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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보살경 제3권
[살인자와 무소유보살의 전생의 인연]
이때 무리 가운데 보살이 있는데 이름을 무장정월(無障淨月)이라 하였다.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스스로 의심을 결정해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이 무리들을 위하여 의심을 끊게 하려고, 게송으로 세존께 여쭈었다.
저는 세간(世間)의 등불이시며
지혜를 모아 의혹이 없으신 뿐께 여쭙니다.
저와 이 무리를 위하는 까닭에 스스로 의혹을 끊어 없애고
그 일이 이 무리들에게 미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인연으로 이 무리는 봅니까?
그리고 지금 근기가 날카로운 자는
전에 사람을 살해하고
또 보리의 예언[記]을 얻었습니까?
큰 용이시여, 원컨대 말씀해 주십시오.
그의 옛날의 행업(行業)은
이미 억수(億數)의 겁(劫)이 지났는데
항상 악취(惡趣)의 세계만을 지었고
그 많은 겁을 수 없이 쌓았습니다.
어리석음으로 눈멀고 엎어졌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백억 겁 동안에
항상 여러 가지 수많은 괴로움을 받고
생사(生死) 가운데 유전(流轉)하여
지옥의 불은 활활 타오르니
대호아비지(大呼阿毘支)입니다.
그의 업을 보니 이와 같습니다.
또 생사를 거듭하는 가운데
악독한 뱀의 몸을 받아
뭐든지 보면 바로 죽일 수 있어
백억의 수많은 생사(生死)가 있습니다.
수많은 여러 가지 괴로움을 받은
수많은 백억 겁을 지나
인도(人道)에 태어난 것을 얻어서는
또다시 사람을 살해하였습니다.
지금 세존을 만날 수 있게 되니
바로 총명한 근기가 생겨
모든 번뇌를 속히 끊고
보리를 향하는 뜻을 냈습니다.
부처님을 위하여 수기(授記)를 받고
아승기겁(阿僧祇劫) 뒤에
마땅히 세간의 등불이 되어
이름을 이상공덕(利上功德)이라 합니다.
그의 그 옛날의 일을
세존[人上]께서는 설명해 주십시오.
이 같이 업이 짓는 일은
괴로움과 악의 과보로서
수억 겁에 걸쳐서
수많은 괴로움을 이미 받았습니다.
만약 선업(善業)을 지녔다면
스승 역시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 옛날, 행한 바의 모든 행의
악업과 불선(不善)을
세간의 등불은 남김없이 비추어 알게 하십시오.
부디 바라건대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십시오.
의혹을 끊은 대장부는
나를 위하고 중생을 위하고
또 미래를 위합니다.
능히 이 가르침을 듣는 자에게
만약 의혹을 갖는 일이 있고,
이 법에 있어서 의심이 있다면
스승께서는 지금 저희를 위해 끊게 하십시오.
지금 계시는 양족존(兩足尊)은
중생을 거두어 교화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에 선남자가
그 옛날과 같이 실천하면
크게 이름을 칭찬하나니 바라옵건대 말씀해 주십시오.
이때 부처님께서는 무장정월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일체의 무리를 위하여 의혹을 끊고자 하기 때문에 능히 여래에게 이 같은 뜻을 물었다.
그대 선남자여, 분명히 듣고 이를 분명하게 잘 생각하여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말하리라.
저 선남자의 그 옛날 지은 모든 업과 같은 것은 이와 같이 수많은 백천 나유타(那由他)의 겁을 지나면서 온갖 고뇌를 받았다.
그대들은 듣고 마땅히 여래를 믿고 두려움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하느니라. 한결 같이 받들어 지니고 가르침과 같이 말하여라.”
이때 무장정월보살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직 바라오니 세존이시어,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의 옛날을 생각함에 연등(然燈)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멸도(滅度)하신 뒤, 90억 나유타의 겁을 지나서 세상에 나오신 부처님이 있었는데 이름을 법의희왕(法意喜王) 여래 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 내지 불세존이라고 한다. 그 부처의 수명은 68천 세(歲)이다.
첫 모임의 성문(聲聞)의 무리는 62구치(俱致)의 백천(百千)이 있고, 보살마하살은 그 수가 또한 배이다. 그 부처님의 세계를 범주(梵主)라고 이름 하며, 겁(劫)은 정의(淨意)라 이름 한다. 그 법의희왕여래는 그 겁에 태어났다.
무슨 까닭으로 그 겁을 청정의(淸淨意)라 이름 하는가?
그 겁에는 항상 여래가 세상에 나오고 여러 보살이 있으니, 이런 까닭에 그 겁을 청정의라고 이름 하느니라.
선남자여, 그 법의희왕여래의 시대에 머무는 겁 가운데 원한을 다스리기 어려운 선남자는 이때 왕이 되어 이름을 항원(降怨)이라 하였다.
그는 여래와 비구, 모든 보살들에게 부탁하여 일체의 악기로서 석 달 동안 그 여래를 공양하고, 그에 따라서 법을 듣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일으켰고, 그는 선근(善根)을 심어 다시 십천(十千)의 온갖 부처님을 만날 수 있게 되고, 모든 곳에서 항상 범행(梵行)을 닦아 항상 많은 것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4선정(禪定)을 얻었느니라.
이 선근으로 인하여 또다시 여래를 만났구나. 그 이름을 금강염광(金剛焰光)이라 한다.
그 부처님 계신 곳에서 출가 수도하여 범행을 실천하고 부지런히 정진을 실행하고 두타법(頭陀法)을 행하여 항상 한적한 곳에 있으면서 십천(十千)을 넘는 수다라(修多羅:經)를 독송하였다.
이 모두는 대승(大乘)이며, 또한 4선정과 5신통과 4무색정(無色定)을 얻었느니라.
선남자여, 그 금강염(金剛焰)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에게 10구지(俱祇)의 여러 비구가 있는데, 그들 모두가 아라한(阿羅漢)이니라.
또 84구지 나유타(那由他)가 백천(百千)인 여러 보살의 무리가 있느니라. 항상 세존에게 귀의하고 모두가 평등하여 인위(忍位)와 다라니(陀羅尼)를 얻었구나. 물러서지 않는 수레를 굴려 깊은 법을 잘 이해하고 이미 끝이 없는 다라니의 문에 들었느니라. 이미 능히 끝이 없는 법계의 해인삼매(海印三昧)에 훌륭하게 들어 노니는 것이 신통(神通)하고 마음에 결정함을 얻고 모든 부처님이 머물러 지니는 몸을 나타내어 모든 중생들에게 항상 자비를 행하느니라.
[이익상보살, 현재의 부처님]
선남자여, 이때에 그 부처님과 보살의 무리 가운데 한 보살이 있었으니, 비구의 우두머리 법사(法師)로 이익상(利益上)이라 이름 하였느니라.
법의 뜻을 잘 말하여 가르쳐 보이고 매우 기쁘게 하여 여러 보살들로 하여금 부사의한 공덕을 갖추게 했느니라. 세존을 위하여 시자(侍者)가 되고 항상 수행하여 가고 머물렀다. 더욱 오늘의 아난(阿難) 비구와 같았느니라. 모두 능히 모든 수다라를 수지(受持)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그 이익상보살은 자재왕(自在王)여래께서 말씀하신 백천 나유타(那由他)의 수다라를 능히 받아 지니고, 능히 백천 나유타의 보살들을 위하여 그 뜻을 풀이하느니라.
선남자여, 이때 자재왕 여래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는 2만 세(歲) 동안 모든 보살과 성문의 무리, 그리고 모든 중생을 위하여 설법하고 교화하여 2만 세가 넘쳤다.
그런 뒤에 곧 일체의 보살과 비구의 무리와 모든 천마(天魔)와 범천(梵天)과 사문(沙門)과 바라문(婆羅門) 등의 대중 가운데서 이익상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이 불가사의한 나유타 등 백천(百千)의 구지타(俱祇他)를 닦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받아 지니어 후대의 말세(末世)에 모든 하늘과 사람을 위하여 선근을 늘리고 길러 이 법을 지키고 지니어 여래의 보리의 교법을 빛나게 하여 오래 머물게 하는 까닭에 받아 지니어 풀이해야 한다.
선남자여, 이 밤이 지나면 모든 불여래는 마땅히 반열반(般涅槃)할 것이니라.’
이때 이익상보살은 부처께서 열반하신다는 말을 듣고 슬피 울면서 눈물을 비 오듯 흘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여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원하오니 양족존(兩足尊)께서는 1겁에 머물러
세간과 하늘과 사람들을 이익하게 하십시오.
저는 지금 세간의 눈[眼]을 권청(勸請)합니다.
원컨대 묘법(妙法)을 말씀하여 가르쳐 주십시오.
지혜가 깊고 번뇌가 없는 도사(導師)는
뛰어난 행실[勝行]로 온갖 공덕에 머뭅니다.
남김없이 보는 눈을 가져 하늘과 사람을 다스리는 이
큰 신통을 지니신 이여, 원하오니 오래 머무시옵소서.
만약 길을 가르치는 스승께서 열반에 드는 것을 들으면
모든 하늘과 사람들의 마음이 근심하고 고뇌할 것입니다.
도사(導師)시어, 부디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으로
세상에 머무시어 가르침을 보여 주시기를 오직 원하옵니다.
저와 백천에 이르는 모든 중생들은
온갖 괴로움이 핍박하여 근심과 고뇌가 생깁니다.
모두가 도사(導師)의 열반을 부르는 까닭입니다.
이승의 어버이께서 지금 열반하시고자 합니다.
능히 사람을 다스리는 조어자(調御者)여,
남김없이 보는 눈을 가진 이여,
오래도록 머무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세간과 하늘과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까닭에
저는 지금 모든 불세존께 권청(勸請)하옵니다.
이때 세존은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게송으로서 그 이익상보살에게 대답하셨다.
나 이미 세간을 위하여 이익을 지었고
이와 같은 온갖 법의 가르침을 말하였다.
나는 이미 충만한 모든 보살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의 번뇌가 없는 곳에 머물게 하였느니라.
곧 이 밤의 새벽녘에
나는 마땅히 반열반에 들 것이니라.
나 이제 너에게 이 법을 부촉하고
세존이 열반한 뒤에 길이 머물게 하리라.
저 무리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모든 보살들은 일제히 합장하고,
모두가 함께 여래를 우러러 사모하며
슬피 울어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이렇게 말하였다.
오직 원하오니, 양족존이시여
저와 백천의 중생들을 위로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멸도(滅度)하신 뒤에 누가 부처님이 됩니까?
세존은 모든 세간의 위에서
애민(哀愍)하여 간절한 말씀으로
세간과 하늘과 사람들을 위로하여 말하였다.
내가 입멸(入滅)하여도 비구는 두려움을 품지 말 것이니
나는 후세에 마땅히 부처로서 세간에 나오리라.
보살이 있어 공덕분(功德分)이라 이름하며
수행하여 무루지(無漏智)의 이름을 얻어
미래세(未來世)에 마땅히 부처를 짓고
이름을 지염양족존(智焰兩足尊)이라 할 것이니라.
나는 지금 권청하노니 그대는 마땅히 알거라.
이 법을 섭지(攝持)하고자 하는 까닭에
이 같이 법의 가르침을 널리 개현(開顯)하여
세간과 하늘과 사람들을 위하라.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곧 위안이 되어 다시 말하였다.
대신통력(大神通力), 이는 매우 어려우니,
섭수(攝受)함이 없는 법을 섭수하는 때문입니다.
저는 도사(導師)를 존중하는 까닭에
저는 지금 정법(正法)을 섭수하여
저는 마땅히 이 법을 널리 펼 것이며
저는 마땅히 몸과 수명을 버리겠습니다.
제 몸과 수명을 지키지 아니하고
곧 여래의 법을 지키겠습니다.
만약 이 몸을 사랑하지 않아 돌보지 않으면
그는 곧 능히 스승의 법을 지키는 것이옵니다.
선남자여, 이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일체의 대중을 위로하고 기쁘게 한 다음에 법을 말씀하시고 교회(敎誨)하며 위력을 베풀기를 그치고서 밤이 기울었을 때 열반에 들었다.
선남자여, 그때 세존이 열반에 든 뒤에 보살은 만족한 80천(千)의 수많은 법문(法門)을 말하여 이 같이 수순한 중생을 성취하였다. 많은 백천 나유타의 중생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가운데서 성숙함을 얻었다. 하물며 성문승(聲聞乘)에 머무른 자와 벽지불승(辟支佛乘)에 머무른 자이겠느냐? 또한 하물며 생사 가운데 유전하면서 선근을 심는 자이겠느냐?
선남자여, 그 부처님은 여래가 열반한 뒤, 정법이 없어진 상법(像法) 중에도 많은 비구가 있고, 유(有)를 얻음을 말하고 유(有)의 멸(滅)함을 말한다. 그들은 이에 여러 수다라를 수지(受持)하는 것을 즐기지 않고 또 비방한다.
[용건력, 현재의 무소유보살]
선남자여, 그때에 이 염부제(閻浮提)에 한 사람의 왕이 있었는데 이름을 용건력(勇健力)이라 하니, 과보(果報)가 넓고 크구나.
이때 이익상보살인 그 비구는 왕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위하여 불법을 말하고 여래의 비밀한 가르침을 말한다.
왕은 다 듣고 나서 곧 이익상 비구를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고, 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여 비구를 공양한다.
이리하여 그 비구는 저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를 바라는 까닭에 모든 곳에서 모든 공양을 받고, 싫어하거나 뉘우치는 마음을 내지 않고 권태로운 마음도 일지 않았다.
그 왕은 석 달 동안 그 비구를 공양하기를 마치고 만족하였다. 그리고 8만 4천의 채녀(采女)가 낱낱이 온갖 향과 꽃과 모든 음악과 온갖 보배와 영락(瓔珞)과 바르는 향과 의복을 가져 스스로 장엄하게 하고, 이 같은 것으로 비구를 공양한다.
그리고 그 비구가 거느린 문도(門徒) 8천5백은 항상 서로 수순하여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있어서 물러서지 않음을 얻었다.
[적정위의 비구, 현재의 살인자]
선남자여, 그때 원한을 다스리기 어려워서 사람을 살해한 자는 비구가 되어 이름을 적정위의(寂定威儀)라고 하였다.
법요(法要)를 잘 듣고, 많이 듣고 모두 기억하며, 10천(千)의 수다라를 지니고, 독송하며 이해하고, 능히 널리 모든 수다라를 분별하느니라. 항상 적은 것을 바라고 만족할 줄을 아는 법의 뜻을 말하여 그 비구는 이미 4선정을 얻었고, 또 5신통과 4무색정(無色定)을 얻었느니라. 이리하여 그 적정위의 비구에게는 많은 무리가 있고, 그 수는 5백으로서 서로 함께 수순하여 역시 이 같은 위의가 뛰어났다.
이때 적정위의 비구는 이익상 비구를 보고 기뻐하지 않고 나쁜 마음이 생기고 진에(瞋恚)의 뜻이 생겨 악의 빛깔을 띄우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러한 비구의 어디에 보리의 행이 있는가?
어디에 모든 부처님의 법이 있는가?
이러한 잡된 행동은 세간에서 위의를 행한다 해도 오히려 없을 것이다. 하물며 마땅히 부처님의 지혜를 밝히는 것에 있었겠느냐?’
그러나 그 무리들은 한결같이 오직 이익상보살인 비구를 믿어 능히 무너지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적정위의 비구는 또 진심(瞋心)이 더하고 또다시 아만이 더하여 그 땅에 등을 돌리고 떠났다.
나도 또 이러한 나쁜 일을 보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만약 이 비구가 사악한 생각을 실천하여 여러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전도된 행동을 실천하게 하면 한적한 곳에 이르러 삼매에 들고자 하여도 진심(瞋心)의 뿌리가 있기 때문에 그 삼매에 순조롭게 들 수가 없느니라. 하물며 능히 정(定)에 듦이겠느냐?
그에게 이 같은 강력한 행동이 있기 때문에 온갖 선정의 정(定)과 5신통의 일체를 모두 잃어버리느니라. 그는 이 같은 진심의 나쁜 마음이 있는 까닭으로 커다란 중병(重病)을 얻는다.
이때 이익상보살 비구는 이 같은 생각을 짓는다.
‘희유하구나. 이와 같은 비구는 큰 불선(不善)과 진심과 탁한 뜻을 낸다. 나는 지금 마땅히 가엾은 생각을 내야 한다. 이익을 지어 깊은 법을 듣게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때 그 이익상보살 비구와 5천 보살의 모든 권속들은 허공에 날아올라 그곳에 머물러 게송을 설하여 말한다.
사는 집인 자성(自性)은 보리를 말하고
분별이 없고 파괴가 없기를 바라네.
만약 이 행을 깨닫고 두루 말하면
그는 보리의 무상(無上)한 평안함을 깨달으리라.
진심(瞋心)의 행과 자성은 보리와 같다고
세간의 스승과 지혜 있는 자는 이미 말씀하셨네.
만약 이 같은 법의 행을 깨달으면
그는 보리를 깨달은 양족존(兩足尊)이로다.
어리석음은 보리(菩提) 등을 나타내고
보리와 어리석음의 성품은 다름이 없지.
이 나타나는 어리석음의 한 행으로서
마땅히 보리의 무상도(無上道)를 깨닫지.
만약 모든 소견과 행과
그 보리의 뛰어난 깨달음을 이미 말하였는데
이 두 줄의 글에서 말한다면
소견과 행은 보리에서 얻지 못하네.
모든 부처님의 법은 매우 깊고 오묘하여
유(有)로서는 능히 보고 알 수가 없네.
분별을 떠나 의지하는 바가 있는
방편이 좋은 지자(智者)는 보리를 깨닫지.
만약 능히 온갖 분별을 버리고
그리고 지계(持戒)로서 아만(我慢)의 소견을 의지하며
많이 듣는 것으로 스스로의 긍지를 삼는
이들을 버리기를 마치면 보리를 깨닫지.
사는 곳을 평안하게 여기고 탐욕을 즐기며
만약 이 법을 듣고 놀라거나 의혹하지 않아
도사(導師)가 말하는 법을 믿고 이해하여
능히 한 줄의 글로 널리 풀어 말하며
이 가르침 가운데 출가(出家)를 쓰지 않아
소견의 얻는 바가 있어서 한가한 곳에 있어도
내 생각 가운데 항상 매이고 집착하여
나는 마땅히 보리를 깨달으리라 하는 생각이 일어
움직이는 생각을 가져 두루 말하는 것
그것들은 모두가 마라망(魔羅網:魔)이네.
만약 모든 법을 알면 허공과 같고
그에게는 곧 움직이는 생각이 없지.
모든 여래에게는 이 같은 법이 있고
눈 밝은 모든 이는 한 줄의 글로 말하네.
번뇌와 보리는 둘이면서 둘이 아니로다.
번뇌와 보리는 얻음이 없지.
만약 탐욕과 진심을 분별하지 않으면
또한 어리석음 등도 분별하지 않네.
그가 이에 둘을 버리면
모든 도사(導師)들은 보리를 깨닫지.
만약 얻는 바가 있는 곳에 머물지 않으면
역시 생각이 있지 아니하고 움직이지 않네.
나의 생각이 일지 않고 의지할 곳이 없으면
그는 무상(無上)한 보리를 깨달아 평안하네.
만약 분별과 그릇됨을 따름과
환상과 거짓과 질투를 분별함을 버리고
두타계(頭陀戒)의 복덕(福德)을 실천하는 것을 즐기면
그는 보리의 한량없는 눈[眼]을 깨달으리라.
만약 이 법을 듣고서 버리는 바가 없고
널리 말할 때에 역시 의심하지 않으면
그는 마땅히 양족존(兩足尊)을 빨리 이루어
세간의 더할 나위없는 지혜를 스스로 갖출 것이니라.
깊고 깊은 모든 법은 가장 오묘하고 뛰어나
헤아릴 수 없고 고요하여 말하는 것이 없구나.
만약 아견(我見)을 열어 내세우지 않으면
많은 구지겁(俱祇劫)에 있어서도 깨닫기 어려우니라.
선남자여, 이때 이익상보살 비구가 이 게송을 읊을 때, 저 위 공중에서 66나유타의 모든 하늘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또 62천(千)의 중생이 있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이때 적정위의 비구는 이 게송 다 듣고 기분이 즐겁지 않고 마음에 뜨거운 번뇌가 생겨 몸은 남은 곳 없이 온통 종기로 뒤덮였다.
이 사람에게 도리어 너그러운 마음이 일어난다 해도 이 하나의 너그러운 마음을 생각하는 까닭에 나머지는 모두가 진심(瞋心)일 뿐이었다.
그 시간에 대지(大地)는 열리고 찢어져 그는 살아 있는 몸으로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그 안에 억(億) 나유타 백천(百千)의 해 동안 머물면서 수 없이 많이 극심하고 큰 괴로움을 받았고, 그 목숨이 다하면 생명을 죽은 독사의 몸 안에서 받았다.
이처럼 차례로 많은 나유타 등을 거쳐 백천의 생 가운데 두 갈래 악처(惡處)로 갔다. 아비지옥과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이 그것이다. 그러나 다시 죽는 독사의 안에 낳았다.
그는 이 같은 불선근(不善根)인 까닭으로 62억 나유타 등의 백천의 겁을 다 채우고 끝났다.
그는 그 옛날, 이익상보살에게서 하나의 너그러운 마음을 일으켜 눈으로서 볼 수 있어 그 선근으로 해서 그곳에서 마침내 사람의 몸을 받게 되었다.
그의 너그러운 마음은 훈습(熏習)이 있기 때문에, 또다시 그의 독사[見毒蛇]의 어머니에게서 너그러운 마음을 일으켰기 때문에, 또 이 같이 깊고 오묘한 법을 들었기 때문에 지금 이처럼 지혜가 총명한 신통을 얻었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때 적정위의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지금의 원한을 다스리기 어려운 자이니라. 이는 그 옛날 이 업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때의 이익상보살 비구는,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니, 나의 이 몸이다.
모든 선남자들이여, 그때의 왕인 용건력(勇健力)은 지금의 무소유(無所有)보살이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이는 그 옛날, 보살의 옆에 있으면서 진심(瞋心)과 원한의 마음을 일으킨 데서 연유하는 것이며, 이처럼 알기 어렵고 두려운 업장의 고뇌와 환난을 받은 것이다.
모든 선남자들이여, 이러한 까닭으로 인해 만약 어떤 보살이 마땅히 모든 업장을 밝히고자 원한다면, 모든 보살들을 공양하고 존경하며 존중하여 스승의 생각과 같이 되어야 한다.
모든 선남자들이여, 만약 마땅히 자신을 해치지 않고서 보살에 머물고자 바라는 자는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한다.
그 옛날, 이 출법품(出法品)을 말할 때, 92나유타 등의 백천의 중생이 있어서 무생인(無生忍)을 얻고 36억 나유타 등의 모든 보살들은 업장을 깨끗이 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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