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 제주 13
제주4.3평화공원
제주4.3○○
빈 칸에는 사건, 사태 가 붙었다가
요즘에는 항쟁 이 붙는답니다
비슷한 시기에 여수와 순천 지역에서도 서로 연관성이 있는 참상이 일어났는데
저는 어렸을 때 여순반란사건 이라고 배웠더래요
재일 한국인 작가 김석범 의 대하장편소설 화산도 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모두10권으로 된 긴 소설을
당시 금서 제도가 시행되던 때라 행여 이 책도 판매금지도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숨도 크게 쉬지 않고 내리 읽었더랍니다
이 화산도 가 곧 제주43을 다룬 본격 장편이었습니다
작가는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여 줄곧 일본에서 살았고 1925년 출생이니 이제 백 세를 바라보겠네요
교토대학에서 미학 을 전공했는데
소설미학 문자와 언어의 미학에서 성공을 이룬 셈이지요
까마귀의 죽음 으로 제주43평화상을 수상
그런대로 제주를 보듬은 문학적 성찰에 대한 보답은 된 것도 같습니다
화산도 가 어디 하나둘이겠습니까만
제주43 을 다루면서 제주도 지명 대신 일반명사를 제목으로 사용하고
이념 대립에 의한 공권력의 횡포와 그 결과로 행해진 대량 양민 학살 행위를 화산 활동으로 비유한 것이지요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온 불폭탄
섬에 갇혀본 적이 있습니다
까닭 모를 공포
이길 수 없는 무력감
그런 복합 정서의 근원에는
퇴로 단절이라는 것이 있더군요
독 안에 든 쥐
절체절명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립하는 상황
제주도는 섬입니다
해방 이후 미군 군정이 행해지던 시기에
남북한 지역적 사상의 대립으로
여수순천 사건도 일어났고
하지 중장의 부하
지역사령관은 피아 식별이 불능인지라 무모한 강권 통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퇴로가 없는 상황
일본으로 밀항을 하든
무고며 밀고를 하든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똥돼지 우리로 뛰어들든
장독대에 납작 엎드리든
못할 짓이 없었고
번연히 살아 있는 자가 자기를 제사지내고
제삿날은 까마귀도 모른다고 등등
얼토당토 않은 일이 1947년3월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7년7개월간 벌어진 제주43 비극
총 희생자가 3만 여명에 이른다니 잊을 수 없는 참상인 것입니다
그래도 제주는 지금 살아남은 자들의 몫으로 제주특별자치도 를 일궈가고 있고
이 평화공원 역시 공동체적 보상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2008년 3월28일 준공된 이 공원은 위령탑과 기념관을 통해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다행한 일입니다
마침표는 아니더라도
쉼표일망정 찍은 셈이니까요
상처투성이 어느 한 곳 희생의 현장이 아닌 곳이 없지만
그래도 어느 한 군데
거친오름 치맛폭 아래 위령탑을 세우고
망자들의 이름을 지역별로 모아 새겼으며
후손들에게 기억하며 잊지 말고 되풀이 말자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까마귀 한 마리가
모처럼 찾아온 저를 반기며 저만치 앞서가며 까악댑니다
검은 상복 말쑥이 다려 입고
훌륭한 길라잡이입니다
대립에서 털고나와 상생과 평화로 가야한다고 까악 까악
묵묵히 그의 안내를 받습니다
기념관에 들어 전시물을 쫒아가다가 그만 퇴로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둠이 그득한 공간에서
퇴로 없음을 느끼는 전율이라니요
할 수 없이 되돌아돌아 역방향으로 입구쪽으로 나왔더래요
여러분도 조심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