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홍천36*14*16
“창밖에 가을이 갑니다.”
예람 이수연
모든 사물이 잠든 늦은 밤!
창밖 은행나무 가지에서 노랗게 물든 잎사귀가 하나 둘 나풀거리며 떨어지고
가로등 불빛이 노랗게 쌓인 은행잎 위로 조용히 내려와 앉습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깊어가는 이해 가을 낙엽쌓인 숲길을 걸으며
발아래 사각사각 바스락대는 소리를 온 몸으로 느끼고
만추의 풍광과 서정적 그리움에 대한 시상을 마음속 깊이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먼 기억 천안에서 보냈던 여고시절, 가을이 깊던 날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 시를 접하고
나는 너무도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습니다.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낙엽” 시 글에서 만추의 풍경 뒤에 엄습하는 숲의 고요와 낙엽 밟는 소리 그리고, 인생에 비유되는 시 전문에서 느껴지는 서정적 향기는 그날에 아직 성숙하지 않은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지요.
그 날 먼산 서녘 하늘에서 노을빛이 갈참나무 숲에 비껴 내렸습니다.
낙엽 쌓인 오솔길에 비추이는 한 줌 햇살이 왠지 애잔함을 안겨주었고, 가을을 남기고 가는 계절이 서럽게 느껴졌습니다.
황금빛 노을이 어스름에 잠기고, 앙상한 나무가지 숲에서 스산한 갈바람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을이 가는 날, 빈 가지 나목의 숲은 너무도 쓸쓸합니다.
그날 절절한 마음 한구석에서 낙엽 밟는 소리에 갈잎 영혼이 우는 소리를 가슴에 간직해야 했습니다.
찬 빛 반달이 구름 뒤에서 수줍어하던 날, 고향 마을 뒷동산 숲에 어둠이 내리고, 그 해 저무는 가을은 그렇게 바람을 따라 갔습니다.
미지의 사랑과 그리움을 안았던 소녀의 작은 소망도 그 날에 불던 갈바람과 함께 아스라한 기억으로 가슴 깊이에 간직 되었습니다.
세월은 강물처럼 덧없이 흘러가고, 어느 새 아이들이 장성해서 머리엔 언 듯 보이는 새치라 불리는 녀석들이 숨어 삽니다.
수석을 취미생활로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입니다.
보통의 주부와 같이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정신없이 아이들 키우는데 시간을 보내다보니 불혹을 넘긴 나이가 되었고, 성남 애석회 회원들과 함께 남한강 목계 강변 돌밭에 따라갔다가 우연이 필연으로 수석(壽石)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석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마력이 있습니다.
특히, 탐석을 하며 대자연의 향기와 한 점 돌에서 느끼는 억겁세월 순리의 이해는 수많은 시행착오 경험으로 얻어지는 소중한 배움이며, 수석이 되는 돌을 관찰하는 관석(觀石)의 정립입니다.
수석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고 배우는 만큼 심미안의 깊이를 느끼게 되며, 느끼는 감성에 따라 자신의 철학적 소양을 정립하는 자연예술로 그 안에는 풍류와 시(詩) 문학이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거실 석장에 몇 해 전 홍천 계곡에서 탐석한 돌 한 점이 눈에 밟혀 작은 미소를 짓습니다.
골골이 파인 능선마다 홍갈색 만추의 풍광을 하고 있는 바위산 산수경석(山水景石)을 탐석하던 날
함께 했던 석우님들로부터 큰 부러움을 샀으며, 흔쾌히 그날의 장원으로 좋은 추억이 되었고,
차후에 회장 임기 때인 2013년 “창립 27주년 제7회 성남시수석연합회 회원전에 ”대회장석“으로
세상에 선보여 빛을 보았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그날 축하 하는 말과 함께 “일생일석(一生一石)을 얻었네!” 하는 선배 석인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수석 취미생활은 내게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대자연의 풍광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감성은 가슴에만 간직하기엔 너무도 아까워 서정적 느낌은 이야기 글이 되었으며, 가끔 그날의 추억을 꺼내어 다시 읽어보는 기쁨을 갖게 합니다.
창밖에 가을이 갑니다.
도심속 가로등 불빛이 내리는 은행나무 맨 윗가지에서 달랑 한 잎 남은 이파리가 팔랑대며 노랑나비처럼 날갯짓을 합니다.
단풍은 붉어서 아름답고 은행잎은 황금빛이라 귀합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창밖에 이 해 가을이 갑니다.
첫댓글 자연이 주는 묘한 매력 그것이 수석이 주는 기쁨이겠지요.
10년전 성남에서 건축업을 하시는 최성호회장님이 점심밥을 한그릇 거하게 대접해주면서
壽石회 모임을 하는 같이 해보자는거야.
음주 가무를 좋아했고 그때 당시는 모임을 하는 것도 없었서 친목계처럼 먹고 마시면서....
서당길 삼년이면 풍얼을 읋는다고 삼년을 따라 다니다보니까, 수석을 보는 안목(심미안)이 생기고
전국의 수석산지로 탐석을 다니며 마음에 드는 수석을 발견하면 정말 행복하거든,
지금은 수연이 (사)한국자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사무총직을 맡아서 봉사하느라. 늘 바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