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문자]를 보고서
오래 도록 기다리던 영화를 이제야 보았습니다
2005년에 나온 영화가 이제서야 DVD로 출시되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이 나오는 영화라는 것이 흥미를 끈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도대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쓰는 글은 영화내용이 포함되므로
이 영화를 직접보시려는 분은 보고나서 읽어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영화는 아주 무미 건조합니다
배경도 겨울이고, 만나는 사람마저도 아주 정없습니다
걸려오는 전화도, 찾아오는 사람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잎파리 하나 없는 나무가 서있는 운동장에서 주인공(대학강사/영화전공의 교수로 불림)-
그는 멈춘 스크린에서 달려 사라지더니 한참후 반대편에 불쑥 나타납니다
절대로 관객의 시선을 배려한 연출이 아닙니다
아마도 할일없는 사람이 우둑커니 멍하게 한곳을 응시했다면
나올수 밖에 없는 그런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그려내는 풍경과 사람뿐 아니라 그것을 찍는 카메라 마저 무기력하고
한없이 가라앉아서 신경질적인 상태를 보여줍니다
영화중에 [언니/여자가 떠났고... 개털이다]는 말이 두번 반복됩니다
한번은 창녀가 교수에게 한 말이고, 다음은 교수가 증인청년에게 한 말입니다
이말의 의미는 볼장다본 사람을 말합니다- 꿈도 잃어버리고 기대도 사라지고 잃어버린 것때문에 속쓰립니다
영화는 주인공 교수가 보여주는 환멸감을 여과없이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도 못찍는 감독/아내도 떠나간 남편/아이앞에 부끄러운 아버지/작은 일에 목숨거는 사람...
말만 앞서고 무엇하나 해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 이건 나중에 증인청년이 교수에게 한 말입니다
결국 고장난 문때문에 욕실에 갖혀 죽을지경에 이른 사건은 그의 현재 상태를 잘 표현해줍니다
증인청년과의 만남이 결국 그사건때문에 이루어 지고
생명의 은인에게 가진 호의와 몇번의 부끄러움을 드러낸 탓에 형동생하는 사이가 됩니다
사람이 가까와 지기 위해서는 역시 서로의 허물을 보고 화를 내지만 용서하는 과정이 필요한가 봅니다
서로에게 길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누구하나 돌아 볼 이 없는 상태에서(영화초반부터 고장난 욕실문을 보여줌- 교수의 현실인식은 아마 그와같습니다)
자신과 무관하지만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구원받습니다
(청년의 입장에서는 이모든 사건과 만남과 대화는 여호와의 뜻이고 그게 그의 신념입니다)
그는 물론 청년이 제시하는 성경연구나 그의 종교에 대해서는 무관심과 시비로 일관하지만
그 청년의 삶에 이어지면서 그를 들여다 보고 조금씩 이해해 나갑니다
영화는 여호와의 증인을 호의적으로 그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행동의 실천은 높이 사고 있습니다
물론 훈련받은 양심이라는 것, 협회의 강요된 선택이라는 것에서 문제가 있고
증인청년이 어머니가 끓여준 미역국을 거부하는 장면에서
생일(기념일)을 지키는 것이 그의 양심에 의해서가 아닌 협회의 가르침에 따르는 것이며
이것이 비성경적임에도 하나님의 가르침으로 오도되는 것이 그 장면을 통해 은연중에 보여진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감독이 이것을 의도적으로 삽입한 것은 아니고 제가 그렇게 이해했을 뿐입니다
어쨌든 양심의 실천이라는 것은 교수가 자신을 돌아본후
속물같은 자신을 발견하고 기어이 속을 게워내게 만드는 장면에서는 일종의 정화를 보여줍니다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야 말로 우리가 신앙의 힘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는 새사람이 된것같습니다
촛점없던 눈에 안경을 씌우니 눈빛이 또렷해 보입니다
일부러 피하던 자기아이와 만나 놀아주고, 이웃의 일을 함께 거들 여유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는 아이와 함께 증인청년을 면회갑니다
그리고 전에 네가 나를 잠긴문에서 구해주었듯이 이제는 내가 너를 구해줄것이라 말합니다
증인청년은 법정에서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와 자신의 양심에 꺼리꼈던 일들을 기도하듯 말합니다
그의 고백에, 그의 아버지는 월남참전군인이었고 고엽제 피해로 고통받았지만, 무엇보다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한건
지나간 잊혀진 전쟁의 공포였으며, 이런 아버지를 부끄러워해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할수 없었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양심의 선택은 내 아버지의 집으로 친구들을 떳떳이 초대하는 것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의 신앙은 협회가 준 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에서 나온 참된 소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양심은 죽어 있던 교수의 가슴에도 양심의 촛불을 켜게 합니다
아무도 돌아 보지 않는 곳에 갖혀 절망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을 찾는것
그것은 여호와 하나님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마태 25장-신세계역 성경]
34 그때에 왕은 자기 오른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것입니다. ‘나의 아버지께 축복받은 사람들아, 와서 세상의 기초가 놓인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왕국을 상속받아라. 35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다.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에 나를 맞아들여 후대하였고, 36 벌거벗었을 때에 옷을 입혀 주었다.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있었을 때에 와 주었다.’ 37 그때에 의로운 사람들은 이러한 말로 대답할 것입니다. ‘주여, 언제 우리가 당신이 굶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시게 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38 언제 우리가 당신이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맞아들여 후대하였으며, 벌거벗으신 것을 보고 옷을 입혀 드렸습니까? 39 언제 우리가 당신이 병들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가 보았습니까?’ 40 그러면 왕은 대답하여 말할 것입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는데, 너희가 이 나의 형제들 중 가장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그만큼 나에게 한 것이다.’
첫댓글 생일(기념일)을 지키는것---> 생일(기념일)을 거부하는것 : 잘못 기록했네요!
이 글을 보고 검색했더니 정말 이 영화가 올라왔더군요...저는 다운 받아서 봤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지루하면서도 여호와증인을 소재로 한 영화라 그런지 그런지 흥미롭게 봤습니다.