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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보살본행경 하권
10. 바라문의 아내가 부처님께 귀의하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나국(波羅奈國)의 정사(精舍)에 머물러 계셨다.
모든 부처님의 법은 낮으로 세 때와 밤으로 세 때를 정각(正覺)의 눈으로써 중생을 관찰하시고 누가 마땅히 제도될 자인가를 보아서 곧 가셔서 제도하시는 것이다.
그때 바라나 국왕을 보좌하는 정승인 바라문이 있었다.
그가 새로 아내를 얻어서 무척 사랑하고 존중하였는데
그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저에게 한 가지 원이 있습니다.”
정승이 대답하였다.
“어떠한 것을 구하려 하는지 그대의 뜻대로 해주리라.”
아내가 말하였다.
“제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하되 스스로 짐작하여 하게 해주시고, 경법을 설하시는 것을 듣게 해주십시오.”
남편이 곧 이를 허락하였다.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그때 세존께서 그가 제도하기에 적당함을 아시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가사를 걸치고 발우를 가지고 그의 집에 가시니,
정승 부부가 부처님께서 밖에 계신 것을 듣고 기뻐 뛰면서 곧 나와서 맞이하는데,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을 청하여 자리에 오르시게 하고, 맛난 음식을 올리었다.
세존께서 잡숫고 나니, 정승 부부가 손수 물을 세존의 손에 부어 드렸다.
이에 여래께서 손을 씻으시고 양치를 하신 후에 경법을 설하시는데, 보시의 덕과 지계(持戒)의 복을 찬탄하셨다.
“천상 인간 가운데 봉하고 받음이 자연스러워서 존귀하고 영화롭고 호화롭고 귀함이 더할 수 없다.”
또 비록 존귀하고 귀한 처지여도 모든 욕심을 제멋대로 하면 3도(塗)의 고통을 면할 수가 없어서 지옥에서 불로 태우고, 끓는 물로 삶고, 칼 산ㆍ칼 나무에 오르고, 불 수레ㆍ불 구덩이에 들어가며, 칼로 베고 톱으로 썰고 하는 극심한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또 아귀의 고통으로 말하면 마른 몸뚱이에 배는 크고 목구멍은 마치 바늘 구멍처럼 가늘고, 뼈마디가 서로 부딪치고 서로 갈리어 온몸에서 불이 일어나고 백천만 년 동안 물과 곡식의 이름도 듣지 못하여 굶주리고 목마른 심한 고통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또 축생의 고통으로 말하면 호랑이ㆍ사자ㆍ독사 따위가 서로 잔해(殘害)하고 서로 잡아먹곤 한다.
이렇게 3도 중에는 악한 마음만이 치성하고 착한 뜻은 털끝만큼도 없어서 고통과 혹독함 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여 나올 기약이 없는데, 오직 모든 욕심을 버리고 바른 진리를 생각하면 온갖 고통과 혹독함을 여읠 수 있다.
삼계에서 몸을 받음은 모두 다 괴로움만 있는 것인데 모든 고통은 다 익힘[習]으로부터 생기나니, 모든 욕심과 3독의 번뇌[垢]를 익힘으로 말미암아 모든 행의 과보[報]로 온갖 고통을 받는 것이다.
3독을 끊어 버리고 모든 욕심을 없애 버리면 모든 행이 없어지고,
모든 행이 이미 다하면 몸을 받지 않으며,
이미 몸이 없으면 온갖 고통이 없어지나니,
모든 행과 모든 얽매임을 없애려고 한다면 오직 반드시 8정도(正道)를 생각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정승 부부를 위하여서 이 법을 설하시고 나니,
그때 그 부부가 기뻐 뛰었고 4정제(正諦)에 들어가서 곧 부처님 앞에서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이에 부부가 집을 감옥처럼 여기고 욕심을 불처럼 여기고, 은애(恩愛)를 즐겨 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문이 되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곧 이를 허락하셨다. 그러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의(法衣)가 몸에 입혀져서 남편은 문득 사문이 되고, 아내는 곧 비구니가 되어서 함께 부처님의 뒤를 따라서 정사에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 그들을 위하여 거듭 37품과 모든 선삼매(禪三昧)를 설법하시니 사유(思惟)하여서 마음으로 해탈하였고, 모든 욕심이 영원히 다해서 함께 아라한이 되었고, 6통(通)이 청정하게 사무쳤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여래의 신력(神力)과 지혜를 찬탄하였고, 아울러서 다시 두 명의 아라한을 찬탄하였다.
“매우 기특하오. 존귀하고 호화로운 처지에 있으면서 능히 존귀와 영록(榮祿)을 놓아 버렸고, 아내는 젊고 씩씩한데 욕락(欲樂)을 버렸으니, 아주 미치기 어려운 일이오.”
[용왕의 아내 비두리의 이야기]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아라한은 지난 세상에서도 역시 좋은 마음이 있었고 지금도 뜻이 좋으니라.
과거 한량없는 세상 바라나국에 바라마달왕(婆羅摩達王)이 있었다.
왕을 보좌하는 정승이 있었는데 이름은 비두리(比豆梨)였고, 사람됨이 자애롭고 어질고 총명하고 널리 통달(通達)하여서 통하지 않는 바가 없었다.
오직 10선(善)으로써 교화하니,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그 가르침을 받지 않음이 없었고, 왕이 무척 존경하고 사랑하였다.
그때 바다에 용왕이 있었는데 이름은 파류니(婆留尼)였고, 왕에게 부인이 있었는데 이름은 마나사(魔那斯)였고, 왕이 매우 사랑하고 존중하였다.
이때에 용왕이 천상에 올라가서 제석의 처소에 모이려고 아내를 5백 명의 채녀에게 부탁하기를,
‘너희들은 시끄럽게 하여 괴롭히거나 그 뜻을 잘못 받들어 다치지 않게 하라’라고 하였다.
용왕이 떠난 뒤에 부인이 앉아서 스스로 숙세[宿命]의 일을 생각하였다.
‘생각해 보니 지난 세상에 사람이 되었을 때에 금계를 범해서 이제 용으로 떨어진 것이로구나.’
곧 즐거워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우니 모든 시녀들이 즐거워하지 않음을 보고 함께 물었다.
‘무엇 때문에 즐거워하지 않으십니까?’
부인이 대답하였다.
‘지난 세상 일을 생각하니 본래 사람이었을 때에 금계를 범해서 지금 용의 몸뚱이를 받아서 이 독하고 사납고 추하고 더러운 꼴이 되었으니 즐거워하지 않은 것이다.
묻노니 모든 시녀들아, 어떤 방편을 지어야 용의 몸을 벗고 천상에 날 수 있겠느냐?’
시녀들이 말하였다.
‘용의 형상은 독을 품음이 치성해서 용의 몸을 벗고 천상에 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의 몸을 구하는 것도 오히려 얻을 수 없거늘 하물며 천상에 나는 일이겠습니까?’
그 가운데 한 여자가 대답하였다.
‘제가 일찍이 들으니 염부제의 바라나국의 바라달왕에게 한 명의 보좌하는 정승이 있는데,
지극히 자애롭고 어질고 지혜가 비할 데 없어서 일체 경전을 통달하지 않음이 없고 천상과 인간과 5도(道)로 나아가는 바를 다 알며, 5계와 10선으로 교화한다고 하니,
가셔서 물으면 천상에 태어나는 데 행할 바 법과 용의 몸을 벗는 행(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용왕이 돌아와서 부인을 보니 안색이 좋지 않은지라 곧 물었다.
‘어디가 좋지 않은가?’
부인이 대답하였다.
‘염부제의 바라나국의 바라달왕에게 한 명의 보좌하는 정승이 있는데 이름은 비두리라 하고,
지극히 자애롭고 어질고 중생을 가엾이 여기며, 지혜가 비할 데 없어서 일체 경전에 통달하지 않음이 없다고 하는데
그의 마음을 얻어서 먹고 싶고 그의 피를 얻어서 마시고 싶습니다.
만약 이것을 얻는다면 저의 근심이 없어질 것입니다.’
용왕이 대답하였다.
‘근심하지 말라. 내가 반드시 구해주리라.’
용왕에게 친구인 야차(夜叉)가 있었는데, 이름은 불나기(不那奇)였다.
용왕이 그 야차에게 말하였다.
‘내 아내가,
염부제의 바라나 국왕에게 비두라라는 정승이 있는데
사람됨이 자애롭고 어질고 지혜가 제일이어서 일체 경전을 통달하지 않음이 없다는 말을 듣고,
그의 마음과 피를 얻어서 먹고 싶다고 하니,
나를 위하여서 구하여 오면 두 개의 밝은 구슬[明珠:마니주]을 주리라.’
이에 야차가 곧 응낙하고 밝은 구슬을 가지고 갔다.
염부제에 이르러 장사꾼으로 변해서 바라나성에 들어가서는 마니주(摩尼珠)를 들고 다니니,
행인이 보고 물었다.
‘너는 그 구슬을 팔 것이냐?’
야차가 대답하였다.
‘팔 것이 아니라 도박을 하는 데 쓰겠다.’
그 행인이 곧 가서 왕에게 말하였다.
‘밖에 장사꾼이 있는데 두 개의 밝은 구슬을 가지고 도박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 왕이 듣고 크게 기뻐하였으니, 왕은 자신의 교묘한 도박 솜씨를 믿고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여겼다.
왕이 말했다.
‘궁으로 데리고 들어오너라.’
왕이 물었다.
‘무엇을 원하는가?’
야차가 대답하였다.
‘제가 이기게 되면 비두리를 제게 주시고
대왕께서 이기시면 이 구슬을 대왕님의 것으로 하겠습니다.’
왕이 좋다고 하니 좌우의 신하들이 모두 말렸으나
왕은 그 구슬이 탐났고 자신의 교묘한 도박 솜씨를 믿었으므로
‘내가 반드시 이긴다’고 생각하면서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곧 함께 도박을 하였는데 야차가 이겨서 비두리(比豆梨)를 얻었다.
그때 야차가 비두리를 잡아서 허공으로 날아갔다.
왕이 비두리를 잃고 크게 근심하니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왕이 다섯 가지 일을 하면 나라가 망하고 왕위를 잃나니,
첫째는 도박이요,
둘째는 술을 좋아함이요,
셋째는 여색을 탐하고 음악에 현혹됨이요,
넷째는 사냥 나가는 것을 좋아함이요,
다섯째는 충성스러운 간언을 듣지 않는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 일을 행하면 왕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에 야차가 비두리를 메고 가다가 산간에 이르러서 문득 죽이려고 하였다.
이때 비두리가 야차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나를 죽이려고 하느냐?’
야차가 대답하였다.
‘용왕의 부인이 네가 총명하고 지혜가 제일이며, 사람됨이 자애롭고 어질다는 말을 듣고 네 피와 마음을 얻으려 하여 너를 죽이려는 것이다.’
비두리가 말하였다.
‘네가 어리석어서 뜻을 알지 못하는구나.
나의 지혜로움을 듣고 나의 피를 얻고자 한다는 것은 나의 법을 얻으려 하는 것이고,
나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는 것은 나의 마음속의 지혜를 얻으려 하는 것이다.
아무튼 함께 가 보자. 무엇을 요구하든지 내가 다 주리라.’
그때 비두리가 곧 야차를 위하여서 설하였다.
‘사람이 악을 지음에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일을 조급히 하여 자세히 살피지 않음이요,
둘째는 뒤에 항상 뉘우침이 많음이요,
셋째는 성을 많이 내고 자애로운 마음이 없음이며,
넷째는 악하다는 이름이 멀리까지 들려서 사람들이 미워하여 보려 하지 않는 바가 됨이요,
다섯째는 죽어서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는 것이다.
선을 닦는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좋은 일이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하는 것이 자상하여 법으로써 스스로 다루어서 거칠게 서두르지 않으므로 뒤에 뉘우치는 일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자애로워 연민하는 마음이 많아서 해를 끼침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좋은 이름이 유포되어 사방에 떨치는 것이요,
넷째는 남들이 다 존경하고 사랑하기를 마치 스승과 아버지처럼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죽어서 천상이나 인간에서 한량없는 쾌락을 받는 것이다.’
이에 야차가 그 설하는 바를 듣고 마음이 열리어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절하고 곧 비두리에게 가르침을 구하였다.
그때 비두리가 10선으로 천상에 태어나는 법을 설하니 야차가 법을 듣고 기뻐 뛰면서 모시고 갔다.
곧 비두리를 데리고 용왕의 처소에 이르니, 부인이 비두리를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머리 조아려 절하고 귀명(歸命)하고서 보좌(寶座)를 갖다 놓고 온갖 맛난 음식을 대접하였다.
이에 비두리가 용왕과 곧 부인을 위하여서 5도(道)에 있어서 행하는 바의 죄와 복에 대하여 말하였다.
‘몸의 3악(惡)을 거두어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상해하는 바가 없고,
인색과 탐욕을 버리고 의리로 양보하여 빼앗지 않으며,
애욕을 더럽게 보고 여색을 떠나서 정결(貞潔)하여 음란하지 않고,
말은 항상 지극히 성실하여 헛되거나 속임이 없으며,
말이 항상 부드러워서 거칠고 사나운 말이 없고,
그 싸우고 다투는 것을 화해시켜서 여기저기 송사하지 않으며,
말이 법에 맞아 아름답게 꾸미지 아니하며,
마음이 항상 인자하여 성내지 않으며,
남이 즐겁고 착한 것을 보면 대신 기뻐하여 질투하는 마음이 없으며,
일심으로 부처님과 법과 현성들과 나아가 참된 계율[眞式]에 이르기까지 받들어 믿으며,
죄와 복을 분명히 알아 마음에 의심이 없이 할 것이니,
이 10선(善)을 행하되, 구족하고 결함이 없이 하면 곧 천상의 7보 궁전에 태어나서 하고자 하는 바가 저절로 된다.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란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에 취하지 않게 하여
이 다섯 가지 일을 구족하게 하면 인간 중에 국왕과 대성(大姓)과 장자의 집에 태어나서 존귀하고 영화롭고 호화롭고 귀함이 한량없이 된다.
자애로운 마음이 없어서 중생을 잔인하게 해치고, 남의 재물을 강제로 겁탈하거나 무도하게 도둑질하며, 음란하게 남의 아내를 범하여 애욕의 정태(情態)를 싫어함이 없으며, 거짓말, 이간질하는 말, 사나운 말, 꾸짖는 말을 하며, 성내고 질투하며, 부모에 불효하며, 3존(尊)을 믿지 않고, 올바른 것을 등지고 삿된 데로 향하는 이러한 모든 악을 행하면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서 태우고 지지고 매질하고 하는 만 가지 고통이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빚진 것을 갚지 않고, 빌려온 걸 돌려주지 않으며, 부딪쳐 충돌하고 신의가 없으며, 교만하여 스스로 대단하게 여기고 3보(寶)를 비방하면
죽어서 축생에 떨어져서 노새ㆍ말ㆍ낙타ㆍ돼지ㆍ염소ㆍ개ㆍ사자ㆍ범ㆍ승냥이ㆍ구렁이ㆍ독사ㆍ도마뱀, 나아가 다른 금수가 되어 다시 서로 잔인하게 해쳐서 독한 마음이 치성하므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고통을 받는데, 벗어날 기약이 없다.
인색하고 탐욕하고 질투하여 보시를 즐겨 하지 않고, 입고 먹을 줄도 모르며, 3존을 믿지 않으면 탐욕의 불에 타는 바 되어 죽어서 아귀에 떨어져서 형체가 수척하고 뼈마디가 서로 부딪쳐서 온몸에 불이 타는데 백천만 년이 되어도 풀릴 때가 없으며, 밤낮으로 굶주리고 목마르나 처음부터 일찍이 물과 곡식의 이름도 듣지 못한다.
오직 10선을 행하고 몸ㆍ입ㆍ마음을 거두 잡아야만 길이 천상에 태어남을 얻어 쾌락을 끝없이 누리느니라.’
이에 용왕과 그 부인과 모든 용들이 두렵고 놀라워서 터럭이 곤두섰으며, 다 10선을 받들어 몸ㆍ입ㆍ마음을 거두 잡고 8관재를 지니면서 기뻐하였다.
이때에 금시조(金翅鳥)의 왕이 와서 용을 잡아먹으려 하나 그 신통력을 다하여 능히 접근하지 못하니, 이에 모든 용이 매우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던 일이어서 이상히 여기었다.
용왕과 그 부인과 대해의 모든 용들과 모든 야차들까지 다 10선을 받들면서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고, 머리를 조아려서 모두 절하였다.
용왕이 비두리에게 물었다.
‘대사께서 염부제에 돌아가시고자 합니까?’
비두리가 대답하였다.
‘돌아가고자 한다.’
이에 용왕이 곧 전단과 마니주와 여러 가지 묘한 보배를 보살에게 바쳤고, 부인과 채녀와 모든 용과 모든 야차가 각각 묘하고 진귀한 것을 올리고는
비두리를 바라나로 송환하는데, 모두 머리를 조아려 절하면서 기쁘게 작별하였다.
그런 뒤로 대해의 모든 용들과 모든 야차들에게 악독한 마음이 없어졌고, 죽어서는 다 천상에 태어났다.
바라달왕과 모든 신하들과 일체 인민이 스승 비두리가 돌아온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면서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그 동안의 기거에 대하여 물었다.
비두리가 왕을 위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갖추어 설명하니,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던 일에 감탄하였다.
이에 비두리가 마니주를 깃대 머리에 붙이고 지극한 마음으로 소원을 구하자 곧 7보와 옷과 음식이 쏟아져서 염부제에 두루 가득하였고 한량없는 신하와 백성들이 다 모두 풍족하고 즐거웠다.
그때 천제석과 사람의 왕과 대해의 용왕과 가류(迦留) 금시조 왕이 각기 모든 욕심을 버리고 산택에 와 있으면서 재계를 지키고 좌선하여 스스로 몸과 마음을 지키면서 각각 스스로
‘내가 복을 얻음이 많다’고 말하였다.
천왕이 말하였다.
‘내가 천상의 모든 욕락을 버리고 이제 여기에 와서 몸ㆍ입ㆍ마음을 거두어 잡으니,
내가 복을 얻음이 많도다.’
사람의 왕이 또 말하였다.
‘내가 궁중의 모든 욕락을 버리고 여기에 있으면서 몸ㆍ입ㆍ마음을 지키니,
내가 복을 얻음이 많도다.’
용왕이 또 말하였다.
‘내가 대해의 7보 궁전과 모든 욕락을 버리고 이제 여기에 와서 몸ㆍ입ㆍ마음을 지키니,
내가 복을 얻음이 많도다.’
금시조 왕이 또 말하였다.
‘이제 이 용왕의 몸은 나의 밥이지만 내가 이제 재계를 가지고 몸ㆍ입ㆍ마음을 거두어 잡아 상해심을 없애서 잡아먹지 않으니,
내가 복을 얻음이 많도다.’
이에 네 왕이 제각기 자기의 복이 많다고 말하다가 마음에 분명치 않아
‘지금 우리가 함께 스승님 비두리에게 가서 물어 보자’라고 의논하였다.
곧 비두리의 처소에 가서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물었다.
‘누가 얻은 복이 제일 많습니까?’
보살이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각기 네 개의 깃발을 올리되, 청색ㆍ백색ㆍ황색ㆍ적색으로 하여라.’
곧 지시를 받은 대로 네 개의 기를 세우니 보살이 물었다.
‘그 그림자가 다른가, 한 가지 빛깔인가?’
네 왕이 대답하였다.
‘기의 빛깔은 각각 다르나 그 그림자는 한 가지 빛이어서 다를 것이 없습니다.’
보살이 말하였다.
‘그대들 4왕이 각기 욕심을 버리고 와서 여기 있으면서 계를 지니고 스스로 지키면서 얻은 공덕은 모두 동등한 것이어서 차이가 없으니,
마치 네 가지 빛깔의 깃대지만 그 그림자는 한 가지여서 다른 것이 없는 것과 같다.’
이때에 네 왕이 그 말을 듣고 각각 알아차리고 기뻐 뛰었다.
그때 천제석이 곧 천상의 겁파육의(劫波育衣)를 보살에게 바치니, 사람의 왕은 곧 잡묘(雜妙)의 보배를 보살에게 올렸고, 대해의 용왕은 곧 상투 속의 마니보주를 보살에게 올렸고, 금시조왕은 천금불식(天金拂飾)을 보살에게 올렸다. 그리고는 네 왕이 다 크게 기뻐하면서 절하고 갔다.
그때 염부제에 모든 백성들과 용과 야차들이 다 10선을 행하였는데, 이때에 목숨을 마치는 자는 다 천상에 태어났고, 3도(塗)에 떨어지는 자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국사(國師) 비두리였던 자는 지금의 나이고,
그때 용왕 파류니였던 자는 지금의 정승[輔相]이며,
용왕의 부인 마나사였던 자는 지금 이 정승의 부인이니라.
예전에 용이 되었을 때 내게서 법을 듣고 기쁜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용의 몸을 벗고 천상에 태어났었고,
이제 내가 부처가 되자 나를 따라서 법을 듣고 기뻐하고 뜻이 풀리어 곧 출가하였으며, 지혜를 사유해서 모든 욕심을 영원히 다해서 함께 아라한이 되었나니,
과거 세상에도 그 마음이 또 좋았고, 지금 세상에 이르러서도 그 마음이 또한 좋은 것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 크게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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