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명사칼럼 (2010년 4월호)
왕가리 마타이
아프리카에 3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그린벨트운동’의 창시자이며,
2004년 아프리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 박사.
2005년 일본을 방문해 이케다 SGI회장과 회견했다.
‘용기’와 ‘희망’을 주는 불굴의 미소
왕가리 마타이 박사는 ‘미소박사’다. 그는 얼굴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을까.
지난 2005년 2월, 일본에 온 마타이 박사를 청년들과 함께 환영했다.
그때 여대생이 부탁한 ‘웃는 얼굴의 비결’을 박사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인간은 ‘행복하다’고 느끼면 자연히 웃는 얼굴이 됩니다. 태양을 비롯해 하늘도 꽃도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살아있는 그 자체가 훌륭한 체험입니다.”
그렇다면 마타이 박사는 남이 부러워할 만큼 행복하게 인생을 살았을까? 아무런 고생도 없는 순풍에 돛단배와 같은 인생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산 넘어 산으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권력의 탄압도 잔인하게 받았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난과 악의에 찬 중상도 있었다. 몇 번이나 감옥에 들어가야 했다. 기절할 정도로 폭력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시련도 박사의 미소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 웃는 얼굴은 ‘절대 지지 않겠다’는 불굴의 정신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박사가 추진한 ‘그린벨트 운동’은 ‘나무를 심는 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실천을 통해 자연환경 개선은 물론 빈곤을 해결하고 여성의 자립을 재촉하는 운동이다. 더 나아가 진실한 민주주의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큰 뜻도 있다.
그 끈기 있는 노력의 축적은 지난 2004년 환경 분야에서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에 빛났다. 나와 아내는 예전부터 박사에게 성원을 보내던 우인으로서 정말 기뻤다.
자연환경에 대한 박사의 사고방식은 어머니와 대화하는 가운데 길러졌다고 한다. 옛날이야기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에피소드다.
아주 어렸을 때, “왜 하늘은 떨어지지 않는 거야?”하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 주변을 에워싼 산에는 굉장히 큰 물소가 있고, 그 물소는 굉장히 큰 뿔이 있어, 그 뿔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거야. 그래서 하늘이 떨어지지 않는 거야.”
박사는 어머니에게서 ‘우리는 자연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는 인간으로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지금 박사가 추진하는 나무심기 운동도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나무를 심는 가운데 즐겁고 의미 있는 환경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의 존재가 우리에게는 선물입니다.”
지금 삼림 보호 등 자연환경을 지키는 운동이 성실하고 확실하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1990년 내가 아는 청년들이 일본전국을 순회하며 손수 만든 ‘환경전시회’를 개최했다.
삼림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생명의 원천’이자 ‘미래의 유산’이다. 활발히 참여하는 봉사자에게 머리가 숙여진다.
숲은 우리의 생활을 지켜준다. 땅 속에 뻗은 나무뿌리는 천연 댐으로서 물을 저장하고 토양의 유출도 막는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등 고대문명이 멸망한 원인 가운데에는 삼림과 흙을 훼손한 것도 포함된다는 지적도 있다.
삼림은 자연 그대로 방치하면 약해지고 만다. 많은 조상이 장래의 자손을 위해 땀 흘려 가꿔 주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삼림이 있고 우리가 생활하고 있다.
마타이 박사의 고향케냐에서는 국토의 30%를 차지하던 삼림이 2%로 격감해, 표토가 유출됨으로써 식량 생산이 감소했다.
빈곤과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사는 지역의 환경은 우리가 좋게 만들자’고 시작한 사람이 마타이 박사다.
그 첫걸음은 30여 년 전에 심은 묘목 일곱 그루였다. 그것이 오늘날 아프리카 각지에 나무를 3천만 그루나 심었고 10만 명이라는 광범위한 민중 연대의 숲으로 크게 발전했다.
창가대학교, 창가여자단기대학교 학생들이 왕가리 마타이 박사를 환영하고 있다.
박사는 ‘환경에 대한 존경이 평화를 추진한다’라는 강연을 했다. (2006년 2월, 동경)
마타이 박사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해’가 ‘의욕’을 낳고 ‘의욕’이 ‘행동’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박사는 자신이 항상 배우면서 그 지혜를 행동에 살리고 있다.
일본어 ‘아깝다’는 말을 알고는 ‘자연을 존경하는 정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정신’에 공감해 바로 새로운 표어로 채택했다.
‘환경’을 소중히 하는 일은 ‘생명’을 소중히 하는 일이고 ‘미래’를 소중히 하는 일이다.
복잡해지고 거대해진 현대사회에서 사람은 자칫하면 커다란 문제 앞에 선 채 꼼짝 못하고,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다’고 포기하기 쉽다.
그러나 마타이 박사는 힘차게 이렇게 말했다. “여성들은 운동을 통해, 자신들에게는 어떤 어려운 경우를 만나도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가능성을 크게 확신한 여성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개발했습니다.”
풍부한 삼림도 한 그루의 묘목에서 시작한다. 도도한 대하도 한 방울의 물에서 시작한다. 더 좋은 사회의 건설도 한 사람에서 시작한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부터!
‘어딘가’가 아니라 ‘여기서’부터!
‘누군가’가 아니라 ‘나’부터!
마타이 박사의 미소는 내게 그렇게 말한다.
명사칼럼(2010.4) 왕가리 마타이.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