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고개~초점산~국사봉~배티고개
백두대간상의 대덕산 남쪽 1.5km지점에 있는 초점산(삼도봉) 남쪽아래 300m지점에서
분기하여 북으로 감천과 회천,남으로 황강이 낙동강과 합수하는 합천군 청덕면 삼학리
밀정마을에서 끝을 맺는 도상거리 105.8km의 산줄기를 신(新)산경표에서는 수도지맥이라 칭한다.
지맥(支脈)은 산맥이나 혈맥 따위에서 원 줄기에서 갈라져 나간 줄기를 일컫는 의미로 쓰이는데
현재 산악계에서 주로 일컫기로는 정맥에서 파생되어 내려 온 산맥으로 의미부여를 하고있긴 하다.
수도지맥 종주를 위한 첫 번째 구간을 등반하는 날,분기점인 초점산을 오르려면 백두대간상의
소사고개가 적당하다.고개 못 미처 소사마을 탑선슈퍼 마당 앞,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아래에서 신발끈을 조이고 배낭을 챙기는 등 산행 갈무리에 조용하기만 하던
가게 앞 마당이 갑자기 어수선해졌다.소사마을 입구를 알리는 커다란 빗돌이 길가에 세워져있고
길건너 맞은 쪽으로 세멘트 임도가 보이는데 입구에는 초점산을 가리키는 이정표도 서 있다.
발갛게 익어가는 사과 과수원도 지나고 넓은 배추가 푸르름을 더해가는 채소밭을 지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농노를 십여 분 잇다보면 이내 숲 길로 들어서게 되고 가파른 오르막이 산객을
맞는다.삼십여 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진땀을 훔치다 보면 수도지맥의 분기점이 있는 삼거리에
닿을 수 있다.이 곳에서 곧바로 우측의 수도지맥 산줄기를 따르더라도 상관은 없다.
지맥 종주에 나선 대원들 대부분이 백두대간을 완주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분기점에서
초점산 삼도봉까지는 십여 분 정도의 발품을 보태면 쉽게 오를 수 있는 멧부리다.초점산 정상을
알리는 커다란 빗돌이 우뚝하다.오래 전 종주때에는 못 보던 빗돌인데 아마 그 후에 새롭게
세워진 모양이다.조망은 예나 지금이나 나무랄 것이 없다.백두대간의 육중하고 검푸른 등줄기가
수많은 산자락을 이끄는 모습은 자못 장엄하기까지 하다.하늘빛은 점차 쟂빛위에 검은 빛을
덫칠하기 시작한다.삼거리 분기점에서 지맥으로 곧바로 들어서면 산길은 이내 잡풀과
잡목으로 방금 이불 속을 비집고 얼굴을 내민 헝클어진 머리에 부시시한 모습 그대로다.
무성한 잡풀에 파묻혀 낡은 비석이 없었다면 작은 공터로 착각을 할 정도로 잡풀이 뒤덮힌 묘지에서
맞은 쪽으로 무작정 잡풀을 헤집고 들어가면 산길이 보인다.이어서 우측으로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고 멀리 고냉지 채소밭이 내려다 보이고 지맥의 산줄기로 예상이 되는 푸른 산줄기가
조망이 된다.개다래 넝쿨이 어지럽게 산길을 가로지르며 발길을 가로막고 억센 싸리나무는
산객의 한 눈파는 틈새을 노린다.구르 듯 도망치 듯 빠져나온 산길은 수랫 길로 내려서게 된다.
채소밭을 지나고 진청색의 커다란 급수탱크를 지나면 임도는 어느 덧 넓은 채소밭 가운데를
지나게 된다. 지맥은 채소밭 한 복판을 지나는 세멘트 도로를 따르면 되고, 조금 이동을 해서 좌측의
배추밭 둑을 지나면 낙엽송 숲으로 산길이 보인다.
정오를 한 시간이나 훌쩍 넘긴 시간이다.울창한 녹음으로 뒤덮힌 작은 봉우리에 무성한 잡풀이
쓰러져 있고 펑퍼짐한 공터로 변해버린 곳에서 배낭을 풀고 뒤늦은 허기를 채워본다.
후둑후둑 작은 빗방울이 수목의 이파리를 두드려대기 시작하더니 점차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다.예상했던 상황이지만 우중산행은 불편이 뒤따르기 마련이다.우선 배낭안으로 빗물이
침투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방수카바를 잽싸게 씌워야 한다.우비를 걸쳐야 겠지만 일부러
준비를 하지 않았다.땀에 젖으나 빗물에 젖거나 결과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런 경우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여름산행에서나 가능한 경우이고 계절이 더운 여름이 아니라면
필히 우비를 착용해야만 한다.오래 지속될 것처럼 법석을 피우던 비도 가늘어 지고 엷은 운무만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가파른 오르막이 내놓은 봉우리 정수리에 삼각점이 빗물에 반짝인다.
해발 817m의 고도를 자랑한다.산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가 서 있는데 직진방향으로는 구름재를
알리고 좌측으로는 국사봉을 가리킨다.무성한 잡풀을 지나서 정수리를 뒤로하면 구름재로
향하는 직진방향의 완만한 비탈길로 들어서기 쉽상인 갈림길이다.
직진방향으로 가지말고 9시방향으로 방향을 바꿔서 이동을 해야한다.이 곳에서 한 분이 알바해서
고생을 한 곳이기도 하다.조금 더 산길을 이어가다 보면 철망 울타리를 만난다.
이 울타리에서 왼쪽 방향으로 울타리 옆을 따르면 이내 왼쪽으로 급경사 내리막을 만나고
묵은 묘1기를 경유하면 소나무가 울창한 수렛길이 기다린다.편안한 소나무 숲길은 이윽고
널찍한 임도로 산객을 내려 놓는다.
감주재, 왼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는 외감리의 감주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는 도로가 되고,
오른쪽으로는 2.4km에 한기마을로 향하는 길이다.30여 분이면 한기리에 닿을 수 있다.
지맥은 임도를 가로지르면 되고 산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이 곳에서는 알바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감주재를 뒤로하면 소나무 숲 길이 이어지고
우측 산자락의 광할한 산자락이 온통 벌목이 되어있어서 조망은 시원하지만 햇볕이 쏟아지는
시간 때라면 팥죽 땀을 각오해야 할 구간이다.친절한 이정표가 또 다시 발길을 잡는다.
삼거리 갈렛길,우측 벌목이 이루어진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지맥의 방향이고,
맞은 쪽 직진방향은 국사봉을 가리킨다.국사봉을 올랐다가 다시 이 곳으로 되돌아와서 지맥을
이어나가는 방식은 각자가 판단할 문제다.국사봉까지의 거리가 1km 안팎 밖에 불과한
부담이 안되는 거리인지라 대부분의 대원들도 이 방식을 따를 것이 틀림없지 싶다.
그래도 고만고만한 멧부리 두어 개를 넘어서야 국사봉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멧부리는 비교적 협소하지만 백두의 초점산 조망이 훌륭하다.해발 875.1m의 높이를 자랑한다.
우르릉 우르릉 국사봉에 오르기 조금 전에도 두어 차례 들려오던 천둥소리가 번개까지
동반하며 산객의 심사를 자극한다.사위는 사뭇 음습하고 어두운 그늘로 시나브로 젖어든다.
삼거리를 뒤로하는 발걸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산객의 발길을 재촉하는 천둥소리가
주마가편을 거드는 셈이다.인적도 쓸쓸한 한기리 신기마을 고샅을 빠져나와 지맥을 이으려면
마을을 빠져나와 좌측으로 나 있는 임도를 따라야 한다.
참고 참다가 못 참겠다는 듯이 굵은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한다.까짓것 이미 전신은 빗물에 흠뻑
젖었으니 상황이 변한다고 얼마나 더 변할 것인가,그렇지만 빗줄기가 워낙 세차게 쏟아지니
급한데로 일단 몸을 피해서 빗줄기가 가늘어지길 기다려야 할 것같다.
민가를 벗어났으니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 길가에 웬 허름한 비닐하우스가
한 채 눈에 들어온다.양계장을 하던 곳인 모양이다.보온덮개위에 비닐을 얹어서 꾸민 양계장인데
구멍은 숭숭 뚫려있고 찢어진 보온덮개와 늘어진 비닐 조각들이 바람에 너풀너풀거리며
귀신이 춤을 추는 듯 볼썽이 사납다.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거미줄에 날개가 걸려 옴짝달짝을 못하고
연신 안타깝게 손만 비비고 눈망울만 멀뚱거린다. 곧 그칠 것 같던 빗줄기는 그칠줄을 모르고
지청구를 계속한다. 본체만체 하면 짐짓 그칠 듯 굼실굼실 거리고 애태우며 안타깝게 안달을 부려보면
사납게 몰아치는 빗줄기가 매양 심술궂게만 보인다.
삼사 십여분은 지났으리라,빗줄기가 눈에 띠게 가늘어 졌다.비가 완전히 그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무리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을씨년스러운 대피소(?)를 빠져 나온다.
그러나 곧 그칠 것 같았던 빗줄기가 또 다시 굵어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비를 피할만한 대피처도 마땅치 않다.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도리가 없게 됐다.
백학동 마을 앞 2차선 도로가에 산객을 기다리는 버스가 비상등을 번쩍거리며 서 있다.
다른 대원들은 감주재나 국사봉 삼거리에서 한기리로 이미 탈출을 시도한 모양이다.
한기리 마을로 차량을 이동하여 대원들을 맞아야 한다.이 참에 마을 앞 노인회관 앞 공터에서
식사 겸 뒷풀이를 할 계획이다. 퍼부을 만큼 쏟아냈는지 비 구름은 변화를 바라는 바람을 핑게삼아
멀찍이 비켜나 있고 맨 얼굴의 파란 하늘만이 슬며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노인회관 옆 수돗가에 웃통을 벗어제킨 사내들이 몸에 물기를 닦아내고 물에 젖은 옷을
갈아입느라 북적거린다.조용하기만 하던 시골마을에서는 희한하기만 한 모습일게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 몇 분이 보인다.피붙이들이 물가에서 수선을 피우는 것이라 여기는 모습이다.
마을 뒷편 국사봉 언저리에는 아직도 운무가 머물고 있는데 산자락 마을 한기리에는
은빛 햇살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2012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