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하두자
모이는 것보다
흩어지는 것은 언제나 쉽습니다
포크를 쥐고 나이프를 쥐고
제각기 다른 맛으로 순서를 바꿔봐도
입안에 고이는 물컹한 침샘
유난히 붉은 레드와인에 집착하여
취한 척 난분분하던 심장
가십거리는 풍성하고 싱싱해서
루머가 유머도 되는 표정들을 만듭니다
우리 옛날처럼 살아볼까, 푸석한 가슴을 말랑하게 빚어
볼까
테이블 위 저 많은 레시피를 껴안고 속삭입니다
더 멀리 가까이 서로를 밀쳐내며
간혹 떠오르는 이름을 소문 끝에 매답니다
빈자리 하나 더 생기는 게 뭐 대수겠어요
풀어진 태엽도 다시 감으면 멀쩡해지는데요
기다려도 오지 않은 그녀와 견디고 있는 그 사이에서
카운터다운은 시작됩니다
혓바닥에 감긴 와인에서 얼굴이 천천히 소멸됩니다
아니 타오릅니다
첫댓글 천천히 소멸되는 얼굴~~
빈자리가 끝내 공석이 될까봐 애써 외면하기도요 ~~
하, 풀린 태엽을 다시 감으면 멀쩡해지는군요?!
맘넓은 사람이 풀린태엽을 먼저 감지요.
기다려도 오지 않을 사람은 소멸이 젤 좋은데 하아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