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반야바라밀경론 상권
10. 보살이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하다, 몸이 아닌 것을 큰 몸이라고 한다
【經】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나는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莊嚴)하겠노라’라고 이런 말을 하였다면,
그 보살의 말은 진실한 게 아니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여래께서 말씀하신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한다는 것이 곧 장엄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일컬어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한다고 하기 때문이니라.
그런 까닭에 수보리야,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깨끗한 마음을 내어 머무는 곳이 없어야 하며,
물질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고, 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ㆍ법에도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며,
마땅히 어느 곳에도 머무는바 없이 그 마음을 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의 몸이 수미산왕(須彌山王)과 같다면,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몸을 크다고 생각하느냐?”
수보리가 말하였다.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몸이 아닌 것을 일컬어 큰 몸이라고 한다.
그의 몸은 몸이 아니기에 이것을 큰 몸이라고 하느니라’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論】
이 뜻에 대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어떻게 알아야 하는가?
게송으로 말하리라.
지혜를 닦아 오직 식(識)뿐임을 통달하여
이와 같이 정토를 취한다.
형상이 없기에 가장 으뜸가는 체(體)이며
장엄이 아니기에 장엄의 뜻이 있다.
이 게송의 뜻은 무엇인가?
모든 부처님에게는 국토를 장엄하는 일이 없다.
오직 모든 불ㆍ여래의 진실한 지혜는 식(識)만을 익혀 통달할 뿐이니, 그런 까닭에 그 국토는 취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 국토의 형상(形相)을 취하고 나서
“나는 청정한 부처님의 국토를 성취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실한 말이 아니다.
경에서
“왜냐하면 수보리야, 여래께서 말씀하신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한다는 것은 곧 장엄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일컬어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한다고 하기 때문이니라”라고 하였는데,
무슨 까닭에 이와 같은 말을 하였는가?
게송에 이르기를
“형상이 없기에 가장 으뜸가는 체이며 장엄이 아니기에 장엄의 뜻이 있다”라고 하였다.
장엄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형상이며,
둘째는 제일의상(第一義相)이다.
또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형상이 없기 때문에 장엄이 아니며,
이와 같이 장엄이 없으면 이것은 곧 가장 으뜸가는 장엄이 된다.
왜냐하면 일체의 공덕으로써 장엄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국토에 대하여 이것은 형상이 있는 것이라는 분별심을 일으켜
“내가 청정한 부처님의 국토를 성취하리라”라고 말한다면,
그 보살은 물질 따위의 경계에 머물러서 이러한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경에서
“그런 까닭에 수보리야,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깨끗한 마음을 내어 머무는 곳이 없어야 하며,
물질에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고, 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ㆍ법에도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야 하며,
마땅히 어느 곳에도 머무는 바가 없이 마음을 내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앞에서 말하기를
“‘무엇 때문에 보신불의 몸 받기를 즐거워하고 스스로 법왕의 몸을 취하려 하는 걸까?
아마도 다른 세간에서 다시 그는 곧 법왕의 몸을 취하게 될 것이다’라고 의심하므로,
이런 의심을 제거해 주기 위하여 기꺼이 받을 보신불의 몸은 저 수미산왕의 경상(鏡像)의 뜻과 같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무슨 뜻인가?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산왕(山王:須彌山王)이 취하는 것 없는 것처럼
장차 받을 보신불 또한 그러하니
모든 번뇌[諸漏]와
유위법(有爲法)을 멀리 여의었기 때문이다.
이 게송의 뜻은 무엇인가?
수미산왕의 형세와 힘이 높고도 먼 것과 같기에 크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그 산왕은 몸에 집착하지도 않고
‘나는 곧 산왕이다’라는 분별심이 없기 때문이요,
기꺼이 받을 보신불에 대해서도 이와 같이 하여 가장 높은 법왕의 몸을 얻었기 때문에 크다고 일컬었지만,
그는 법왕의 몸에 집착하지도 않고 또한
‘나는 곧 법왕이다’라는 분별심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에 분별심이 없는가?
분별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경에서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몸이 아닌 것을 곧 일컬어 큰 몸이라고 하니, 그의 몸은 몸이 아니기에 이것을 큰 몸이라고 하느니라”라고 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은 말을 하였는가?
게송에 이르기를
“모든 번뇌와 유위법을 멀리 여의었기 때문이다”라고 했기 때문에,
그가 기꺼이 받을 보신불의 몸은 모든 번뇌를 여의었다고 하니,
만약 그렇다면 곧 아무 물질도 없게 될 것이다.
만약 이와 같다면 물질이 있다고 일컫는다 해도 오직 청정한 법신만 있어 멀리 유위법을 여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뜻이 있기 때문에 진실로 내 몸이 있는 것이니, 이는 곧 다른 인연에 의지하여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