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효과 입증하려면 근거 축적 필요”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암 치료에 한의학 적극 활용… 항암한약 개발 기대
현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석학교수 재직, 신체 면역력 증강에 한의학 우수
세계적인 암 전문가인 김의신 박사(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석학교수)가 최근 한 강연에서 한의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한의학이 신체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암 치료에 있어서 한의학이 보조적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한방과 양방이 함께 치료를 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MD앤더슨 암센터 30년간 근무, 美 최고의 의사 선정
김의신 박사는 1980년부터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방사선 및 내과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했으며, 현재 UIC와 경희의료원 암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최고의 의사(The Best doctors of America)’로 선정된 바 있으며, 한국 최고의 암 전문가로 불리는 그가 어떤 계기로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암은 전신병이다. 양방에서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등 국소치료를 진행하는데, 이는 일시적인 치료일 뿐이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인체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전신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치료를 하는 한의학에 눈을 돌리게 됐다.”
지난 40여 년간 암 치료 및 연구에 매진해 왔지만,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해도 낫지 않고 수년 후 재발하는 경우 등 완치시킬 수 없었던 케이스가 있었다. 이를 살펴보면서 양방에서는 병변만 연구해서 암 덩어리만 없애는데 집중해왔고, 몸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 각 대학에서는 이미 통합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MD앤더슨 암센터에서는 암 환자 중 구역질을 심하게 하는 환자, 축농증을 호소하는 환자 등에게 침 치료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먼저 양방 약을 처방해 약효가 잘 나타나면 물론 그것으로 치료가 종료되지만, 약이 잘 듣지 않거나 들어도 일시적인 경우에는 한의약, 그 중에서도 침 치료를 많이 한다. 또 암 환자의 경우 암 세포가 신경들을 누르고 있어 통증을 많이 호소하는데, 양방의 진통제는 부작용과 중독성이 있어 갈수록 약을 많이 먹어야 하고, 또한 내성이 있어 갈수록 효과가 없어진다. 하지만 이들에게 침 치료를 하면 극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한의약을 치료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Univ. of California, Irvine(UCI)에는 한방과가 따로 설치돼 있다. 한의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수년간 연구를 진행해 온 심장내과 의사가 한방과장을 맡아 6명의 한의사들과 함께 암 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병 등을 침 등 한의약으로 치료하고 있다.
또한 UCI 의대에서는 침, 뜸, 한약 등에 대해 공부하는 한의학이 필수과목으로 들어가 있으며, UCI 부속병원에서는 내과, 가정의학과, 마취과, 재활의학과 레지던트들은 반드시 1달 이상 한방과에서 수련을 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서는 한·양방 통합치료, 국내선 배타적 분위기”
“현재 미국에서 한의학은 보조적인 치료로 많이 쓰이고 있다. 언젠가 한의계에서 암을 고칠 수 있는 약을 개발한다면 좋을 것이라 기대한다. 양약은 부작용이 없는 약이 없지만 생약은 부작용이 있어도 훨씬 경미하고 식품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이러한 점이 바로 ‘한약’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미국에서는 양의사가 한의학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통합치료에 앞장서고 있는 반면 오히려 한국에서는 양의사와 한의사가 서로 배타적인 분위기라 안타깝다는 말을 전했다.
“양의사들은 한의사들이 한의약으로 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을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믿지 않는다. 또 한의사들도 한의학에 대한 신뢰도를 주기 위해서 국제학술지에 관련 논문을 게재한다든지 임상연구 데이터를 발표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한의사들은 한의학의 효과를 입증하고, 근거를 축적하려는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한·양방간 환자를 위한다는 대의 아래 협력해야 한다
또한 그는 치료를 함에 있어서도 ‘환자를 위한다’라는 대의를 가슴에 새기고 치료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요새 즐겨보는 드라마 ‘구암 허준’에서 유의태 선생이 허준에게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라’고 가르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진리이다. 의사가 환자를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 그 환자를 고칠 수 없다. 사람은 영적 동물이기 때문에 의사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의사가 환자를 자기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하는 것을 환자가 느끼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 환자 몸의 반응이 엄청나게 다르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하면 한의사도 양방으로 보내 양방치료를 받게 하고 혹은 양의사도 한방으로 보내 한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그는 “지금부터라도 한의사와 양의사가 함께 손잡고 왜 같은 약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없는지 그 원리를 밝혀내고, 근본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의사는 근거 없이 고친다고 말하고 양의사는 무조건 믿을 수 없다고만 말하는데, ‘환자를 위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서로 협력하고 화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