅎㅎ식사하다 12번도 더 일어나 야채가져오고 기타등등 수고많으셨어요, 내가 할려했는데 젤 안쪽에 앉는바람에못나와셔ㅎ (변명) 사실은몸이 무거워셔 빨리 못일어남 ㅎ
ㅎㅎ 두견주 맛있게 익히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는 가나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달래 봅니다.^^ 국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엔 꼭 같이 하게 되기를...... 곧 점심 시간이네요. 맛있게 드세요~~`
안팎에서 지극 정성 보살피시고, 후기까지 생생하게 써 주신 덕분에 서운함이 조금 가십니다. 함께 갔다면 진짜 신났을텐 데.... ㅉㅉㅉ
못 오신 마음 얼마나 애가 탔겠어요. 함께 다녀오신 분들 아직 앉으나 누워나 가리비와 오도리<새우>가 아련거릴테고. 밭둑에 앉아 잠시 유년시절의 그때처럼 쑥을 캐며 무아지경에 푹 빠졌을 소녀들. 진달래 꽃잎 따러 바람결에 머리카락 풀풀거리며 산자락에서 나풀거린 소녀. 양주맛보다는 회장님의 듬직한 마음에 매료되어 얼큰하게 취하고 싶어도 안전운행을 위해 허벅지를 꼬집었을 운전 천사님들.^^ 야자타임에서 나이도 제일 어렸던 제가 "시탁아, 뭐하노 한 잔 하자" ㅎㅎ 시건방을 떨어 웃음을 유발한 건 본의가 아님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여류들을 위해 번개탄 앞에 사꺼이 쪼그리고 앉아 수행을 감내해 주신 흑기사님들.....
어느 것 하나 아련하지 않을까요. 다음엔 관광버스 만원으로 이번 프로그램 그대로 복사하고 싶어요. ㅎㅎ 참고로 가리비는 R자가 들어가는 달에 더욱 맛있다고 합니다.
9 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해당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