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화수경 제3권
12. 무우품[2]
[희론이 없는 법이 곧 보리이다]
먼저 인가(印可)하고 나서 이우에게 말씀하셨다.
‘무우의 말과 같다.
이른바 희론이 있으면 모두 보리가 아니요, 희론이 없는 법이 곧 보리이니라.
왜냐하면 여러 희론을 여읨을 이름하여 보리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여의는 것이 되는가?
온갖 희론은 모조리 적멸인데 ‘무엇을 이름하여 희론이라 하는가?
빛의 쌓임[色陰]이 희론이며,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의 쌓임[陰]도 희론이며,
계품ㆍ정품ㆍ혜품도 희론이며,
욕심 적음, 족한 줄 아는 것, 고행, 두타(頭陀), 가득 차기 쉽고[易滿], 기르기 쉽고[易養], 비고 한가하고 고요한 것도 모두 이 희론이니,
[희론은 분별에서 일어난다]
이 여러 희론은 어느 곳으로부터 일어났는가?
모두 생각하고 분별하는 까닭에 일어나느니라.
무엇을 분별이라 하는가?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을 분별하고, 계품ㆍ정품ㆍ혜품ㆍ욕심이 적거나 족한 줄 아는 여러 공덕들을 분별하고 색을 분별하면 곧 색이 아니며,
분별 가운데는 곧 계품ㆍ정품ㆍ혜품ㆍ욕심 적음ㆍ족한 줄 아는 것ㆍ두타행 등이 없고,
분별 가운데는 또한 색공(色空)이 없다.
또 수ㆍ상ㆍ행ㆍ식을 분별하면 곧 식(識)이 아니다.
이 분별 가운데는 곧 계품ㆍ정품ㆍ혜품ㆍ욕심 적음ㆍ족한 줄 아는 것ㆍ두타행 등이 없나니, 이 분별 가운데는 또한 식공(識空)도 없느니라.
이와 같이 능히 알면 혜도 또한 공이다.
이와 같은 공 가운데 여러 상(相)의 같고 같지 않음이 없으니, 이를 이름하여 보리라 하느니라.’
[무생인과 보리심을 얻다]
그때에 이우가 이 법 설하심을 들어 무생인을 얻었고, 또한 이 보리의 마음을 알아 얻었느니라.
이 마음을 쓴 까닭에 이름하여 보살이라 하였다.
두 보살은 이와 같은 법을 관하여 믿어 이해하고 따라 순종하여 8만 세 가운데 언제나 부지런히 정진하고 경행(經行)함을 쉬지 아니하여 일찍이 누워 잠자지 않았다.
8만 세 가운데 탐욕ㆍ진심ㆍ어리석은 마음을 내지 않았다.
이 두 보살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 곧 하방(下方) 제천(第千) 세계 묘견불(妙肩佛) 계신 데에 태어나서 똑같이 출가하여 전생 일을 스스로 알아 정진을 전생과 같이 하였다.
이와 같이 옮기고 옮겨서 한 부처님 처소에서 한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608천 만억 여래 부처님 세존을 만나 뵙고 여러 부처님 법 가운데에 항상 출가하여 전과 같이 정진하였다.
그런 뒤에 무우가 먼저 성불하니 이름이 상중엄(上衆嚴)이었고,
이우보살은 나머지 부처님 나라에서 그 뒤에 부처를 이루니 이름이 일상중(日上衆)이었느니라.”
[보살의 마음, 게송]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두 부처님의 법을 널리 펴서 유포하고 한량없는 목숨은 아승기겁을 살았다.
아일다야, 이를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의 마음이라 하느니라.
옴도 없고 감도 없고 탐착하는 것도 없으며, 남도 없고 멸함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움직임도 없다.
이 마음을 일으키는 이는 곧 희유(希有)함을 얻느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이 뜻을 밝히고자 하여 게송을 말씀하셨다.
부처님 등불 세상에 나타나심
만억 겁에 만나기 어렵네.
마치 우담발화가
때때로 한 번 나타나듯이.
보리의 마음 깊이 발해
부처님 도를 바르게 행하는
이러한 큰 보살도
세간에선 또한 만나기 어렵네.
이 까닭에 만일 어떤 사람
이 큰 마음 능히 발하면
이 사람은 꼭 부처되어
대중 속에서 사자 소리 내리.
자재하게 사자 소리 쳐서
깨끗한 법바퀴 능히 굴리리.
부처님의 신통 걸림 없어서
본디 마음 가운데 모두 있네.
부처님의 32상(相)
18불공법(不共法)
이 법과 여러 상이
본디 마음 가운데 모두 있네.
여러 부처님에게 허망이 행하지 않네.
상왕이 돌이켜 관하는 법과
무견정(無見頂)의 상(相)은
본래 마음 가운데 모두 있네.
보시ㆍ지계ㆍ인욕
정진ㆍ선정ㆍ지혜
이 여러 가지 바라밀은
본래 마음 가운데 모두 있네.
이와 같은 여러 공덕
나머지 여러 부처님의 법
이 온갖 것들은
본래 마음 가운데 모두 있네.
성문의 계ㆍ정ㆍ혜
여러 가지 신통의 힘
이러한 여러 법도
또한 본래 마음 가운데 있네.
만일 내가 처음에
위없는 보리심 발하지 않았던들
온갖 부처님 지혜
어찌 능히 얻었을 것인가?
끝내 스스로 얻지 못했을 텐데
하물며 중생에게 들려줌이랴?
성문 제자들 또한
이 세간에 못 나왔으리.
만일 심행의 인연으로 벽지불 되면
세간의 복밭 되고 무여열반에 드네.
이러한 여러 공덕 또한
본래 마음 가운데 있네.
세간과 출세간의
온갖 여러 가지 즐거움
이러한 일들은
모두 보리의 마음에 인연함일세.
너희들은 이 마음을 관찰하라.
얻는 과보는
한량없고 가없는 겁 동안
그 끝이 다함이 없네.
너희들은 이 마음을 관찰하라.
생각생각이 늘 나고 멸하여
눈흘림과 같이 아무 것도 없네.
그러나 큰 과보 얻네.
이 마음 여러 인연에 얽혀
하나도 결정의 상(相) 없네.
이와 같이 부정(不定)한 마음
큰 과보 능히 얻네.
이 마음은 연에도 있지 않고
뭇 연도 또한 여의지 않아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지만
큰 과보를 능히 일으키네.
지혜 있는 이는 이 마음 아네.
부처님의 지혜 능히 내니
누가 귀중하게 여기지 않으리.
탐착하는 이만 빼놓고.
만일 어떤 사람 색에 의지하고
수ㆍ상ㆍ행ㆍ식에 의지하면
법에 두 상(相)을 지음이니
허망하고 속임으로써 스스로 얽네.
마치 사람이 허공에 있으면서
내가 결박되었다고 말함과 같이
이 사람은 스스로 얽힌 까닭에
언제든지 과보 속에 얽매여 있네.
이런 까닭으로 마음의 성품을 알라.
허망하고 속임 있어 아무 것도 없음을.
의심의 소견 내지 말라.
이 마음은 정한 상 아니네.
이 마음과 뭇 인연은
모두 공하여 자성이 없네.
누구나 이렇게만 알면
보리에서 마침내 물러나지 않네.
만일 법의 성품 스스로 공하면
이 법은 곧 남이 없네.
온갖 남이 없는 법
이것을 이름하여 참 지혜의 종자라 하네.
어떤 사람 이렇게 알면
보리의 수기 나는 주겠네.
음(陰)은 음을 여읨으로써
수기를 얻을 수 없느니라.
만일 법이 상 없음을 알고
또한 이 혜를 취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바른 지혜 가진 이
이 이름 참 발심일세.
이 견고한 마음을 얻으면
이 사람은 욕설과 여러 훼욕(毁辱)
칼ㆍ막대기 등 뭇 고통
능히 참을 수 있네.
누구나 이 참음 얻으면
탐욕ㆍ진심 모두 없네.
자기에게 이로워도 높은 체 않고
다른 사람을 또한 시기하지 않네.
이 참는 마음 일으키면
있다거나 없다는 두 가[邊]도 멸해
이 사람은 세간에서
무너지지 않는 지혜 능히 행하네.
이런 까닭에 마땅히
공무성법인(空無性法忍)을 닦으라.
나도 본래 또한 닦아 모아서
때문에 보리를 얻어 이루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