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본업경 하권
8. 집산품(集散品)
부처님께서 경수보살과 이 모임의 십사억 나유타(那由他)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위에서 사십이현성의 인과명관법문(因果明觀法門)을 들었노라. 그러니 일체 대중이 다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킬지니라.”
이와 같이 세 번 불자에게
“마땅히 받아 지니고, 마땅히 발심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에 모든 대중 가운데 백천의 천자가 있었는데, 이 법문을 듣고 초주심(初住心)을 일으켜 범부의 법을 버리고 조복하고 인내하는 법을 수행하여 십주명관(十住明觀)의 법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다시 만 명의 신심 있는 남녀가 있었는데 모두 청정십행법문(淸淨十行法門)에 들어갔다.
그리고 팔만 대범천왕(大梵天王)이 있었는데 초지(初地)의 명관법(明觀法)을 얻었다.
또 팔부(八部) 아수륜왕(阿須輪王)이 있었는데 각각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 십신심(十信心)에 들어가 십선행(十善行)을 행하였다.
또 팔만의 제십지(第十地)의 사람이 있어 정각(正覺)을 이룸을 나타내었다.
“불자여, 이때 시방무극의 불국토에 있는 일체 대중은 부처님께서 영락 가운데에서 육입(六入)의 법문, 이른바 십주(十住)ㆍ십행(十行)ㆍ십향(十向)ㆍ십지(十地)ㆍ무구지(無垢地)ㆍ묘각지(妙覺地)를 설하심을 듣고 각각 무상보리심을 일으키고 본래의 국토로 돌아갔느니라.
또 색계ㆍ무색계의 사람이 있었는데 각각 돌아가 신통을 닦았다.
그리고 본래 머무는 곳으로 돌아가 전하여 보살영락법문을 펴며 천인을 교화해 주었다.
다시 육욕천(六欲天)의 사람이 있었는데 본천(本天)으로 돌아가 널리 모든 천인을 위하여 본행을 헤아릴 수 없이 설하였느니라.
그때에 모든 대중들도 각각 받아 지니고 독송하고 그 의미를 명료하게 이해하여 본래의 국토로 돌아가 보살본행을 설하고 제불본업(諸佛本業)을 받아 지니기를 이미 마쳤느니라.”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ㆍ혜해(慧海)ㆍ금강장(金剛藏)ㆍ도화(道華) 등의 팔천 보살이 모든 시방 세계의 여러 불국토 중에서 으뜸가는 제자였으므로 이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시방의 무명 중생을 위하여 받아 지니고 독송하며 그 의미를 명료히 이해하고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중생을 위하여 공혜도(空慧道)와 입법명문(入法明門)을 열어라.”
이때 오천만 명의 대보살이 있었는데, 모두 일생보처(一生補處)보살이었다. 그들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지니되 겁이 지나도록 소멸되지 않았다.
또 헤아릴 수 없는 천녀(天女)가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지녔다.
이때 다른 곳의 무극찰(無極刹)보살과 이 나라의 보살들이 변화 신통으로써 여환삼매(如幻三昧)에 들어가 허공에서 뛸 듯이 춤추며 환희하는 것이 헤아릴 수 없었으니, 영락공덕경(瓔珞功德經)을 듣고 수지하여 마음마다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아 수행하여 온갖 현성문(賢聖門)을 버리지 않았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다시 백만의 변화 신통과 한량없는 광명과 한량없는 청정신(淸淨身)을 나타내시며 거듭 이 금강장해영락경(金剛藏海瓔珞經)을 부촉하셨다.
“너희들 모든 대중은 이 경법을 받아 지녀야 하느니라.
이 경은 과거 한량없는 백천의 부처님께서 마음속으로 행하신 법이므로 너희들은 받아 지니고 공양해야 하느니라.”
그때에 일체 대중이 일시에 자리에서 천 가지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비추고 환희하며 보살불가사의영락경(菩薩不可思議瓔珞經)을 받아 지니고 이마로 받들어 공양하며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갔다.
또 육욕천자(六欲天子)와 십천(十千)의 국왕이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법좌에서 해산하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일시에 눈물을 흘리며 큰소리로 슬피 우니 그 소리가 삼천세계에 가득 찼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울면서 가지 않는 이가 없었다.
또 팔십억의 대보살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사무량심으로써 유(有)와 무(無)는 동등한 것이며 무위(無爲)이고 무상(無相)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받들어 지니고 각각 무진법화삼매(無盡法化三昧)에 들어가 환희하며 물러갔다.
또 십천의 시행현자(始行賢者)가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구관정(九觀定)의 사선(四禪)과 사공정(四空定)ㆍ진멸정(盡滅定)ㆍ칠정(七淨)의 십계(十戒)ㆍ심입정(心入定)ㆍ견도(見道)ㆍ도의(度疑)ㆍ정도(正道)ㆍ행지견(行知見)ㆍ행단지견(行斷知見)으로써 법에 들어갈 수가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갔다.
이때 좌중에 팔천 보살이 있어서 각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금강화(金剛華)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미래세에 경을 설하는 보살이 법륜 아래에서 그 법을 듣는 이가 교화를 받아 받들어 행한다면 법용(法用)을 다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자여, 잘 물었도다. 불자여, 먼저 마땅히 법을 듣는 자를 위하여 보살의 법계를 수여(授與)하고 그런 후에 보살의 본행인 육입법문(六入法門)을 설할지니라.
불자여, 그를 위하여 차례로 사귀법(四歸法)을 수여하여라. 그리고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僧)에 귀의하고, 계(戒)에 귀의하는 사불괴심(四不壞心)을 얻게 한 후에 십계(十戒)를 주어야 하느니라.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거짓말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으며, 술을 팔지 않고, 재가와 출가 보살의 허물을 말하지 않으며, 인색하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헐뜯지 않으며, 삼보를 비방하지 않는 이것이 십바라이(十波羅夷)로서 참회할 수 없는 법이니라.
불자여, 십계를 받고 나서 또 듣는 자를 위하여 법사를 공양하고 항상 천상의 헤아릴 수 없는 꽃과 향과 백천 가지 등불과 백천 가지 하늘 옷과 영락, 그리고 백천 가지의 기악과 백 가지 맛의 음식ㆍ집ㆍ경서(經書)와 모든 필수품으로 다 공양해야 할 것을 가르쳐야 하느니라.
홍통(弘通)의 법사는, 마땅히 부처님을 공경함과 같이, 부모를 모시는 것과 같이, 사화바라문법(事火婆羅門法)에서 제석(帝釋)을 모시는 것과 같이, 부모와 스승과 스님에게 날마다 세 때에 예경하고, 법을 위하여 몸을 버리고 목숨을 다하여야 하느니라.
이에 불자여, 이와 같이 법을 구하는 사람에게 곧 보살의 본행(本行)과 백천만 부처님께서 전수하신 영락법문(瓔珞法門)을 설해야 하느니라.”
그때 십억 대중이 찬탄하여 말하였다.
“미래세 중에 법이 없고 삼보가 없고 현인이 없을 때에 겁은 악세(惡世)를 따라서 일어나므로 그 법을 설하거나 그 법을 듣는 것이 매우 드물고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각각 슬피 울고 통곡하니 땅이 바다와 파도로 변했고 삼천세계가 뒤집히고 엎어졌으며 스물여덟 가지 별자리와 해와 달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에 대중은
“도리어 신통력을 거두고 모두 다 공경하며 수지하고 독송하며, 문구의 뜻[義句]을 해설하면 십 겁에도 소멸하지 않고 무궁무진하리라”고 하니,
각각 기뻐하고 받들어 행하며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