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도둑이 가정집에 숨어들었다가 주인의 총을 맞아 쓰러진 사건으로
서울이 시끄러웠다.
도둑에게 총을 쏜 사람은 군복무 중인 공군 병사였다.
병사의 애인은 다른 사람도 아닌 유명했던 영화배우 방성자(1939~1979)로
밝혀지면서 기자들이 마포구 성산동 주택으로 몰려갔다.
방씨는 침대에 누워서 "이 사건을 아름답게 봐주느냐,
추하게 봐주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자 여러분의 양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보름 만에 방씨가 함께 있던 재벌2세 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 진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재벌 아들과 여배우의 애정 행각이
세간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날 재판정에 서 있는 방씨는
피고라기보다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비련의 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31세라는 나이보다 훨씬 앳되어 보였다.
방씨는 서울형사지법에서 범인 도피와 총포, 화약류 단속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방씨는 대구사범을 나와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 최훈 감독에게 발탁돼
'애수에 젖은 토요일'(1960)이라는 영화로 데뷔하면서
총 51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총격 사건 후 방씨는 철저하게 은둔 생활을 하다가 폐결핵으로
부산요양원에서 40세의 짧은 나이로 사망했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 사진이 다 말해 주었다 수록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