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7대학·국립동양어대학 등 韓流 인기에 지원자 1000명 넘어 "한국 음식·영화에 매료됐어요"
佛, 파리7대학 정원 30% 늘리고 엑상프로방스大·보르도大에도 올 9월부터 한국학과 신설키로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파리7대학의 한 강의실. 한국어 회화 수업을 듣는 이 대학 한국학과 학생 20명이 옆자리 짝꿍과 취미를 한국어로 서로 묻고 있었다. 1학년생 일리아나(19)는 "'타짜' '달콤한 인생' 같은 한국 영화에 매료돼 한국학과에 들어왔다"며 "저는 10대1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행운아"라고 했다.
프랑스 대학의 한국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파리에서 한국학과를 설치한 파리7대학과 국립동양어대학(INALCO)의 지원자가 모두 각 1000명을 넘어섰다.
작년 9월 입학한 1학년생들의 경우 파리7대학(정원 약 100명) 지원자가 1056명, 국립동양어대학(정원 약 150명)이 1014명이었다. 올해 9월에 입학하는 현재 고3들의 경쟁은 더 치열하다.
최근 고3들의 대학 지원 마감 결과, 파리7대학은 1412명, 국립동양어대학에는 1360명이 몰렸다. 두 대학 관계자들은 "2016년 이전까지 지원자가 800명에 못 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한국학과 인기는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프랑스에 한국학과가 설치된 곳은 파리의 두 곳을 포함해 지방의 리옹3대학, 라로셸대학까지 모두 4곳이다. 올해 1학년생의 경우 리옹3대학은 667명, 라로셸대학은 493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10대1 수준이다.
한국학과 인기는 한류(韓流)가 이끈다. 파리7대학 1학년생 파니(22)는 "한국 음식과 K팝(케이팝)에 매료돼 뒤늦게 한국학과에 왔다"며 "공부가 어렵지만 재밌다"고 했다.
사라 니오 쿠이발리(24)는 "한국에서 프랑스어 교사로 일하면서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마리 리베 라장 파리7대학 교수는 "한국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데 반해 한국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은 제한돼 있어서 지원자가 늘어난다"고 했다.
지원자가 넘쳐나자 프랑스 교육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9월 신입생부터 파리7대학 한국학과 정원을 130명으로 30명쯤 늘리기로 했다. 교수 정원도 6명에서 8명으로 늘렸다. 김진옥 파리7대학 교수는 "예전에는 교수 한 명 늘리는 데 5~6년씩 걸렸는데, 한꺼번에 2명을 뽑으라고 하
니 격세지감"이라고 했다.
프랑스 교육부는 오는 9월부터 엑상프로방스대와 보르도대학에도 한국학과를 신설한다. 한국학과를 둔 대학이 6곳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김대열 국립동양어대학 교수는 "오랫동안 일본학과 안의 한국어 과정이었다가 2016년 정식 한국학과로 출범한 뒤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유럽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