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비구경 하권
13. 대화 9
[사문이 된 연유]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대사께서는 어떤 연고로 도를 배우고 사문이 되셨습니까?”
“나는 과거의 고(苦)와 현재의 고와 앞으로 닥쳐올 고를 버리고, 다시 이 여러 고들을 받지 않으려고 도를 배워 사문이 되었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고는 내세에 있는데 어찌하여 미리 도를 배우고 사문이 됩니까?”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대왕께서는 적국이나 원수진 집이 있다면 서로 공격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적국이나 원수진 집이 있다면 항상 서로 공격하려 할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적군의 왕이 올 때에 당해서 전투에 필요한 도구를 준비하고 수비를 하고 참호를 팝니까? 미리 준비를 합니까?”
“마땅히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어찌하여 미리 준비를 합니까?”
“적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하는 것입니다.”
“적이 미래에 올 텐데 왜 미리 준비합니까?”
나선이 왕에게 다시 물었다.
“배고플 때 씨를 뿌리고 목마를 때 우물을 파지, 무엇 때문에 미리 준비하겠습니까?”
“과연 그렇습니다.”
[제7범천]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제7범천(梵天)이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매우 먼 곳에 있습니다.
대왕의 궁전에 큰 돌과 같은 것을 제7범천에서 떨어뜨리면 6일 동안 떨어진 후에 땅에 닿습니다.”
“대사와 같은 사문들은 말하기를
‘나한도(羅漢道)를 성취하면 사람이 팔을 굽혔다 폈다 하는 사이에 날아서 제7범천에 닿는다’고 합니다.”
왕이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믿지 않습니다.
수천만억 리를 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빠를 수가 있겠습니까?”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대왕께서는 본래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셨습니까?”
“나는 본래 대진국(大秦國)에서 태어났습니다. 나라 이름은 아려산입니다.”
“아려산에 가려면 여기서 몇 리나 됩니까?”
왕이 대답했다.
“2천 유순(由旬)으로 합하면 8만 리가 됩니다.”
“대왕께서는 일찍이 여기서 멀리에 있는 본국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신 일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항상 본국의 일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왕께서 본국의 일을 다시 생각하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나는 즉시 그것을 생각합니다.”
“대왕께서는 8만 리를 갔다 오시는데 어떻게 그리 빨리 갔다 오십니까?”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만일 두 사람이 동시에 죽었다고 합시다.
한 사람은 제7범천에 가서 태어나고, 한 사람은 계빈(罽賓)에 태어난다면 계빈국은 7백20리를 가야 하는데 누가 먼저 도착하겠습니까?”
나선이 말했다.
“자, 아려국을 생각해 보십시오.”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계빈국을 생각해 보십시오.”
“생각했습니다.”
“이 양국 가운데 어느 곳에 빨리 갑니까?”
“똑같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죽어서 한 사람은 제7범천에 태어나고, 다른 한 사람은 계빈국에 태어나도 똑같습니다.”
“만일 한 쌍의 나는 새가 있는데 한 마리는 높은 나무에 앉고, 한 마리는 낮은 나무에 앉는다면 어느 새의 그림자가 땅에 먼저 생기겠습니까?”
“그 그림자는 동시에 땅에 생깁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죽었는데 한 사람은 제7범천에 태어나고, 한 사람은 계빈국에 태어난다면 그 도착하는 것도 같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도를 아는 일곱 가지 일]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사람은 몇 가지 일을 배워 도를 알게 됩니까?”
“사람은 일곱 가지 일을 배워 도를 압니다.
그 일곱 가지라는 것이 무엇인가?
첫째는 선악에 대한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정진(精進)이며,
셋째는 도를 좋아하는 것이며,
넷째는 좋은 일을 위해 뜻을 굽히는 것이며,
다섯째는 도를 생각하는 것이며,
여섯째는 한마음을 가지는 것이며,
일곱째는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왕이 또 나선에게 물었다.
“사람은 이 일곱 가지 일을 배워야 도를 알게 되는 것입니까?”
“모두가 이 일곱 가지 일을 배워 도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선악을 아는 것 그 한 가지를 가지고도 압니다.”
“하나를 가지고도 안다면 어찌하여 일곱 가지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사람이 칼을 칼집에 든 채 잡고서 벽에다 대면 그 칼이 부러질 수 있습니까?”
“부러질 수 없습니다.”
“사람이 비록 명철해도 이 여섯 가지를 행해야 지혜를 성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착한 일과 악한 일의 과보]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사람이 집에서 착한 일을 해서 복을 얻는 것이 큽니까, 악한 일을 해서 재앙을 얻는 것이 큽니까?”
“사람이 착한 일을 해서 복을 얻는 것이 큽니다. 악한 일을 해서 재앙을 얻는 것은 적습니다.
사람이 집에서 악한 일을 해도 매일매일 스스로 이를 참회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잘못은 날로 작아집니다.
사람이 집에서 착한 일을 하면 매일 밤 이를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을 얻는 것이 커집니다.”
“옛날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그 나라 안에 손발이 없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연꽃을 꺾어서 부처님께 올렸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 손발이 없는 사람은 죽어서 91겁 후에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도 중에 태어나지 않으며 천상에 태어나리라. 천상에서 그 명을 다한 후에는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착한 일을 적게 해도 복은 크게 받는다는 것을 압니다.
악한 일을 한 사람이 스스로 참회하면 그 잘못은 매일매일 소멸해서 다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잘못을 해도 그 재앙은 적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지혜 있는 사람이 악한 일을 하는 것과 어리석은 사람이 악한 일을 하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재앙을 더 많이 받습니까?”
“어리석은 사람이 악한 일을 할 때 재앙을 더 많이 받습니다.
지혜 있는 사람이 악한 일을 하면 재앙을 적게 받습니다.”
“대사께서 하시는 말씀을 잘 모르겠습니다.”
왕이 말했다.
“내가 나라를 다스릴 때 대신이 죄를 지으면 그 죄를 중하게 다스립니다.
백성이 죄를 지으면 그 죄를 가볍게 다스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혜 있는 사람이 악한 일을 하면 그 재앙이 크고,
어리석은 사람이 악한 일을 하면 그 재앙이 적으리라고 봅니다.”
나선이 왕에게 물었다.
“비유하자면 불에 달궈진 철이 땅에 있는데 한 사람은 불에 달궈진 철이라는 것을 알고 한 사람은 모릅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불에 달궈진 철을 잡을 때 어느 쪽이 손을 더 많이 데이겠습니까?”
“모르는 쪽이 손을 데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악한 일을 하고도 참회할 줄 모르기 때문에 재앙이 큽니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악한 일을 하면 그것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서 매일 참회하기 때문에 재앙이 적어집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왕이 나선에게 다시 물었다.
“사람이 이 몸으로 날아서 제7범천에도 이를 수 있고, 또 울단왈(鬱單曰)
에도 이를 수 있고, 또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습니까?”
“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 몸을 가지고 제7범천이나 울단왈에나 또는 원하는 곳에 갈 수가 있습니까?”
“대왕께서는 어렸을 때 땅에서 일장(一丈)을 뛰려고 생각하신 일이 없습니까?”
“내가 어렸을 때 뛰려고 생각한 일이 있습니다. 땅에서 일장을 뛰려고 했습니다.”
“도를 성취한 사람이 제7범천에 뛰어 오르려고 하는 것이나 울단왈에 이르려고 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