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스며든 이 오래된 고택은 여행자를 위해 방을 하나 내주었다. 지리산 자락 아래 마산면 상사마을에 자리 잡은 쌍산재는 300년, 6대째 내려오는 고택으로 2만여 평이나 되는 너른 뜰을 가졌다. 안채와 사랑채 뒤쪽 소국 곱게 핀 돌계단을 올라 대나무 숲과 동백 숲을 지나면 갑자기 시야가 툭 트이면서 별채와 서당채, 경암당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일부러 천천히 아침의 산책을 즐겼는데 마침 밤나무,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것들 때문에 마음이 더없이 흐뭇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시작해 충청북도와 전라북도, 경상남도의 남해까지 이어지는 451km의 19번 국도 중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구례~하동 구간의 45km에 달하는 이 길은 유홍준 교수가 꼽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이제 곧 온통 붉은 단풍 옷으로 갈아입을 지리산 계곡 중 으뜸이라는 뱀사골과 천년고찰 실상사, 그리고 춘향의 도시 남원을 지나 구례에 발을 들여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