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보살장정법경 제7권
3. 보살관찰품 ②
부처님께서는 다시 사리자(舍利子)에게 말씀하셨다.
[불방일법]
“어떤 것을 불방일법(不放逸法)이라 하느냐?
이른바 모든 근(根)을 잘 단속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모든 근을 잘 단속하는 것이라 하느냐?
눈으로 빛깔을 보아도 상(相)에 집착하지 않고, 또한 묘한 그 얼굴에 집착하지 않으며, 또한 빛깔 등 모든 맛에 애착하지 않고, 벗어나는 법을 여실히 아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귀로 그 소리를 듣고, 코로 그 냄새를 맡으며, 혀로 그 맛을 알고, 몸으로 그 감촉을 깨달으며, 뜻으로 그 법을 알되 그 상에 집착하지 않고, 또한 그 묘한 모양에 집착하지 않으며, 또한 법 등의 맛에 애착하지 않나니,
이것을 불방일이라 하느니라.
또 사리자여, 불방일이란
스스로 그 마음을 단속하고 남의 마음도 잘 단속하며,
번뇌를 제거하고 현재에서 법락(法樂)을 증득함을 사찰(伺察)하는 일이 없고,
탐욕과 분노와 해침을 사찰하는 일이 없으며,
탐하는 악근(惡根)과 성내는 악근과 우치의 악근을 사찰하는 일이 없고,
신업의 악행과 어업의 악행과 의업의 악행을 사찰하는 일이 없으며,
깊고 견고하지 않은 마음 씀을 사찰하는 일이 없는 것이다.
통틀어 말하면 나아가 일체의 죄업과 선하지 않은 법을 사찰하는 일이 없나니,
이것을 불방일이라 하느니라.
[유와 무]
또 사리자여, 방일하지 않음에 있어서 보살은 깊고 굳게 마음먹고 부지런히 알맞음을 행한다.
그리하여 그 법이 유(有)이면 유임을 여실히 알고, 그 법이 무(無)이면 무임을 여실히 아느니라.
어떤 것이 유이며, 어떤 것이 무인가?
이른바 바른 도를 부지런히 행하여 능히 믿고 이해하는 것은 유이며, 삿된 도를 부지런히 행하여 능히 믿고 이해하는 것은 무이다.
모든 업에 과보가 있음은 유이며, 모든 업에 과보가 없음은 무이다.
눈은 유이나 그 눈의 실성(實性)은 무이며,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은 유이나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실성은 무이다.
몸은 무상이요 괴로움이며 구경(究竟)이 아니요 견고하지 않으며 무너지는 법이라 함은 유이며,
몸은 상(常)이요 즐거움이며 구경이요 견고하며 무너지지 않는 법이라 함은 무이다.
수ㆍ상ㆍ행ㆍ식은 무상이요 괴로움이며 구경이 아니요 견고하지 않으며 무너지는 법이라 함은 유(有)이며,
수ㆍ상ㆍ행ㆍ식은 상이요 즐거움이며 구경이요 견고하며 무너지지 않는 법이라 함은 무이니라.
또 무명이 행동의 모든 법을 반연한다 함에 있어서 진실하지 않은 무명이 행을 반연하고 나아가 생은 노사(老死)를 반연한다 하면 이것은 유이며,
진실한 무명이 행을 반연하고 나아가 생이 노사를 반연한다 하면 이것은 무이다.
보시를 행하는 이는 큰 부자가 된다 하면 이것은 유이며,
보시를 행하는 이가 도리어 가난하게 된다 하면 이것은 무이다.
계율을 지켜 천상에 난다 하면 이것은 유이며,
계율을 깨뜨리고 천상에 난다 하면 이것은 무이다.
많이 들은 이가 지혜가 많다 하면 이것은 유이며,
우치한 이가 지혜가 많다 하면 이것은 무이다.
닦고 익힘이 상응(相應)한다 하면 이것은 유이며,
닦고 익힘이 상응하지 않는다 하면 이것은 무이다.
깊고 굳게 마음을 먹어 상응한다 하면 이것은 유이며,
깊고 굳지 않은 마음먹음이 상응한다 하면 이것은 무이다.
정진하는 보살이 보리의 결과를 얻으면 이것은 유이며,
게으른 보살이 보리의 결과를 얻으면 이것은 무이다.
증상만(增上慢)이 없는 사람이 출가의 일을 지으면 이것은 유이며,
증상만이 있는 사람이 열반을 증득한다면 이것은 무이다.
어디서나 공성(空性)을 통달하면 이것은 유이며,
아(我)ㆍ인(人)ㆍ중생ㆍ수자(壽者)에 집착하면 이것은 무이니라.
다시 사리자여,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방일하지 않는 보살은 깊고 견고한 마음을 먹고 부지런히 행하여 상응한다.
즉 세간을 두루하여 지혜로운 사람이 있으면 그를 위해 열어 보이며,
세간을 두루하여 지혜로운 사람이 없으면 열어 보이지 않는다.
세속의 진리에 있어서 그 유도 알지 못하고 그 무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능히 부처님 세존께서 말씀하시는 진실의 뜻을 알 수 있겠느냐?
[네 종류의 법인]
사리자여, 부처님 여래께서는 통틀어 네 종류의 법인(法印)으로 일체의 법을 포섭하신다.
그 네 종류의 법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 모든 행이 무상(無常)하다는 것이요,
둘째 모든 행이 고통이라는 것이며,
셋째 모든 법에 나[我]가 없다는 것이요,
넷째 열반적정(涅槃寂靜)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체 중생이 모든 행이 무상한 가운데서 유상(有常)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일 그 중생들이 상이라는 생각을 끊어 버리면 그것은 곧 내가 말하는 것이다.
또 중생들이 모든 행이 고통인 가운데서 즐겁다고 생각하는데,
만일 그들이 즐겁다는 생각을 끊어 버리면 그것은 곧 내가 말하는 것이다.
또 중생들이 모든 법이 나가 없는 가운데서 나라는 생각을 하는데,
만일 그 중생들이 나라는 생각을 끊어 버리면 그것은 곧 내가 말하는 것이다.
또 모든 중생들이 열반적정의 이치 가운데서 얻는 바가 있다는 전도된 생각을 일으키는데,
만일 그들이 얻을 바가 있다는 전도된 그 생각을 끊어 버리면 그것은 곧 내가 말하는 것이다.
또 사리자여, 만일 모든 행이 무상한 줄을 알면 그는 곧 공(空)이어서 무상한 성품에 깨달아 들어갈 것이요,
모든 행이 고통인 줄을 알면 그는 모든 원구(願求)를 버릴 수 있을 것이며,
모든 법이 나가 없는 줄을 알면 그는 곧 공삼마지(空三摩地)의 해탈법문을 볼 것이요,
만일 열반적정임을 알면 그는 곧 모든 모양 가운데서 닦아 지음이 있을 것이요, 또한 때 아닌 때에 실제(實際)를 증득하지 않을 것이다.
사리자여, 이런 법에 있어서 만일 보살이 부지런히 행해 상응하면 그는 일체의 선법을 잃지 않고 일체의 불법을 빨리 원만하게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