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성왕 동상 앞에서
봄비 부슬부슬 내리는 정낮 둘이 나란히 걸어,
성왕님 동상 앞에 우러러 섰습니다.
눈감고 비옴 한글 맺은 인연 피어나게 하소서.
한글을 사랑하여 시조와 가사를 짓고,
한글을 잉태하여 붓글씨를 낳으며,
우리의 가연은 백수 넘어 오백 천년 가오리.
여든이 여덟 살 되고 쉰이 다섯 살 되어,
우리 곱게곱게 알차고 힘지게 자라서,
버젓한 성년이 되면 당대에 또 한세상 바라보리.
여든 쌓은 공이 내 비록 빈탕이나,
당신은 반세상에 궁체 으뜸 되었으니,
그 보람 그 영광 울력에 저도 빛을 보나 보다.
우리 뜻 이승(에) 못 이루면 저승에서 다시 만나,
그제는 기를 펴고 세상 땅땅 울리면서,
큰소리 치고 살아볼거나 공을 모은 금자탑을!
안 보면 그리웁고 보면 간다 하네.
만났다 헤어짐이 이처럼 불같으니,
차라리 한을 안으로 품고 고이고이 질밖에.
겨레와 더불어 친히 천세 만세 하(오)실 성왕님!
여섯 부인에 18남 4녀를 두고도,
티없은 넉넉한 마음 우리에게 주소서.
4331. 3. 11. 정낮 12시 ~ 12. 낮 12시 ~ 1시, 13. 하오 5시 ~ 7시.
1998. 6. 25. <전라시조> 20집.
1998. 5. 5. <한글 새소식> 309호.
1998. 10. 1. <문학21> 10월호.
1999. 6. 1. <시조문학> 통권 131, 1999년 여름호.
2001. 1. 8. <우물 속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