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녀소문경 제4권
10. 법행품(法行品)
[보살이 행하는 법]
이에 보녀가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하늘의 하늘이시여, 여래께서 이제 과거세의 모든 공덕의 근본과 부처님의 바른 경전을 강설하심은 전에 없던 일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보살이 경전을 준수하는 그 소행이란 어떠한 법을 행하는 것입니까?
부디 거룩하신 세존께서 보살이 행해야 하는 법을 말씀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보녀에게 대답하셨다.
“뜻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착한 벗과 굳건히 지내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든 일에 반성을 거듭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은혜를 닦아 가호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욕을 참을 수 있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귀명(歸命)하는 자를 버리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용렬한 자를 보고서 인욕할 줄 아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어려운 자를 위해 보시할 줄 아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자비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것이 보살의 행하는 법이다.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경전을 생각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도교(道敎)를 잘 따르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바른 경전을 좋아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든 경들을 잘 보호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고요한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홀로 외진 곳에 있기를 즐겨 하거나 한적한 곳에 머물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뭇 모임의 시끄러움을 멀리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중생을 옹호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든 관찰을 올바르게 하여 손실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오로지 인자한 마음을 닦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대비에 들어가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법을 사랑하여 환희심을 내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선정을 닦아 모든 이치를 관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도심(道心)을 일으키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대승의 법을 찬탄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무거운 부담을 버리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마음이 겁에 질려 약해지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지족(止足)할 줄을 생각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탐하거나 아끼는 그 많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성현의 구족한 공덕을 높일 줄 알아 그 언사(言辭)를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싸우거나 원망하지 않고 욕됨을 참아 인화(仁和)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그 업에 따라 죄복의 보응(報應)이 있음을 진실로 아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믿음과 계율과 법을 듣는 일과 보시와 스스로 부끄러워함과 남에게 부끄러워함과 지혜라고 하는 이 일곱 가지 재물에 순응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존장을 받들어 공경하고 착한 벗에 순응하기 위해 예절을 갖추고 명령을 받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어 공순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자기를 위해 다른 사람을 헐뜯거나 자기를 자랑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공로를 숨기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더러운 욕심을 깨끗이 제거하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림으로써 교만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위의와 예절을 모두 빠짐없이 닦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경전을 잘 듣고서 환희심을 내어 기뻐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부처님께 친근하고 바른 경전을 독실히 믿고 성인들에게 순종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보시에 뜻을 두고 지혜를 구하기 위해 출가하여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어떤 이익이나 명예, 고락에 동요되지 않으며 세간의 모든 법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친한 벗을 만나거나 원수 같은 적을 보더라도 그들보다 먼저 인사를 청하되 기뻐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띠며 초조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희롱하는 일이 없고 어두움을 벗어나 아첨하지 않으며 그릇된 성품의 결함을 버림으로써 그 뜻을 끝까지 청정케 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네 가지 은혜[四恩]로 인자한 사랑을 베풀어 모든 중생을 고루 이롭게 하고 구제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견고한 법을 행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부처님을 기억하고 법을 기억하고 승가를 기억하고 보시하기를 기억하고 금계 받들기를 기억하고 하늘들을 기억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보시바라밀로부터 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 바라밀에 머무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훌륭한 방편으로 모든 중생들에게 뭇 공덕의 근본을 권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몸ㆍ입ㆍ뜻의 업을 깨끗이 하여 열 가지 착한 일을 옹호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몸 없는 이치를 깨달아 사람이란 생각과 나라는 생각과 수명(壽命)이라는 생각을 없애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공하고 상(相) 없고 원(願) 없는 해탈문을 깨달아 3계(界)에 있어서 아무런 집착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4념주(念住)와 4정근(正勤)과 4신족(神足)을 준수하고 5근(根)과 7각의(覺意)를 갖추어 고요한 경지에 들어가 관찰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보녀에게 말씀하셨다.
“이른바 보살이 행하는 법이란 눈[眼]의 느낌이 없으므로 눈으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빛깔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귀의 느낌이 없으므로 귀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소리나 메아리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코의 느낌이 없으므로 코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냄새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혀의 느낌이 없으므로 혀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맛으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몸의 느낌이 없으므로 몸으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몸의 세밀하고 매끄러운 감촉으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며,
뜻의 느낌이 없으므로 뜻으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행이 없고 법으로 말미암아 생각하는 행도 없으니, 이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다시 말하자면 빛깔로 말미암아 괴로움이라는 생각과 나라는 생각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빛깔은 공한 행이 아니고 상(相) 없는 행이 아니고 원(願) 없는 행이 아니므로 이 행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또 빛깔은 조작 없는 행이 아니고 담박한 행이 아니고 청정한 행도 아니고 진리 그대로의 행도 아니고 생멸 없는 행도 아니고 집착 없는 행도 아니고 궁극적인 행도 아니고 근본 없는 행도 아니므로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느낌과 생각과 결합과 식별도 그러하니, 이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내지 식별도 덧없는 행이 아니고 나 없는 행이 아니고 고요한 행이 아니고 공한 행이 아니고 상 없는 행이 아니고 원 없는 행이 아니고 조작 없는 행이 아니고 담박한 행이 아니고 청정한 행이 아니고 진리 그대로의 행이 아니고 생멸 없는 행이 아니고 집착 없는 행이 아니고 구경(究竟)의 행이 아니고 근본 없는 행이 아니므로 이 행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또 의식은 공을 관찰하는 행이 아니고 상 없음을 관찰하는 행이 아니고 원 없음을 관찰하는 행이 아니므로 이 행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또 나아가서는 네 가지 원소의 행이 아니고 모든 느낌의 행이 아니고 욕계ㆍ색계ㆍ무색계의 행도 아닌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행 있는 것도 아니고 행 아닌 것도 아니면서 다시 아무런 행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처소도 없고 머묾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마음과 뜻과 식별의 작용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고 아는 체하지도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몸과 입과 마음의 모든 행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그 법을 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면 법 아닌 것을 행하지도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두 가지의 행이 없는가 하면 약간의 행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과거의 행도 없고 미래의 행도 없고 현재의 행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모든 음(陰)과 모든 감감 기관[入]을 벗어나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어떤 번뇌나 원한으로 말미암아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재물을 위한 업을 짓거나 인색하거나 탐욕스럽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나라는 생각과 사람이란 생각이 없고 수명(壽命)이란 생각도 없고 중생이란 생각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어떤 형상이나 분수(分數)의 행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나 없는 동시에 나의 소행도 없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며,
생멸(生滅)과 단상(斷常)을 헤아리지 않고 모든 견해를 벗어나 치우치지 않는 것이 보살이 행하는 법이다.
그 모든 법이 자연 그대로이어서 머무는 바가 있지도 머무는 바가 없지도 않는 한편,
그럴 수 있는 법과 그럴 수 없는 법과 청정한 법이 다 처소가 없어서
공무(空無)한 마지막 경지에 이르러 일체의 법이 동요되지 않는 동시에 다함이 없고,
어떤 존재도 없고 아무런 소행도 없고 가볍게 웃어넘기는 일도 없고 의지하지 않는 것도 없고 머묾도 없고 느낌도 없는 그것이 바로 진리이다.
이러한 법을 깨닫는 지혜로운 자라면 그 지혜야말로 생각할 것이 없으며, 이 근본 없는 진리를 말미암아 곧 법의 지혜를 이룩할 것이다.
만일 보살이 이와 같이 모든 법을 깨달아 생사에 드나들면서 중생을 일깨우되, 이 멸도(滅度)의 법을 잃어버리거나 어긋나지 않는다면,
이것이 보살로서 평등한 법의 행을 일으킴이라 할 것이다.”
세존께서 이와 같이 보살이 행하는 법을 말씀하실 때 8천의 보살들이 법의 지혜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