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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편불보은경 제5권
7. 인자하신 품[慈品]
[두 가지 복밭]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받으셨다.
여래께서는 한량없이 매우 깊은 수행처[行處]에서 노닐면서 중생들의 3유(有)의 심한 고통을 뽑기 위하여,
5개(蓋)을 열고 10전(纏)을 풀기 위하여,
일체 중생들이 모두 함께 해탈의 편안한 곳을 얻어서 함이 없게[無爲]하기 위하여,
곧 두 가지 복밭[福田]을 열어 보이셨으니,
첫째는 지음이 없는 복밭[無作福田]이요,
둘째는 지음이 있는 복밭[有作福田]인데,
이른바 아버지ㆍ어머니ㆍ스승과 어른이며 모든 부처님, 가르침, 승가와 모든 보살이니,
일체 중생은 공양을 닦고 복을 얻어 나아가야 도를 이룰 수 있다.
[여래의 열반과 사리불]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큰 제자들과 여러 큰 지혜로운 이들아, 너희들은 알아야 하리라.
여래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어야겠느니라.”
사리불은 이 말을 듣고서 몸의 뼈마디가 아픈 것이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았으므로 근심 걱정하고 괴로워하다가 기절하여 땅에 쓰러지니, 찬물을 얼굴에 뿌리자 한참 만에 깨어나서 곧 일어나 합장하고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부처님 말씀은 단 이슬과 같아서
듣고 들어도 만족함이 없거늘
부처님이 장차 게으르시면
온갖 것에 이익이 없으십니다.
다섯 갈래의 나고 죽는 바다는
더러운 진흙에 떨어짐과 같거늘
애욕의 얽힌 바가 되었기 때문에
지혜 없어 세상에서 헷갈립니다.
전생의 행은 치우침 없이 올발라서
보시를 하되 평등하였나니
그 때문에 눈썹의 흰 터럭에서
비추는 바가 한이 없으십니다.
그 눈은 마치 초생달과 같아서
시방의 나라를 환히 보시며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과 눈으로
보게 되면 크게 기쁘게 하십니다.
사리불은 이와 같은 백천의 게송으로써 여래를 찬탄한 뒤에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서 여러 대중들과 여러 하늘ㆍ용ㆍ귀신이며 사람과 사람 아닌 따위에게 말하였다.
“여러 선남자들이여, 세간 허공이 괴이하고 괴이합니다.
세간 허공이 괴롭고 괴롭습니다.
세간의 눈이 없어지니 애닯고 애닯습니다.
미묘한 보배의 법 교량이 이제 부서질 것이며, 위없는 도의 나무가 이제 꺾어질 것이며, 미묘한 보배의 훌륭한 당기가 이제 거꾸러질 것이며, 위없는 부처님의 해가 큰 열반의 산으로 질 것입니다.”
일체 대중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으로 놀라고 털이 곤두서며 곧 크게 두려워하였고, 해는 밝은 광명이 없어지고, 모든 산이 무너지며, 땅은 크게 진동하였다.
때에 사리불이 대중 가운데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의 몸매를 보건대
마치 자금(紫金)의 산과 같으니
상호의 뭇 덕이 없어지며는
오직 이름만이 홀로 남으리라.
으레 부지런히 힘써 나아가
삼계를 벗어나야겠으며
여러 착한 일을 선택하건대
열반이 가장 편안하고 즐거우리라.
[사리불의 신통]
사리불은 이 게송으로 여러 대중들을 위로하며 깨우친 뒤에,
큰 신통력을 나타내어 몸이 허공에 오르더니 변화하여 천 마리의 보배 코끼리가 되었는데,
하나하나의 코끼리 몸들이 함께 서로 서리고 얽혀서 천개의 머리는 바깥으로 향하였으며,
하나하나의 코끼리에게는 모두 일곱 개의 어금니가 있었고,
하나하나의 어금니 위에는 일곱 개의 목욕하는 못이 있었으며,
하나하나의 목욕하는 못에는 일곱 송이의 연꽃이 있었고,
꽃받침 위에는 일곱 분의 화신불(化身佛)이 계시며,
한 분 한 분의 화신불에게는 모두가 곁에서 모시는[侍者] 사리불이 있었는데,
낱낱의 사리불은 큰 광명을 내쏘아 시방의 한량없는 항하의 모래만큼이나 많은 세계를 널리 비추면서 인연 있는 이들을 멀리서 불렀으므로,
인연이 있는 이들은 벌써 모여 있었다.
사리불은 다시 큰 몸을 나타내어 허공에 가득히 채우더니,
커졌다가 다시 조그맣게 되어 땅에 들어가기를 마치 물과 같이 하였는데 나올래도 틈이 없었고 들어가려도 구멍이 없었으며,
혹은 몸 아래서 불을 내고 몸 위로 물을 내며, 뛰어올라 허공에서 없어지기도 하고, 혹은 천 개의 몸이 되기도 하고 백 개의 몸이 되기도 하며 내지 수없는 많은 갖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낸 뒤에,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대중들 가운데로 나아가 널리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하되,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해서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게 하고,
또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에게 수다원의 도와 내지 아라한의 과위를 얻게 하였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에게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내게 하였다.
[사리불의 열반]
사리불은 이와 같은 한량없는 이익을 지은 뒤에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어떻게 차마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을 보겠습니까?”
이렇게 부르짖은 뒤에 허공으로 올라가 몸에서 불을 내어 곧 스스로 몸을 태워 열반에 들었다.
그때 대중들은 사리불을 사모하여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다가,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겨나 소리 내어 크게 울고 먼지를 몸에 묻혔으며, 해는 밝은 광명이 사라지고 하늘과 땅은 크게 진동하였다.
대중들은 사리(舍利)를 거두어 가지고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는데, 한량없는 백천의 대중들이 탑을 둘러싸고 사리불을 생각하면서 괴로워하는 마음을 내어 미친 듯이 다니면서 바른 생각을 잊어 버렸다.
여래께서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는 힘으로써 변화로 사리불을 만들어 대중 가운데 있게 하자, 대중들은 사리불을 보고서 기뻐하는 마음을 내어 근심과 괴로움이 곧 가셨는데, 기뻐하는 마음으로 인하여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그때에 아난이 여래의 거룩한 힘으로써 대중들의 마음을 자세히 살폈더니 모두가 의심을 지녔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정돈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어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길게 꿇어앉아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사리불은 어떠한 인연으로 먼저 여래 앞에서 열반에 들어 여러 대중들을 근심하고 괴롭게 하는 것이 이와 같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과 여러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야말로 다만 오늘만 먼저 여래 앞에서 열반에 들은 것이 아니니라.
과거 세상에서도 차마 볼 수가 없다고 하여 나보다 먼저 열반에 들었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사리불이 지나간 세상에서도 먼저 열반에 들었다 하시니, 그 일은 어떤 것입니까?”
[대광명왕의 보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오랜 과거 아승기겁 전에, 그때에 바라나라는 나라가 있었고, 그 바라나국의 왕의 이름은 대광명(大光明)이었는데, 대광명왕은 60 개의 작은 나라와 8백 개의 마을을 주관하고 있었느니라.
그 왕은 언제나 인자한 마음을 품고 일체에게 보시하되 남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하였는데, 그때에 어느 한 변두리 작은 나라의 왕이 항상 미워하여 거스르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느니라.
대광명왕은 다달이 제삿날이면 5백 마리의 큰 코끼리에 값진 보배와 돈과 재물이며 옷과 음식 등을 실어 큰 저자 가운데다 놓고, 그리고 네 개의 성문 밖에도 놓아두고서 일체에게 보시하였는데, 때에 적국의 원수는 대광명왕이 일체에게 보시해서 남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필요한 의복과 음식이며 금ㆍ은의 값진 보배가 있으면 멋대로 가지고 떠나갔었느니라.
그때 변두리 작은 나라 왕은 대광명왕의 보시하는 덕을 듣고 마음에 시새움을 내어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놓고서
‘누가 저 바라나국에 가서 대광명왕의 머리를 구해오겠느냐?’라고 하였지만,
여러 신하들은 모두가 가겠다는 이가 없었으므로
왕은 다시 널리 명을 내리기를,
‘누가 저 바라나국에 가서 대광명왕의 머리를 구해오겠느냐? 가는 자에게는 금 천 근(斤)을 상주리라.’고 하였더니,
그 중에 어느 한 바라문이 말하기를,
‘제가 가서 구해오겠습니다. 다만 나에게 양식만 주십시오’라고 하였으므로,
이 나라는 바라나에서 6천여 리(里)나 떨어져 있는지라 왕은 곧 양식을 주어 바라나국으로 보냈느니라.
바라문이 바라나국의 경계에 가 닿으니, 그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여러 날짐승ㆍ길짐승들은 놀라서 사방으로 달아나며 햇빛은 가리워지고 달은 밝은 빛이 없어지며 다섯 가지 별과 뭇 별들은 통상의 궤도를 잃었고 붉고ㆍ검고ㆍ흰 무지개가 밤낮으로 늘 나타나며 별똥별이 떨어졌으며 그 나라 안에 있던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이며 꽃과 열매가 무성하여 언제나 좋아할 만한 것들이 모두 바짝 말랐느니라.
바라문이 바라나성으로 가서 문밖에 있었더니,
때에 문을 지키는 귀신이 문지기에게 말하기를,
‘이 크게 악한 바라문은 먼 지방에서 왔는데, 대광명왕의 머리를 빌려고 하니 그대는 들어갈 것을 허락하지 말라.’고 하였느니라.
바라문은 문밖에 서서 이레 동안이나 머무르며 나아갈 수가 없었으므로, 문지기에게 말하기를,
‘나는 멀리서 왔는데, 대왕을 만나려 합니다.’라고 하니,
때에 문지기가 곧 들어가서 왕에게 아뢰기를,
‘어느 한 바라문이 먼 지방으로부터 와서 지금 문밖에 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이 이 말을 듣고 곧 나가서 받들어 마중하며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뵙듯이 앞에서 그에게 예배하고,
‘어디서 오셨습니까? 길을 오시느라고 고달프시지나 않으셨습니까?’라고 하므로,
바라문이 말하기를,
‘내가 다른 지방에 있으면서 왕의 공덕을 들으니, 보시를 하되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아서 명성이 멀리까지 들리어 위로는 푸른 하늘에 사무치고 아래로는 황천까지 사무치는지라, 멀거나 가깝거나 노래하고 찬양하니 실로 거짓말이 아니었군요. 그래서 멀리서부터 산과 내를 지나고 건너왔으니, 이제 얻을 것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이 말하기를,
‘나는 이제 일체에게 보시하는 이라 불리니, 구하는 바가 있으시면 의심하거나 어려워하지 마십시오’라고 하는지라,
바라문이 말하기를,
‘실제로 그러하십니까? 나는 딴 물건은 필요 없고 이제 큰 제사를 지내려 하므로 왕에게 머리를 빌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왕이 이 말을 듣고 나서 깊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끝없이 나고 죽고 하면서 부질없이 이 몸을 잃었고 일찍이 법을 닦지 못하였다.
공연히 나고 죽음을 받으면서 나의 정신만을 수고롭게 하였으니, 이제 이 몸으로 깊이 보리를 구하여 맹세코 중생에게 미치고자 하노라.
이제 주지 아니하면 나의 본래 마음을 어긴 것이요, 만약 이 몸을 보시하지 아니하면 어떤 인연으로 장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겠느냐?’라고 하고,
왕이 말하기를,
‘아주 좋습니다. 나는 조금 스스로 살피고 생각해서 나라의 자리를 부인과 태자에게 맡겨야겠으니, 7일이 지난 뒤에 그대에게 주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대왕은 곧 궁중으로 들어가서 여러 부인들에게 알리기를,
‘천하의 은혜와 사랑은 모두가 이별하기 마련이오. 사람은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고, 일에는 성공과 실패도 있으며, 만물은 봄에 났다가 가을과 겨울에 저절로 마르는 것이오’라고 하므로,
부인과 태자가 이 말을 듣자 마치 사람이 목에 걸린 것을 삼킬 수도 없거니와 또 뱉을 수도 없는 것과 같았는데,
‘대왕이시여, 이제 무슨 일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하자,
왕이 말하기를,
‘어떤 바라문이 먼 지방으로부터 와서 나의 머리를 갖고 싶어 하는지라, 내가 이미 허락하였도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인과 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온몸을 땅에 던져 소리 내어 크게 울며 스스로 머리칼을 뽑고 옷과 치마를 찢으면서 말하기를,
‘대왕이여, 천하에서 중한 것은 내 몸 같은 것이 없거늘 어떻게 오늘 버리기 어려우신 것을 버리어 남에게 보시하려 하시나이까?’라고 하였느니라.
때에 5백의 대신들이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이 냄새나고 문드러질 피고름 투성이인 머리를 무엇에 쓰려고 합니까?’라고 하자,
바라문이 말하기를,
‘내가 스스로 구걸하는 것인데, 어디에 쓸지는 왜 물으십니까?’라고 하므로,
대신들이 말하기를,
‘당신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므로 우리가 당신에게 묻는 것이니, 당신은 우리에게 대답해야만 합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바라문은 바로 사실대로 대답을 하려고 하다가 두려운 마음을 품고서 대신들을 무서워하여 그의 목숨을 끊으려고 하였으므로,
5백의 대신들이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두려워하지 마시오. 우리들이 이제 당신에게 두려움이 없음을 베풀어 주리다. 대왕을 위하여서인데, 가난한 바라문이 어째서 급히 이 피고름 투성이의 머리를 쓰려고 하시오.
우리들 5백 인이 사람마다 하나씩 칠보로 된 머리를 만들어서 함께 서로 바꾸고 아울러 필요한 것을 주어 당신에게 7대 동안 모자라거나 적음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더니,
바라문이 말하기를,
‘나는 쓸데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대신들은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마음으로 괴로워하며 소리 내어 슬피 울면서 대왕에게 아뢰기를,
‘대왕이시여, 이제 어찌 차마 이 국토의 인민들이며 부인과 태자들을 버리려고 하시나이까? 한 명의 바라문을 위하여 영영 저버리려 하시옵니까?’라고 하자,
왕이 말하기를,
‘이제 그대들과 일체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몸을 버리어 보시하는 것이니라.’라고 하므로,
첫 번째 대신이 왕의 말을 들어보니 틀림없이 몸을 버리어 바라문에게 줄 것이므로 곧 생각하기를,
‘내가 이제 어떻게 대왕이 몸과 목숨을 버리는 것을 보겠느냐?’라고 생각을 한 뒤에
바로 고요한 방으로 들어가 칼로 몸소 그 목숨을 끊어 버렸느니라.
그때에 대왕은 곧 후원으로 들어가서 바라문을 오라고 불러,
‘그대가 이제 멀리서 와서 나에게 머리를 구걸하므로 그대를 가엾이 여겨서 그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습니다. 내가 내생에서는 지혜의 머리를 얻어 그대들에게 보시하게 하소서’라고
하고, 이 말을 하여 마치고서 곧 일어나 합장하고 시방을 향하여 예배하면서 말하기를,
‘시방의 부처님들께서는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며, 모든 높으신 보살님들은 거룩한 신력으로 도와주셔서 저에게 이 일이 반드시 이룩되게 하여 지리다.’라고 하고서,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그대의 뜻대로 가져가십시오’라고 하였느니라.
바라문이 말하기를,
‘왕에게는 역사(力士)의 힘이 있으시니, 막상 고통이 닥치면 벗어나고자 하여 변하고 뉘우치며 고통을 참지 못해서 혹은 도리어 나를 해칠 수도 있으리다.
왕이 참으로 그렇게 하시겠다면 어째서 머리칼을 손수 나뭇가지에 묶지 않으십니까?’라고 하므로,
왕이 이 말을 듣고서 인자함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이 바라문이 겁을 먹고 괴로워하는구나. 만약 나의 머리를 끊을 수가 없다면 큰 이익을 잃게 되겠구나.’라고 하면서,
곧 그의 말대로 머리칼을 손수 나무에 묶어 놓고서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나의 머리를 끊어서 도로 내 손에 놓으시오. 내 손으로 그대에게 주겠습니다.’라고 하자,
바라문이 손에 칼을 잡고 나무를 향하여 나아갔는데,
그때에 나무귀신이 손으로 바라문의 머리를 쳤는지라 기절하여 땅에 거꾸러졌느니라.
대광명왕이 나무귀신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나를 돕지 않고, 도리어 선한 법에 반하여 어려움을 일으키는구나.’라고 하자,
나무귀신이 이 말을 듣고서 괴로워하며 곧 부르짖기를,
‘괴상합니다. 괴롭습니다.’라고 하니,
공중에는 구름이 없는데도 피가 비처럼 내리고 하늘과 땅은 진동하며 해는 밝은 빛이 없어졌느니라.
바라문이 곧 왕의 머리를 끊어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가니, 그때에 5백의 태자와 여러 신하들은 곧 대광명왕의 남아 있는 몸과 뼈를 거두어서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첫 번째 대신으로서 대광명왕이 머리를 보시한다는 것을 듣고 마음에 참고 견디지 못하여 곧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이가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요, 그때의 대광명왕이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인 석가여래이니라.
보살은 이렇게 고행을 닦아 익혀서 맹세코 중생들을 위하고 모든 부처님의 은혜를 생각하였나니, 그 때문에 뛰어 넘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수 있었느니라.
그러므로 사리불은 여래가 열반에 들어가려 한다는 것을 듣고는 눈으로 차마 보지 못하여 먼저 열반에 드는 것이 본래와 다르지 않으니, 과거 세상에서도 차마 나의 몸과 목숨 버리는 것을 보지 못하였느니라.
내가 이 후원에 있는 이 나무 아래서 전륜왕의 머리를 버리고 보시한 수가 천 번이 꽉 차거든, 하물며 다른 신분으로서의 몸과 손발이겠느냐?”
이 고행의 인연을 말씀하실 때에,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또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수다원의 도와 내지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으며,
또 한량없는 백천의 사람들이 성문과 벽지불의 마음을 내었다.
일체의 대중들인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사람과 사람 아닌 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고 기뻐하며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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