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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11구간)
추풍령~큰재(09.7.25)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어가는 포도밭을 지나고
나지막한 마룻금 습한 참나무 숲 영지버섯의 현신에 신나고
얼마나 크기에 큰재일까 기대했더니 에나 2차선 도로....
○ 일 시 : 2009.7.25. 토요일. 05시 시청 출발
○ 구 간 : 추풍령~436봉~사기점 고개~작점 고개~무좌골산~무명봉~용문산~국수봉~큰재
여름휴가에 맞춰 7월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대간 연속종주길 계획이 수립되었다. 화서면 소재지 문화장여인숙을 4일간 숙소로 정했다. 우리가 5일간 걸어야 할 구간의 중간지점이기도 하고 주변여건이 잘 맞게 떨어지는 곳이다. 처음 시행하려 했던 날머리 고갯길 야영계획은 이렇게 베이스캠프 형으로 바꿨다. 우려하던 잠자리 걱정이 사라져 안도하며 집 떠나면 고생길이라지만 이왕 우린 복 만나 고생길로 들었는지라 꼼꼼히 짐을 챙긴다.
백두대간행 열 한번째 배낭을 멘다. 추풍령에서 큰재까지 걷고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은 다음 이튿날에도 출퇴근식(?)으로 모두 닷새간의 일정으로 버리미기재까지 종주할 계획으로 나선다. 오후 늦은 시간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전해지고 이미 우중산행을 각오하였지만 혹시나 이번에도 하산 길 끝에 비가 내리기를 기대 또한 해 본다.
차량 2대로 화명팀과 시내팀 분산 탑승하고 청도휴게소에서 1차 만남을 가지기로한다. 조금 싸늘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조용한 신대구-부산간 고속도로 대동톨게이트를 휑하니 빠져 나간다. 화명팀 출발 확인 전화에 들려오는 낭보 차량 주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나, 하지만 마음의 조급증은 일어나지 않고 당연히 늦어도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뿐. 청도휴게소 40분 연착 화명팀 도착이 된다.
추풍령 휴게소에서 등산준비를 완전하게 갖추고 추풍령IC를 빠져나와 추풍령 당마루 노래비에 도착 대원들을 내려주고 차량 두 대는 나란히 같이 오늘 날머리인 큰재 인성분교로 향한다. 이른 아침시간 폐교인 인성분교 운동장에는 마을행사가 있는지 천막이 여러개 쳐져있고 아주머니 한분이 나와 있다. 혹 외지인들에게 제지조항이 있는가 싶어 차를 주차할 수 있느냐고 말을 건네 본다. 괜찮다는 아주머니 말에 연이어 나오는 이야기는 운동장에서 개를 잡는다며 말꼬리가 흐리게 새어 나온다. 잘하면 한점 얻어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같이 움직인 남성 두 분의 눈빛이 서로 교환이 된다.
운동장 한켠에 스타렉스를 주차해두고 리오로 바꿔 타고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물안개 자욱하니 고개마다 걸쳐있는 국도변을 따라 포도송이 알차게 영글어 가는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 가운데 풀잎은 아침이슬 머금어 고개 숙이고 푸른빛 가득한 들판을 지나니 마음마저 자연의 모든 것을 다 채우나 싶다.
기아차 리오를 추풍령노래비 옆 공간에 세워두고 포장도로를 건너 마을길로 접어든다. 포도재배 농법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어릴 적 기억의 포도과수원은 작열하는 태양아래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어가는 포도를 마음껏 볼 수 있는데, 현대적인 농법의 포도과수원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길러 포도송이도 상품화를 하기위해서인지 익기도 전에 종이로 싸서 구역마다 그물로 쳐 바람이 잘 통하게 하는 반면 지나치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게 꽁꽁 숨겨두었다.
대간 표지기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금산으로 오르는 길 나무계단에는 찔레꽃 가시가 먼저 검문을 한다. 숲길로 들어서니 아카시나무가 여기저기 서 있고 적당한 경사의 오름길 주변에는 참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오름길 초입은 채석을 위해 반대편 절반이 도륙당한 산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흙길이더니 정상주변에 다가서자 돌덩이가 눈에 띄면서 비교적 넓은 바위 슬랩도 간간이 보인다. 금산 정상으로는 절개지로 접근금지 표지판을 매달고 있는 밧줄과 그물이 정상 쪽에 둘러쳐져 있다. 잘 나 있는 산 아래쪽 새로 만든 길로 접어들어 트인 곳에서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절벽이다. 호기심에 약간 올라와 보았지만 와서는 안 될 곳이다. 그물에 발부리라도 걸리면 말 그대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겠다.
그물사이로 샛노랗게 꽃을 피운 원추리와 눈을 맞추고 용문산 방향을 더듬는다. 금산의 한쪽은 자갈채취로 잘려나가고 또 한쪽은 산불로 화상을 입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키 낮은 참나무 등이 빼곡한 잡목지대를 지난다. 아침에 내린 비로 나뭇잎이 젖어있다 대장님 영지버섯을 발견한다. 오늘 잘하면 수확이 있을 것 같다는 한 말씀에 모두 고개가 자동 오른쪽으로 주시한다. 습기와 주변여건으로 보아 버섯들이 잘 자라는 곳인 것 같다 영지의 수확이 제법 있으려나. 일거양득. 목적을 망각하고 부수적인 사업에 눈동자가 빛을 발한다.
낮은 언덕을 하나 넘자 묘 1기가 보이고 또 하나언덕을 넘으면 솔숲 길에서 묘 2기를 또 만난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섞여있는 부드러운 흙길을 걷다 보면 소나무 옆에 영지버섯이 눈에 들어오자 우린 ‘심봤다’를 외친다. 앞선 주자들만 영지버섯을 채취한다는 후미의 말이 쏟아져 나온다. 비가 온 뒤라서인지 발자국 닿는 곳 마다 각양각색의 버섯천지다.
502봉 오르는 제법 긴 오름길이 시작되고 오름길이 끝나는 곳에서 묘1기를 또 만난다. 습도가 높은 탓에 땀이 비 오듯 한다. 평탄한 길을 조금 걷자 502봉 정상이다. 선답자 들의 산행기에는 이곳에서 추풍령저수지가 보인다고 하였는데 울창한 나뭇잎에 가려 조망이 전혀 없다. 묘를 넘어가자 둥굴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얕은 봉이 나오고 능선길이 이어지더니 갑자기 길이 좌측으로 크게 휘어지며 내리막이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고 이곳에서 길은 우측 중간 크기의 소나무가 울창한 솔숲길이다. 능선마루에서 갑자기 우측으로 길이 휘어지기 때문에 직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436봉을 지나 약간 경사진 오름길을 걸으면 무명봉 진행하는 방향의 좌측 나뭇잎 사이로 난함산이 보인다.
우마차가 다녔을 법한 약간 넓은 길은 고개를 넘어 왼쪽 형제목장으로 돌아나간다. 대간은 이 형제목장 가는 우마차길과 헤어져 오른쪽(난함산쪽) 능선으로 오르는데 이 갈림길 사거리에 널찍한 공터가 조성되어 있다. 쉬어가기 안성맞춤인 이 공터의 아름드리 소나무에 김천백두대간종주산행팀이 사기점고개라는 안내 글을 써서 붙여놓았다
길 좋다고 아무 생각 없이 걷는데 10분간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솔잎과 그늘을 내려주는 소나무 아래 배낭을 내리고 물부터 벌컥거린다. 비가 오려나 후덥지근하다. 습도 높은 날씨에는 물 소비가 많으므로 아껴 마셔야 한다. 문득 산을 내려가면 콜라 한 병 사서 꿀꺽꿀꺽 소리 내며 한꺼번에 들이키고 싶다.
사기점고개사거리에서 난함산을 오른쪽에 두고 능선 길을 걸어 이름없는 봉우리 하나를 넘는다. 우마차길이 열리기 전 원조 사기점고개인 듯 소로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 된비알을 오르자 숲속에서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우리에게 시원한 바람 한줄기 다가온다. 곧바로 난함산 오르는 포장도로가 보인다.
대간은 난함산쪽이 아닌 도로 건너 좌측 아래쪽에 있는 전신주 뒤편에서 숲길로 나있다. 숲길에 들지 않고 이 난함산 가는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작점고개까지 갈 수 있다 허나 우린 산길로 들어가 거친 된비알을 오른다. 옷이 땀에 흥건히 젖는다.
내리막에 이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아래 마을 목장의 형형색색 지붕들을 보게 되고 다시 포장도로와 만난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모퉁이 하나를 크게 돌자 오른쪽으로 전망이 훤히 트이면서 신애정신병원(도립김천노인전문병원) 건물과 작점고개 그리고 그 뒤쪽으로 무좌골산-용문산-국수봉을 잇는 능선이 비로소 한꺼번에 조망된다.
우측 축사에서 올라오는 역한 냄새를 맡으며 진행하다 도로가 좌측으로 크게 휘어 도는 모퉁이 나뭇가지에 많은 대간표지기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이자 우린 대간 표지기를 따라 포장도로를 버리고 숲길에 들어서 이리저리 잡목들을 헤치고 걸어 포장도로로 나왔다. 도로변에는 훌쩍 자란 지칭개가 보랏빛 머리를 바람에 내맡겨 흔들리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 따라 계곡으로 잠시 내려 흘린 땀을 씻는다.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걷다보면 좌측에서 올라오는 또 다른 포장도로와 합류하고 그 지점에 개활지가 펼쳐져 있는데 개활지 한가운데는 고분을 연상시키는 납골당시설물과 비석이 서있는 묘지가 있다 오른쪽으로는 신애병원이 가까이 보인다.
포장도로를 따라 쭉 내려가다가 2차선 지방도를 만나 좌회전하면 작점고개지만 우린 우마차길로 내려서 걸어간다. 다시 우측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며 무덤 2기를 지나고 다시 6기 가량 모여 있는 묘 터 뒤로 난 숲길에 들어 걸어가니 갑자기 앞쪽이 훤히 열리면서 작점고개 정자와 도경계 표석이 나왔다. 작점고개는 서쪽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작점리와 동쪽 경북 김천시 어모면 능치리를 잇는 2차선 포장도로이다. 작점고개 정상(해발 340m)에는 도의 경계를 알리는 표석에 천마가 구름 위를 내달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꿈속인 듯 자유롭다.
작점고개라는 지명을 표기한 표지석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다. 정자의 현판에 능치쉼터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고장 사람들은 이 고개를 능치라 부르는 모양이다. 팔각정 정자에 앉아 배낭을 내리고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등산화를 벗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출출해진 배에 먹을거리를 부어 넣는다. 주변을 둘러 본다. 신애정신병원 건물이 보이고 간간이 차량들이 오고간다. 13:00 정각 밥 먹었으니 이제 다시 밥값(?) 할 차례이다. 출발!!
오름길은 묘1기를 지나 완만하게 경사를 이루며 북쪽으로 진행하여 능선마루 정상에서 왼쪽으로 휘더니 소나무숲길을 통과하여 다시 오름길이 이어진다. 땀이 흥건해질 무렵 무좌골산(해발 478m) 삼각점을 마주한다. 무좌골산을 넘어 나뭇가지 위로 용문산의 머리 부분을 보면서 솔잎 쌓인 평탄한 내림길을 걸어 내리니 갈현사거리이다. 추풍령면 죽전리에서 김천 농치리의 능점마을로 넘던 길인데 갈현이라는 표지는 어디에도 없으며 통행이 없는 듯 소로길에는 낙엽만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다시 오름길로 바뀌고 능선마루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검은 위장막을 덮어쓰고 대간길 한복판을 막고 있는 수상한 가건물을 만난다. 용문산 동쪽 자락에 기도원이 몇 곳 있는데 기도원에서 이곳을 기도터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출입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채워져 있다. 오름과 풀림이 반복되는 평탄한 숲길이 이어지고 비온뒤 습기있는 날씨라 이곳저곳에서 막 피어오르는 이름모를 버섯들의 행차는 계속된다. 썩은 참나무가지에 뭉게구름이 몰려오듯 붙어있는 운지버섯, 금잔디 초록 바다에 허우적거리며 올라오는 해파리처럼 물컹한 버섯, 갈잎 사이 꼭 몽고족들의 옷맵시처럼 털로 테두리를 장식하고 있는 몽고버섯(대장님 이름을 명함), 버섯가족이 나들이 나온 것처럼 다정하게 여러 버섯이 올라오고 있는 모습, 방울토마토 처럼 앙징맞게 올라오는 버섯, 작은 몸집에 어찌 아름다운 색을 띠고 올라오는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계란 흰자와 노란자를 영상할 만큼 땅에서 줄기까지는 흰색을 윗부분은 노오란색을 한 계란형 버섯, 꿀꿀이죽처럼 푹 펴져있는 버섯, 만화영화에 나오는 버섯돌이처럼 개구쟁이 모습과 사고뭉치 모습을 한 버섯의 모양새는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된비알이 시작되는 것도 바위들이 듬성듬성 이어지는 길도 각양각색의 버섯들의 모습에 젖어 걷다보니 어느새 용문산 정상 삼각점 옆에 서 있는 이정목이 국수봉까지는 2310m 남았단다. 국수 한그릇 2310원이라는 말에 지친 몸도 잠시 웃음으로 이어진다. 용문산 정상에서 내리기 직전 짙은 먹구름이 빗줄기를 동반하고 우리를 따라 붙는다. 국수봉을 향하는 멋진 바위 조망터 신갈나무가 트인 앞쪽을 가리고 있다. 용문산 주변에는 신갈, 떡갈, 상수리 등 참나무종류가 무성한 잎을 틔우며 절정기를 맞고 있다. 나뭇잎이 이렇게 무성하니 출석 부르기 편해서 좋다.
가파른 나무계단길을 내려오면 다시 얕은 오름길이 시작되고 오름길 끝에는 이정목이 하나 서 있다. 좌측(동쪽) 기도원 쪽에서 올라오는 샛길을 하나 만난다. 소로길이지만 흔적이 무척 뚜렷하다. 국수봉 1490미터 남은 지점에서 이정목을 또 하나 만난다. 나무계단길이 마치 달팽이껍질처럼 소용돌이를 만들며 급경사로 내려간다 오름길을 앞두고 조금 쉬었다간다. 땀에 흠뻑 젖어 능선마루에 오르고 좌측으로 진행한다. 이 능선길에서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애기나리 군락을 만난다. 길 좌우로 수백 평은 될 듯하다. 이제 오른쪽은 김천 땅을 벗어나 상주 땅이 되는 셈이다. 왼편은 여전히 충청북도 영동이지만 잠시 후 국수봉에 도착하면 영동 땅도 벗어나 대간 길은 오롯이 상주의 품안에 들게 된다. 용문산 정상에서부터 길은 국립공원처럼 잘 다듬어져 있고 이정목도 군데군데 세워져 있다. 산객들이 제법 다니는 산인 모양이다.
국수봉 정상 표지기들이 일렁이며 반긴다. 한자로 표기된 정상석에서 대간종주자의 모습을 연출하고 미끄럼주의라는 안내판을 보면서 급경사에 내린다. 비가 약하게 내리고 있는지라 발길 내림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내린다. 경사가 풀리면 약간의 오름 후에 다시 미끄럼주의 안내판을 만나 급경사 내리막이다. 산림이 훼손된 봉우리가 603봉 정상에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다. 봉우리를 넘으니 좌측으로 무덤2기가 보이고 다시 미끄럼주의 안내판을 만난다. 정상에서부터 정확히 다섯 번째 미끄럼주의 안내판을 만난 후에 급경사가 풀리며 평탄한 능선길을 만난다.
왼편으로 배나무과수원이 보이면서 비로소 급경사는 끝난다. 큰재의 해발고도가 320m이니까 국수봉(795m)에서 475m를 떨어져 내린 셈이다. 운무 짙게 깔리는 길이 연이어지고 숲속 진한 향을 깊이 마시며 숨을 고르고 찔레꽃 가시의 도열을 받으며 얕은 언덕을 하나 넘으니 등산로 아니니 가지 말라는 이정목을 만난다. 학교 운동장에서 나오는 앰프소리인지 아님 마을의 앰프소리인지 그저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날머리 큰재를 연상하며 이정목이 가리키고 있는 왼편으로 꺾어 돌아 소나무 숲을 지나 오른쪽을 보니 큰재 안내판과 폐교가 된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 교정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옛날 대장님 대간행 때 이곳 920번 지방도변 지친 몸과 마음을 흘러나오는 물로 씻고 마루 위에 놓인 풋사과를 씻어 먹고 돌아서다 혼이 났다는 박례분 할머니 집은 사람의 흔적이 오래전부터 없는 것 같다. 폐가로 변해버린 집터를 보며 지난 대간 길을 회상하시는 것 같다. 도로를 건너 내일 행할 구간의 초입부분을 확인하고 교문 옆 수돗가에 죽탕이 된 신발을 닦고 흐르는 음악에 고개를 돌려본다. 가족들의 여름휴가장소인 모양이다. 완전 잔칫집 분위기다. 젊은이들은 발야구하고 나이 들은 이들은 약간 흐트러진 모습으로 담소를 나누거나 노래방 기기 앞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고, 몸을 흔들며 약간 옛날식으로 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지나치며 목례하니 이쪽을 보며 손짓 한다. 자연 발걸음은 그 곳으로 움직여지고 천막을 친 바비큐 장이 우리의 식욕을 발동시킨다.
이곳 큰재 인성분교 인근이 고향인 경주이씨 팔촌형제 자매, 그 자녀까지의 모임인데 전국 각지에서 멀다않고 모인 이들의 혈연에 대한 애착이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이 사연을 설명하는 장년의 아저씨는 사는 곳이 부산 대연동이라고 하면서 소박한 외모만큼 대하는 자세 또한 진실하고 정중하며 마음 또한 넉넉하신 것 같다. 저녁까지 여기서 해결을 하자는 말이 오고가고 그간 먹고 있던 단고기와 돼지고기, 맥주, 소주에 곁들여 진한 어탕에 대접에 수북하게 퍼온 김이 술술 나는 밥을 말아 갓 담은 김치와 함께 거뜬하게 비운다. 수박을 후식으로 종결하고 잘 먹었다는 인사와 후일을 기약하고는 스타렉스에 앞자리 뒷자리 짐칸에 분산하여 타고 손을 흔들며 운동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끝.
첫댓글 다시한번 산행하는 듯 잘읽었습니다.
기억력이 대단합니다. 오일 연속종주로 시일도 많이 지났고 그것도 때마다 음식만드느라 잠도 설쳤을텐데 그때 그시절을 그대로 베껴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것 같은데... 암튼 뛰어난 기억력과 생동감있는 필치 덕분에 다시한번 그 대간길을 오르는 듯한 기분에 젖었습니다. 고생많았습니다.
기억 저편의 세포들이 하나 둘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즐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