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존경하는 고등학교 동기 윤영국 박사.
존경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나처럼 하찮은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값지고 행복한 일이다.>
올 1월 초순, 창원의 한 종합병원 원장으로 재임 중인 고등학교 동기를 찾아갔을 때의 일이었다.
찾아가게 된 목적이나 과정은 순전히 개인事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부터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에서 비켜난 내용이므로 생략한다.
다만 한 가지, 서울역에서 창원역까지 KTX로 2시간 50분밖에 안 걸린다는 사실에 기절낙지 수준으로 놀랐다는 점!
친구의 퇴근시간을 기다려 우리는 병원에서 가까운 어느 왜식집의 속닥한 골방에 자리를 잡고 해묵은 회포를 풀어나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된 우정이니 어언 50성상이 넘었건만,
내가 워낙 후진 길만 골라서 걷다보니 그 친구가 경북대 의대 재직시절 무슨 세미나에 참석하러 상경한 길에
신촌에서 만나 2차까지 가서 두 사람의 추억이 얽힌 조니워커 한 병에 필름이 끊어졌던 이후 근 10년 만의 술자리였다.
“며칠 전에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여성 환자가 한 사람 죽었능기라.
고령에다 지병이 심해 자연사에 가까웠지.
그런데 자식 가운데 하나가 담당의사를 패고 기물을 부수고 난리를 피웠어.
사태가 수습된 뒤 내막을 전해 들었는데, 그 친구는 평생 어무이를 모시기는커녕 용돈 한번 드린 적이 없었다카데.
참 이상한 기, 의료사고든 아니든 병원에서 환자가 죽었다카마 꼭 그런 자식이 나타나서 행패를 부리는기라.
지 딴에는 부모를 모시지 못한 회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사람일수록 꼭 타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거든.”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한 여학생의 아버지 김영오가 단식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읽자마자 퍼뜩 그 친구 얘기가 떠올랐다.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등 주변에 온갖 포악을 떨었다는 가십이 전해질 때마다 확신은 더욱 굳어갔다.
아이나, 그는 이혼 한 지 10년도 넘었으며 자식들을 연간 한두 번 정도 만났을까 말까 한 비정한 아버지로 밝혀졌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지, 언론에 그러한 내막이 밝혀지고 SNS를 통해 비난이 쇄도하자 김영오는 단식을 접었다.
그참에 괜히 꼽사리 끼었던 문재인도 닭 쫓던 개 꼬라지로 실구마이 동조단식을 중단했다.
뒷구녕으로 먹을 거 다 쳐먹은 단식 아닌 '단식 쇼'였지만.
문제는 수많은 문재인이 아니다.
그런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채지 못하여 지지하고 표를 주는 몽매한 유권자들이다.
이 나라 유권자들은 앞으로도 수많은 박원순‧안철수‧문재인에게 속아 자신들의 귀중한 권리를 방기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세월호사태가 발생하자 좌파의 과격분자들은 단비를 맞은 양 반색을 하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나라도 국민도 없었다.
'세월호특별법을 놔두고 그까짓 국정감사와 예산심의가 문제냐'고 했다.
나라와 국민도 안중에 없는 그들에게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정은 물론 보상문제에도 큰 관심이 있을 리 없었다.
그들에게는 오직 새로운 공격의 대상이 필요할 뿐이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그들은 단숨에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으리라는 과대망상으로 분주했다.
두 번에 걸친 여야 합의도 헌 신짝이었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공격대상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족들을 만나 합의를 보라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과 유족들이 합의만 한다면 무조건 그 합의에 따를까?
천만의 말씀이요 만만의 콩떡이다.
그들은 대통령과 유족 간에 어떤 합의가 이뤄지든 이를 비난하고 파기할 여러 가지 시나리오까지 이미 준비해두었다.
그 가운데 가장 악랄한 시나리오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도록 억지를 부려
앞으로 발생할 모든 사건‧사고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달라고 생떼를 써서 국정을 마비시키려는 음모다.
세월호사태는 준비된 참상이었다.
정치권도 공직사회도 온 국민도 그 원인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인천-제주 황금노선을 독점하고 헌 배를 사다가 불법개조하고 승선인원과 적재화물을 속여 탈세를 일삼아온 이면에는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의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부패고리가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국회와 검찰과 경찰과 국세청과 지방정부의 비호가 없으면 그토록 오랜 세월 온갖 부조리를 지속해올 수 없다.
청해진해운을 통한 유병언의 불법 축재욕蓄財慾은 지엽이다.
그 유병언의 변사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 정치인과 공직자들도 세월호 희생자의 열 배는 족히 넘었으리라.
모두가 유병언이 살아서 입을 열었더라면 크게 다쳤을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특검을 임명하여 까뒤집어도 결국 견고한 부패고리를 밝혀내지는 못할 것이다.
누가 감히 목숨 걸고 그처럼 위험하고 소득 없는 짓을 하겠는가.
결국 세월호참상은 피라미 몇 마리 희생되는 것으로 국민들의 망각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참으로 허망한 배이름처럼.
인류 역사상 가장 부패하고 파렴치한 집단인 이 나라 국회가 새누리당 국회의원 송광호 체포동의안을 부결했다.
철도 부품업체로부터 최소한 6천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제 식구 감싸기 추태를 보인 것이다.
이는 결국 국회가 스스로 세월호사태의 뿌리임을 자신도 모르게 만천하에 드러낸 결과다.
송광호는 과감하게 기표소를 향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니 똥은 안 구리냐?’ 하는 무언의 협박을 가했고,
오금이 저린 대부분의 의원들은 감히 찬표를 던질 수 없었다.
송광호를 검찰에게 내주면 불원간 자신도 부메랑을 맞고 정치인생이 쫑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고려 무인정권의 실세들도 오늘날 대한민국 국회의원만큼 200여 가지 특권을 누리지는 못했고,
조선조의 의정부도 오늘날 대한민국 국회처럼 삼권분립 위에 군림하며 국정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다.
그 고려도 그 조선도 결국은 관료들의 부패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한민국 역시 언젠가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때문에 멸망의 비운을 맞고 말 터이다.
이 나라 공직자들의 부패의식은 국가의 생명보다 더 끈질기기 때문이다.
첫댓글 역시 시원하게 한 방 터뜨리는구나. 나는 성원이 친구의 이런 점이 좋다. 때론 별 것 아닌 것으로 한 판 다투기도 하지만...이왕 단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나는 오늘 하루 단식을 실행할 생각이네. 고맙네. 내게 또 아이디어 하나를 제공해줘서...그나저가, 언제 마산 창원 가는 길이 있으면, 내 성원이 자네를 동행할게. 가서 성원이 자네가 존경한다는 그 병원장님 하고 어울려 한 잔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