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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아비달마집론 제3권
2. 결택분(決擇分)
2.1. 제품(諦品) ①
0) 결택(決擇)
【문】결택(決擇)이란 무엇입니까?
【답】간략하게 설명하면 결택에는 네 종류가 있다. 제결택(諦決擇)ㆍ법결택(法決擇)ㆍ득결택(得決擇)ㆍ논의결택(論議決擇)을 가리킨다.
【문】제결택이란 무엇입니까?
【답】4성제(聖諦)를 가리키는 것으로 고제(苦諦)ㆍ집제(集諦)ㆍ멸제(滅諦)ㆍ도제(道諦)이다.
1) 고제
【문】고제란 무엇입니까?
【답】유정이 태어나는 자체와 태어나고자 의지하는 처소를 말한다.
[유정세간]
【문】어떠한 것이 유정이 태어나는 유정세간(有情世間)입니까?
【문】모든 유정 이 태어나는 나락가(奈落迦: 지옥)ㆍ방생(傍生: 축생)ㆍ아귀(餓鬼)ㆍ인간(人間)ㆍ천상(天上)의 취(趣)이다.
인간이란 동비제하(東毘提詞)ㆍ서구다니(西瞿陁尼)ㆍ남섬부주(南贍部洲)ㆍ북구로주(北俱盧洲)를 가리킨다.
천상이란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ㆍ삼십삼천(三十三天)ㆍ야마천(夜摩天)ㆍ도사다천(觀史陁天)ㆍ낙변화천(樂變化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
범중천(梵衆天)ㆍ범보천(梵輔天)ㆍ대범천(大梵天)ㆍ
소광천(少光天)ㆍ무량광천(無量光天)ㆍ극광견전(極光見天)ㆍ
소정천(少淨天)ㆍ무량정천(無量淨天)ㆍ변정천(遍淨天)ㆍ
무운천(無雲天)ㆍ복생천(福生天)ㆍ광과천(廣果天)ㆍ무상유정천(無想有情天)ㆍ무번천(無煩天)ㆍ무열천(無熱天)ㆍ선현천(善現天)ㆍ선견천(善見天)ㆍ색구경천(色究竟天)ㆍ
무변공처천(無邊空處天)ㆍ무변식처천(無邊識處天)ㆍ무소유처천(無所有處天)ㆍ비상비비상처천(非想非非想處天)이다.
[기세간]
【문】어떠한 것이 태어나는 것에 의지가 되는 처소, 즉 기세간(器世間)입니까?
【답】수륜(水輪)은 풍륜(風輪)에 의지하고, 지륜(地輪)은 수륜(水輪)에 의지하는 바를 가리킨다.
이 같은 지륜에 의지하여 소미로산(蘇迷盧山: 수미산)ㆍ칠금산(七金山)ㆍ사대주(四大洲)ㆍ팔소주(八小洲)ㆍ내해(內海)ㆍ외해(外海)가 있다.
소미로산의 사방 바깥층에는 단계적으로 사대왕중천과 삼십삼천이 거주하는 처소가 따로 있고, 다시 외륜(外輪) 위의 허공에도 천궁(天宮)들이 있으니, 바로 야마천ㆍ도사다천ㆍ화락천ㆍ타화자재천이다.
또 색계천이 거주하는 처소는 따로 있다. 모든 아소락(阿素洛: 阿修羅)이 거주하는 처소도 따로 있고, 또 모든 나락가가 거주하는 처소도 따로 있으니 열나락가(熱那落迦: 熱地獄)ㆍ한나락가(寒那落迦: 寒地獄)ㆍ고독나락가(孤獨那落迎)를 가리킨다. 아울러 일부분의 방생과 아귀가 거주하는 처소도 따로 있다.
이렇게 하나의 해, 하나의 달이 주변으로 빛을 뿌려 그 비춰지는 방향과 처소를 하나의 세계라고 이름한다.
이와 같은 천 개의 세계 속에는 천 개의 해와 천 개의 달과 천 개의 소미로산, 천 곳의 사대주, 천 곳의 사대왕중천, 천 곳의 삼십삼천, 천 곳의 야마천, 천 곳의 도사다천, 천 곳의 화락천, 천 곳의 타화자재천, 천 곳의 범세천(控世天)이 있다.
이러한 것을 총괄해서 소천세계(小千世界)라 이름한다.
다시 천 개의 소천세계를 총괄해서 세 번째로 중천세계(中千世界)라고 이름한다.
천 개의 중천세계를 총괄해서 두 번째로 대천세계(大千世界)라고 이름한다.
이와 같은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가 함께 존재하는 그 바깥 태두리[大輪]를 철위산(鐵圍山)이 둘러싸고 있다.
또 이 같은 삼천대천세계는 동시에 무너지고 동시에 이루어진다.
비유하자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이 마치 물레방아같이 끊임없이 공중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것처럼, 동방에도 끊임없이 무량한 세계가 있다.
어떤 것은 무너지는 중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생기는 중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막 무너지려는 참이고, 어떤 것은 이미 없어 진 채로 남아 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생겨나는 참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이미 이루어진 채로 남아 있기도 하다. 동방의 경우처럼 모든 열 군데의 방향도 이와 같다.
[고제와 청정한 세계]
유정세간이나 기세간이나 모두 업번뇌(業煩惱)의 세력에서 생겨나고, 업번뇌의 증상에서 일어나기에 총괄적으로 고제라고 이름한다.
다시 고제에 수렴되지 않는 청정한 세계가 있으니, 이는 업번뇌의 세력에서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고, 업번뇌가 늘어나는 것에 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직 커다란 원력에 비롯해서 그 청정한 선근이 증상되어 인도받게 된다. 이와 같이 태어나는 처소는 참으로 불가사의하기에 오직 부처님만이 아시게 된다.
이것은 정려(靜慮)에 의해서 얻어지는 정려의 경계도 아니니, 하물며 심사(尋思)로서 어찌 알 수 있겠는가?
[8고]
다시 고의 모양에 대한 차별에도 여덟 종류가 있다.
생고(生苦)ㆍ노고(老苦)ㆍ병고(病苦)ㆍ사고(死苦)ㆍ원증회고(怨憎會苦)ㆍ애별리고(愛別離苦)ㆍ구부득고(求不得苦)이다.
간략하게 이 같은 일체의 고를 수렴하게 되면 바로 5취온의 고가 된다.
【문】태어난다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화합된 고[聚苦]에 핍박받기 때문이며, 그 밖의 다른 고에 의지받기 때문이다.
【문】늙는다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그 시분이 변화하여 없어지는 고통 때문이다.
【문】병든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대종(大種)이 변화하여 달라지는 고통 때문이다.
【문】죽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그 목숨이 변화하여 없어지는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문】원수를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고통이 됩니까?
【답】서로 만나게 되면 고통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문】좋아하는 것과의 이별이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이별에서 고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문】얻지 못하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답】바라더라도 과보가 없다는 고가 생기기 때문이다.
【문】간략하게 이 같은 일체의 고를 수렴하는 5취온은 어떤 이유에서 고가 됩니까?
【문】추중(麤重)하는 고통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덟 가지의 고를 간략하게 수렴하면 여섯 가지의 고가 있으니, 즉
핍박고(逼迫苦)ㆍ전변고(轉變苦)ㆍ합회고(合會苦)ㆍ별리고(別離苦)ㆍ소희불과고(所悕不果苦)ㆍ추중고(麤重苦)이다.
이 같은 여섯 가지의 고를 확대하면 여덟 가지의 고가 성립하지만 여섯 가지나 여덟 가지나 평등하다. 그 평등한 것이 3고(苦)를 설명했던 것처럼, 이러한 가운데 여덟 가지 고가 있다.
【문】3고가 8고를 수렴합니까? 아니면 8고가 3고를 수렴하게 됩니까?
【답】전전하여 그 모양을 수렴하는 것이니, 소위 생고(生苦)ㆍ노고(老苦)ㆍ병고(病苦)ㆍ사고(死苦)ㆍ원증회고는 고고(苦苦)를 드러내는 것이고,
애별리고ㆍ구부득고는 괴고(壞苦)를 드러내는 것이다.
일체의 5취온고를 간략하게 수렴하면 모두 행고(行苦)를 드러내는 것이니, 앞서의 두 가지고,
즉 세속제고(世倚諦苦)와 승의제고(勝義諦苦)와 동일하다.
【문】어떠한 것이 세속제고이고, 어떠한 것이 승의제고입니까?
【답】생고에서 구부득고까지가 세속제고이다.
이 같은 일체의 고를 간략하게 수렴하는 5취온의 고가 바로 승의제고이다.
[고제의 공한 모양]
【문】‘고제의 공한 모양’이란 무엇입니까?
【답】무상상(無常相)ㆍ고상(苦相)ㆍ공상(空相)ㆍ무아상(無我相)이다.
[무상상(無常相)]
【문】어떠한 것이 무상상입니까?
【답】대략 열두 종류가 있다. 바로
비유상(警喩相)ㆍ괴멸상(壞滅相)ㆍ변이상(變異相)ㆍ별리상(別離相)ㆍ현전상(現前相)ㆍ법이상(法爾相)ㆍ찰나상(刹那相)ㆍ상속상(相續相)ㆍ병등상(病等相)ㆍ종종심행전상(種種心行轉相)ㆍ자산흥쇠상(資産興衰相)ㆍ기세성괴상(器世成壞相)이다.
【문】어떠한 것이 비유상입니까?
【답】일체의 시분에 처해서 아(我)와 아소(我所)의 성품이 언제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어떠한 것이 괴멸상입니까?
【답】제행(諸行)이 생기자마자 없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잠깐 존재하고서 다시 없어지기 때문이다.
【문】어떠한 것이 변이상입니까?
【답】제행이 이생(已生)하는 것이니, 그 비슷하지 않은 모양을 상속하는 것에 연유해서 유전되기 때문이다.
【문】어떠한 것이 별리상입니까?
【문】제행이 증상하는 세력을 앓은 것이거나, 또는 다른 것에 귀속되었어도 여전히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것이다.
【문】어떠한 것이 현전상입니까?
【답】바로 무상함에 처해서 그 인(因)이 가까워짐에 연유하여 지금 무상함을 받기 때문이다.
【문】어떠한 것이 법이상입니까?
【답】장차 무상이 다가오는 것이니, 그 인이 가까워짐에 연유해서 반드시 받게 되기 때문이다.
【문】어떠한 것이 찰나상입니까?
【답】제행은 그 머무는 찰나 이후에는 반드시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문】어떠한 것이 상속상입니까?
【답】무시(無始)의 시분 이래로 제행이 생기고 멸하는 것이 부단히 상속되기 때문이다.
【문】어떠한 것이 평등상입니까?
【답】4대가 시분에 따라 그 목숨을 받아서 변화하여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어떠한 것이 종종심행전상입니까?
【답】동일한 시분에 탐심이 일어나거나 또는 동일한 시분에 탐심을 여의는 것을 가리킨다.
이같이 노여움과 노여움을 여의는 것이 있게 되고 어리석음과 어리석음을 여의는 것이 있게 된다,
만약 만나게 되면 흩어지고, 만약 내려가면 올라가고,
만약 쳐들면 쳐드는 것을 여의게 되고,
만약 조용하다면 조용하지 못하게 되고,
만약 안정되면 안정하지 못하는,
이러한 것들이 바로 심행(心行)이 유전하는 것이다.
【문】어떠한 것이 자산흥쇠상입니까?
【답】홍하는 것은 모두가 망하는 변화 때문이다.
【문】어떠한 것이 기세성괴상입니까?
【답】화(火)ㆍ수(水)ㆍ풍(風)의 세 종류가 이루어졌다가 무너지는 것에서 삼재(三災)가 있게 된다. 위로는 제2정려ㆍ제3정려ㆍ제4정려까지를 말한다.
제4정려 이상의 천궁 따위는 비록 이루어졌다가 무너지는 외부의 재앙은 없으나, 모든 천상의 궁전 등도 함께 생겨나고 함께 없어지는 것이기에 ‘이루어졌다가 무너진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다시 세 종류의 중겁(中劫)이 있으니, 이른바 기근(飢饉)ㆍ역병(疫病: 전염병)ㆍ도병(刀兵: 전쟁)이다.
이 같은 소삼재겁(小三災劫)의 구경위(究竟位)가 방위적으로 출현하는 것을 세계가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1중겁(中劫)의 초기에는 수명이 감소하기만 하고, 1중겁의 후기에는 수명이 늘어나기만 한다. 이와 같이 18중겁은 그 수명이 늘어나고 감소되는 것이 반복된다.
20중겁이 되면 세계가 바로 무너지기 시작하고, 20중겁 동안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며, 20중겁 동안 세계가 무너진 채로 남아 있으며, 20중겁 동안 세계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며, 20중겁 동안 세계가 이루어진 채로 남아 있다. 이것을 모두 합한 80중겁이 l대겁(大劫)이 된다.
이 같은 겁수(劫數)에 인연해서 색계와 무색계의 모든 천상의 수명이 나타나게 된다. 또 이미 해설한 것처럼 그 수명이 다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복이 다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업이 다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에, 그러한 곳들에 있는 유정들이 그러한 처소에서 마침내 사라지게 된다.
【문】‘수명이 다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때가 되어 죽는 것을 말한다.
【문】‘복이 다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때가 다하지 않았는데도 죽는 것으로, 바로 복이 없어져서 죽게 되는 것이다. 그들 유정이 정미(定味)에 탐착하게 되면 복의 세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 명을 다하게 된다.
【문】‘업이 다한다는 것’은 무슨 이치입니까?
【답】순생수업(順生受業)과 순후수업(順後受業)이 모두 다하기 때문에 죽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고상(苦相)]
【문】어떠한 것이 고(苦)의 모양입니까?
【답】3고나 8고 또는 6고를 가리키는 것으로, 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명한 그대로이다.
이러한 것을 고의 모양이라고 이름한다.
【문】어째서 경전에는 ‘무상이 곧 고’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답】2분(分)의 무상이 고의 모양을 연(緣)하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생분(生分)의 무상을 연한다고 말하는 것은 ‘고고(苦苦)의 성품’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고,
멸분(滅分)의 무상을 연한다고 말하는 것은 ‘괴고(壞苦)의 성품’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고,
구분(俱分)의 무상을 연하는 것에서 ‘행고의 성품’을 분명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같은 이치에서 박가범(薄伽梵)께서
“제행이 무상하기에 제행은 변하여 없어진다”라고 말씀 하셨으니,
다시 이 같은 이치에 따라서
“여러 가지 수(受)로 존재하는 바를 나는 모두 괴로움이라고 말한다”라고도 말씀하셨다.
또 생멸의 두 가지 법에 수반되는 제행 가운데에 있는 생고 따위의 여덟 가지 고의 성품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까닭에,
부처님께서 “무상한 것이 바로 괴로움이다”라고 말씀하셨으니,
‘무상한 제행 가운데에 있는 생 따위가 고(苦)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는 것’이란,
여래가 이 같은 비밀스러운 이치에 따라
“무상에 연하는 까닭에 고는 일체행(一切行)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공상(空相)]
【문】어떠한 것이 공한 모양입니까?
【답】만약 여기에서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이치에 연유해서 공하다는 것을 정관(正觀)하게 된다.
만약 여기에서 다른 것이 존재한다면 이 같은 이치에 연유해서 그 존재함을 실답게 알 수 있다[如實知]. 이를 이름하여 ‘공의 성품에 선입(善入)한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실답게 안다는 것’이란 전도되지 않았다는 이치이다.
【문】온ㆍ계ㆍ처가 존재하지 않는데 누가 어느 곳에서 항상 고정되게 머무를 수있겠는가?
【답】아ㆍ아소 따위가 변하여 없어지지 않는 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문】이 같은 이치에 연유해서 그러한 것들이 모두 공한 것이라면, 도대체 어느 곳에서 누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겠는가?
【답】그러므로 이곳 자체도 무아의 성품이기에 이곳에 있는 자아는 그 성품도 없고 ‘나’라는 존재의 성품도 없다. 따라서 이러한 성품을 공의 성품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박가범께서는 비밀스러운 이치로
“유(有)를 유라고 실답게 알아야 하고 무(無)를 무라고 실답게 알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다시 세 종류의 공의 성품이 있으니, 자성공성(自性空性)ㆍ여성공성(如性空性)ㆍ진성공성(眞性空性)이다.
첫 번째는 변계소집(遍計所執)에 의지해서 자체적인 성품을 관찰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의타기(依他起)에 의지해서 자체적인 성품을 관찰하는 것이고,
세 번째가 원성실(圓成實)에 의치해서 자체적인 성품을 관찰하는 것이다.
[무아상(無我相)]
【문】어떠한 것이 무아상입니까?
【답】아론자(我論者)가 자아의 모양을 세우더라도 온ㆍ계ㆍ처에는 이 같은 모양이 없다.
온ㆍ계ㆍ처에 아상이 없기 때문에 ‘무아상’이라고 이름한다.
그러므로 박가범께서 비밀스러운 이치에서
“일체법은 모두 무아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같은 일체는 아소(我所)도 아니고 아처(我處)도 아니고 아아(我我)도 아니기에, 이 같은 이치를 바른 지혜로 실답게 관찰해야 한다.
【문】이 같은 말씀에는 어떠한 이치가 있습니까?
【답】외사(外事)에 비교해서 비밀스럽게
“이 같은 일체는 아소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고,
내사(內事)에 비교해서 비밀스럽게
“이것은 아처도 아니고 아아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문】그 까닭은 무엇입니까?
【답】외사에 처해서 오직 아ㆍ아소의 모양만을 헤아리기 때문에 단지 아소만을 제거하게 되고, 내사에서는 아ㆍ아소의 모양을 통찰하여 헤아려서 아ㆍ아소란 짝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문】앞에서 무상이란 모두가 찰나적인 모양이라고 해설하셨는데, 이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답】심ㆍ심소가 찰나의 모양인 것에서 색 따위도 찰나적인 모양임을 숙지해야 한다.
심법의 집수(執受)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심법에 등류(等流)하여 존재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고,
심법을 따라 전전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심법의 의존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심법에서 심법이 증상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심법이 자유로이 전향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또 최후의 지위에서 변하여 없어지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고,
이미 생겨난 것은 연을 기다리지 않고도 저절로 소멸되기 때문에,
색도 역시 찰나간에 소멸하는 것임을 관찰해야 한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색(色)이 여러 가지로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이 4대종(大種)의 색 이거나 4대종의 소조색(所造色)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문】이것은 어떠한 이치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고, 또 어떠한 의도에서 동일한 처소에 함께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답】이것이 있음으로 이것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만약 이 같은 존재의 모임이 이 같은 대종색에서 성취된다면, 이같이 모인 것이 바로 대종색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님을 숙지해야 한다.
혹 어떤 존재의 모임은 오직 한 가지 대종색뿐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두 가지 대총색 내지는 모든 대종색이기도 하다.
소조색의 경우도 이와 같아서, 만약 이 같은 존재의 모임에서 이 같은 소조색을 얻을 수 있다면 이 같은 존재의 모임도 이것과 다른 것이 아님을 숙지해야 한다.
혹 어떤 존재의 모임은 오직 한 가지 소조색뿐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두 개의 대종이기도 해서 모든 소조색에 이르기까지 그 대응하는 바가 동일하다.
또 추취색(麤聚色: 인지가 가능한 합성물)은 극미색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설되더라도, 이 극미란 것도 그 바탕이 없는 것임을 숙지해야 한다.
단지 각(覺)의 지혜에 연유해서 차츰차츰 그 미세한 분제(分際)를 덜어 내어 분석하되, 분석 가능한 변제(邊際)까지 다다른 것이다.
그리하여 이 변제를 축약해서 극미를 건립하였으니, 이는 그 합성된 한 가지 모양[一合相]을 제거하려는 까닭이고, 또 여러 가지로 존재하는 색이 진실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까닭이다.
[8고법(苦法)]
다시 고법(苦法)에는 간략하게 여덟 종류의 차별이 있다.
광대부적정고(廣大不寂靜苦)가 있고, 적정고(寂靜苦)가 있고, 적정부적정고(寂靜不寂靜苦)가 있고, 중부적정고(中不寂靜苦)가 있고 미박부적정고(微薄不寂靜苦)가 있고 미박적정고(微薄寂靜苦)가 있고 극미박적정고(極微薄寂靜苦)가 있고 비고사고주대적정(非苦似苦住大寂靜)이 있다.
【문】광대부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일찍이 여러 가지 선근을 쌓지 못해서 욕계에 태어나는 자들이다.
【문】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이같이 순해탈분(順解脫分)의 선근이 이미 생겨난 자들이다.
【문】적정부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이것은 세간의 도를 위해서 욕심을 여의고 선근을 심은 자들이다.
【문】중부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색계에 태어나서 순해탈분을 여윈 자들이다.
【문】미박부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무색계에서 태어나서 순해탈분을 여윈 자들이다.
【문】미박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모든 유학을 가리킨다.
【문】극미박적정고란 무엇입니까?
【답】명근이 남아 있어 6처(處)를 연하는 모든 무학을 가리킨다.
【문】비고사고주대적정이란 무엇입니까?
【답】구경(究竟)을 이미 성취한 보살마하살들이다.
그 보살승(홈羅乘)의 대비한 원력 때문에 제유(諸有) 가운데에 태어나는 것이다.
다시 앞서 설명했던 사고(死苦)의 죽는 것에도 세 종류가 있으니,
선심사(善心死)이거나 불선심사(不善心死)이거나 무기심사(無記心死)이다.
여기서 ‘선심사’란 총명하고 예리한 마음이 현행(現行)하는 지위이다.
자체적인 선근의 세력이 지속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또는 다른 것에 이끌려 수렴된 바에 기인하기 때문에 선심을 일으켜 명종위(命終位)로 나아가게 된다.
‘불선심사’도 역시 총명하고 예리한 마음이 현행하는 지위이다.
스스로의 불선근(不善根)의 세력이 지속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또는 다른 것에 이끌려 수렴된 바에 기인하기 때문에 불선심을 일으켜 명종위로 나아가게 된다.
여기서 ‘무기심사’란 총명하고 예리한 마음이 현행하는 지위이기도 하고, 총명하고 예리하지 못한 마음이 현행하는 지위이기도 하다.
비는 그 연이 결여된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고, 또는 무공능(無功能)을 가행(加行)하는 것에 기인하기 때문에 무기심을 일으켜 명종위로 나아가게 된다.
[중유]
청정한 행을 닦는 이는 명종위에 임해서 신체의 아래 부분부터 차가운 촉감이 생기게 되고, 부정한 행을 닦은 이는 명종위에 임해서 신체의 윗부분부터 차가운 촉감이 일어난다.
행실이 부정했던 자는 중유(中有)로 태어나는 때에, 그 모양이 마치 검은 양이나 검은 염소의 빛깔을 띠는 것이 마치 캄캄한 밤중처럼 음침하고 어두우나,
청정한 행을 닦은 이가 중유에 태어나는 때에는 그 모양이 백련 광(白練光)을 다투는 것이 마치 맑은 밤하늘의 별과도 같다.
또 이 같은 중유는 욕계나 색계의 생위(生位)를 바로 받는 이도 있고, 또 무색계의 명종후위(命終後位)를 받는 이도 있고, 또 명의(命意)에서 건달바(健達婆) 따위로 태어나기도 한다.
7일간의 기한을 채워서 머물기도 하고, 도중에 죽기도 하며, 때가 되어 옮겨가기도 한다.
중유에 머무르는 때에도 여러 업을 능히 모으게 되는 것은 예전에 익혔던 힘에 인도되는 어진 사(思)심소법이 현행하기 때문이다.
또 중유일지라도 같은 종류의 유정들을 살펴볼 수도 있으니, 그 중유의 형태는 장차 태어날 처소의 중생들 모양과 비슷하다.
또 이러한 중유는 그 다니는 바에 아무런 장애가 없어서 마치 신통력을 갖춘 것처럼 오고 감이 신속하지만 그 태어나게 될 처소에 처해서는 구애받는 바가 있다.
또 이 같은 중유가 그 태어날 바에 처해 있는 것이 마치 저울의 양쪽 추가 내려가고 올라가는 이치와도 같기 때문에, 그 명이 다했다가 다시 생을 받는 시분도 이와 같다.
중유에 머무르는 때에도 그 태어날 처소에 탐애(食愛)를 일으키기에, 그 밖의 번뇌로써 그 연을 삼아 이를 보조하게 된다.
이 같은 중유의 신체가 탐(食)과 더불어 모두 소멸되면, 바로 갈라람(羯邏藍)의 신체가 식(識)과 더불어 생겨난다.
여기까지가 이숙(異熟)으로, 이 이후로는 근(根)이 점차로 생겨나서 자라나게 된다.
마치 연기법(緣起法) 가운데에서 해설한 것처럼, 네 가지 생류(生類)에 처해서 혹 난생(卵生)을 받거나 혹 태생(胎生)을 받거나 혹 습생(濕生)을 받거나 혹 화생(化生)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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