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선계경 제5권
1.13. 정진품(精進品)
[비리야(毘梨耶) 바라밀]
1) 성전진[심근정진]
어떤 것을 보살의 성정진(性精進)이라 하는가?
성정진은 심근정진(心懃精進)이다.
선법(善法)을 붙들어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며, 중생에게 무상도(無上道)를 얻게 하는 것이며, 전도(顚倒)를 깨뜨리는 것이다.
이러한 성정진으로 해서 신(身)ㆍ구(口)ㆍ의(意)의 삼업(三業)이 선해진다. 이것을 성정진이라 한다.
2) 일체정진
일체정진(一切精進)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세간[世]이고, 둘째는 세간을 벗어나는 것[出世]이다.
다시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재가(在家)이고, 둘째는 출가(出家)이다.
또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장엄(莊嚴)이고,
둘째는 선법을 섭취하는 것이며,
셋째는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① 장엄정진
장엄이란 보살마하살이 처음 발심(發心)할 때에 열심히 정진하는 장엄이다.
내가 만일 한 사람을 능히 해탈시킬 수 있으려면 무량겁 동안 지옥에서 크나큰 고통을 받아야 한다.
크나큰 고통을 받은 다음이라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
보리를 얻고 나서 한 사람을 해탈시킬 수 있게 되기까지에도 역시 지옥의 고뇌를 겪으며 마음이 휴식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장엄이라 한다.
보살이 장엄을 구족하여 정진하면 성문이나 연각이 얻는 모든 공덕을 이기는 것이니, 이 공덕은 다 헤아릴 수 없다.
어째서인가?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위해서 큰 고뇌를 받기 때문이다.
혹시 한 사람을 위해서 큰 고뇌를 받는다 해도 오히려 무량무변한 공덕을 얻는데 더구나 모든 중생을 위함이겠는가?
이것을 보살의 장엄정진(莊嚴精進)이라 한다.
② 선법을 섭취하는 근정진
선법을 섭취하는 근정진(懃精進)이란 단(檀)바라밀ㆍ시(尸)바라밀ㆍ찬제(提)바라밀ㆍ선(禪)바라밀ㆍ반야(般若)바라밀을 수행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근정진을 부동(不動)이라 하는 것은 모든 번뇌와 모든 악업과 모든 잘못된 견해[邪見]와 모든 고뇌에 기울어져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견고(堅固)하다 하는 것은 강건하게 장엄[健莊嚴]하기 때문이다.
또 일체(一切)라 하는 것은 세간의 방술(方術)과 출세간의 법을 알기 때문이다.
또 구족방편(具足方便)이라 하는 것은 진실한 인연으로 도(道)를 닦아 쌓기 때문이다.
또 진실이라 하는 것은 진실한 진리[義]를 얻었기 때문이다.
또 광(廣)이라 하는 것은 모든 때 중에서 휴식이 없기 때문이다.
또 조복한다고 하는 것은 근수정진(懃修精進)하여 교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곱 가지가 선법을 증장한다.
이것을 선법을 섭취하는 정진[攝取善法精進]이라 한다.
열심히 정진하기 때문에 육바라밀 근정진법(懃精進法)을 구족한다.
모든 향하여 나아가는 보리법 중에서 이것이 무상무승(無上無勝)의 인연에 가깝다.
그래서 여래가 경(經) 중에서 설하기를,
“아난(阿難)이여, 근정진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신속하게 얻게 한다”고 하였다.
③ 중생을 이롭게 하는 근정진
중생을 이롭게 하는 근정진에 열한 가지가 있으니,
계(戒) 중에서 설한 바와 같다.
난정진(難精進)은, 보살마하살이 옷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며, 법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며, 잠자리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며, 나라는 생각[我想]을 짓지 않으며, 나를 있게 한다는 생각[我所想]을 짓지 않으며, 법이라는 생각[法想]을 짓지 않으며, 도라는 생각[道想]을 짓지 않으며, 보리라는 생각[菩提想]을 짓지 않고, 또한 보리를 위하여 근수정진하는 것이다. 이것을 난정진이라 한다. 모든 때ㆍ모든 나라ㆍ모든 마음에서 근수정진한다. 이것이 또한 난(難)이다. 급하지도 않고 느긋하지도 않은 곳에서 실천한다.
이것을 난정진이라 한다.
3) 난정진
난정진에 두 가지의 인(因)이 있으니
첫째는 비(悲)이고, 둘째는 혜(慧)이다.
4) 일체자정진
일체자정진(一切自精進)에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악업에서 떠나는 것이며,
둘째는 선법을 늘리는 것이며,
셋째는 선법을 빛나게 닦는 것이며,
넷째는 지혜를 늘리는 것이다.
악법에서 떠난다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부지런히 닦아 정진하면 악법이 생기지 않는 것인데, 열심히 방편을 지어서 생기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선법을 늘린다는 것은 이미 생긴 선법을 방편을 써서 늘리고 넓히는 것이다.
선법을 빛나게 닦는다는 것은 신업(身業)ㆍ구업(口業)ㆍ의업(意業)의 인연을 열심히 닦아 지극한 마음으로 생각을 다잡아서 선법을 받아들여 이를 지키는 것이다.
지혜를 늘린다는 것은 만일 보살이 열심히 닦아 정진할 경우, 불법(佛法)을 많이 듣고 선정[定]을 닦아서 지혜를 늘리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일체자정진이라 한다.
5) 선인정진
선인정진(善人精進)이란 보살이 선법을 위하기 때문에 열심히 정진할 때에 설사 몸이 불에 타더라도 뜨거워하지 않는 것이다.
보살이 선법을 닦을 때에, 열심히 정진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지옥 불의 뜨거움조차도 느끼지 못하는데, 더구나 세간의 불이겠는가?
보살은 정진을 하는 데 있어 많게도 하지 않고 적게도 하지 않으며 평등하게 실행한다.
정진을 늘림에 있어 잘 조복(調伏)하여 제어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음의 청정함 때문이며,
쉼없이 마음에 후회하지 않으려는 까닭이며,
크나큰 이익을 얻어서 전도(顚倒)되지 않으려는 까닭이며,
필경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려는 까닭이다.
이것을 선인정진이라 한다.
6) 일체행정진
일체행정진(一切行精進)이란,
항상 열심히 정진하는 것이며,
지극한 마음으로 정진하는 것이며,
지혜로 정진하는 것이며,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이며,
장엄하게 정진하는 것이며,
고뇌를 참고 정진하는 것이며,
동요함이 없이 정진하는 것이며,
시도 때도 없이 정진하는 것이며,
만족한 줄을 모르고 정진하는 것이다.
보살이 일체행정진을 성취하는 것을 대력(大力)이라 한다.
항상 열심으로 정진하는 것은 편안하게 선정에 머물러 좋은 곳에 처해서 굳건하게 장엄하여 쉬거나 그치는 일이 없이 선법을 얻으려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진하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려는 까닭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정진하고자 하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보리심을 늘리려는 까닭이다.
방편심(方便心)으로 정진하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그의 마음을 모든 번뇌의 때로 더럽히지 않고, 몸을 도구로 삼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려는 까닭이다.
7) 승정진, 구정진, 학정진
승(勝)정진은 보살마하살이 선법을 위하여 몸을 태우는 불조차도 구제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보살은 모든 성문이나 연각을 이긴다.
구(求)정진은 보살마하살이 세간법과 출세간법의 모든 방술(方術)을 구하는 것이다.
학(學)정진은 보살마하살이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신속히 얻으려는 것이다.
8) 이타정진
이타(利他)정진은 보살마하살에 열한 가지가 있으니 지계품(地戒品) 중에서 설한 것과 같다. 범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범했다 하더라도 참회해야 한다.
제(除)정진 및 자신을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정진은 인(忍)에서 설한 것과 같다.
9) 적정(寂靜)정진
적정(寂靜)정진에 열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의(宜)이며, 둘째는 닦아 쌓는 것[修集]이며, 셋째는 동요하지 않는 것[非動], 넷째는 굳건히 지키는 것[堅持]이며, 다섯째는 일체시(一切時)이며, 여섯째는 세 가지 상을 연유하는 것[緣三相]이며, 일곱째는 평정[捨]이며, 여덟째는 산란하지 않은 것[不散]이며, 아홉째는 조어(調御)이며, 열째는 보리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① 의(宜)정진
만일 어떤 번뇌가 일어나면 보살은 그 병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하여 증상에 따라 대치(對治)한다.
예를 들어 탐욕이 일어나면 그것이 부정(不淨)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며,
분노와 증오심이 일어날 때는 자비의 마음[慈心]을 닦으며,
미련한 마음이 생기면 십이인연에 대하여 관찰하며,
잡념이 일 때는 아나파나(阿那波那: 호흡을 세어서 마음을 통일하는 觀法)의 관법으로 다스린다.
교만함을 깨뜨리려면 중생계(衆生界)를 본다.
이것을 의(宜)정진이라 한다.
② 닦아 쌓는 정진
보살의 정진은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끝나는 것도 아니며, 한량없는 세간에서 끊임없이 성취한다. 이것을 닦아 쌓는 정진이라 한다.
③ 움직이지 않는[非動] 정진
보살은 정진을 함에 있어 항상 열심히 닦아서 언제나 처음처럼 한다.
이것을 움직이지 않는[非動] 정진이라 한다.
모든 시간을 통해서 열심으로 정진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정진이라고 하는 것이다.
④ 굳건히 지키는 정전
보살마하살이 언제나 사장(師長)과 학덕 있는 연장자[耆宿], 덕망있는 이를 친근히 하여, 닦아서 배우고 많은 것을 들으며,
삼매(三昧)를 닦을 때는 그 뜻에 대하여 생각하며,
열심으로 정진을 실천하고, 순응하여 따르는 마음으로 듣고 받아들인다.
이것을 견지(堅持)정진이라 한다.
⑤ 일체시(一切時)
보살마하살의 마음이 전도(顚倒)되지 않아서 사마타(舍摩他: 止息)를 닦아야 할 때는 사마타를 닦고,
비바사나(毘婆舍那: 觀察)를 닦아야 할 때는 비바사나를 닦고,
사(捨: 平靜)를 닦아야 할 때는 사를 닦는다.
이것을 일체시(一切時)정진이라 한다.
⑥ 세 가지 모양에 연유하는 정진
보살이 정(定)ㆍ혜(慧)ㆍ사(捨)를 잘 알아서 세 가지 모양을 닦아 쌓으니,
들어오는 모양[入相]ㆍ머무르는 모양[住相]ㆍ일어나는 모양[起相]이다.
바른 생각을 잃지 않고 지극한 마음으로 열심히 정진한다.
이것을 세 가지 모양에 연유하는 정진[緣三相精進]이라 한다.
⑦ 평정[捨]
보살이 만일 여러 부처와 보살의 부지런한 정진에 대하여 들으면 불가사의하게 느끼고,
듣고 나서는 스스로 가볍게 여기지 않고, 근심하고 번뇌하지 않으며, 만족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사(捨)정진이라고 한다.
⑧ 산란하지 않은 정진
보살마하살이 때때로 모든 근(根: 威受機能)과 모든 입(入: 感受領域)을 조복(調伏)하여 음식을 만족하게 여기고
초야(初夜: 人定, 저녁)와 후야(後夜: 鷄嗚, 새벽)에 잠을 줄이고,
지극한 마음으로 산란함이 없이 방일(放逸)하지 않고 장엄을 추구하여 열성적인 정진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진실의 뜻을 닦아서 마음의 전도(顚倒)함이 없이 이치에 순응하여 도(道)를 닦는다.
이것을 부산(不散)정진이라 한다.
⑨ 조어(調御)정진
보살은 정진을 급하게도 완만하게도 하지 않으며, 일을 함에 있어서 중도(中道)의 방법으로 행한다.
이것을 조어(調御)정진이라 한다.
⑩ 보리를 향하여 나아가는 정진
보살의 정진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회향(廻向)한다.
보살마하살이 성(性)정진에서 적정(寂靜)정진을 닦는 데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기 때문에
이것을 일체(一切)정진이라 한다.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회향한다는 것은
과거세의 모든 보살이 가졌던 정진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며,
미래세의 모든 보살이 가질 정진이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며,
현재세의 모든 보살이 지극한 마음으로 방일함이 없이 가지는 정진이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는 것이다.
이것을 보리를 향하여 나아가는 정진[趣向精進]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