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산행후기
서울둘레길 5-1코스 5.7km, 2시간 30분, 사당역 4번출구~관악산공원입구까지, 서울둘레길 11코스로 개편되었다.
기존코스는 일반 사람들이 걷기에 다소 무리라는 의견이 대폭 반영된 결과다.
오늘은 24절기중 가장 춥다는 대한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기준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사정이 달라 소한 무렵이 최고로 춥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속담처럼 대한이 소한보다 오히려 덜 춥다.
그래서인지 포근하다.
집을 나서려니 아내가 카톨릭 성서봉사자 로마나 자매가 오늘 산행에 온다며 알려준다. 로마나 자매는 일전에 한양도성길과 송파둘레길을 같이 걸은 적이 있어 반갑다. 그렇다면 오늘은 3명이다. 성당 사랑방에서 오붓하게 커피한잔 즐기고 출발하려 마음 먹고 있는데 m.e 토마스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사당역 몇 번 출구로 가느냐고 묻는다. 오케이 이제는 4명이다.
둔촌동에서 사당역 가는 방법을 검색해보니 둔촌동 5호선, 오륜역 9호선, 동작역 4호선을 갈아타야 한다. 요즈음은 세월이 많이 좋아져서 도착시간까지 나온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으려는지 지하철 연결도 대기 시간 없이 스무쓰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서울은 정말 좋은 도시다.
도심 한가운데로 한강이 흐르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으며 교통 인프라까지 잘 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1시간 이내에 원하는 산에 도달할 수 있다.
사당역 4번출구에서 약속대로 10시에 토마스 형님과 만났다. 초면이지만 성당교우들인지라 구면이나 다름없다. 서로 가볍게 인사하고 우측 승방길을 따라 가벼운 오르막을 오른다.
200여m 걸어가니 곧바로 서울둘레길 5-1코스 시작점으로 연결된다.
둘레길은 관악산 관음사문을 통해서 절을 우회하게 되어 있고 관악산 주봉 연주대(629m)3.8km로 오를 수 있다. 연주대는 오늘 가는 코스가 아니라 패스다. 굳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5코스 둘레길은 일반코스와 달리 오르락 내리락 산을 타는 재미가 있다. 몇 번을 오르내리다보니 콧끝이 쌩함에도 땀샘이 솟아 상쾌해진다. 겨울산행은 바로 이 맛이다. 사람들이 없으면 다소 삭막했을 풍경도 사람들이 앞뒤로 정체를 이루다보니 이런 저런 일상들과 소소한 이야기들에 시골장터처럼 인정이 넘친다.
그 덕분에 쉬엄쉬엄 갈 수 있어 좋다. 바쁠 것 없는 사람들이고 하다보니 서울도심을 내려다보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럴수록 정신줄을 붙들어 매어놓아야 하는데 아뿔사 앞사람 뒷꽁무니만 보고 가다 길표시를 잃어버렸다. 이 길은 관악산 둘렛길과 정상인 연주대 오르는 길, 그리고 서울둘렛길과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맵은 산위에서 종종 통신두절 현상을 일으켜서 내가 헤매고 있는 틈에 토마스 형님이 산티아고를 다녀오신 저력을 발휘해 앞장을 서신다.
잠시 벗어났다가 낙성대 터널위로 이어지는 서울둘렛길을 되찾게 되었다.
톰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나무위에 지은 집처럼 관악산 휴게트리 전망대가 나타난다. 몇몇 등산객들이 그위에서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도 그 밑에 마련 되어있는 벤치에 앉아 김밥과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꿀맛이다.
다들 무엇인가 챙겨온 것들을 내어놓으니 혼자 먹을 때와 달리 뷔페가 따로 없다.
이제 먹었으니 또 출발이다.
길은 강감찬 장군 유적관과 낙성대로 이어진다. 낙성대라는 지명은 듣기는 많이 들어보았는데 그냥 무심하게 지나치곤 했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서 알게 된다.
고려 강감찬 장군이 거란대군에 맞서 승리로 이끈 귀주대첩은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첨, 조선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과 함께 역사에 길이 남는 승전으로 꼽히는 바 박정희 대통령이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이곳을 별이 떨어진 곳이라 하여 낙성대라 하였단다.
오늘 둘렛길 걷기는 서울대 정문앞으로 해서 관악산 공원입구까지 걷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양 도성길 걷기와 둘렛길 걷기는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미처 몰랐던 서울의 구석구석까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 김밥 한줄로 점심을 대신해서 출출하던 차에 따근하고 푸짐한 감자탕에 빨간 딱지 소주의 맛이란 아마 우리집 며느리도 모르리라..밥값을 내신 토마스 형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