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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찾아 … 비좁은 나로부터의 탈출
2003년 5월, 한 청년이 깊은 계곡에서 등반하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계곡 수십 미터 아래로 내려가고 있을 때 바위 덩어리가 굴러내려 와 오른손에 떨어진 것이다. 피범벅이 된 손을 빼내려 몇 차례 시도해보았지만,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바위에 짓눌린 손을 빼낼 재간이 없었다. 외질 대로 외진 계곡 아래에 어떤 도움의 손길이 닿을 리도 만무했다.
'꼼짝없이 이렇게 죽게 됐구나!' 거센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먹을 거라곤 작은 빵조각 두 개와 1리터의 물이 다였다. 그것도 닷새가 지나자 완전히 바닥나 버렸다. 닷새 동안 그는 손을 빼내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작은 휴대용 칼이 다 닳도록 바위 밑을 쪼아보기도 하고, 죽을힘을 다해 바위를 밀어보기도 했다. 손을 빼내지 못하면 그 자리서 꼼짝없이 죽게 될 판이었다.
"바위는 꿈쩍도 안 해. 이게 내 운명이야." 그는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계곡 모래 벽에 무뎌진 칼로 자신의 생년월일과 죽는 날짜를 새겨 넣었다. 그러고는 가족에게 남길 유언을 비디오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엔 죽음의 공포에 떨었는데 모든 걸 체념하니 이상하게도 평화가 찾아왔어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니 육신에 대한 모든 집착이 떨어져 나갔다. 자신을 텅 비우자 그제야 자신의 모습이 마치 남을 바라보듯 조용히 시야에 들어왔다.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자신은 누구인가?
"제 육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 그게 바로 제 영혼이었어요." 한쪽 팔이 없어진다고 해서 영혼도 줄어드는가? 영혼, 즉 '진정한 나'는 육신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팔은 나'라고 바라보니, 팔이 바위에 깔려 꼼짝 못하자 '나'도 꼼짝 못했다. 그러나 이제 팔은 영혼을 담는 그릇의 한 작은 파편에 불과했다. 푸른 하늘, 푸른 숲,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자유로이 살아갈 기쁨에 비하면 팔 하나쯤 없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들을 낳아 행복하게 사는 제 미래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세 살배기 아들을 한 팔로 껴안은 장면도 현실처럼 눈앞에 펼쳐졌지요." '나는 팔 이상의 존재'라고 자신을 바라보자 팔을 잘라낼 용기가 샘솟아 올랐다. 그는 일단 등반 로프로 바위에 짓눌린 팔을 단단히 묶어 지혈을 시켰다. 그러고는 무뎌질 대로 무뎌진 칼로 지혈된 부위 아래 손목을 자르기 시작했다. 이미 시퍼렇게 변한 터라 그리 아프진 않았다. 손목을 잘라내는데 한 시간 정도 결렸다.
"저는 제 손목을 잘라내는 게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미래에 일어날 모든 기쁨과 행복의 순간들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었고, 손목만 잘라내면 그 모든 걸 누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통증을 느낄 겨를도 없었어요." 그는 바위를 벗어나 몇 시간 동안 걸어가다가 구조 헬리콥터가 날아오는 걸 보았다. 미국에 사는 롤스턴Aron Ralston씨의 실화이다.
▲ 롤스턴Aron Ralston씨의 실제 모습
얼마 전 나는 아침에 출근해 국제뉴스를 모니터하다가 그가 NBN TV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다. 앵커가 그에게 물었다. "만일 할 수 있다면 그때 상황을 되돌려놓고 싶지는 않은가요?" "그런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그 상황이라면 나는 똑같이 할 겁니다." "손을 잃는 것까지도요?" "물론이죠!"
그건 진심이었다. 그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육신 속에 든 게 바로 나'라는 착각 속에 일생을 살아갔을 터였다. 하지만 사고를 계기로 '나는 육신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결과 인생이 놀랍도록 행복해졌고, 사고의 폭도 경이롭도록 넓어졌다.
-왓칭 239~242페이지 일부를 옮겨 적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이 드셨습니까? 이 책에서 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혼은 두뇌 밖의 우주에 퍼져 있다. 그러니 자신의 영혼이 육체에 있는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관찰자의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보라."라는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혼을 찾은 롤스턴은 지금도 등반을 계속하면서 이 체험에서 얻은 교훈을 사람들과 나누는 인기 강사로 활약 중입니다. 그의 체험은 영화화되어서 국내에도 얼마 전에 개봉됐었지요. 제목 - [127시간]
실화의 주인공이 현장에서 전하는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동영상으로 함께 느껴보십시오. 2분 1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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