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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가 하는 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캐디가 가져야하는 서비스, 정신력과 체력 등에 대해 최대한 세세하게 적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가 고소득이라고 광고하지만, 그 안에는 본인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스트레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직업인듯 그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을 견뎌내시면서 오늘도 고소득을 올리고 계신 분들이 반드시 있기 때문에 작성합니다 ^^
1. 내일 대기표를 확인합니다.
체력: 내일 2라운드를 뛰어야한다면 새벽 4시 기상 각, 빨리 잠자리에 듭니다.
정신: 내일 나올 손님이 진상이 아니길 빕니다. 혹시 몸이 좋지 않다면, 그리고 몸이 힘들다면, 본인은 1라운드만 하고 일을 마칠 수 있게 내 대신 2라운드를 해줄 캐디들을 물색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돌려서 나와 일을 바꿔 줄 수 있는 지 일일이 확인합니다.
2. 출근 준비를 합니다.
1부 팀이라면 새벽에 일어나야하고, 2부 팀이라면 느긋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느긋한 아침이래봤자, 9~10시에는 출근 해야하므로 일반 회사원과 비슷하네요-
골프장까지 가깝다면 일어나야하는 시간이 늦어지겠지만, 골프장이 차로 운전해서 3~40분 거리에 있다면 그 시간까지 감안하여 출근합니다.
만약 자동차가 없어서 회사에서 마련한 '셔틀 버스'를 타야한다면 어쨌든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해야합니다.
여전히 오늘 만날 손님이 좋은 고객이기를 바랍니다. 별 사고 없이 하루가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회사에 갑니다.
3. 회사 도착 후 근무 준비 part 1
직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경기팀으로 향합니다. 보통 골프장 지하, 카트고 옆에 경기팀 사무실과 캐디들이 사용하는 락카와 대기실이 있습니다.
보통은 먼저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갑니다. 캐디는 항상 밥 먹는 시간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두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늘 빠른 진행 속에 사는 터라, 식사도 빠르게 후루룩 마시듯이 먹습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게 좋다는 건 누가 모르겠습니까만은, 캐디가 되면 '빨리빨리'가 몸에 익습니다.
카트를 한 번 살펴보고 유니폼을 갈아입으러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전 날 일을 마치고 카트 충전을 깜빡 잊고 갔을 수도 있으므로 미리 확인합니다.
그리고 카트에서 고객이 마실 물통도 들고 대기실로 들어갑니다.
대기실을 지나 락카로 들어가 캐디 유니폼으로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무전기, 태블릿PC(스코어 표), 카트 리모컨 등을 챙깁니다.
고객용 물통과 내가 마실 물통에 물을 담는데, 여름에는 얼음물을,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준비합니다.
4. 근무 준비 part 2
백대기장에서 백대기를 합니다.
(손님이 골프장에 도착하면 입구에 차를 대고, 그 차에서 백을 내립니다. 그 백은 컨테이너를 따라 캐디들이 있는 곳으로 오게 되고 캐디들은 그 백을 초성으로 분류하여 약속된 장소에 놓습니다. 캐디들이 컨테이너에서 백을 내리고 분류하는 작업 을 백대기라고 부릅니다.)
보통 1시간 ~ 50분 전에 백대기를 하고 백을 내려서 분류 한 다음 무전이나 방송으로 들려오는 배치표를 확인합니다.
(배치표에는 오늘 나가게 될 코스와 모시게 될 고객의 존함, 시작 시간(티오프시간) 등이 적혀져 있습니다.)
본인의 이름이 호명되면 '배치표'를 받아서 배치표에 있는 이름의 백을 들고 본인 카트에 싣습니다.
백을 모두 가지고 와서 클럽(골프 채)에 이상이 있는 지 없는 지 확인하기 위해 꼭 태블릿 PC나 개인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둡니다.
클럽이 쓸데 없이 많으면 왜 그리 화가 나는 지 모르겠습니다^^;; 웨지도 2~3개면 되는데 꼭 5~7개 갖고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조금씩 혈압이 상승하긴 합니다. 퍼터와 드라이버는 왜 2개씩 가지고 오시는건지..
그리고 클럽을 살펴본 후 스타트 광장에 나가 고객을 맞이합니다.
5. 근무 중 하는 일
18홀 혹은 36홀을 돕니다. 첫팀으로 가야한다면 처음 9홀은 무조건 빨리 '진행'을 해야하는 게 캐디의 불문율입니다. 그리고 첫팀이 아니라 할지라도 무조건 앞팀을 쫓아가줘야 합니다.
이렇게 진행을 빼는 것은 캐디의 기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에서 고객과 트러블이 종종 일어납니다.
캐디는 진행을 빼야하고, 고객은 왜 본인이 빨리 가줘야하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본인은 돈 내고 볼 치는 데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지 캐디의 잔소리가 못마땅합니다.
캐디가 티잉구역에서 드라이버를 고객에게 주고, 고객은 드라이버로 티샷을 시원하게 날립니다.
그러면서도 캐디가 본인의 볼을 꼭 봐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객은 캐디에게 본인의 볼이 어디로 갔는 지 묻습니다.
캐디는 그 동안에도 전 홀에서 사용했던 클럽을 정리하고, 다른 고객에게 물을 따라주고, 다른 고객이 질문하는 것에 답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일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고객의 볼이 어디로 갔는지 다 이야기해줍니다.
드라이버를 받아서 백에 꽂고 카트를 운전해서 볼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페어웨이로 들어가는 곳은 드물며 카트도로를 따라서 운전합니다.
카트 길은 고속도로 마냥 펴져 있는 게 아니라, 오르막 내리막도 있고, 커브 길도 많습니다.
그 와중에 사고가 나면 모두 캐디가 독박씁니다.
공이 어디에 있는 지 말해주고, 핀까지 거리를 불러줍니다.
"진짜 그 거리 맞아?"라고 태클을 거는 고객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서 납득을 시킵니다.
이런 상황이 한 두번이면 좋겠는데, 예민한 고객은 계속해서 거리 태클을 겁니다.
애써 뛰어서 5번클럽을 가져다줬더니 "안되겠다, 나 6번 줘."라고 말하는 고객이 있다면 난 다시 2~30m를 전력질주해서 카트로 가서 가져다줘야합니다. 왔다갔다왔다를 해야하므로 그러면 힘이 쏘옥- 빠집니다. 달려야하는 길이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라 일명 언듈레이션이라고 하는 파도처럼 웨이브치는 길이라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인대가 늘어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퍼팅 그린에서 고객의 볼을 닦아주고 라인을 봐줍니다.
분명 나는 '오른쪽으로 세 컵'을 보라고 주문하니, 고객은 "아니야 너무 많은 거 같은데? 진짜 3컵이야?"라며 캐디를 불신의 눈초리로 쳐다봅니다.
고객 본인이 별 말 없이 라인을 다시 수정해서 치면 양반이지만, 캐디 말에 일일이 따지듯 불만사항을 투덜투덜 말하는 손님이 많습니다.
그 홀이 끝나면 어프러치 클럽과 퍼터를 모두 다 수거해서 클럽통에 꽂아두고, 손님을 카트에 모두 태우고 다음 홀로 갑니다. 가는 도중에 4명의 스코어를 적고 다음 코스 홀 설명을 미리 합니다.
클럽에 대한 조언을 구하거나 본인이 하는 샷에 대한 조언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대답을 해야하는 것도 캐디의 몫입니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추운 날씨엔 카트에 풍우막을 내려서 고객들을 보호해야하며,
고객이 골프장에 대한 불만사항을 하는 것도 들어줘야합니다.
보통 캐디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고객들도 많기 때문에 일일이 이야기도 들어줘야합니다.
어떤 팀들의 고객들은,
고객들은 조용히 자기 일만 하는 캐디는 '재미없다'고 평가하고, 분위기를 띄워주고 잘 맞춰주는 캐디를 선호합니다.
또 어떤 팀들의 고객들은, 자신들이 놀러왔는데, 캐디가 자꾸 끼어든다며 컴플레인을 거는 고객도 있습니다.
고객 본인이 미처 챙기지 못해서 코스에 두고 온 클럽도 챙겨줘야하고,
고객이 벙커샷을 한 후에 정리하지 않는 것도 캐디의 몫입니다. (원래 고객이 하는 겁니다!!)
18홀이 끝나면 퇴근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날은 바로 이어서 18홀을 더 뛰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어서 18홀의 경기를 하게 되면 짧은 점심시간이 주어지는데, 빠르게 밥을 먹고 다음 근무에 들어갈 준비를 합니다.
백대기도 해야하는데 많이 바쁜 시즌에는 경기과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캐디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가면서 백대기를 합니다.
6. 근무 후
캐디는 본인의 일이 끝나면 '배토'를 갑니다.
고객들이 골프채로 잔디를 파기도 하는데, 그 자리에 흙을 메우는 작업을 합니다.
이를 배토라고 하는데 골프장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달에 평균 2회 ~ 15회 정도 배토를 나갑니다.
어떤 골프장은 돈을 걷어서 전문 회사에 맡기고, 캐디들은 배토를 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그 후에 카트를 청소합니다.
보통 카트는 전용이기 때문에 오늘 썼던 카트를 내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카트 내에 쓰레기를 치우고, 바닥을 에어건으로 불어 모래를 없애고, 솔질합니다.
요즘엔 스팀을 두는 곳도 있어서 예전보다 청소가 쉬워진 곳도 많습니다.
카트 주차 자리에 댄 후 퇴근합니다.
보통 밥을 먹고 퇴근하기도 하고, 바로 나가서 볼일을 보기도 합니다.
시즌에는 바쁘게 하루에 2번씩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고,
1부 (오전) 근무라면 보통 2시 전에는 일이 끝납니다.
2부 (오후)근무라면 보통 10~11시에 회사에 올라와서 저녁 6~7시에 끝납니다.
골프장이 3부도 하는 곳이라면,
3부 근무까지 마치면 밤 12시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골프장마다 조금씩은 내용이 다르지만 보편적인 골프장에서의 캐디 일은 그렇습니다.
7. 기타
+ 석회
캐디는 '조회'를 할 수 없기에 '석회'를 엽니다.
근무 후에 모여서 공지사항을 전달받고, 건의사항을 말하는 시간인데 저녁에 모이기 때문에 '석회'라 하고, 많이 진행되는 곳은 한 달에 한 번, 적게 진행되는 곳은 분기마다 행해지기도 합니다.
+ 고객 코멘트나 블랙리스트
워낙 진상 고객이 많아지는 시점이다보니 회사에서 고객 정보 차원, 캐디들의 정보 공유를 위해
고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놓고 회원기록을 해두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그 블랙 리스트 고객팀에 신입을 배치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어요!)
또한 회원들의 불만사항(VCR)을 적어놓고 다른 부서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캐디들이 적어야하기에 캐디들의 일과가 되기도 합니다.
+ 카트 검사
본인이 사용하는 카트이긴 하지만 더러운 카트를 방치한 채로 다니는 캐디들도 있고 하여
경기팀에서 카트 검사를 분기별, 심한 곳은 달 별로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평소 청소보다는 꼼꼼하게 청소하여 검사를 받습니다.(내 차도 이렇게 세차 안함..ㅠㅠ)
+ 불가피한 사고
바깥에서 일하다보니 종종 볼에 맞거나 (캐디 혹은 고객), 카트 사고가 일어나는 등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나곤 합니다. 이럴 때에 캐디는 '경위서'를 작성합니다.
본인이 다치지 않으면 천만 다행이지만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했을 경우엔 심적 부담감을 지울 순 없습니다. 어쨌든 캐디는 '전문인=프로'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어야한다는 게 지배적인 생각입니다.
+ 회식
골프장의 분위기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전체 회식이 있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조'단위로 회식을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종종 어떤 곳은 강제사항으로 묶어두는 곳도 있습니다. 친목이 목적입니다.
따뜻한 날씨는 시즌입니다.
이 시즌에는 바쁜 골프장은 매일 캐디분들이 2근무(=36홀)를 해야할정도로 미친듯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연속 10일 그렇게 일하다보면 정말 정신력으로 버텨야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쁘지 않은 골프장에서도 어떤 캐디분들은 이 악물고 일을 하려는 분들도 많습니다.
매일 다른 사람의 일까지 받아서 일을 하시는 분도 있는데, 매일 2근무를 하시는 분들이지요.
이 분들을 '전투조'라고 부르는데 일을 정말 전투적으로 하시는 분들입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시는 전투조 캐디님들은 한 달에 700만원 이상까지도 벌어가신답니다. 거기에 팁은 별도구요^^
하지만, 추운 날씨에는 골프장도 문을 닫는 '휴장기'가 이어집니다.
이건 지역별 차이가 있습니다.
날씨가 영하로 잘 떨어지지 않는 지역은 사계절 내내 휴장기 없이 운영됩니다.
그리고 경기 북부쪽과 강원도 쪽은 겨울에 많이 추운 곳은 12월부터 길게는 3~4월까지 휴장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휴장기가 필요하신 분들도 있고, 돈이 필요하신 분도 있을테니
일단 초보 캐디 신분을 벗어나신다면 원하는 곳으로 취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초보자 신분을 빠르고 제대로 벗어나게 하는 길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