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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濟州語保全會(제주어를사랑하는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김창희(사무처장)
허영선이 만난 ‘사람’] 이상규 국립국어원장 | ||||||||||||
“제주어 보존은 곧 우리 모국어의 보존과 같은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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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는 산이나 높은 언덕을 오름이라고 하는데 거미오름, 검은오름, 금오름, 다랑쉬오름, 따라비오름, 성널오름, 아부오름 등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름이 많이 있다. 그런데 외국의 이름모를 나라의 인명이나 지명은 수두룩한데 우리나라의 남쪽 외딴섬, 제주도의 오름이름은 왜 하나도 실리지 않았는지「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든 사람들은 외국사람들이었던 모양이다. (이상규 「방언의 미학」 중) 12시 15분전! 지난해 제주에서 열렸던 제주어 보존 세미나에서였다. 한 외국 학자가 사멸할 위기의 언어를 두고 경고한 표현이었다. 영어 공교육, 영어 몰입교육이 교육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금, 이 '시간'이 더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때 우리 국어학자도 그랬다. 모국어가 위태롭다는 것은 지역어가 위태롭다는 말과 같다고. 그 학자는 특히 제주어의 미학, 제주어의 고유성, 제주어의 가치를 단호하게 강조하였다. 그렇게 지역어 사랑에 빠진 사람, 바로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이다. '탐라순력도'를 제작한 이형상 목사는 그의 10대조. 언젠가 바닷길을 건너온 선조의 길을 따라 걷고 싶고, '신탐라순력도'를 만들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제주도에 대한 그의 애정은 깊었다. 제주어에 대한 그의 시선은 확고했다. # 제주어는 제주인의 살갗, 아일랜드의 슬픔 느껴 제주도가 왜 슬픈가. "제주도는 슬픔의 원형입니다. 4·3의 역사가 그렇고, 삶의 비극성이 내면에 깔려있어요. 그래서 제주어가 더 보존되고 당당해져야 된다는거죠." 그런 제주어를 자꾸 자발적인 이유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 슬프다. "제주가 제주다움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제주어가 소멸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봐요." 물론이다. 언어는 소통의 수단이다. 허나 언어가 단순히 소통의 수단으로만 평가해서는 안될 일. 그에게 제주어가 가진 위상은 한결 상위의 차원이다. 특히 우리 한국어의 원류와 역사적 원류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란다. "해류의 흐름으로 봐서도 제주도는 오키나와 유구국과는 오래된 관계를 갖고 있어요. 옛날에는 똑닥배타고 항해했던 기술을 가지고 있었어요. 「남환박물지」보세요. 그 사람들 나름대로 최고급의 지식체계를 갖고 있는게 보여요. 폴리네시안들의 거석문화는 그 사람들이 가지는 지식체계가 있었어요. 아이누어나 남방계열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진지하게 연구해야해요. 방언 보존은 절멸위기 언어보존을 권장하는, 유네스코의 권장사업이기도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올해 전국방언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다. 그 중심에 제주어가 있다. 작업은 제주대 국어상담소에서 차근차근 구축해나갈 것이지만 문제는 예산이란다. 외국에서는 절멸위기 언어를 위해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제주도 출향인사들이 중심이 돼 제주어 보존을 위한 기금 마련 같은 것도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 남북외래어 통일언어 작업도 해야할 일 그는 꿈꾼다. 남북언어의 통일 작업을. 통일될 수 있는 언어는 통일하자고. 그러한 사례를 보자. "가령 '지퍼'를 우리세대는 '자꾸'. 지금 세대는 '지퍼'. 북에서는 '쪼로록'이라고 해요. 우리말 '쪼르다'와 '쪼로록'같은, 이상적인 외국어를 우리말로 하자는 것이지요. 민족적 주체성이 있는 우리말로 순화를 시켜야 하는 거지요." 이제 한국어도 세계적으로 대접받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그 문턱이 높다는 루브르박물관에서도 지난 2월부터 한국어 안내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한류열풍과 함께 아시아권 전역에서 한국어 학습 붐이 일고 있다. # 문화다원주의 인정해야…대학시절 촘스키에 매료 이상규 원장. 그는 획일주의를 철저히 경계한다. 그의 사유는 자유롭다.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얘기다. 스스로 문화의 획일성에 대한 의식을 깨고 나선 때는 대학원시절. 언어학자들은 예외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규칙이라하고 고집하는가에 대한 회의가 찾아왔다. 가치가 있으면 획일화되서는 안된다. 그런 그를 격려해준 것은 노암 촘스키의 '변혁이론'이었다. 다원주의로 가야한다는 것이 그가 가진 기본 철학. "언어라는 것은 실제 정치적인, 지배적 요소가 있다고 봐요. 국어원장으로 와서 방언을 강화한 것도 있지만, 이율배반적으로 언어의 획일주의, 식민형식주의를 철저하게 비판하면서도 우리말을 외국에 가르쳐야 되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창안한 것이 '세종학당'입니다." 이 학교를 통해 한국어는 물론 한국문화의 열풍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해외에서 얻어지는 경제적 유발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인문학 최고의 가치는 인간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가치를 차등화하고 인간의 가치를 계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죠." 궁극에는 방언의 보존도 소수자 인권과 통하는 것 아닌가. 그런 뜻에서 금년부터 국어원에서는 이주여성 다문화가정 학습방식을 부부가 함께하는 학습방식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한국 이주여성이 13만8000명이 됩니다. 이젠 남자들도 베트남어를 배워야하고, 중국어를 배워야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지배적 방식이어서는 안됩니다." 남편은 아내한테, 아내는 남편한테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바로 문화상호주의. 다양성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는 말일 터이다. # 방언에서 인간 삶의 방식, 삶의 흔적 추정 "사실 방언을 언어학적 관점으로만 보는데, 여기서 민속이라든가 인간의 삶의 방식, 다양한 코드, 삶의 하드디스크, 흔적들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암각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딩각'같은 것도 그렇지요." 그는 본연의 언어를 살리는 것, 그 자체가 환경의 복권이라고 본다. 인간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소멸의 운명을 맞고 있는 생물종들과 언어는 같은 운명을 맞고 있단다. 왜 안그러랴. 생태계가 절멸되면 그를 이루던 모든 동식물 이름들이 사라진다. 요즘 불고 있는 조기 영어교육 열풍에 대해서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역사적으로 갈등하고 대립했던 일본이나 중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야단인데 우리는 도리어 영어조기교육을 한답시고 엄청난 국부를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낸「방언의 미학」에서 한 말이다. 조기영어교육을 하면 영어는 신장될 것이다. 허나 언어는 정신을 지배하는만큼 민족적 정체성의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영어에 몰입하는만큼, 우리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는 말이다. "제주도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입니다. 제주어발전계획과 함께 절멸언어 대책을 논의하는 국제적 연대를 통해 제주어 보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야해요." 시 쓰는 국어학자 이상규 원장. 언어로 조형하는 그의 시선에 용암의 풍경이 드러난다. 파도치는 세화리의 제주바다 앞에서였다. 여기서 소멸의 아득함처럼 언어의 소멸을 직감하는 걸까. 옥바다 벼랑의 물결에 그의 시선이 꽂힌다. '저 멀리 바다는 끊임없이 세로로 일어서려고 하고 있다.' 그가 불쑥 한구절을 읊었다. 수줍게 즉흥시가 이어졌다. <저기 파란색은 사월색이고 /가까이 군청색은 이월색/ 이월의 제주바다는 저 멀리있는 사월의 바닷물빛하고 뒤섞여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