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7년 전교 주일 담화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더 이상 그리스도의 교회일 수 없으며, 다만 자신의 목적대로 활동하다가 없어져 버리고 마는 다른 수많은 단체들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볼 때 어느 연령층이 선교를 제일 잘 할 것 같습니까? 많이 배우고 인생 경험이 풍부한 40, 50대가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하게도 초등학생들이 제일 잘합니다. 초등학생 중에서도 저학년들, 즉 유치부, 1ㆍ2ㆍ3학년생들이 선교를 가장 잘 합니다. 제가 강론 때 유치부 어린이들에게 “다음 주일 미사에 여러분의 친구 가운데 가장 친한 친구 한 명씩 데려오세요.” 하면 아이들은 “네, 신부님!” 하고 말 한 뒤 친구를 만나 “성당에 가자. 우리 신부님이 내 친구 가운데 가장 친한 친구 데리고 오래고 하셨는데, 그게 바로 너야.” 하고 말하고 그 친구의 손을 잡고 성당에 옵니다.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나면 그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따라 성당에 나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이러한 어린이들과는 달리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계산합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성당 가자고 말했다가 거절당하면 내 자존심이 상할텐데. 또 이 사람이 나를 광신자 취급하면 어떻게 할까?’ 그러므로 선교는 교리를 잘 알거나 언변이 뛰어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전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 제 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하십니다. 의문문으로 이루어진 로마 10,13-15ㄱ을 거꾸로 읽으면 이 점이 잘 드러납니다.
15ㄱ절 | ①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②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
14절 | ④ 그런데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⑤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③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④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②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③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
13절 | ⑤ 과연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⑥ 모두 구원받을 것입니다.” |
세상에 복음을 ② 선포하도록 ① 파견된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우리의 사명에 충실하면 세상 사람들이 복음 말씀을 ③ 듣고 하느님을 ④ 믿으며 ⑤ 주님의 이름을 들어 부름으로써 모두 ⑥ 구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세상에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도록 파견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사명에 충실하지 못할 때 바오로 사도의 다음 경고의 말씀을 우리가 듣게 될 것입니다. “사실은 내가 복음을 선포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이러한 의미에서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에게 마태오 복음사가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하신 마지막 말씀을 읽고 묵상합니다.
18ㄴ절 |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ἐδόθη μοι πᾶσα ἐξουσία ἐν οὐρανῷ καὶ ἐπὶ [τῆς] γῆς” 신적 수동태(Divinum Passivum), 신학적 수동태(theological passive) |
19절 | 그러므로 너희는 ① 가서(‘πορευθέντες’) ②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μαθητεύσατε), ③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εἰς τὸ ὄνομα τοῦ πατρὸς καὶ τοῦ υἱοῦ καὶ τοῦ ἁγίου πνεύματος”, “in nomine Patris et Filii et Spiritus Sancti”, “in the name of the Father and of the Son and of the Holy Spirit”: 성호경의 성경적 근거) 세례를 주고(βαπτίζοντες), |
20절 | ④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διδάσκοντες)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의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Ad Gentes) 7항은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Lumen Gentium) 14항을 재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적시(摘示)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가톨릭 교회를 필요한 것으로 세우신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교회로 들어오기를 싫어하거나 그 안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는 저 사람들은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다.”
숙제(Homework)
나와 가장 친한 사람들 가운데 성당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성당으로 인도한다(어린양 찾기), 지금 여러 이유들로 세례성사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신앙 생활을 쉬고 있는 이들을 성당으로 인도하기(잃은양 찾기). 그 명단을 적어 주임 신부에게 제출하면 주임 신부가 그 사람을 위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어떤지는 우리가 ‘복음’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아가는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의 발걸음이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답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