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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우주정거장(ISS). 출처/ Wikimedia Commons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번쯤은 피터 팬처럼 살짝만 발을 굴러도 높이 올라 허공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 상상을 해봤을 듯하다. 아마 꿈속에서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상상이나 꿈이 아닌 현실에서도 제트팩[1]이나 행글라이더를 사용하면 혼자서도 날아다닐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장치나 기구의 도움 없이는 지구 중력 때문에 높이 뛰어오를 수도 없고 날아다니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 상상을 실현하려면 중력이 작아지거나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을 일부러 만들거나 그런 곳을 찾아가야 한다.
[동영상 1.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의 개막식에서 한 사람이 제트팩을
등에 매고 개막식장을 날아다니고 있다. https://youtu.be/L9Cj0cMJNbs ]
달과 같이 질량과 크기가 지구에 비해 작은 천체의 표면에서는 일반적으로 중력이 지구 중력보다 작은 ‘저중력 상태’다. 달 위에서는 지구 중력의 6분의 1 정도여서, 지구 위에서 30cm 정도 뛰어오를 수 있는 에너지로 달에서는 약 1.8m를 뛰어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구와는 전혀 다른 극한 환경의 달 표면에서는 산소 공급, 온도 조절, 압력 유지 같은 기능을 하는 생명유지 장치와 우주복을 갖춰야 한다.[2] 이런 장비의 질량 때문에 실제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실제 1969년과 1972년 사이 달 위에 발을 디뎠던 우주인들이 달에서 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면, 우주인들이 뛰어다니는 높이가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일부 호사가들한테는 실제로 인간이 달에 간 적이 없다는 음모론의 근거가 되곤 했다.
[동영상 2. 달에 우주인을 보낸 아폴로 프로그램. https://youtu.be/cwZb2mqId0A ]
달보다 더 작은 크기의 천체를 생각해 보자. 얼마 전부터 소행성 탐사선 돈(Dawn)호가 주위를 돌며 탐사하고 있는 왜행성 세레스(Ceres)는 어떨까? 표면에서 빛나는 점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세레스는 표면 중력이 지구 중력의 약 35분의 1에 불과하다.[3] 이쯤 되면 우주복을 입고도 몇 m를 거뜬히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중력이다. 최신 기술로 가볍게 만든 우주복을 입고 뛴다면 10m 이상도 뛰어오를 수 있는 정도다. 여기에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최근 탐사선 착륙을 시도했던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몬코’ 표면 위를 생각해 볼 수 있다.[4] 이 혜성 표면의 중력은 지구의 1만 분의 1도 안 된다. 이쯤 되면 살짝 뛰어도 엄청난 높이로 뛰어올라 거의 날아갈 정도로 작은 중력이다.
» 그림 1.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지구, 달, 세레스, 67P/추류모프-게라시몬코 혜성 (점하나의 크기). 출처/ 윤복원 그림제작(이하 동일)
그런데 문제는 ‘이런 천체에 사람이 갈 수 있느냐’라는 데에 있다. 달 표면에 우주인을 보냈던 아폴로 프로그램에도 40여 년 전에 200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비용이 들었고,[5] 1972년 달에 마지막으로 우주인이 갔다온 이후 지금까지 달뿐 아니라 지구 이외의 어떤 천체에도 사람이 직접 갔다온 적이 없다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가까운 시간 안에 다른 천체에 사람이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무중력, 저중력 상태 만들기
그렇다고 저중력이나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지구 400km 상공에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대표적인 예이다.[6] 2000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여러 우주인들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백 일 동안 ISS에서 무중력 상태로 머무르고 있다.
ISS는 별도의 추진력 없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이런 우주 비행 방식을 ‘궤도 우주 비행’이라 부른다. 인류 최초로 유인 우주선으로 궤도 비행을 한 사람은 옛 소비에트연방의 유리 가가린으로, 1961년 4월 로켓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 약 한 시간 동안 우주선의 추진력을 사용하지 않고 지구를 거의 한 바퀴를 돌고서 지표면으로 귀환했다.[7] 당시 착륙할 때 귀환 모듈 밖으로 우주인을 내보내 낙하산으로 지표면에 귀환한 것을 제외하고는, 궤도에 진입하는 방법과 지구에 재진입하는 방법은 지금도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이후 지금까지 수백 명의 우주인이 궤도 우주 비행을 했는데, 그 중 7명은 개인이 우주여행 비용을 지불하고 우주여행을 한 우주여행객이다.[8] 이들은 1인당 최대 4000만 달러까지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궤도 비행 방식의 우주여행 비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며칠 동안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지만 상당히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 그림 2. 400km상공에서 지구주위를 돌고 있는 국제주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 우주인들은 이곳에서 무중력 상태로 생활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NASA
궤도 우주비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여행 방식도 있다. 단순하게 지상 100km 이상의 고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우주비행이다.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비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준궤도 우주비행’ 또는 ‘탄도 우주비행’이라고 부른다.[9] 미국인 최초 우주인인 앨런 쉐파드가 우주로 갔을 때의 우주비행 방식이다.
» 그림 3.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궤도 우주비행, 준궤도 우주비행 궤도 우주비행은 며칠에서 몇백 일까지 체류하면서 무중력 체험을 할 수 있는 반면, 준궤도 우주비행은 훨씬 짧은 몇 분 동안만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다. 이 방식의 우주여행을 상업적으로 추진하는 민간업체가 제시하는 우주여행 상품 가격은 25만 달러로, 원화 2억5000만원 가량이다.[10] 궤도 우주비행 비용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민간회사가 제작한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 원’으로 2004년에 최저고도 100 km를 통과하는 준궤도 시험비행에 세 차례 성공했지만, 2014년 10월 비행사 한 명을 잃고 또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는 ‘스페이스십 투’의 시험비행 사고가 있었고,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상업 우주여행이 시작되고 있지 않다.[11]
준궤도 비행과 유사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우주로 나가지 않고 무중력 상태에 가까운 체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우주선이 아닌 비행기로 포물선 모양의 궤적을 그리면서 약 10000m 상공까지 올라가는 비행 방식으로 비행기 안에서 무중력 상태를 만든다. 우주인들이 우주에서 경험할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는 훈련에도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다.
한번에 연속적으로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30초에 못미칠 정도로 짧다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한번 비행에 이런 무중력 체험을 여러 번 할 수 있고, 비행 방법에 따라 달이나 화성의 중력 같이 저중력 상태도 만들 수도 있다. 2000년대에 들어 제로G(ZeroG)라는 이름으로 일반인에게 상업적으로 무중력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12] 20여 초의 무중력 체험을 10회 이상하는 상품의 가격이 약 5000달러 정도로, 한화 500만 원이 좀 넘는 정도다. 이보다 비싼 1등석 항공 여행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 보이지는 않는다.
[동영상 3. 비행기를 이용한 무중력 체험 제로G. https://youtu.be/Lhu198E8z2U ]
무중력: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없음’
비용이나 기회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여러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무중력 상태’와 관련해 쉽게 오해하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하나가 무중력 상태에서는 중력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주로 나가면 무중력을 경험하고, 무중력이라는 단어 자체도 그대로 해석하면 ‘중력이 없음’을 의미해, 중력이 우주에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표면에서나, ISS 높이의 우주에서나, 지구 중력은 여전히 작용한다. 지표면에서 약 400 km 상공인 ISS 높이에서는 중력의 크기가 12퍼센트 정도 줄어들 뿐이다. 지구 중력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데도 ISS 안에서는 무중력 상태라는 상황이 언뜻 모순돼 보일 수 있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중력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아야 한다.
» 그림 4. 지표면과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중력 차이
지표면 위에서 모든 물체는 중력이라는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을 받는다. 하지만 중력이 작용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땅바닥에 서 있는 사람은 지구 중력이 당기고 있지만 땅속으로 더 떨어지지 않는다. 땅바닥이 튼튼하니까 땅바닥을 뚫고 땅속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 뻔한 사실의 이면에는 땅바닥이 우리 발바닥을 위로 밀어올리는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바로 이 힘이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과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서 있는 사람은 더이상 떨어지지 않게 한다. 땅이 발바닥을 위로 미는 힘이 중력에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예로, 어깨에 매달린 팔은 아래로 향하고 있지만 아래로 더 떨어지지 않는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어깨가 팔이 떨어지지 않도록 위로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힘도 마찬가지로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다.
중력을 느낀다고 말할 때, 우리는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을 느끼지 않고, 바로 이 ‘중력에 대항하는 힘’을 느낀다. 이를 다시 말하면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없다면, 중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더라도 이른바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때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무중력 상태’다. 궤도 및 준궤도 우주비행, 그리고 비행기를 이용한 포물선 비행에서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은 우리가 느낄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중력 상태의 조건: 자유낙하
무중력 상태는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질까? 중력에 대항하는 힘 없이 중력이 당기는 대로 주위의 모든 것과 함께 같이 떨어질 때 만들어진다. 이 상황에서는 떨어지는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동안, 떨어지는 사람은 중력에 대항하는 힘을 주지 않아도 되고, 함께 떨어지는 주위의 어떤 것도 떨어지는 사람에게 중력에 대항하는 힘을 줄 필요가 없게 된다. 따라서 느낄 수 있는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없는 상태, 즉 ‘무중력 상태’가 된다. 이렇게 중력이 당기는 대로 떨어지는 것을 ‘자유낙하’라고 부른다.
자유낙하를 통해 짧은 시간이나마 무중력 상태와 유사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우리 주위에도 있다. 번지 점프를 하거나 놀이 공원에서 자이로 드롭을 타는 방법이다. 둘 다 높은 곳에서 자유낙하에 가깝게 떨어진다. 떨어지는 것에서 오는 공포감과 공기(또는 바람)를 가르는 느낌 때문에 몇 초 안 되는 동안 무중력에 가까운 상황을 체험하는 데 집중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기는 하다.
번지점프나 자이로 드롭의 높이가 아주 높으면 더 긴 시간의 무중력 체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공기 저항’이라는 문제가 있다. 더 많이 떨어질수록 떨어지는 속도가 더 커지는데, 떨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공기 저항도 떨어지는 속도가 클수록 커져 떨어지는 속도가 더 커지는 것을 방해한다. 결국 공기 저항은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되어 자유낙하에서 벗어나게 되고, 이른바 중력을 느끼는 상황이 된다. 수천 미터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사람이 떨어지는 모든 구간에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물선 궤적을 그리는 자유낙하
반드시 아래로 떨어져 자유낙하라고 부른 것은 아니다. 트램폴린을 보자. 뛰어 오르는 순간에는 속도가 위로 향하지만, 중력은 위로 올라가는 사람을 아래로 잡아당겨 올라가는 속도를 점점 줄인다. 그러다 아래로 떨어지는 방향으로 속도가 바뀌는 순간이 오는데 이때 가장 높은 위치에 도달한다. 이때부터는 밑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커진다.
모든 과정이 중력이 아래로 당기기 때문에 일어나는 움직임이다.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으면 공기저항도 작아 중력이 당기는 대로 움직이는 ‘자유낙하’에 가깝게 된다. 트램폴린 위에서 뛰는 것도 이와 비슷해 공중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거의 없는 무력에 가까운 상태를 경험한다. 성능 좋고 안전한 트램폴린 위에서 5m 높이까지 뛰어오를 경우, 무중력을 경험하는 시간은 약 2초 정도다.
트램폴린이 충분히 넓고 뛰는 방향이 지면에서 수직 방향이 아닌 일정 각도로 뛰면 뛴 사람은 공중에서 포물선 모양을 그리며 움직인다. 중력은 위 아래 움직이는 속도에만 영향을 줘 변화시키고, 지면과 평행한 수평 방향의 속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위로 올라가는 속도는 점점 줄어들어 다시 아래로 향하게 되고, 수평 방향으로 움직이는 속도는 그대로 유지돼 포물선 모양을 궤적을 그리게 된다. 이 경우도 중력이 당기는 대로 움직이는 ‘자유낙하’가 되어 뛰는 사람은 무중력을 경험한다. 대포를 쐈을 때 무거운 포탄이 날아가는 궤적도 포물선 모양을 그린다.
[동영상 4. 트램폴린 뛰는 모습: 수직이 아닌 방향으로 뛰는 마지막점프에서 뛰는 사람의
무게중심 궤적은 포물선 모양을 그린다. https://youtu.be/cnBf6HTizYc ]
무중력 체험 비행 방식들의 공통점: 자유낙하
준궤도 우주비행의 무중력 체험은 이와 같은 자유낙하 원리를 이용한다. 고도 100km 이상의 상공까지 올라가는 비행을 ‘준궤도 우주비행’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 넢이의 상공에서는 공기 저항이 거의 없다. 가장 높은 고도에 이르는 시점 전후의 일부 구간에서 우주선의 추진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우주선은 포물선 모양의 궤적을 그리는 자유낙하를 한다. 이때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은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없는 무중력 상태에 있게 된다.
한편 포물선 자유낙하를 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이 더 큰 속도를 낼수록 포물선 자유낙하 시간이 길어진다. 이렇게 속도를 내는 구간에서는 중력보다 더 큰 추진력을 내기 때문에 이 추진력을 느끼는 우주인은 지표면보다 더 큰 중력(고중력)을 느낀다. 포물선 자유낙하 이후에도 착륙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여줄 때도 중력보다 더 큰 추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중력을 느낀다.
» 그림 5. 준궤도 우주비행, ‘제로G’ 비행, 그리고 대포알이 날아가면서 그리는 포물선 궤적 (빨강색). 포물선 궤적에 이르기 전까지 속도를 높여야하고 포물선 궤적 이후에는 속도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포물선 궤적 전후로 지표면 중력보다 더 큰 중력을 느끼는 고중력 상태(검은선)에 있게 된다. 시각화를 돕기 위해 포물선 궤적의 비율을 다르게 했다. '제로G'라는 무중력 체험도 비행기가 포물선 모양으로 자유낙하 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고도 10000m 정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는 공기 저항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비행기는 질량에 비해 부피가 훨씬 크고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공기 저항도 크다. 하지만 비행기는 엔진으로 낼 수 있는 추진력을 사용해 공기 저항에서 오는 속도 변화를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유낙하에 가까운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때 비행기와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은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없이 자유낙하를 하게 되어 사람들은 비행기 안에서 무중력 상태을 경험한다. 여기에 더해 밀폐된 비행기 안에서는 번지점프나 자이로 드롭처럼 바람을 가를 일이 없어 그만큼 무중력에 더 가까운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 지구에 떨어지지도 않고 포물선 궤적으로 움직이지도 않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에서는 어떤 이유로 무중력 상태가 유지될까? 이 경우도 자유낙하의 원리가 적용된다. 여기에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약 400 km 상공의 궤도를 도는 ISS는 초속 7.7km로 지표면과 평행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중력 때문에 ISS는 1초에 약 4.3m씩 떨어진다. 만약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가정하면 ISS는 결국 땅에 떨어져 부딪힌다. 그런데 실제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ISS가 1초동안 날아가는 동안 ISS 밑의 지구 표면도 ISS가 떨어진 거리와 거의 비슷하게 구부려진다. ISS와 지표면과의 거리가 거의 변하지 않는 이유다. 다시 말해 궤도를 도는 우주선이나 ISS는 사실 중력에 의해 계속 떨어지는 상태이지만,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거의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면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ISS 속도가 현재 속도보다 충분히 작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정 시간 동안에 ISS가 떨어지는 거리보다 ISS 밑의 지표면이 구부려지는 정도가 더 작게 되면, 이로 인해 ISS와 지표면 사이의 거리가 점점 짧아져 대기권에 진입해 결국은 공기 저항으로 생기는 열로 ISS는 타버리게 된다.
» 그림 6. 자유낙하를 하면서 지구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
가상실험- 지구관통 무중력 체험
이론상이기는 하지만 땅속으로 떨어져 긴 무중력 체험을 하는 방법이 있다. 수직 터널이 깊으면 깊을수록 오랫동안 떨어질 수 있는데, 만약에 지구 중심을 관통해 지구 반대편까지 도달하는 터널을 뚫는다면 지구 표면에서 가장 길게 떨어질 수 있다. 이때 터널 안을 공기저항이 없는 진공 상태로 유지하면 자유낙하를 할 수 있어 떨어지는 내내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지구 내부의 뜨거운 열기와 압력, 그리고 방사능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완전히 차단하는 터널 보호벽도 필요하겠다. 따라서 현재로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고 가상으로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어쨌든 지구중심 관통터널을 만들었다고 가정하고 터널 입구에서 번지점프 하듯이 뛰어내리면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에 의해 지구 중심을 향해 점점 빨라지는 속도로 떨어진다. 지구 중심에 도달했을 때 속도가 최대가 된 다음, 지구 반대쪽 표면을 향해 가는 동안에는 반대로 중력에 의해 속도가 점점 줄어들어 지구 반대편 터널 끝에 도달하면 속도 크기가 0이 된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으면 다시 떨어져 반대방향으로 지구 중심을 통과해 처음 출발했던 터널 입구로 다시 돌아온다.
» 그림 7. 왼쪽 그림: 지구 중심을 관통하는 터널에서의 자유낙하 개념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터널의 지름을 과장해서 그렸다. 오른쪽 그림: 속이 빈 지구 (지구공동설). 껍데기의 밀도와 두께가 일정한 완전한 공모양의 속이 빈 지구 내부에서는 지구 질량에 의한 중력이 사라진다.
터널을 통해 지구 반대편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계산할 수 있다. 지구 내부의 밀도가 균일하다고 가정하면 문제 풀기가 좀 더 쉬워진다. ‘완전히 둘러싼 표면에서 표면과 직각 방향의 중력장과 표면면적을 곱한 값은 표면 내부의 질량에 비례한다’는 내용의 가우스법칙을 이용하면[13] 터널 내의 움직임이 스프링에 매달린 물체가 진동하는 움직임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된다. 후크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움직임이다. 이 법칙의 결과로 지구 반대편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지구 질량(M), 지구 반지름(R), 그리고 중력상수(G)로 지구 반대편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π√(R3/GM) = 2531초, 약 42분 걸린다는 결과가 나온다. 왕복을 하면 그의 2배인 약 84분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지구 관통터널 안에서 자유낙하 하는 사람은 무중력을 체험하게 된다. 궤도 우주비행 시간에는 못 미칠 수 있지만, 준궤도 비행으로 하는 무중력 체험을 할 때보다 훨씬 긴 체험 시간이다. 지구중심을 지날 때 나오는 최고 속도는 대략 초속 7.9km에 이른다.
지구 관통터널의 자유낙하에서는 달 중력이 주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지구의 위치에서 달에 의한 중력은 지표면 지구 중력의 30만 분의 1도 안 되지만, 이 정도의 달 중력도 지구 관통터널로 지구 반대편에 도달하는 동안에 달 방향으로 105m가량 더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 지구 관통터널을 만들고 그 안으로 뛰어내릴 때에는 달 중력의 영향이 가장 적은 때와 위치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가상실험이기는 하지만, 가상으로 이런 상황을 설정하고 물리학 법칙과 수학을 이용해 계산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상당히 흥미롭다. 실제로 최근에 지구 관통터널 문제를 다룬 내용이 미국 물리교사협회에서 내는 과학잡지에 논문으로 실리기도 했다.[14] 이 논문에는 지구 내부 밀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 계산했는데, 그 결과는 지구 밀도가 균일한 경우와 비교해 10% 더 짧은 약 38분이면 지구 반대편에 도달한다는 내용이다.
속이 빈 가상 지구의 무중력
지구중심 관통터널보다 더 나아간 가상의 설정도 있다. 지구 내부가 완전히 비어 있다고 보는 설정이다. ‘아가르타’라고 불리는 전설의 지하세계와도 연결되어[15]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렸던 지구공동설을 생각하면 되겠다.[16] 이 설정에서 지구 껍데기는 안이 텅 빈 공 모양이고 밀도와 두께가 일정하다고 가정하고서 가우스 법칙을 이용해 계산하면, 내부에서는 지구 중력이 사라지는 결과가 나온다. 다른 천체에 의한 중력을 무시하면, 단순히 중력을 못 느끼는 무중력 상태가 아니라 실제 중력 없는 무중력 상태가 된다. 물론 지구 만한 크기에 이렇게 속이 빈 모양을 한 행성이 존재할 리 없겠지만, 상상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상상이라 해도 거기에 과학이 겯들여지면 흥미롭고 의미 있는 상상이 될 수도 있다.◑
[참조자료]
[1]Jet pack http://en.wikipedia.org/wiki/Jet_pack
[2] Primary Life Support System
http://en.wikipedia.org/wiki/Primary_Life_Support_System
[3] Ceres (dwarf planet) http://en.wikipedia.org/wiki/Ceres_(dwarf_planet)
[4] 67P/Churyumov–Gerasimenko
http://en.wikipedia.org/wiki/67P/Churyumov%E2%80%93Gerasimenko
[5] Apollo program http://en.wikipedia.org/wiki/Apollo_program
[6] International Space Station
http://en.wikipedia.org/wiki/International_Space_Station
[7] Vostok 1 http://en.wikipedia.org/wiki/Vostok_1
[8] Space tourism
http://en.wikipedia.org/wiki/Space_tourism
[9] Sub-orbital spaceflight http://en.wikipedia.org/wiki/Sub-orbital_spaceflight
Mercury-Redstone 3 http://en.wikipedia.org/wiki/Mercury-Redstone_3[10] Virgin Galactic
http://www.virgingalactic.com/human-spaceflight/your-flight-to-space/
http://www.virgingalactic.com/human-spaceflight/fly-with-us/
[11] http://www.space.com/27629-virgin-galactic-spaceshiptwo-crash-full-coverage.html
[12] Novaspace http://www.novespace.fr
Air Zero-G http://www.airzerog.com/
Zero Gravity Coorporation http://www.gozerog.com
http://en.wikipedia.org/wiki/Zero_Gravity_Corporation
[13] 중력의 방향이 표면 바깥쪽을 향하면 면적과 중력 수직성분의 곱은 양수가 되고, 중력의 방향이 표면 안쪽을 향하면 면적과 중력 수직성분의 곱은 음수가 되도록 계산한다. Gauss’s Law http://en.wikipedia.org/wiki/Gauss’s_law
[14] Alexander R. Klotz, The gravity tunnel in a non-uniform Earth, American Journal of Physics Vol. 83, 231 (2015)
[15] Agartha http://en.wikipedia.org/wiki/Agartha
[16] Hollow Earth http://en.wikipedia.org/wiki/Hollow_Earth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