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애경 제3권
9. 선겁세품(宣劫世品)
[부사의한 겁의 부처님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야, 이제부터 오래전 과거세의 헤아릴 수 없고 일컬을 수 없는 멀고먼 부사의한 겁에 전단향(栴檀香)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란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셨는데, 그 세계의 이름은 향토(香土)였고, 겁의 명칭은 상향(上香)이었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1268만 5천 세였고, 거기에는 또 868만 6천명의 성문 대중과 헤아릴 수 없는 보살들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 여래 지진께서 하나의 털구멍으로부터 미묘한 향기를 뿜으시면, 그 향기가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퍼졌는데 거룩하고도 아름답기가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불세계에는 조금도 더러운 기운이 없음은 물론, 온 국토의 장벽이나 수목, 산과 언덕, 골짜기의 모든 형색이 한결같이 여래의 향기에 쏘여 널리 퍼져 나가는 향내는 어디에도 비유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세계의 명칭을 향토라 하였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과 그 밖의 중생들도 모두 여래의 성스러운 향기를 쏘여 몸과 입과 뜻이 재앙을 입지 않았으며, 만약 출가하여 부처님을 따라 사문이 된다면 이 미묘한 향내를 맡아 모두 다 4선(禪)을 얻는 것이었다.
한편 그 국토에는 이미 천 분의 부처님께서 똑같은 전단향이란 명호를 얻으셨기 때문에 그 겁의 이름을 또한 상향이라 하였다.
전단향부처님께서는 불사를 마치신 뒤에 곧 반열반에 드셨는데 멸도하실 무렵에 이르러 중생계를 관찰하시고,
‘어떤 사람이든지 내가 교화해야 할 자라면 그로 하여금 율교(律敎)에 따르게 하리라’고 생각한 뒤에
곧 도안(道眼)으로 유상무상천(有想無想天)을 둘러보셨다.
그리하여 교화해야 할 어떤 특이한 사람을 발견하였는데, 그는 지난 세상에 온갖 덕의 근본을 심었고 뜻은 미묘한 경지에 있었으니, 부처님께서 교화해야 할 자였다.
그가 저 천상에서 8만 4천 겁을 지내고 거기에서 다시 인간에 태어났는데 조금도 더러운 욕심이 없고 대승의 덕을 들어서 더없는 참되고 바른 도의 뜻을 내게 되었다.
때에 전단향 여래ㆍ지진께서 권방편(權方便)으로 대비심을 일으켜 인연을 보여 주기 위해 여러 비구들에게
‘이제 때가 왔으므로 나 반열반에 들어 멸도하려 하노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대비를 일으켜 무염(無厭)이란 삼매에 드시어 위대한 멸도를 나타내셨다.
그 후에 사리가 널리 퍼지니 사리를 만나지 못한 곳이 없었다. 그 사리가 두루 퍼짐으로써 바른 법이 1848만 4천 년을 머물고 이 법의 개화에 따라 많은 이를 구제하였다.
또 그 때의 세간에서는 상법(像法)이 없었다.
그런데 그 부처님께서는 삼매의 힘으로써 신족(神足)을 얻어 신성(神聖)을 이룩하시고는 거기에서 8만 4천 겁을 지내신 뒤에 형체를 감추고 스스로 나타나지 않으셨느니라.
족성자야, 이와 같이 그 부처님께서 8만 4천 겁 동안 많은 개화를 하실 때 저 유상무상천에 있던 천상 사람은 거기에서 8만 4천 겁의 수명을 마치고 인간 세상의 어떤 존자(尊者) 집에 태어나게 되었다.
그의 나이 여덟 살 때에 전단향 여래ㆍ지진께서 곧 삼매로부터 일어나 존자의 집에 가서 부처님의 모습을 나타내어 동자 앞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존자의 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보지 못하고 오직 8세의 동자만이 볼 수 있었다.
그 동자는 일찍이 대승에 뜻을 두어 설법을 들을 때마다 속가의 근심과 어지러움을 싫어하고 한량없이 큰 도(道)를 찬탄하였다.
그렇게 마음이 지극해지고 깨끗해진 동자는 더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고자 발심하여 이내 물러나지 않는 법을 성취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마음을 보시고 곧 수기(授記)하시기를,
‘그대는 7만 2천 아승기겁을 지나 더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룩해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리니, 그 명호를 보상(寶上)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중우(佛衆祐)라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에게 수기된 줄을 듣지 못하였고 이 동자만이 들을 수 있었으니, 그 본래가 법기(法器)에 걸맞기 때문이었다.
그때 1만 2천의 천자(天子)들이 수기된 것을 듣자,
그들도 한결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더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구하고자 발심하여 각자 원을 세우며,
‘보상여래께서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실 때 저희도 그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서 그 부처님의 설법에 따라 반드시 소원을 이루며 동시에 저 보상여래의 국토에 살게 하여 주소서.’라고 말했다.
때에 전단향부처님께서는 그 여러 보살들에게 다 수기하신 뒤에 곧 열반에 나아가 멸도하셨으며, 그 여러 천자와 인민들이 전단향부처님의 사리를 공양하였다.
족성자야, 여러 부처님들이 거룩한 대비를 갖추시는 것이 이와 같으니 성문과 연각의 지위로써는 도저히 미칠 수가 없다.
또 족성자야, 만약 부처님들의 성스러운 가르침이 끊어지려 할 때에는 이내 다시 존속하게 되나니, 왜냐 하면 모든 하늘의 하늘[天中天]들이 뭇 복을 조성함으로써 그 공덕이 갈수록 치성하고 교화가 더욱 번창하여서 멸도하기 전에는 공덕 갚을 것을 잊지 않고 끝내 서로 어기거나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니라.”
여래께서 이 대비의 이치를 강설하실 때에,
그 대회 중의 3분에 해당하는 항하사 같은 중생들은 모두 다 더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뜻을 일으켰고,
반 정도에 해당하는 항하사 같은 보살들은 유순(柔順)한 법의 지혜를 얻었고,
또 항하사 같은 보살들은 대비를 이룩해 다라니를 얻고 불세존과 같아졌으며,
또 아유안(阿惟顔)이라는 법의 지혜를 얻었다.
이때 대중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는 기뻐 어찌할 바를 몰랐으며 착한 마음이 생겨 다 함께 세존의 덕을 찬탄하고 곧 하늘의 꽃을 뿌려 세존께 공양하였다.
또 모든 악기가 저절로 울렸고 모두 흐뭇하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