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여래흥현경 제3권
8. 성스러운 지혜와 장애 없는 행에 들어가는 위의와 예절을 갖춘다는 것
“불자여, 무엇을 보살이 여래의 성스러운 지혜와 장애 없는 행에 들어가는 위의와 예절을 갖춘다고 하는가?
비유하면 여래께서 본래부터 생긴 적도 없고 앞으로 내세에도 만들어지는 일이 없으나 때[時]와 연(緣)에 따르는 까닭에 홀연히 생기시는 것처럼,
이 여래행(如來行)도 일어나지 않고 없어지지 않으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또한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비유하면 법계가 한량없으나 또한 한계지어지지 않는 일도 없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자연도 없고 몸도 없기 때문에 법계라고 하며,
대성께서도 이와 같으시어 여래라고 하니,
행이 한량없되 또한 한량없지도 않으시고, 몸이 없는 곳과 또한 자연도 없는 곳에 들어가시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나는 새가 허공을 백천 년 동안 날아갈 적에 간 곳도 있고 못간 곳도 있으니, 앞을 보고 뒤를 살펴도 그 허공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여래의 행도 이와 같아서 억백천 겁 동안 끝없이 강설하여도 찬탄한 것에는 끝이 있으니, 설한 것이 없는 것과 같다. 여래행이므로 끝이 없기 때문이다.
여래께서는 이미 장애 없는 행에 머무셨으나 또한 머무시는 곳이 없이 중생을 위하여 이와 같이 나타내 펴시니, 이와 같은 행으로 일체 장애의 흔적을 모두 건너신다.
마치 금시조왕(金翅鳥王)이 허공을 날면서 청정한 눈으로 용궁을 보고는 본래의 모습을 변하여, 마땅히 죽어야 할 자를 알아 바닷물을 치며 날개를 떨쳐 날아올라, 파도를 일으키며 물을 가르고 모든 용과 용의 처첩들을 잡아먹는 것과 같다.
여래께서도 이와 같이 지혜에 장애가 없으시어 끝없는 행에 머무신다.
모든 법계에서 두루 중생의 모든 근의 순숙(純淑)을 관찰하시고,
예전에 본래 심은 온갖 덕의 근원[德原]에 따라 곧 무극의 여래의 10력으로써 형상을 보이신다.
종시(終始)의 바다에 들어가 생사(生死)의 연못을 가르고 많은 백성을 개도하신다.
능히 근기에 응하시어 많은 백성을 종시의 바다에서 건져내시고 부처님의 도법(道法)에 뜻을 세우게 하시며, 모든 언행(言行)을 끊어 없애고 여래의 생각이 없는 경지에 이르게 하신다.
생각이 없으므로 지혜에 장애가 없게 되니, 그것이 곧 머무르며 서는 자리이나 머물되 머무는 곳이 없다.
마치 해나 달이 빛을 천하에 비출 때 짝이 없이 홀로 다니며 서는 일 없이 허공의 길을 가면 사람들이 우러러보지만,
해와 달은
‘내가 말할 것이 있다’거나
‘돌아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세존께서도 이와 같이 열반에서 노니시며 청정한 법에 들어가시지만 또한 상념이 없으시다.
또 모든 법계에서 온갖 행을 뛰어 건너는 것을 나타내 보이시고 5취(趣)의 중생에 대하여 게으름을 피거나 쉬시는 일이 없으시다.
또 전심(專心)으로 믿는 것도 없이 창달(暢達)하시며 불사(佛事)를 널리 펴시되 또한 일도 없으시다.
불자여, 이것이 모든 보살이 평등히 여래의 지혜로운 행에 들어가는 것이니, 한량없되 또한 한량없는 일도 없이 모든 인연 짓는 일을 대신한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본래 없어 다함이 없고
생긴 적도 멸한 적도 없으며
헤아리되 본래 없으니
처소가 없어 볼 수 없다네.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 이와 같아서
그 행이 한량없으나
본래 없는 자연이어서
두 가지 일이 없네.
비유하면 모든 법계가
처소가 없고
또한 한량없으며
또한 한량없는 일도 없듯이
도행(道行) 또한 이와 같아
성인의 통달하심 끝이 없고
분별하는 것도 무극이시니
이는 몸이 없으시기 때문일세.
마치 새가 날며
억 겁 동안 허공에 있을지라도
전후(前後) 또한 이와 같이
텅 비어 경계 없이 평등하듯이
최승(最勝)께서 백천 겁 동안
행하여야 할 것을 강론하시되
방편 따라 이루시니
선덕(善德)을 잃지 않으시네.
금시조가 허공에서
멀리 물 속을 살펴
용의 목숨 끝날 때 알고
용과 비후(妃后) 모두 잡아먹듯이
10력의 지혜 자재로우시어
모든 번뇌 다 태우시고
온갖 덕의 근본 잘 짓게 하시니,
생사의 근원에서 뽑아내시네.
비유하면 해와 달이
허공을 지나면
백성들이 안온해지나
빛 또한 상념이 없는 것처럼
세존 역시 이와 같으시니
장애 없는 법으로
무수히 많은 중생 개화하시되
모든 상념 일으키지 않으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