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재~고봉~375.4m봉~죽방치~167.2m봉~충주호
충주시 동량면 서운리 음달말 버스 종점에서부터 천등지맥의 다섯 번째이자 최종
마무리 구간의 산행은 발행이 된다.15년 전 개설이 된 서운리 음달말과 수리재너머
의 지동리까지의 5.3km의 양회임도는 일 주일 전, 천등지맥 네번 째 구간 때 이미
하산 길을 경험한 탓에 낯선 임도는 아니다.그때의 하산 길은 20분쯤의 발품이 들었
으니 오늘은 치받이 오르막임을 감안하더라도 30분쯤이면 넉넉할 것으로 여겨진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의 절기인 입춘을 이틀 전 고분고분 보내고 난 게
아마 개운치가 않았는지 전국에 걸쳐 기습적인 강추위가 몰아칠 거라는 기상예보가
로마'의 몸을 다소 움츠러들게 한다.역시 추운 아침녘이다.신종코로나 감염증 예방
을 위하여 마스크를 아금받게 착용하고, 방한쟈켓의 후드까지 깊숙히 눌러쓰고 집을
나선다.
서운리와 충주호
버스에 오른지 두 시간도 채 안되는 시각에 도착한 오늘 산행의 들머리 서운리 음달
말 버스 종점,기온은 예상대로 퍽이나 낮아 맵싸한 싸늘함이 감돌지만 바람은 일렁
거림조차 망설이고 있으니 기중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바람이 잠을 자고
금빛햇살의 따사로움이 좀 보태진다면 까짓 강추위는 견딜만하지 않겠는가.서운리
음달말 버스종점을 뒤로하고 수리재로의 오르막 양회임도를 25분쯤 올려치면 비로
소 닿게 되는 고갯마루가 수리재다(9시30분).
25분 전, 산행의 첫 걸음을 떼기 시작했던 서운리 음달말이 미니어처 장난감처럼
부감이 되고, 충주호와 주변의 멧덩이들이 어우러진 산천경개가 한 폭의 진경산수
화를 펼쳐 놓은 듯 수려하고 아름답다.미상불 바람은 낮잠을 자고 있는지 기척이
없고 따사로운 금빛햇살만이 언 대지 위로 함초롬이 쏟아져 내린다.수리재 고갯
마루 우측으로 지맥의 산길은 일 주일 전에 이어 꼬리를 잇는다.
고갯마루 우측의 가파른 오르막에는 햇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천덕꾸러기 응달
받이에는 떡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은 잔설이 그대로 남아 있고, 볕 바른 양지에는
고슬고슬 맞춤맞은 산길이 산객을 기다리고 있다.5분여 가풀막진 치받잇길을 올려
치면 울퉁불퉁한 거죽의 엄장한 허우대의 암봉이 위압적으로 다가온다.기실,위압감
을 몸소 느꼈다면 상대방과의 접근전은 피하는 게 상수다.거대한 암봉을 우회하며
오르막 바윗길을 올려치면 사방팔방 거침이 없는 봉긋한 멧부리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
해발458.5m의 고봉(高峰) 정상이다(9시40분).끝없이 펼쳐져 있는 수많은 산과
호수가 한데 어우러져 꾸며 놓은 풍광은 여느 진경산수화가 이에 견줄 수가 있겠
는가.울퉁불퉁하고 봉긋한 정수리 한복판에는 이 지역의 옥녀봉산악회가 마련한
정상의 빗돌이 아담하다.화려한 일망무제의 조망에 마냥 취할 수만은 없으니 발걸
음을 옮길 수밖에 없다.이미 오를 때부터 가풀막진 멧부리는 으레 내리받잇길도
가파르게 이어지는 법이다.
안전한 이동을 위한 고정로프 등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게 되었다.이럴 경우에는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방식이 으뜸이다.폼을 잡는다고
껍죽거리며 거만을 피우다가는 부지불식간 횡액을 당하는 수가 왕왕 발생한다.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방식으로 험상궂은 바위비탈을 내려서면 등성이는 들쭉날쭉
거리며 꼬리를 잇는데 지맥의 등성이는 수리재부터 줄창 펑퍼짐스럽지 않고 날렵
한 유선형의 등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등성이에서는 좌우의 두 곳 중에 어느 한 곳은 틀림없이 그림 같은
충주호가 눈에 들어오는 조망의 등성잇길이다.그러한 산길은 석물로 봉분을 두른
묘비없는 두어 기의 묘지의 곁을 지나고,한 차례 안부를 거치고 나면 가파른 오르막
산길이 기다린다.울퉁불퉁한 돌부리와 돌니의 오르막은 곧바로 엄장한 허우대의
암봉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오르막 산길은 그 거대한 암봉 우측의 우횟길로 꼬리
를 잇는다.
이미 지나온 주봉산 전경
거대한 암봉의 바위절벽을 접근전으로 맞상대하지 않고 아웃 복싱처럼 우회하는
방식으로 바위 오르막을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봉긋한 멧부리가 해발351.1m봉이
다(10시7분).351.1m봉에서의 조망도 두 말할 게 없다.이미 지나온 뾰족한 고봉이
이젠 등 뒤 저멀리로 건너다 보이고 앞으로 넘어야 하는 구불구불한 지맥의 등성이
가 아직도 아스라하다.351.1m봉을 넘어서면 엄장한 덩치의 바윗덩이들이 줄을
잇는 산길이다.
그러한 바윗덩이들은 거개가 우회의 방식으로 넘어서게 되는데, 개중에는 곧장 직등
을 하기도 하며 연신 꼬리를 잇는다.저만치 맞은 쪽으로 다시 불끈 솟구쳐 있는 봉긋
한 멧덩이가 산객을 지그시 굽어보고 있다.선바위 형태의 기암과 거북이,돌고래 등
모양의 괴석이 차지하고 있는 등성이와 멧부리를 차례로 넘어선다.산길은 이렇게
기암괴석이 줄을 잇고,소나무들도 그들 사이사이를 비집고 아금받게 터전을 삼고
있는 등성이다.
그런 뒤, 한 차례 더 오르막을 짓쳐 올려치면 봉긋한 멧부리가 기다린다.해발375.4
m봉이다(10시17분).375.4m봉에서의 조망도 산객의 발걸음을 무디게 할 만큼 화려
하다.이러한 정수리 한복판에는 2003년에 복구한 삼각점(덕산407)이 반듯하다.중치
의 소나무들이 엄부렁한 봉긋한 375.4m의 삼각점봉을 뒤로하면 마치 두꺼비 모양
의 기암이 지키고 있는 봉긋한 멧부리로 이어지고,두꺼비 암봉을 넘어서 넉넉한 안부
를 거쳐 오르막을 한 차례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들만의 붕긋한 해발270.4m봉이다(10시29분).
270.4m봉에서 지맥의 방향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린다.다갈색의 가랑잎
이 수북하고 가파른 내리받잇길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널찍한
임도로 지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10시32분).이 임도는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서운리 방면과 천등지맥의 날머리 명오리 쪽 사이를 잇는 임도다.이 임도
를 곧장 가로질러 가파른 오르막을 올려치면 소나무들이 엄부렁한 봉긋한 멧부리고,
이 봉우리를 넘어서고 안부를 한 차례 거쳐 오르막을 다시 올려치면 봉긋한 봉우리
가 기다리는데,봉긋한 정수리는 굵직한 몸피의 소나무들이 지키고 있는 뾰족봉이다.
앞으로 넘어야할 지맥과 충주호
뾰족봉 맞은 쪽 저만치 다시 우뚝 솟구쳐 있는 흑록의 멧덩이가 산객을 부르고 있다.
뾰족봉을 뒤로하는 내리받잇길은 머지않아 지맥을 가로지르는 안부 수렛길로 꼬리
를 드리운다.죽방치다(10시43분).이 수렛길 우측은 널찍한 임도와 바로 연결이 되어
있고, 수렛길 좌측은 충주호반 쪽이다.이러한 행색의 안부 죽방치를 뒤로하고 가풀
막진 오르막을 짓쳐 올려치면 소나무들만의 붕긋한 멧부리에 닿게 된다.해발236.7m
봉이다(10시53분).
소나무들만의 붕긋한 해발236.7m봉을 넘어서면 지맥의 등성이는 이제 눈에 띠게
높이는 낮아졌고, 등성이는 펑퍼짐스럽고 다소 보잘 게 없는 행색이다.함창신가의
묵묘가 이러한 행색의 등성이를 따라 간간히 이어진다.아마 이 근처가 그들의 선영
인 모양이다.그들의 곁을 지나고 나면 지맥의 등성이 좌우로는 충주호가 좀 더 가깝
게 다가와 있다.산길은 평지나 다를 게 없는 납데데한 멧부리로 산객을 이끌어 나간
다.해발167.2m봉이다(11시13분).
해발167.2m봉 한복판에는 1974년 건설부 시절에 복구한 삼각점이 아직까지도
반듯하다.잡목들이 엄부렁하게 둘러싸고 있는 납데데한 167.2m봉을 뒤로하면
양봉시설이 방치되어 시설물들이 널부러져 있는 곳으로 이어지고,거창신가의
묵묘의 곁을 한 차례 더 지나고 나면 수자원공사가 꽂아놓은,'충주댐'이라고 써
있는 3,4십 센티미터 높이의 노란색 사각기둥이 있고,그 곁에는 입구가 굳게 잠겨
있는 잿빛의 천막 한 동이 다소 을씨년스럽다.
이제는 충주호반이다. 거울처럼 맑고 잔잔하며 보석처럼 반짝이는 충주호가
더 이상의 발걸음을 허락하고 있지 않는 거다.비로소 도상거리 42.5km의 천등
지맥의 산자락이 충주호로 담대하게 산자락을 드리우고 있는 거였다.수면 위의
모든 형상을 똑같은 모습으로 죄다 수면 속으로 빨아들인 충주호의 바로 건너 쪽
은 등곡지맥이 충주호에 산자락을 묻고 있고,천등지맥과 방향이 어금버금한 갑산
지맥은 해가 떠오르는 쪽에서 산자락을 충주호에 담그고 있으며,해가 저무는
방향인 서쪽 편에는 계명지맥이 충주호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제부터는 천등지맥의 맨 끄트머리 산자락인 충주호반에서 발걸음을 거꾸로 돌려
하산지점인 오늘 산행의 들머리 서운리 음달말로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죽방
치까지는 지맥의 등성이를 그대로 따르고,죽방치에서는 임도를 따라 500미터쯤을
손쉽게 지나간다.그런 뒤,다시 임도에서 지맥의 등성이로 붙어 해발375.4m의 삼각
점봉과 해발351.1m봉을 거푸 넘어서고 나면 지맥의 등성이 좌측으로 희미한 내리
받잇길이 로마'를 기다린다.가파른 내리받잇길은 머지않아 서운리 음달말과 수리재
사이를 잇는 양회임도로 슬며시 꼬리를 잇는다.
이러구러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서운리 음달말로 다시 돌아오니 시각은 오후 1시도
채 안 되었다.입춘을 시샘하려는 강추위가 외려 머쓱할 만큼 산행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날씨가 아직도 이어지고,쥬얼리 고 총무의 헌신이 빚어놓은, 가마솥 만한 들통
에 가득 끓여놓은 소위 부대찌게가 로마'를 비롯한 산우들의 헛헛함을 맘껏 달래주고
있다. (산행거리;13.4km.소요시간;3시간40분) (20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