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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동자인연경 제11권
[금색 동자와 그의 부모, 가시손나리 비구와 용려 비구의 전생(3)]
그때에 묘이 반수는 곧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 성에서 전에 부자였는데 지금 빈곤하여 이 작은 물건으로 어떻게 보시할까?
그건 그렇고 이 성안에는 대신ㆍ관리ㆍ인민들 및 바라문ㆍ장자ㆍ거부ㆍ여러 상인 등 인민들이 모두가 이 조그만 물건을 내가 세존께 바치는 것을 볼 지도 모르니, 이제 나는 잎사귀 하나를 구해서 그것으로 덮어서 그들이 보지 못하게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곧 허물어진 집 안에 들어가서 두루 잎사귀를 찾았지만 끝내 얻지 못하였습니다.
이때 묘이는 스스로를 꾸짖었습니다.
‘아, 내가 지금 핍박함이 이럴 수 없으니, 가슴 아프고 섧구나.’
이내 집을 나와서 크고 깨끗한 믿음을 내어서 떡 하나를 그대로 받들어 세존이신 비바시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의 청정한 발우에 공손히 드리고 머리 조아려 두 발에 절하고 이런 원을 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깨끗한 믿음으로 보시한 조그만 선근으로 인하여 다음 생부터는 다만 하루 동안이라도 이런 가난한 괴로움을 받지 않고 큰 부자가 되어 모든 수용이 마음대로 원만해지이다.’
묘이 반수가 이 서원을 발하고 비바시여래께 절하는 사이에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좋은 과보를 나투셨습니다.
이내 바싹 마른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옛적의 원만하고 아름답고 환하던 모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묘이 반수는 수승한 서원의 힘으로 즐겁게 머물렀으며, 이때에 비바시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만도마성을 나오셔서 노닐고 머무시던 광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때에 성안에서는 묘이 반수와 알고 있던 여러 장자들 중에 한 사람이 모두에게 말하였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지금 저 묘이 반수는 파산되어서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니 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여럿이 하나를 구할 수는 있어도 하나가 여럿을 쳐다볼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모두들 골고루 내셔야 하며, 그 낸 것들을 한 곳에 둡시다.’
말이 끝나자 곧 여러 장자들은 각기 무수한 묘한 진주와 귀고리ㆍ반지 팔찌 및 갖가지 수묘한 옷 여러 백천 가지를 보시하여 순식간에 금ㆍ은ㆍ주보 등 온갖 장식품들이 높다랗게 쌓였습니다.
이때에 묘이 반수는 여럿이 보시한 것이 이렇게 수승함을 보고 곧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깨끗한 보시의 씨앗이 선한 싹을 낸다는 것을 관찰하오.’
그러자 아내는 마음에 크게 즐거워하면서 멀리 비바시부처님께 향하여 공순히 머리 조아려 절하고는, 보시 받은 옷과 장식품들을 운반하여 자기 집으로 들였습니다.
한편 추상 동자는 아버지의 별장에 갔었는데, 주리고 목마른 고통이 핍박하여 더욱 추악하였으므로 동자는 마음에 극도로 근심이 되어 싫증이 났습니다.
그는 생각하였습니다.
‘지금의 나는 무슨 죄업의 소치[所感]로 복이 없이 추한 고뇌만이 핍박하는가?
목숨을 부지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나. 이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
그러고는 곧 파타리(波吒梨) 나무에 올라가서 가장 높은 가지를 휘어잡자 가지가 꺾어지면서 몸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몸은 상하여 극심한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모든 불세존께서는 모르시는 것이 없고 못 보시는 것이 없으며 풀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때 비바시여래께서는 깨끗한 불안(佛眼)으로 육안을 지나 그러한 고뇌를 받는 추상 동자를 보시고 곧 대비심을 일으키셨으며, 이내 신통력을 부리어 그 별장에 가셨습니다.
거기서 백 겁 동안 쌓아 모은 사랑[慈愛]의 광명으로 그의 몸뚱이를 비치셨습니다.
동자는 광명의 쪼임을 받자 곧 사지의 고통이 모두 사라졌으며, 주림과 목마름도 없어져 평안함을 얻었습니다.
그는 곧 몸을 일으켜서 바라보니, 비바시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백천 구지 나유타 겁(劫) 동안 쌓아 모으신 더없이 얻기 어려운 청정한 서른두 가지 몸매를 하셨으며, 미묘하고 장엄한 광명이 널리 비쳤습니다.
동자는 그때 부처님의 청정하신 몸매가 특수하심을 보고는 깨끗한 믿음의 즐거움[淨信樂]을 일으켜 입고 있던 한 자쯤 되는 누런 빛깔의 옷을 벗어서 비바시여래께 바침으로써 가장 수승하고 청정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 위에 두었으며, 또한 한 떨기 가란니가(迦蘭膩迦)꽃도 바쳤습니다.
비바시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의 위신력으로 말미암아서 그 옷은 크기가 부처님의 몸에 꼭 맞았으며, 꽃은 일산처럼 되어 큰 수레바퀴만하게 부처님 위에 머물렀습니다.
이때에 추상 동자는 이 현상을 보고 넓고 크고 깨끗한 믿음의 마음을 내었으며,
곧 부처님의 두 발에 공경하여 절하고 큰 서원을 발하여 게송을 말하였습니다.
추상 동자는 힘대로 여래이시고
최상이신 이족존(二足尊)께 보시하오니
제가 이제 이 생(生)을 지난 뒤
미래에선 아름다운 생김새 얻게 하옵소서.
몸에는 금빛 나고 좋은 옷 입어
금빛 환하게 장엄하오며
입속엔 우발라꽃 향기
몸에는 아름다운 전단향 향기
몸은 금빛인 양 살갗이 아름다워
보는 이는 누구든 즐거워하며
일체의 애욕이란 다 없어지고
일체의 가르친 뜻 다 훤하여지이다.
이치에 맞는 말과 뜻 다 모으고
일체의 옳지 못함 멀리 여의옵고
최상인 일체의 모든 소관(所觀)과
온갖 모양의 장엄 다 구족하여지이다.
미래엔 부처님 만나 크게 성취하여
자비한 맘으로 모든 중생 사랑하고
온갖 덕과 청정함 큰 길상(吉祥)
모든 진귀한 재물 두루 갖추어지이다.
추상 동자가 이 게송을 말하여 큰 서원을 발할 때에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좋은 과보가 나타났습니다.
곧 동자의 극히 추악하던 몸매는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았으며,
아주 아름답고 단엄한 모습으로 바뀌어서 몸이 금빛 같았고,
금빛 나는 예쁘고 버젓한 옷이 공중에서 갑자기 내려와서 동자의 몸에 저절로 입혀졌으며,
또한 고리ㆍ팔찌ㆍ영락 등의 장식품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모든 천자들은 공중에서 온갖 아름다운 꽃들인 이른바 가란니가꽃[迦蘭膩迦花]ㆍ우발라꽃[優鉢羅花]ㆍ첨바가꽃[贍波迦花]ㆍ발눌마꽃[鉢訥摩花]ㆍ구모다꽃[俱母陀花]ㆍ만다라꽃[曼陀羅花] 등과 묘한 하늘의 향인 전단향(旃檀香)ㆍ침수향(沈水香)ㆍ공구마향(恭俱摩香)ㆍ다마라발다라향(多摩羅鉢多羅香)과 바르는 향 등을 비내렸습니다.
또한 공중에서 큰 소리를 질러 말하였습니다.
‘기이하여라. 부처님 여래께 대하여 뿌리고 심은 깨끗한 보시의 사랑스런 씨앗에서 가장 수승한 싹이 돋았도다.’
이때 공중에서 뿌려진 향과 꽃은 광대하고 한량없어 무릎에 쌓였습니다.
한편 비바시여래께서 별장을 나오셔서 부처님 노니시는 곳인 광야로 나오실 때에 묘이 반수는 자기의 집에서 갑자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나에게 아들이 있었다는데, 지금 어디에 있소?’
아내는 대답했습니다.
‘동자는 언제가 나에게 와서 아버님의 별장에 있겠다고 하였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아니했으니 당신은 속히 별장으로 가셔서 찾으시오.
혹 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릅니다.’
남편은 다시 말하였습니다.
‘어찌하여 내 아들이 그렇게 되었소?’
아내는 대답했습니다.
‘생김새가 추한데다가 빈곤하여 기갈에 핍박되었으므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묘이는 곧 그의 아들을 찾아 속히 별장으로 갔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한 동자가 있는데, 생김새가 아름답고 단엄하였고 몸은 금빛 같았으며 입은 옷도 금빛이었고, 온갖 장식품으로 장엄하여서 사람들이 쳐다보고 사랑함이 마치 좋은 몸매 광명의 천상 동자와 같이 하였습니다.
묘이는 보자 놀래어 이상히 여기면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기이하고 기이하구나. 복을 갖춘 이가 이런 아들을 낳았구나.’
다시 동자에게 말하였습니다.
‘너는 누구의 아들이냐?’
동자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묘이 반수의 아들입니다.’
반수는 곧 깊이 생각하기를,
‘아마 이 동자가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이겠지’ 하고
더욱 의심을 내어 자세히 보면서 다시 말하였습니다.
‘동자여, 너는 사실대로 말해야 된다. 확실하게 누구의 아들이냐?’
동자는 다시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찌하여 이렇게 끈덕지게 물어봅니까?
사실대로 말하면 저는 곧 묘이 반수의 아들입니다.’
반수는 다시 말했습니다.
‘이상하구나, 동자여. 어찌 이렇게 굳이 농담하느냐?’
반수는 곧 자세히 관찰하여 사실이 그러함을 알고는 다시 말하였습니다.
‘동자여, 왜냐하면 내 아들은 본래 생김새가 추악하였는데 지금 너의 모양은 이렇듯 아름답고 단정하니, 어찌하여 누추함이 단엄한 모양으로 바뀌었느냐?’
이때 동자는 밝고 온화한 눈을 떠서 곧 반수를 위하여 게송을 말했습니다.
나는 옛적 빈궁(貧窮)의 불이
활활 타서 내 마음 핍박키에
높디높은 나뭇가지 붙들고
가지 꺾어 땅에 떨어져 죽으려 했네.
가지 떨어지자 몸은 상하여 아팠고
땅에 떨어져서는 숨 겨우 붙어서
그때엔 아물아물 지각하지 못했고
순식간에 목숨 장차 이울려 했네.
이때 비바시(毘婆尸)여래께서
관찰하시고 곧 자비심 일으켜
부처님[大聖尊]께서 가엾다고
별장에 내려오셔서 날 구원하였네.
부처님의 몸 광명 순금 빛이었고
서른두 가지 몸매 장엄(莊嚴)
밝게 드러나기 막 나온 금빛인 양
넓게 두루 시방세계 비추었네.
그 광명에 비춤 입은 나의 몸
쪼이자마자 서늘함 얻었으니
이 때문에 일체가 즐거웠고
비할 데 없는 단 이슬 부어졌네.
주림ㆍ목마름ㆍ번뇌 등 뭇 괴로움과
내 몸에 있던 온갖 좋지 못함이
부처님의 자비한 빛 비춤을 인해
나는 순식간에 다 쉬고 사라졌네.
나는 모니(牟尼) 큰 성존(聖尊)의
가장 수승하고 상서로운 빛 보고
이 때문에 나는 용맹심 내어
보자마자 곧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네.
세존의 최상이신 큰 길상(吉祥)
보배 산처럼 우뚝하였고
또한 번갯빛 시방에 두루하듯
나는 보자 곧 맑은 믿음 내었네.
이 때문에 마음에 큰 환희 내어
몸에 입고 있던 옷조각 벗어
그것을 불세존께 바침으로써
더없이 청정한 믿음 내었네.
가란니가꽃 한 송이 있기에
또한 부처님께 바쳤더니
부처님 신통으로 공중에 머물러
마치 일산처럼 두루 덮었네.
그때 보니 마음 환희하여
공순히 머리대어 두 발에 절하고
진실하고 청정한 마음으로
곧 부처님 앞에서 큰 서원 발했네.
원컨대 부처님께 보시한 이 인연으로
지금 세상 마치고 다음 생에는
추한 모양 여의고 좋은 얼굴 얻어서
끝내 생사의 바다 벗어날지어다.
말을 마치자 하늘은 금빛 옷 내리고
몸뚱이 장엄도 또한 금빛이며
몸에는 우발라꽃 향기 나오고
입 속엔 전단향 향기 짙었네.
이러한 나의 최상의 원력 때문에
내가 지은 대로 모두 이루어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좋은 모양
장엄 나타난 모든 모양 다 즐거워라.
값없는 좋은 옷[無價衣] 막 쏟아지니
황금빛에다 또한 부드럽고 연하네.
이 옷들 한꺼번에 내 몸 쫓아서
찰나 동안에 능히 출현하였네.
이때 또한 여러 하늘들
공중에서 두루 하늘 꽃과
맑고도 깨끗한 모든 향인
전단향ㆍ침구향 등을 비내렸네.
공중에선 다시 기묘한 말 내고
모든 하늘은 묘한 음악 아뢰며
모두들 일컬어 불세존께 귀명함에
이러한 소리 일체에 두루했네.
이렇게 지은 모든 선 때문에
이렇듯 좋은 몸매 나는 얻었네.
누구나 보는 이 마음 즐겁게
빛깔은 금빛 깨끗하긴 짝이 없네.
묘이 반수는 이 게송을 듣고는 기뻐서 털도 곧추섰습니다.
그는 금방 깨끗한 믿음을 내어 멀리 비바시여래를 향해 합장하고 공순히 머리 조아려 절하였으며, 자세히 묘상 동자를 살펴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자야, 이제 아버지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이때 묘상 동자는 곧 그의 아버지에게 존경심을 일으켜 곧장 앞에 나가 절하고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아버님이시여.’
말을 마치자 곧 같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에 제석천왕은 두루 세계[下界]를 내려다보아 그 일을 자세히 알고서
‘이 묘이 반수가 부처님께 대하여 불사를 잘 지었는데, 어찌 허물어진 집에 살아서 되겠느냐’ 하고는
곧 비수갈마(毘首羯磨) 천자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이제 가서 묘이 반수의 허물어진 집을 아름답고 깨끗한 집으로 바꾸되, 4보(寶)로 된 여덟 겹으로 하라.’
이때 비수갈마 천자는 명령을 받자 찰나 동안에 만도마성 반수의 집에 이르러서 집을 깨끗이 하고 4보로 장엄했습니다.
여덟 기둥과 들보는 층층이 차례하여 높다랗게 드러나고 아름다웠으며,
문ㆍ들창ㆍ마루ㆍ담장 등이 다 갖추어지고 문에는 누각을 설치하여 상아로 장엄하여 마치 암라 과일 같았으며,
보배 끈은 이리저리 엇갈려서 구슬과 꽃과 목걸이를 드리웠고, 번기와 당기를 세워 둘레는 아름답고 깨끗하여 그 모양이 마치 달빛 같고 또한 눈 더미[雪聚] 같았으며,
사이사이도 비단과 무수한 금ㆍ은ㆍ유리ㆍ수정ㆍ마노ㆍ제청(帝靑)ㆍ대청(大靑) 등 온갖 아름다운 보배로 장식하였으며,
네 문에는 따로따로 금병을 두어 여덟 가지 공덕의 물[八功德水]을 가득 채웠으며,
또한 무수한 백천 가지 유달리 아름다운 진보를 그 집에 가득 채웠습니다.
이때에 묘이 반수는 집에 돌아왔는데, 이 수승한 보배로 장엄된 집을 보고는 놀라고 이상히 여겼으며 마음엔 환희심이 났습니다.
그의 아내는 마음에 뛸 듯이 즐거워서 금병의 물을 가져다 남편에게 주어서 씻게 하면서 이렇게 아뢰었습니다.
‘당신의 복력이 이러한 좋은 일을 불러왔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장엄한 집이 어떻게 하여 마련되었습니까?’
묘이 반수는 더욱 기뻐 뛰었으며 곧 비바시여래께 넓고 크고 깨끗한 믿음을 내니 털도 기뻐서 곧추섰습니다.
그는 합장하고 멀리 비바시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을 향하여 공경하고 절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곧 생각할 수도 말할 수도 없는 크신 여의보(如意寶)이시다. 더없이 훌륭한 복밭을 만드셨나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얼굴이 밝고 즐거워 마치 연꽃 모양 같았으며 기뻐 뛰면서 게송을 말했습니다.
공덕으로 이루어진 큰 복밭이여,
일체의 과실(過失)을 멀리 여의었네.
내가 심은 보시씨앗 아주 작은데
이러한 큰 과보 불러 왔구나.
옛적에 마음 내켜 작은 보시 행하였고
한 번도 큰 재물 보시한 적 없는데
이제 아름다운 보배로 장엄된
맑고 깨끗한 집은 어디서 났나.
옛적에 집에서 괴로움만 더하며
가진 것이란 오직 담장뿐이었는데
이제 어찌하여 밝게 트이기가 구름 걷힌 듯
깨끗하고 맑기는 가을 달인가?
옛적에 집안이 텅텅 비고 허물어져
쥐들이 왕래하는 구멍만이 많았는데
지금엔 가장 좋은 보배로 장엄된
창과 문이 환하고 깨끗하구나.
옛적엔 집안이 지저분하여
여우울음ㆍ개 짖음ㆍ나쁜 소리뿐이더니
이제는 집안이 아름답게 장엄되고
온갖 보배 가득하니 어디서 났는고.
옛적엔 집안에 뱀이란 벌레들 가득하고
동강 떨어진 옷 외엔 없었는데
지금엔 좋은 옷 갖추어 있고
보배 불자 드리운 구슬 사랑스러워.
옛적 불탄 집 송장 뼈다귀
개들이 와서 물고 뜯어 끔찍하더니
지금엔 널려 있는 꽃과 향기
이러한 장엄 어디서 났는고.
옛적 가난하고 초췌하여 근심도 깊어
눈물을 비오듯 날로 흘렸는데
이제 보배 땅 티 없이 깨끗한데
전단향 좋은 향수로 두루 씻었네.
옛적에 큰 불 나서 불에 탔을 때
아서문(鵝棲門) 위에서 더러움만 흐르더니
이제 구슬 목걸이로 장엄하니
금보의 빛깔은 어디서 났는고.
옛적 집 허물어져 문마다 부서져
텅텅 빈 주위에 걸림도 없더니
이제 문은 수정으로 장엄되고
높고 넓게 훌륭하니 어디서 났는고.
옛적에 오래 살던 허물어진 집
기울어지고 황폐하여 모두가 싫어했는데
이제 집이 훌륭하게 장엄되어
모두가 마니보요 여러 보배 기둥일세.
옛적에 빈궁한 괴로움에 핍박되어
슬픈 소리 널리 사방에 들렸는데
이제는 북소리 나팔소리 크게 울리며
공후의 묘한 소리 또한 맑아라.
옛적엔 집안이 많이도 지저분하게
타다 남은 뼈다귀 가득했는데
이제는 여러 가지 귀여운 진보
장엄한 보물덩이 집안에 가득.
옛적에 상아로 된 장식품
흩어지고 불타서 남은 것 없는데
제청(帝靑) 묘한 보물 다시 장엄하고
집 둘레가 온통 수정으로 되었네.
아름다운 모든 좌구(座具) 불타서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어 맨땅이더니
이제 갖가지로 묘하게 장엄된
좌구가 차례대로 즐비하여라.
옛적엔 맨땅으로 자리 삼고
온갖 오물이 가득 찼는데
이제 보드라운 좋은 비단
좋은 자리에 앉으니 흐뭇하여라.
옛적엔 지저분하고 가시밭 땅에
풀 깔아 자리하여 누웠는데
이제는 보드라운 도라(兜羅) 솜으로
펴서 자리하니 흐뭇하구나.
불타서 허물어지니 잡동사니도 많아서
더러운 냄새 집안에 가득했는데
이제 수묘한 온갖 향기 피어나
방 가득히 자욱하니 좋기도 하다.
옛적에 안팎에 다 불타서
부서짐 중에 정말 부서짐이더니
이제 갖가지 묘한 구슬들
줄지어 장엄하여 매우 즐거워라.
옛적 부서진 집 엉성하고 새었고[漏]
까마귀ㆍ새ㆍ똥ㆍ오줌도 많더니
이제는 넓고 큰 멋진 집안
구슬 목걸이 장엄도 좋아.
옛적 가난의 괴로움 깊이 핍박해
손 뻗고 부르짖으며 두려움도 많더니
이제 보배로 된 당기ㆍ번기 세우니
청정한 그 장엄 묘하기도 하여라.
여래이신 큰 성존께 머리 조아려
복밭이신 스승님께 귀의했더니
이제 대비심 일으켜 여기 오셔서
나를 빈궁의 바다에서 건져 주셨네.
세간에서 가장 높으신 이며 일체지이신
비바시부처님께 목숨 바쳐 의지했더니
이제 자비심 내시고 여기 오셔서
나로 하여금 잘 성취케 하셨네.
이를테면 공덕과 장엄이 말할 수 없는
천상의 아름다운 궁전처럼
자비심 내시어 여기 오셔서
나 살집 그처럼 아름답게 하셨네.
내 이제 지라봉(枳羅峰)처럼 높다란
삼계의 스승께 귀의했더니
오늘 사는 데[居止] 이와 같아서
희고 깨끗하기 가을 달이네.
생각하니 옛적 이 성에서
극도로 빈궁하여 온갖 고통 받았는데
부처님 자비하여 여기 오시므로
큰 부자 되어 최승하여라.
내가 심은 씨앗 조그마한데
불러온 과보 이익 넓고도 깊네.
부처님 세간에서 가장 높아라.
누군들 그에게 공양 않으리.
묘이 반수는 이 게송을 말하고는 불세존께 더욱 맑은 믿음을 내어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불세존께서 여기에 오셔서 나로 하여금 여러 수승한 일을 얻도록 하셨으니,
이제 불세존과 성문들을 청하여서 먼저 내 집에서 조그만 공양을 올려야만 한다.’
반수는 이내 비바시여래와 성문들께 넓고 크게 존중한 마음을 내어 집으로 청하였습니다.
온갖 맛의 훌륭한 음식을 준비하여 이레 동안 경건하게 공양하였으며,
공양을 마치고는 머리 조아려 두 발에 절하고 아뢰었습니다.
‘목숨이 마치도록 일체의 필요하신 물건을 공급해 드리겠으니 부처님께서는 오셔서 응하시옵소서.’
반수가 공양할 때에 어떤 집의 밭을 지키는 한 사람이 아침 일찍이 주인집에 와서 밥을 받고 돌아가다가 도중에, 그는 불세존께서 큰 성덕을 가지셨으므로 묘이 반수가 녹두떡 한 개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곧 상서로운 좋은 일을 얻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듣자 곧 곁에 있는 한 우바새에게 물었습니다.
‘저 불세존께서는 어떤 성덕과 신력의 신통력을 가지셨기에 그러합니까?’
우바새는 대답했습니다.
‘그대는 알아야 하오. 불세존이란 분은 그 공덕이 으리으리하여 헤아릴 수 없이 관대하고 가장 훌륭합니다.
내가 어찌 설명하겠소만 이제 당신을 위해 그 골자를 말하겠으니 당신은 잘 들으시오.
저 비바시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최상의 대장부 상(相)을 구족하셨으므로 청정하고 장엄하시며 빛과 광명이 환하게 빛나기가 마치 금산이나 해ㆍ달의 광명 같아서 견줄 이가 없습니다.
그분은 용맹하신 이요, 선한 계율을 갖추신 이요,
몸매가 묘하신 이요, 말의 업이 선하신 이요,
마음이 적정하신 이요, 장엄이 묘하신 이요,
얼굴[面目]이 선하신 이입니다.
잘 지으시는 분이며 법을 잘 아시는 분이며,
잘 인욕하시는 분이며 말솜씨가 좋으신 분이며,
잘 조복하시는 분이며 남을 잘 교화하시는 분이며,
율의(律儀)를 아시는 분이며 부드럽고 순하신 분입니다.
은혜를 아시는 분이며 잘 관찰하시는 분이며,
모든 근을 적정하게 하신 분이며 모든 애욕을 끊으신 분이며,
성냄을 쉬신 분이며 어리석고 어둠을 깨뜨리신 분이며 해탈을 여신 분입니다.
바른 법을 세우신 분이며 그른 도를 멈추시는 분이며,
바른 도를 보이신 분이며 진실을 드러내시는 분이며,
의혹을 끊으시는 분이며 번뇌를 쉬신 분이며,
모든 마군을 부수는 분이며 세간을 구원하시는 분입니다.
진실한 큰 법왕이시며 진실한 보살이시며,
세간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며 큰 지혜의 법당기이시며,
크게 용맹하고 날카로운 말씀이시며 큰 복덕의 갈무리시며,
큰 법의 근원이시며 크고 거룩한 길잡이시며,
큰 법을 걸머지신 분이시며 큰 법을 듣고 지니신 분이시며,
큰 보시의 복밭이십니다.
범천왕과 제석천왕이 공경하여 공양하며 세간을 벗어나 중생을 이롭게 하시며 일체에서 가장 위이시며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고 괴로움의 변제(邊際)를 쉬셨습니다.
곧 큰 아라한으로써 넓고 크고 분명하고 일체의 법률을 아시며 자재하고 두려움이 없으시며,
모든 의론 중에서도 묻고 대답하심이 가장 훌륭하시며,
어떤 과실이나 물음을 위하지 아니하시며 일체의 승묘(勝妙)한 뜻을 개발하시며,
모든 빛깔ㆍ모양ㆍ계행ㆍ선정ㆍ정진ㆍ지혜를 두루 갖추시기는 했어도 거기에 취하여 집착하지 않으십니다.
설법하심이 걸림이 없으시며 모든 고뇌를 벗어나고 모든 희론을 여의셨으며
남을 위해 손해되고 이익되는 법을 열어 보이시며
크게 자비한 방편으로 널리 중생에게 베푸시며,
깨끗하고 수승한 앎[解]을 갖추어 위없는 법으로써 열어 보이고 조복하시며
큰 의원이 되어 온갖 병을 잘 치료하시며,
자연지(自然智)를 갖추어 삼계에 우뚝하게 높으시며,
몸매는 돈후하고 엄숙하여 한량없이 위엄 있고 빛나며
욕심을 작게 하고 만족에 기뻐하여[少欲喜足] 때를 알고 뜻을 알아 바른 지혜를 구족하여 번뇌의 원수를 꺾으며
3독의 불을 끄고 법에 들어 움직이지 않으십니다.
세간의 중생이 극도로 괴롭고 고달파하며 큰 무지(無智)의 흙구덩이[大泥涬坑]에 빠지면 부처님께서는 크게 관찰하시고 지혜의 힘으로써 맞추어 건지십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에 대하여 가엾다는 마음을 내시고 당신의 색상의 위력과 거룩하신 지혜로써 가장 잘 베풀어서 그들을 벗어나게 하십니다.
부처님께서는 세간을 위하여 모든 괴로움을 벗겨 주십니다.
모든 놀래고 떠는 이들은 잘 위로하여 편안케 하시며,
생사의 진흙에 빠진 모든 이들은 잘 붙들어 빼내어 주시며,
불꽃같은 뜨거움으로 마음을 태우고 삶는 이들에겐 맑고 서늘함을 주시며,
게으른 중생들은 크게 열어 주어 정진케 하십니다.
부처님께서는 지난 옛적 수없는 백천 생에서 음식ㆍ의복ㆍ좌구ㆍ와구ㆍ코끼리ㆍ말ㆍ수레ㆍ들것ㆍ처자ㆍ노비와 머리ㆍ눈ㆍ피와 살과 사지를 베고 끊음으로써 갖가지 보시를 하시되,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에게 평등했으며 모든 모양 있음[有相]을 여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에 대하여 온갖 방편을 쓰시어 이익케 할 것을 생각하시며,
어느 때나 두루 세간을 관찰하시어 일체 중생들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으로 괴로워하며 어리석고 미혹되고 흔들리고 어수선하고 침체되어 의지할 데 없으므로 그들의 앞에 나타나시든 나타나지 않으시든 가엾은 마음으로 크게 관찰하시고 모두 편안케 위로하십니다.
모든 부처님의 말씀대로 만약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 등 모든 공덕이 없으면 설사 무수한 백천 구지 생(生)을 지나더라도 끝내 위없이 적정한 큰 보리를 얻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부지런히 모든 행을 닦으셨으며,
일체의 중생 가운데 가장 위이고 가장 높으시며 큰 명칭을 구족하셨고 안온한 법을 행하셨으며,
모든 알음알이[識]가 둥글고 밝으며 넓고도 크게 정진하셨으므로 발하신 서원은 필경 헛되지 않으시며, 어리석고 어둠을 깨뜨리고 모든 허물을 여의어 온갖 덕과 적정한 마음을 갖추셨으며,
세 업[三業]을 조복하여 모든 근(根)과 그 대상[境]에 물들어 집착치 않으셨으며,
자재로움을 얻어 뒷몸[後有]이 없으시며 한량없는 위덕과 광명과 온갖 장엄의 큰 지혜[大智藏]를 갖추셨습니다.
몸매는 청정하기가 둥근 달 같으시며, 천왕ㆍ용왕ㆍ아수라왕 및 일체 하늘 무리들이 공경하여 신봉하고 예배하고 찬탄하며,
복과 지혜가 원만하여 선인 중에 큰 선인이시며
모양은 마침 금빛이 그 빛을 처음 내는 것 같으며,
법 가운데서 자재하시고 법 가운데 가장 높으시며
당신도 건지고 남들도 건지어 저 언덕에 이르시며,
일체의 우두머리로서 우리들의 존경을 받으며
큰 용왕과 같이 해탈하고 두려움이 없으시며 하늘 가운데 하늘이십니다.
선남자여,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는 큰 공덕을 갖추시어 최승하기 한량없나니 조그만 말로써 어찌 찬탄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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