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섭문대보적정법경 제3권
6. 불법의 비유들
[등불 빛이 일체의 어두움을 파괴하는 것의 비유]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비유로 이 이치를 밝히셨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등불 빛이 일체의 어두움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
그 어두움은 어디로 가는가?
동방으로 가는 것도 아니요, 남방으로 가는 것도 아니며, 서방으로 가는 것도 아니요, 북방으로 가는 것도 아니며,
가도 가는 것이 아니요, 와도 오는 것도 아니다.
가섭아, 또 등불 빛은 나[我]도 아니면서 어두움을 잘 파괴한다.
또 만일 어두움이 아니라면 어찌 등불 빛을 나타내겠는가?
가섭아, 등불 빛과 어두움은 본래 자성(自性)이 없고, 이 둘은 다 공(空)이어서 얻을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는 것이다.
가섭아, 이와 같이 지혜도 또한 그렇다.
지혜가 만일 생기면 무지는 곧 버린다.
그런데 그 무지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동방으로 가는 것도 아니요, 남방으로 가는 것도 아니며, 서방으로 가는 것도 아니요, 북방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가도 가는 것이 아니요, 와도 오는 것이 아니니라.
가섭아, 또 지혜가 만일 생기면 무지는 버린다.
그러나 그 지혜는 나[我]가 아니면서 무지를 잘 파괴한다.
또 만일 무지가 본래 없었다면 지혜가 어찌 나타나겠는가?
가섭아, 지혜와 무지는 모두 자성이 없는 것이다.
이 둘은 다 공이어서 얻을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는 것이다. 나
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등불 빛이
어두움을 파괴하는 것 같다.
그 어두움이 사라질 때도
아무 데로도 가는 곳 없다.
또 만일 이 등불 빛은
어두움이 아니면 나타날 수 없나니
그 둘은 모두 자성이 없고
자성이 없는 둘은 모두 공이다.
지혜도 그와 같아
지혜가 생길 때는
무지는 스스로 사라져
이 둘은 허공의 꽃과 같아
모두 자성이 없어
취하거나 버릴 수 없다.”
[빈집에 등불을 켜는 것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빈 집에 창호가 없어 백천 년을 지내는 동안 사는 사람이 없고 그 방이 어두운데, 갑자기 어떤 하늘 사람이 그 집에 등불을 켜면,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어두움의 나[我]가 백천 년 동안 거기 살았는데, 나가 지금 가지 않겠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가섭이 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어두움은 힘이 없어 만일 등불 빛이 생긴다면 그것은 반드시 가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업의 번뇌도 이와 같다.
백천 년 동안 저 식(識) 속에 있었는데, 만일 저 수행하는 사람이 하루 밤낮에 정관(正觀)과 상응하면 저 지혜의 등불이 생긴다.
가섭아, 이와 같이 만일 성자의 지혜의 뿌리가 생기면 이 업의 번뇌는 결코 있을 수 없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백천 년 동안 그 집에
사람도 없고 창도 없었는데
갑자기 하늘이나 사람이
거기서 등불을 켰다.
그렇게 오래 있던 어두움이
찰나에 사라졌으되
그 집의 어두움은
내가 오래 살았다 말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떠나지 않고
업식의 번뇌가 모이는
이 이치도 이와 같나니
백천 겁 동안 머물더라도
본성이 진실하지 않아
수행하는 사람이 밤과 낮으로
여실한 관찰에 바로 들어가
지혜 등불의 빛이 생기면
저 번뇌의 모임은
찰나도 머물 수 없다.”
[허공에 종자가 있을 수 없는 것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허공에 종자가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가섭아, 이와 같이 만일 저 행자가 단견(斷見)에 굳게 집착하면 과거는 이미 멸했고, 미래는 있지 않은데 어떻게 불법의 종자가 머물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큰 허공이
가도 없고 한량도 없으나
사람이 그 공중 어디에
종자를 심으랴.
단견도 그와 같아
과거는 있지 않고
미래는 생기지 않았고
현재에는 불법의 종자가 없다.”
[똥거름과 대지와 종자를 심는 것의 비유]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똥거름이 대지에 가득 차면 일체 종자를 심을 수 있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업의 번뇌의 똥이 세간에 가득하면 일체 불법의 종자를 심을 수 있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대지가 똥거름이 가득하면
어디에나 종자를 심을 수 있는 것처럼
중생들 번뇌의 똥이
세간에 가득할 때
불자가 친근하면
불법 종자를 심을 수 있으리.”
[짠땅에는 연꽃을 심을 수 없는 것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짠땅에는 연꽃을 심을 수 없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행성(行性)이 없는 자는 본래 없었고 미래에는 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리의 종자를 얻을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짠땅에는
연꽃이 나지 않고
저 진흙물에서
생겨나야 매우 향기롭다.
무성(無性)도 그와 같아
과거와 미래에 본래 없었거니
마침내 부처 종자 나지 않으리.”
[진흙땅에서 연꽃이 나는 것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더러운 진흙땅에서 연꽃이 날 수 있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번뇌에 덮인 삿된 행(行)의 중생도 그 불법의 종지(種智)를 낼 수 있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썩은 진흙땅에서
연꽃이 날 수 있는 것처럼
삿된 행업 중생도
불법 종자 낼 수 있다.”
[4대해의 물이 가득 찬 것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4대해(大海)의 물이 가득 차서 끝이 없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저 보살이 짓는 선근이 법계에 두루함을 본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4대해가
가득히 넓어 끝이 없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아
선근이 법계를 두루한다.”
[조그만 물방울로 4대해를 이루려하는 것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하늘 사람이 한 털끝의 백분의 1을 취하고, 저 털끝으로 조그만 물방울을 떨어뜨려 구지(俱胝)의 4대해를 이루려 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성문이 짓는 조그만 선으로 위없는 보리를 구함을 본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털끝의 백분의 1을 취해
그것으로 미세한 물을 떠서
구지의 바다를 이루려 하는 것과 같다.
성문도 그와 같아
자기의 조그만 지혜와
그 지은 선근으로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려 한다.”
[겨자 속를 보고 허공 같다고 하는 것의 비유]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겨자 속의 벌레가 그 겨자를 먹을 때 그 겨자 속을 보고 허공 같다고 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성문이 닦는 조그만 지혜로 생(生)의 공함을 보는 것도 그와 같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겨자 속에
겨자를 먹는 벌레가 있는데
그 속의 걸림 없음을 보고
그것을 허공이라 하는 것과 같다.
성문이 닦는 지혜로
저 1분(分)의 공을 깨닫고
그 소견이 크지 못한
그 이치도 이와 같다.”
[허공의 끝없음을 보는 것의 비유]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시방세계 허공의 끝없음을 보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보살의 걸림 없는 큰 지혜로 보는 법계도 또한 끝이 없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허공 세계는
시방에 가없어
일체 모든 세간이
그것을 의지해 장애가 없는 것과 같다.
보살도 이와 같아
일으킨 최상의 지혜로
비추어 보는 법계는 공이어서
끝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