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9월 14일 토요일. 맑음, 덥다.
아침은 사과 2개로 해결했다. 오전 7시 10분에 체크아웃을 했다. 기차역 앞으로 나오니 빨간색 택시들이 줄지어 있다. 페스는 빨간색 택시가 영업용 마크인 것 같다.
흥정을 해서 20디르함(3,000원)에 버스터미널을 가기로 했다. 버스터미널에서 아침 8시에 쉐프샤우엔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좌석 번호는 29번, 30번이다.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꽉 차서 출발한다. 직행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달리다보니 완행이다. 가다가 내려주고 또 태운다.
도로는 굴곡이 심하다. 멀미하는 아가씨가 민망해 보인다. 페스에서부터 완만한 언덕들이 이어진다. 좀 건조해 보이는 들판에는 밀 재배가 엄청나다.
모로코의 빵을 모두 해결 할 것 같이 풍성하다. 가끔 올리브 나무 과수원도 보이고 포도밭도 지나간다. 쉐프샤우엔(Chefchaouen)은 페스의 정북 방향에 있다.
두 도시 사이의 거리는 140km, N13 국도를 따라 완행버스로 4시간 정도 달려야 한다. 차는 잠시 휴게소 같은 마을에 섰다가 다시 간다.
산을 넘어가는데 도로가 좁다. 12시 40분에 내려준다. 내려주는 곳이 쉐프샤우엔이 아니다. N2 도로 에 있는 주유소(Afriquia DARDARA)에서 내려준다.
여기서 택시를 타고 다시 다른 길로 가야한다. 길 건너편에는 깔끔한 모스크도 하나 보인다. 택시 승강장이라고 공터에 택시 두 대가 세워져 있다.
사설 승용차다. 두당 6디르함(900원)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택시를 탔다. 거의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손님이 다 차면 떠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비싸고 정류장이 멀고 자주 없어도 CTM 버스를 탈 걸 그랬다. 어떻게 보면 경제적으로 비슷한 것 같다.
쉐프샤우엔으로 입성하자 파란색 건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리프산맥, 2개의 봉우리 사이에 자리한 이 도시의 인구는 4만 명 정도로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이다.
15세기 말, 그라나다 전쟁이 끝난 후 이베리아반도를 떠나온 무슬림과 다수의 유대인들, 그리고17세기 초 스페인에서 추방된 모리스코들의 피난처이며 새로운 정착지였다.
모리스코는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교도로 개종한 스페인의 무어인들을 말한다. 약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모리스코들은 주로 알제리·튀니지·모로코로 이주했다.
그들은 수세대가 지나면서 동화되었으나, 그들의 스페인적인 유산은 오늘날까지도 간직되어 전해온다.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글자 ‘Chefchaouen’이 보인다.
로터리를 지나 모스크가 보이는 마을 입구에 우리는 하차했다. 고개를 들면 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뒤로 돌산이 자리 잡고 있다.
걸어서 숙소를 찾아간다. 길이 너무 복잡하다. 무심코 올라가던 중에 아내가 숙소 간판을 발견했다. 눈이 보배다. 쉽게 찾아서 반가웠다.
날씨는 벌써 뜨겁다. 골목 안에 있는 숙소는 대문부터 예쁘다. 알록달록 타일 장식으로 동화 속 집 같이 꾸며져 있다. 체크인은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고 한다.
가방을 맡겨놓고 시내 구경을 먼저 하기로 했다. 쉐셰프샤우엔(Chefchaouen,) 모로코 북서지방 샤우엔 주의 주도시다.
둥근 타일 지붕의 하얀 집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한 이 도시는 리프 산맥에 위치하고 있다.
이 도시에는 지금도 12개의 이슬람 사원이 남아 있으며, 모로코에서는 흔히 볼 수 없고 유럽 남부에서나 볼 수 있는 둥근 타일 지붕의 하얀 집들이 푸른색 시가지,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화려한 정원들에는 산에 있는 마르지 않는 샘에서 물을 댄다. 이 도시는 동쪽으로 알호세이마, 북쪽으로 테투안 등의 도시들과 도로로 연결된다.
라바트에서 동북쪽으로 200km, 페스에서 북쪽으로 140km, 테투안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언덕에 입지한 관광 도시이다.
푸른색의 도색으로 유명하며, 1471년 아실라와 탕헤르가 포르투갈에 점령되자 경각심을 느낀 이드리스 왕조의 후예가 포르투갈에 대항할 요새 도시로 건설하였다.
그중 유대인들의 영향으로 푸른 도색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1920년 도시는 스페인 군에게 점령되었다. 이로써 도시는 쇠퇴하였으나 모로코 독립 이후 북부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상하여 옛 영광을 되찾고 있다.
동그란 로터리 안의 공원(Plaza Mohammed V)에서 구경을 시작한다. 여기에는 메디나와 마을 중심부로 곧장 이어지는 주요 도로가 있다.
아름다운 광장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벽화로 잘 관리되어 있다. 주변에는 카페, 상점,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현지 사람들이 있다.
교회가 있다니 놀랐다. 쉐프샤우엔 중심부에 위치한 교회는 이 도시의 역사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로 간주된다. 이 건물은 스페인이 이 지역을 점령했을 때 지어졌으며 도시 중심 광장, 즉 도시 주민들이 부르는 전용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특히 여름 시즌 전시회에서 가끔 사용된다고 한다. 유지관리 측면에서는 관할당국이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작지만 예쁜 정원이다. 내려다보이는 광장에는 시 관공서와 수산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오랜 된 게이트( BAB EL - SOUR GATE)를 들어간다.
물레이 이드리스 왕자가 1471년~1511년 통치 기간 중에 세워졌다는 시티 게이트다. 단순하지만 오래되고 견고해 보인다.
들어서자마자 좁은 골목길에 수크가 시작된다. 양족에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린다. 쉐프샤우엔의 파란색 골목길이다.
쉐프샤우엔의 골목, 벽, 계단이 모두 파란색으로 칠해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평화와 영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15세기 스페인에서 도망친 유대인들이 정착하며, 파란색을 하늘과 평화의 상징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해충퇴치용이란다.
파란색이 모기와 같은 해충을 쫓는다고 믿어 벽에 칠했다는 말이다. 세 번째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 계속 칠했단다.
최근에는 관광객들에게 더 큰 매력을 제공하기 위해 파란색으로 칠해졌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포함되었다. 파란 벽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마을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 덕에 도시는 ‘모로코의 푸른 진주’로 불리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따라가니 광장이 나온다. 우타 엘 함맘 광장(Place Outa el Hammam)이다.
가장 활기찬 중심지다. 이 광장은 마을의 중심부로 낮에는 햇빛아래 활기찬 분위기를, 밤에는 조용하고 로맨틱한 풍경을 제공한다.
여기서는 현지음식체험도 할 수 있다. 광장 주변에는 많은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 양고기 타진, 쿠스쿠스, 민트 티 같은 모로코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사람구경도 재미있다. 현지주민들과 여행자들이 모이는 장소로 모로코의 일상생활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기념품 쇼핑은 덤이다. 손으로 짠 카펫, 도자기, 가죽제품 등 다양한 수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다.
‘우타 엘 하만 광장(Plaza Uta el Hamman)’은 카페와 티 하우스, 식당이 밀집된 장소다. 여행객들은 광장으로 빠져나오기 전 기념품 골목에서 수공예품과 가죽소품, 그리고 모로코 전통 문양이 그려진 그림들을 섭렵했다.
점점 익숙해 가는 민트 차의 향기와 음식 냄새가 광장을 가득 메운다. 광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카스바를 바라본다. 입장료(10디르함)도 있다.
카스바는 15세기에 쉐프샤우엔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요새다. 이곳은 단순한 군사시설이 아니라 지금은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역사적인 유물로 전통의상, 도자기, 고대문서 등이 전시되어있다. 전망대는 요새 꼭대기에서 바라는 파란 마을 전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리프 산맥과 파란 지붕이 어우러진 풍경은 압권이다. 정원은 요새 내부에 있는데 열대식물과 아기자기한 꽃들로 꾸며져 있다.
한적하게 산책하면 힐링이 된다. 점심을 먹기로 했다. 광장 한 켠에 있는 작은 타코 집으로 갔다. 손님들이 줄을 서 있고 음식을 만든다고 열려있는 작은 주방은 정신이 없다.
가격이 저렴하고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샌드위치와 타코를 주문해서 좁은 탁자에 앉아서 먹었다. 양도 많고 맛도 풍성했다.
먹는 기분도 좋지만 든든히 배를 채웠다. 골목길을 누비면서 파란색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모양도 꾸밈도 가지가지다. 골목길을 걸으며 하는 일이 거의 비슷하다.
파란 골목길 탐험이다. 아무 골목이나 걸어도 완벽한 사진이 나온다. 각 골목마다 다른 디자인과 색감으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현지 장터 방문도 즐겁다. 수공예품, 향신료, 현지 농산물을 판매 독특한 물건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라스 엘 마(Ras El Maa)지역으로 간다.
골목길 동쪽 끝이다. 작은 폭포가 있다는데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계곡 시냇물이 있는 자연공간으로 현지인과 여행객들이 쉬는 장소,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계곡물이 흘러드는 대형 수조에 과일을 띄우고 주스를 갈아 파는 정경이 놀랍다. 해발 600m, 맑고 신선함과 시원함의 표현이라 해도 매우 창의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덕 위에 보이는 모스크를 향해 올라간다. 스페인 모스크가 있는 곳이다. 마을 외곽 언덕 위 마을에서 약 20분 정도 산책로로 걸어서 이동하면 만난다.
돌산 길이다. 좀 힘들다기 보다는 덥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명소다. 이 모스크는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다.
십자가만 달려 있다면 교회 같은 건물이다. 아마도 옛날에는 교회가 아니었을까? 혼자 상상해 본다. 단순한 건축 양식과 평화로운 분위기로 많은 사람이 오른다.
일몰, 일출 시간에 방문하면 쉐프샤우엔과 리프 산맥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단다. 아래 마을의 공동묘지도 눈에 들어온다.
해질 녘에는 광장을 내려다보며 여유롭게 명상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란다. 아무 때나 올라도 전망이 참 좋다. 언덕에는 용설란이 자라고 있고 올리브 나무도 보인다.
우리는 무화과나무 그늘아래서 잠시 쉰다. 동네를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계곡 시냇물에는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즐거워 보인다.
예쁜 꽃이 달린 밀짚모자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린다. 독수리를 갖고 나온 주민도 있다. 계곡 근처에는 예쁜 돌집이 예쁜 문을 갖고 있다.
산비탈 동굴에는 검은 염소 한 마리가 쉬고 있다. 식수를 받아가는 사람도 있다. 예쁜 골목을 구경하면서 돌아온다. 급수대 물이 잘 나온다.
생동감이 넘치는 골목이다. 숙소로 와서 체크인을 한다. 우리 방은 3층이다. 가파른 계단 4층으로 올라가면 옥상 테라스가 나온다.
여기서 바라보는 동네 모습도 좋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한다. 잠시 쉬다가 버스터미널을 찾아간다. 내일 이동할 테투안의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광장이 나온다. 미니 자동차들이 광장을 지키고 있다. 꼬마 손님은 없고 햇살만 가득하다. 관공서 건물이 함께 있다.
조금 더 내려가니 버스 터미널(Gare Routière)이다. CTM 사무실도 함께 있다. CTM버스는 12시부터 있단다. 다른 버스 회사를 선택했다.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했다. 천천히 숙소로 올라가는 길도 힘들다. 저녁은 라면을 끓여 먹었다. 숙소에서 전기 포터(Kattle)를 빌렸다.
내일 아침 누룽지도 미리 끓여 놓았다. 밤새 꼬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디 아픈 것 같다. 모기가 한 마리 날아다닌다. 잡기를 포기하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9월 14일 경비 – 택시비 20, 짐값 5, 버스비 140, 과자 2, 쉐어택시 12, 점심 50, 테투안 버스 70, 주스 물, 포도 34. 숙박비 35,000원. 계 84,950원 누계2,700,000원. *모로코 1디르함=1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