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합집경 제6권
11. 야차왕수기품(藥叉王授記品)
그때 그 모임에 있던 80구지의 대야차왕들은
아수라왕 내지 건달바왕 등이 여래께 공양을 널리 일으키는 것을 보고, 다시 세존께서 그들에게 수기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는 일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공경 존중하고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어 여래 지혜의 심원함을 찬탄하고, 그 설법을 깊이 이해하여 매우 즐거워하면서 청정한 신심을 내었다.
그리고 신통의 힘으로 광대하고 뛰어난 공양을 지으니, 앞의 아수라 왕이 짓는 공양과 다름이 없었다.
[야차왕들의 찬탄]
그때 야차왕들은 공양을 지어 바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사람 가운데 비할 데 없는 석사자님
큰 신통과 지혜 갖추어
바다와 같이 깊고도 넓어 측량할 수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지금 머리 조아려 예배하네.
저 수미산도 헤아릴 수 있고
타는 겁화(劫火)도 그 한계 알 수 있으나
오직 부처님의 지혜의 힘만은 묘하여 생각하기 어렵나니
어떤 사람도 그 한계를 알 수 없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간에 있는
갖가지 갈래의 모든 유정들
그들이 지은 선하고 악한 업을
부처님은 두루 잘 아시나니 짝할 이 없네.
혹은 즐겨 아란야에 살면서
고요한 행을 닦으면서 번잡함을 제거하며
그 닦아 익힘을 따라 같지 않은 성품들을
부처님께서는 두루 잘 아시나니 짝할 이 없네.
혹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허물로
교만하고 시기하여 모든 악행을 지으나
혹은 평등하고 분별하며 혹은 따르고 더하는 것
부처님께서는 두루 잘 아시나니 짝할 이 없네.
혹 어떤 이는 미혹하여 바른 길을 잃고
괴로움의 과보에 깊이 빠져 나올 기약 없으며
혹은 믿음과 이해를 갖추고 법의 행을 따르는 것
부처님께서는 두루 잘 아시나니 짝할 이 없네.
유정들이 즐겨 많은 악한 행을 짓고
그 업이 따라 다님을 버리지 않고 있다가
목숨을 마칠 때에 이르러 두려워하면
오직 여래만이 잘 제도하시네.
혹은 깨끗한 계율을 지녀 하늘 궁전에 살고
혹은 나쁜 업을 지어 온갖 고통 받는데
좋고 추한 과보를 받는 이치 어김없음을
오직 여래만이 다 알고 보시네.
혹은 지혜가 있어 해탈을 구하여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집을 버리고 나와
거룩한 도를 즐겨 닦고 유정을 이롭게 하며
무위(無爲)한 적멸(寂滅)의 즐거움을 깨쳐 얻네.
혹은 어떤 어리석은 이가 집을 버리고 나와
여래의 법을 의지해 거기 머물면서도
그 매우 깊은 법을 잘 알지 못하면
그 지혜 없음으로 말마암아 도리어 비방하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방하면서
한량이 없는 괴로움의 인연을 짓고
목숨을 마치고는 곧 지옥에 떨어졌다가
겁(劫)이 다하면 다시 다른 괴로운 갈래에 나네.
만일 누구나 진리를 믿는 왕성한 마음으로
즐겨 바른 법을 듣고 잘 보호하면
모든 법의 본래 성품 공한 것을 잘 알고
일체의 상(相)을 떠나 집착함이 없으리라.
이 세간은 견고한 것 아니며
이 몸은 요술과 같고 골짜기의 메아리 같음 알아
언제나 자비스런 서원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고
부처님의 보리에서 물러남이 없게 하리.
나는 지금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나니
일체의 세간에서 이보다 더 좋은 것 없네.
이 조그만 선을 회향하여 유정들에게 미치어
미래에는 다 함께 부처님의 도가 이루어지이다.
[마승 비구의 질문]
그때 세존께서는 야차왕들의 생각을 아시고 곧 입에서 큰 광명을 놓아 부처 국토를 두루 비추었다.
그러자 마승 비구는 이 광명을 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여쭈었다.
위대하여라, 가장 훌륭한 양족존님.
갑자기 깨끗한 광명을 놓으시니 사의하기 어렵습니다.
이 광명은 드문 일로서 까닭 없지 않으실 것이니
세간을 밝게 비추시니 보름달보다 더합니다.
지금 여기 모인 대중은 모두 다 합장하고
다 같은 소리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합니다.
원하옵나니, 여래는 범음성을 떨치시어
이 광명을 놓으시고 까닭을 말씀하소서.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 깨끗한 믿음을 내옵니까?
어떤 사람이 진실하고 깨끗한 법을 깨쳤나이까?
어떤 사람이 견고한 보리심을 내었나이까?
바라옵나니, 여래는 분별하여 말씀해 주소서.
큰 자비를 가지신 주인님은 세상에 나오시어
중생들의 의심 그물을 잘 풀어 주십니다.
모든 하늘과 용과 또 인비인(人非人)들이
그 말씀 들으면 모두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세존의 대답]
그때 세존께서는 마승 비구를 위해 게송을 외우셨다.
착하다, 마승 대비구여.
그대는 그런 뜻을 잘 물었다.
이 광명을 물음으로 인해 하늘과 사람들 이롭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두 진실한 견해에 머물게 하리라.
저 야차왕들은 공양 베풀어
보고 들음과 훌륭한 선근을 더욱 늘렸다.
그러므로 나는 이 깨끗한 광명을 놓고
지금 마땅히 부처 이룬다는 기별 주리라.
이와 같이 저 야차 무리들은
모두가 모든 법이 인연을 좇아 생기는 줄을 알고
원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이 몸을 받고
마음이 언제나 보리의 도에 편히 머문다.
지혜로 능히 잘 관찰하여
온(蘊)ㆍ처(處)ㆍ계(界)가 다 허망한 거짓임을 알고
바퀴처럼 도는 고뇌의 원인을 뛰어넘나니
그것은 마치 연꽃에 물이 묻지 않는 것과 같다.
이것저것이 화합하는 더러운 인연
그 일체는 모두가 요술과 같음을 깨달아 알고
색(色)의 제 성품이 공한 것도 그런 줄을 관찰하여
적멸(寂滅)한 무위(無爲)의 이치를 증득하게 되었다.
만일 능히 모든 법의 공함을 깨달아 알고
또한 상(相)이 없음과 원이 없음을 통달하여
이 세 가지 해탈의 문을 평등하게 두루 관찰하면
아무 장애 없으리라.
능히 관찰하는 지혜의 성품이 본래 공한데
관찰되는 그 경계가 어디에 있겠는가?
마음과 경계의 이 둘이 모두 없음을 알면
이야말로 보리의 행을 원만히 갖추었다 하리라.
모든 하늘과 또 사람들이 이 법을 들으면
마음에 기쁨을 내어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하고
각각 믿고 이해하고 법의 행을 따라
점점 일체의 지혜를 능히 닦아 익히리라.
이와 같이 밀적역사(密迹力士) 야차 무리들
능히 깨끗한 마음으로 공양을 일으키나니
이 뒤에는 마땅히 이 나쁜 세계의 몸을 바꾸어
저 모든 하늘에 나서 묘한 쾌락 누리리라.
저들은 장차 오는 세상에서
한량이 없는 구지의 부처님을 받들어 뵈옵고
그 이름을 적정혜(寂靜慧) 부처라 하며
세상에 사는 수명은 극히 장구하리라.
무수한 저 성문 무리 교화하고
마치 별들이 허공에 나타나는 것처럼
모든 지혜를 갖춘 사람들 그 안에 나서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고 아무 고통 없으리.
일체 세간의 인비인(人非人)들은
부처님의 설법 듣기에 피로해 하지 않고
다 용맹하고 청정한 마음을 내어
번뇌의 모든 결박에서 해탈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